이리아

스텔라

루시엘










그녀의 이름은 루시엘 길리온리스

종족은 마족으로 이리아와 같이 이 곳에선 몇 안되는 이종족 캐릭터이자.

동시에... 제작진 조차도 자신들의 실수라 인정한 실패작 캐릭터였다.


그 이유는...


"하아~ 뭐라고요?!"

"천한 것들이라 했다. 왜.. 불만이라도?"

보다싶이 혀를 내두르게 되는 고약한 성격이 불호의 9할을 차지한다.


"다.. 당연하지..! 아무리 그래도 ㅡ"

"... 흥 ㅡ"

"지금 내 말 무시하는 거야?!"

이게 무슨 막돼먹은 성격인지 초면부터 천한 것들이라 칭하며 비하하질 않나...

"그저 하찮은 자의 말을 귀 기울 필요가 없을 뿐 이야."

"뭐어?!"

아무리 자신이 잘났어도 남을 무시하는 행동을 일삼는다.

당연히 유저들 사이에선 평가가 최악...

뭔 이런 캐릭터 다 있냐며 신나게 까내리는 비호감으로 전락했고

일부 변태 컨셉을 잡는 팬들을 제외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싫어하는 등장인물이었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이에 한 수 더 접어서 화룡정점을 찍어버리는데.

이런 첫 단추 부터 잘못된 캐릭터가 나중에는 여러 사연들을 쏟으며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등등으로 억지 세탁기를 돌려버리니 오히려 플레이어의 반감만 사는 꼴 이었다.


물론 제작자들의 의도는 악마의 편집을 활용한 이미지 변화였다곤 하지만...

라고 하기엔 그 정도가 있지... 초반에 보여준 인성질이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곱게 보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그럼 난 이만... 얼굴은 비춰야 된다고 생각해서."

"야~! 다른 사람 불쾌하게 해놓고 어디가!!"

그러다보니...

"하아.."

초장부터 벌인 이리아와의 실랑이만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야 플래그를 잘 회수하면 괜찮겠지만 처음에는 썅년도 이런 개썅년이 없었으니까.


"흥, 정말 별 꼴이야! 안 그래 아논?!"

당연하겠지만 이리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씩씩거리고 있었고

"조금 특이하신 분이긴 하네요..."

미래에는 성녀가 될 천하의 스텔라도 거북하다는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치?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네엣.. 아무래도..."

사이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던 이 둘이 조금씩 원작의 친화력을 보이기 시작하는거 보면 말 다했지.


"....."

근데 뭐 어떻겠냐...

루시엘도 자기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데.....




◇◇◇





솔직히 그녀만큼은 될 수 있다면 그냥 외면하고 싶다는게 본심이다.

그야 필연 처럼 반드시 엮이게 되는 이리아와 스텔라와는 다르게 그녀는 아논과의 접점이 별로 없었으니까.

또한 경우의 수지만 루트에 따라선 모르는 사람 처럼 지나칠 수도 있었기에 내심 루시엘과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다.

무엇보다...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누구든 경멸하는 저 성격을 감당하기 싫었다.


하지만 이미 만나게 된거 어떠하랴...

기왕 이렇게 된거 루시엘 역시 감당해 보는 수 밖에.



"흐음...."

마족 루시엘, 그녀는 타 대륙에서 건너온 까칠한 영애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마족의 영토에서도 이 나라로 따지면 공작과도 비슷한 지휘 밑에서 자랐기에 귀환 손님 대접을 받았는데.

"참...! 어이 없어 정말, 생각 할 수록 짜증나!"

"진정해, 이리아."

"흥..."

그러면, 저 거만한 태도의 출처가 고결한 출생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 

"나름.. 이유가 있을 수도 있잖아?"

"하아?"

결과만 따지고 보면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어느 부분에서 틀렸냐고?

"난 그냥 도도한 척하는 못된 아가씨로 밖에 안 보이는데.."

물론 루시엘이 높은 권력을 쥐고 태어나, 누군가를 내려다 보는 삶을 살아왔기에 콧대가 높아진건 사실이다.

"으으~ 왜 저런 애가 우리 조에 들어온 거냐구~!"


하지만... 그녀가 삐뚤어져버린 진정한 이유에는 어린 시절의 사연이 있었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아논님에게 조금 의문이 들긴 하네요."


바로... 어렸을 적, 자신의 삼촌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끔찍한 짓을 당하기 전에 구출되었지만.

