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투표(自決投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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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백이란은 의자에 축 늘어져 앉아있었다.

신체가 복구된다고는 해도 피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온몸에서 탈력감이 떠나질 않았다.

 

한참 그를 탐해오던 성란은 적어도 당장은 만족했는지

자기 의자를 끌어와 그의 옆에 딱 붙이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팔에 달라붙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강문희는 반대편에 앉아 연인의 옷깃을 살포시 잡았다.

시선을 돌린 그와 눈이 마주쳤다.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눈앞에서 그런 장면을 보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굳센 무언가가 담겨있었다.

결코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리라 결의하는 다짐이.

 

그녀를 향한 부드러운 애정이.

 

그런 백이란의 표정에 그녀는 살포시 웃었다.

 

그래. 강문희는 이런 면을 좋아했던 것이다.

 

주위로부터 작고 귀엽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항상 당당하려 하는.

자신이 바라는 길을 향해서 꿋꿋이 나아가는 그 모습이 좋았던 것이다.

 

당장이라도 그의 손을 마주잡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

 

…하지만 강문희는 그저 옷깃을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넣을 뿐이었다.

 

탈락자 투표가 개시되고 말았다는 성란의 분노가 겨우 가라앉은 참이다.

눈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였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대가는 고스란히 그녀의 연인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이었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

 

백이란이 그녀 쪽으로 슬쩍 손을 가져갔다.

손가락끼리 살짝 맞닿고 그의 온기가 전해져왔다.

 

고작 그것뿐인 일이었다.

 

하지만 대체 어째서였을까.

그것은 일전에 입을 맞추었던 것보다도 더욱 애틋하고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강문희는 조심스럽게 새끼손가락끼리 서로 엮어보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 역시도 가볍게 힘을 주어 손가락을 건다.

 

손가락을 통해 넘쳐흐를 듯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희미하게 빨라져가는 고동이 서로에게 격렬히 외치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1.

 

홀에 다시금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조심스레 걸어나오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성란은 입을 샐쭉 내밀었다.

 

그러나 당장에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었다.

 

이제는 개표를 기다리는 것뿐이었으니까.

 

마찬가지로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그녀들이 차례차례 자리에 앉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중앙의 투표함이 홀로그램을 투영한다.

 

[찬성] 1

[반대] 0

 

여러모로 정신이 나간 투표율이다 싶어 성란은 헛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 투표율의 최대 공로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이란아, 은하 뽑아주면 돼. 은하가 너 지켜주기로 했으니까.”

 

그리 말하며 강문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홀로그램은 어느새 그녀의 이름을 띄우며 투표실로 초대하고 있었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의 여동생이 성란을 제어해주기로 협의된 모양이었다.

 

“정말로 괜찮아, 은하야…?”

 

그러나 오빠의 입장으로선 불안을 감출 수가 없었다.

 

백은하도 나름 활동적인 소녀이기는 했으나

조금 전 성란의 움직임을 본 그로서는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것이다.

 

“괜찮아, 안 죽어! 살인이 나면 게임이 끝나버리니까 못 죽이지.”

“그거 안 괜찮다는 거잖아.”

“죽지만 않으면 오빠가 고쳐줄 거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러나 백은하는 여유롭게 엄지를 척 들어올릴 뿐이었다.

 

“나를 믿어. 분명 괜찮을 테니까.”

 

그 눈동자에는 강한 자신감이 담겨있었다.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라는 굳센 의지가 느껴졌다.

 

그 모습에 백이란도 한 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바보는 아니었으니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이리라 여기며.

 

이윽고 시간이 지나 백이란의 차례가 되었다.

 

“에이, 안 가면 안 될까요?”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의 팔을 성란은 쭉쭉 잡아당겼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히죽히죽 웃음이 만발해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탈락자 투표가 안 끝나게 막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더니 이윽고 백이란의 퍌에 뺨을 비벼오기까지 한다.

 

“야, 너 뭐하는 거야?!”

“보다시피 이란 씨를 붙잡고 있는데요?”

 

박선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평했지만 성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백이란이 주위를 둘러본다.

 

“…성란아. 나를 봐서라도 그만두면 안 되겠니?”

 

이윽고 이시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당신을 봐서 뭐 어쩌라고요?”

 

그러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물론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그거 알아요? 전 당신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아니, 되레 역효과라도 난 것 같았다.

 

“모처럼 겨우 미술실을 둘만의 장소로 만들었는데 매번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고!”

“불순한 교제를 방지하는 건 교사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여친도 있는 애잖니.”

“하, 그림 가르쳐주겠다며 은근슬쩍 터치하던 거 제가 모를 줄 알아요?”

“미안한데, 헛소문은 퍼뜨리지 말아주렴.”

 

싸늘한 눈빛이 둘 사이에 오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박선정은 생각했다.

 

그냥 둘 다 쓰레기