그 사건으로인한 트라우마로 루시엘은 누구든지 간에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아이가 되고 말았다.

"흠흠... 글쎄.... 뭐, 솔직히 나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다보니 타인을 불신하는 것 중에서도 특히 남성을 혐오 했는데.

그런 그녀에게 있어 나와의 상성은 정말로 극악이었다.


"...."

솔직히 게임 속에서는 스텔라의 시점이다 보니 비교적 오해를 풀기 쉬웠지만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적대하는 나의 입장에선 풀어나가기가 더 극악이었다.


"뭘 대해?! 그냥 무시하고 살면 되지, 평가 때도 그저 최소한만 주고 받고..."

허나 이리아는 하늘이 두 쪽나도 루시엘과 겸상 할 생각이 없는듯 했다.

뭐.. 일반적이면 저게 보통이니까.

"..... 특히 아논이라면.."

그리곤 무언갈 중얼거리는데.

"응? 뭐라고?"

".... 아무것도 아냐."

너무 작게 말하는 바람에 듣지 못했다.

요즘들어 귀가 어둡다고 느껴지는데..

.... 기분 탓이겠지..?


"그나저나 아논님? 다음 시간은 이동 수업이라 슬슬 자리를 떠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뒤숭숭한 생각을 하고있던 와중 스텔라가 시간표를 가르킨다.

"아.. 그렇네."

'마법 영창 이론과 실습'이라고 적힌 문구에 그녀들과 함께 자리를 나서는데.



"우왓 -! 너 좀 이쁘다?"

교실 문턱을 넘어가는 그 때, 꽤나 질나쁜 어감이 귓가에 꽂힌다.


"흥.."

목소리가 들린 쪽을 시선을 옮기니.. 아까 우리에게 험한 말을 내뱉고 홀로 떠나버린 루시엘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름이 뭐야?"

"너 좀 마음에 든다~"

두 남학생에 둘러 쌓여 헌팅을 당하고 있는듯 했다.


"아까 걔잖아?"

"좀 곤란해 보이는데.. 도와드려야 할 까요?"

그리고 보통이라면 중심에 서있는 여성에게 걱정을 보내기 마련인데.


'아... 저 둘은 고생 좀 하겠네..'

이 앞을 알고 있는 나로선 루시엘 보단 불량배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왜냐하면 ㅡ


"말 좀 해봐~"

"시간 괜찮으면 이따 수업 끝나고 ㅡ"


화악 ㅡ!!

그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앞의 문제를 해결 해버리니까.


"우왓?! 아앗..! 뜨거워!!"

"보.. 보랏빛 불..! 끄아악?!"

목숨에 지장은 없을 테지만 꽤나 딱금한 맛을 보게된 두 남학생.

"흥, 주제를 모르는 것도 유분수지."

루시엘은 조금의 후회도 미련도 없이 바닥에 뒹구는 둘을 내버려 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냥 때려 눕혀 버리네."

"그러게요.. 문제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이게 루시엘의 무서움 중 하나 였다.

인간 불신, 특히 이런 류의 남자들을 극도로 경멸하는 존재 였기에 겁도 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는 가차 없이 처벌한다.


"불 계열 적성자..? 그리고 보라색 빛이면.."

"도깨비 불.. 상당한 실력자네요."

이리아와 스텔라는 범상찮은 루시엘의 실력에 비범함을 느끼는데.

"....."

특히 이리아는 약간의 분함 마저 느끼는듯 했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시는 걸까요... 실습장은 저쪽인데."

남학생들을 처리한 루시엘은 대뜸 수업이 진행되는 곳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아아.. 이거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들과는 다르게 어떤 루트가 발동했는지 떠올려버린 나는 속으로 쓰라린 표정을 짓게 된다.


"둘이 먼저 가있어."

그래서 이리아와 스텔라를 먼저 보내며 루시엘이 갔던 길을 따르는데.


"뭐어? 또 왜.... 어째서......"

"아논님은요?"

"나중에 갈테니까 걱정말고 둘이 먼저 가있어."

나는 의문을 표하는 그녀들을 뒤로하고 분주히 움직였다.

"우우~ 잠깐 ㅡ!"






◇◇◇




이 곳은 인적이 드문 복도에 화장실.


"우욱... 웩 ㅡ!"

나는 파도 처럼 밀고들어오는 울렁거림을 전부 게워내었다.


"으으....."


허나 그럼에도 남아있는 쓰라림에 연약한 신음이 세버리는데.


지지직...

방금의 여파로 꺼림직한 기억들이 머릿 속을 떠돈다.


'시엘쨩~'

'우리.. 이런 놀이하는거... 어때?'

'키킥... 정말 재밌을거야, 삼촌에게 맡겨 ㅡ'


"꺄악...?!"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내면의 어둑함이 꺼림직한 기분을 몰고 와버린다.


"으읏...!!"

등줄기를 타고 서늘하게 흐르는 소름끼치는 감각.


"싫어.."

마치 추위에 떠는 것 처럼 연약히 내 어깨를 감싸 안는다.



"크흑..."

역시.. 남자들은 다 짐승이야.

나를 그런 눈으로 밖에 보지 않는 가축들,

세상에 믿을건 나 밖에 없어...


"우욱... 하아...."

겨우겨우 진정한 기분을 가라 앉히며 얼굴을 세면한다.


"괜찮아.. 이제의 난 강하니까, 내가 내 스스로를 지키는거야."

거울에 비춰지는 창백한 몰골에 다시금 활력을 새기며...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 결국은 나 혼자야 ㅡ"

 마음 속 깊숙한 내면에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후우 ㅡ"

잠시 후, 다시 안정 되찾은 난, 깊은 숨결을 내뱉으며 화장실을 나서는데.


"어이구, 이게 누구야?"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막대한 년 아닌가~?"

아까와 똑같은 불청객이... 내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후우, 너희들.. 질리지도 않냐?"

이 놈들은 분명, 아까 나에게 겁도 없이 시비를 걸어온 녀석들이다.

"당연하지! 그런 꼴을 보게 해놓고도 무사할 것 같았냐?!"

"나중에 하교 하고 우리 둘만 따라온다면 말이 달라지지만.. 하핫!"

또 주제도 모르고 나불대는데,

그냥 다시 쓸어버릴까?

마족의 눈이라면 알 수 있다. 

이 녀석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폐기물인지.

보아하니 아무리 날고 기어도 나한테는 안되는 것 같은데.

마음 편히 처벌을 ㅡ



"이 년이!"

하지만 그 때 였다.


".. 헛..?!"

그들 중 한 명이 내게 팔을 들어올리는 순간...


'시엘쨩.. 왜 그러는건데?!!'

'그냥 장난이라고!! 윽... 이 년이 진짜 ㅡ!!'


최악의 타이밍에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만다.


"꺄앗!"

남학생의 행동과 그 빌어먹을 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바람에 ㅡ

"응? 하하핫! 이 여자.. 사실 완전 겁쟁이 였구만?!"

나보다 나약한 놈들에게 조차 주저 앉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읏아..."


굴욕적이야....

"이봐? 아까 처럼 해 보라고!"

하지만..

"으읏..! 제발....!"

저항 할 수 없어...

과거의 상처가 ㅡ

"싫어... 꺗..!"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일어설 염두가 나질 않아..!

"하하~! 딱금한 맛을 보여주지!"

"자자, 좀 아플거다~?"


안돼... 이대로는 ㅡㅡ!!


















"....그만."




◇◇◇



"윽?! 너 뭐야..!"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잠깐.. 야, 이 분은..!"

하마터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네...

농담이 아니고 어째서인지 계속 나를 붙잡는 이리아와 스텔라를 뿌리치지 못했다면 늦었을지도 모른다.

"허헛?! 아.. 아논 씨..!"

"그 소문의...!"


이 놈들이 말하는걸 보아하니... 요즘 아카데미 내에서 나에 대한 낭설이 떠도는 것 같은데.

뭐, 솔직히 그럴만도 하지.

두 번 연속이나 귀족 영애들을 막대했는데.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아이러니한 부분이었다.


"으으.. 넌..?"

아무튼 다시 현실로 돌아와,

루시엘 상당히 겁을 먹은듯 했다.

그렇다면 분명 '트라우마'를 자극 했겠네.

그렇다면 ㅡ


콰직!

나 역시 아픈 기억을 새겨 줄 필요가 있었다.

"아악?!"

다신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으아아아! ㄴ... 내 팔이....!!"

난 붙잡았던 남학생의 손목에 강한 힘을 주었다.

"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불길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추하게 쓰러져 버렸고

"히.. 히익?!"

다른 한명은 기겁한 표정으로 얼굴이 새파랗게 물들어 버린다.


"보건실 가서, 치유 마법 받으면 금방 회복 될 거야."

나는 그들에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다.

"그리고.. 경고하는데."

동시에 목소리에 살기를 담아 그들의 뇌리에 새긴다.

"또 이런 짓 하면... 앞으론 얄짤 없을 줄 알아."

이런 불순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아.. 알겠어!!"

"ㄱ.. 그.. 그만하면 되잖아아아!"

그들은 내 말을 듣더니 이내 귀신을 본 것 마냥 내달린다.


"후우.."

이 정도면 되겠지.

"... 괜찮아?"

난 분위기를 지우고 루시엘에게 손을 내민다.

스토리상으론 원래 스텔라가 다정한 눈길로 그래야만 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 대신... 내가 플래그를 회수 했다.


"긋.. 어..."

그러자 천천히 내게 선을 내뻗는 루시엘.

과연... 그녀가 특히 경멸하는 남성을 믿을 수 있을지.


"......."

허나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루시엘은 싱거울 정도로 군 말 없이 내 손을 붙잡아 주었다.

"읏... 차,"

그래서 바닥에 주저 앉아버린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는데.

".... 엇?!"

그것도 잠시 ㅡ


"으아아앗..!!"

어쩐지 얌전하다 싶었던 루시엘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자마자 내 손을 뿌리친다.

"ㄴ.. 너.. 어떻게 여기에 ㅡ"

그리곤 아니나 다를까 질색한 얼굴로 나를 쏘아 보기 시작하는데.


"그냥 너가 곤란해 보여서 지나가는 길에 ㅡ"

"으읏...! 다가오지마!!"


그리곤 단단히 화가 난건진 몰라도 얼굴이 새빨게져 버리는데.

방금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내 부축을 받아놓곤 이제서야 혐오의 눈빛을 보내온다.


"ㄴ.. 너..! 내가 고마워 할 줄 알고?!"

"흥..! 착각이야! 난 너같이 생긴 분류를 제일 싫어해!"

"뭐? 하지만 나한테.."


꽤나 어이 없는 말들에 솔직히 사정을 알아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뭐.. 보상을 달라고? 역시 그랬어...!"

"결국 잘해주는 척 하지만 결국 원하는건 내 몸이잖아?!"

"정말 별 꼴이야... 최악! 변태! 난 갈테니까 따라오지마!!"


그러더니 루시엘은 치밀어 오르는 화에 얼굴을 잔뜩 붉히며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버린다.


"......"

역시 그녀을 돕는건 내 불찰이었나?

도와준 은혜도 모르고 저러는 것 보면 나서지 말걸 그랬나?

"... 하아, 됐다.."

하지만 그런 불만도 잠시 ㅡ

"돌아갈까?"

언젠가 효과가 있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며 발걸음을 돌렸다.




◇◇◇



처음이었다.

"으읏..."


'그 사건' 이후로 남자와 접촉해 본 것이...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그 날 이후, 아버님 조차도 만질 수 없었는데.

무의식적으로 거부해 오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그 남자는 어째서인지 내 본능을 거스르고 도움을 받게 했다.


".... 어.."

신기해.

근처에 있는걸 넘어, 아예 만졌던 내 손인데.

"..."

어째서인지 꺼림직한 느낌이 들지 않아..


대체 왜지...?



◇◇◇




"아논 군? 조금 늦었군요."

덕분에 수업에 지각해버리고 말았다.

"미안하지만 성적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잠시 딴 길로 세느라 실습장에 다소 늦어버리고 말았는데.


"....?"

".. 흥."

왜 인지 루시엘은 나보다 빨리 도착해 있었다.

아니.. 나보다 빨리 출발했으니 당연한건가?

"아논님! 늦었네요?"

"아.. 응.. 조금 볼 일 좀 보느라."

나는 여러 학생들 속에서 이리아와 스텔라를 찾아 자연스레 합류했다.


"아논 ㅡ"

그나저나 이리아는 진지한 얼굴로 내가 오자마자 몸에 달라붙었는데.

"이.. 이리아?"

보는 눈도 많은데 꽤나 민망한 짓이었다.

"솔직히 말해... 루시엘이라는 저 여학생과 엮이다 왔지?"

허나 그런 것도 잠시.. 날 미행이라도 한 것인지 어떻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고드는 그녀.

"..?!"

눈빛도 진중한걸 보니... 그냥 떠 보는게 아닌듯 했다.


"뭐? 아니야.."

하지만 난 조금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잠깐 보여버렸지만 아무튼 그녀의 사실을 부정했는데.

"흐음... 정말...?"

어째서인지 집요하게 나에게 따지는 이리아..

뭔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 끼쳐왔다.

"응.. 물론이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그래서 난 끝까지 아니라고 부정하는데.

"... 그럼 알았어."

다행히도 내 말을 믿어준듯 했다.

"응."

후.. 안 그래도 요즘들어서 내가 다른 이와 엮이는걸 민감히 반응하는 이리아 인데..

이번에도 들켰다면 꽤나 잔소리를 들을 뻔 했다.






◇◇◇


아논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분명 그 년과 무슨 접전이 있는듯 한데...




어떻게 아냐고?


저 싹퉁바가지 없는 기지배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아논은 모르겠지... 내가 '어떤 피'가 흐르는지.

물론 나의 반이 흡혈귀인걸 알겠지만은...

사실 흡혈귀 종족은 역사적으로 관련이 있는 종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서큐버스 


서큐버스와 흡혈귀는 먼 친척의 관계다.

그렇기에 완전하진 않아도 서로의 특성이나 본능.. 마력을 공유하는데.



사실... 난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호감도를.

물론 반쪽만도 못한 능력인지라 아논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진 모르겠지만...


같은 여성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누군가에 어떻게 얼마나의 이성을 품고 있느냐를 관찰 할 수 있다.



"......."


아논 보다 조금 일찍 들어온 저 루시엘이라는 여자...

아논이 따라간 이후... 어째서인지 그에게 호감을 품기 시작했어.

아주 작지만... 스텔라와 같은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꽈악 ㅡ


용서 못해...

"......"


물론 그에게 향한 분노는 아니다.

그야... 아논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한다면 나에게도 그랬듯 그저 너무나 자비적이고 선한 것이 전부니까.

내가 불만인 점은..

"으..."

분명 나 밖에 없었는데.

어느순간 다른 이들이 난입해서 그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논과 제일 어울리는건 난데.

이대로라면... 내 자리가 사라질지도 몰라.

그것만큼은 안돼...

나도 뭐라도 ㅡ



"다음은 이리아 양? 다음 자리에 서서 과녁에 마법을 시전하세요."

"...... 네."





◇◇◇




콰앙 ㅡ


"와~ 아논님! 이리아님이 대단한 기술을 사용했어요!"

"응.. 확실히."

조금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좋은 쪽이긴 한데..

"1... 100점..."

""오오오오....""

이리아의 능력치가.. 게임의 진행도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아직 스토리로 따지면 극초반에 불과한데... 지금 수준을 보면 초중반 정도의 강함은 거뜬히 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무슨 일인걸까.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다음은... 아논 군, 준비해 주세요."

뭐, 그래도 좋은 쪽이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날 밤.


"흐음..."


나는 달빛이 스며드는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앞으로 일주일 뒤, 우린 던전 탐험 평가를 보게 된다.

물론 전개를 봐서 그 준비는 다 해놨지만

거기서 일어나는 루시엘과의 접점을 어떻게 대처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기왕 플래그도 하나 잡힌거 그냥 이대로 루시엘 역시 합류하게 하는 쪽으로 밀고 가는게 좋지만은.

"고민 되네..."

워낙 과거의 아픔으로 예민한 인물이다 보니 잘 못하다간 동료는 커녕 내가 파멸 할 수도 있었다.


"하아... 나중에 생각할까..?"

그렇게 끝 없는 방황길에... 결국 몰려오는 졸음으로 내일의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눈을 감으려던 그 순간 ㅡ



....... 스윽 ㅡ



"으응...?"


어떠한 무직한 감각에 오히려 정신을 번쩍이게 된다.


"뭐지... 뭔가 이불에...."

대체 무엇일까... 어느센가 숨어들어서 꿈틀거리는 형체는...












"..?!!"

하지만... 그 정체를 확인한 뒤에, 나는 이윽고 경악하고야 말았다.


"아논, 자?"

분명 누군가 들어온 기척도... 침입의 흔적도 없었는데 ㅡ


"이리아...?"

그녀가 내 침대 속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이다.











쓰다보니 좀 길어져서 한번 끊어야겠다 싶었음

또 쓰는 스타일을 살짝 바꿔볼려는데
이번 편 처럼 앞으론 히로인들의 시점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데 어떤가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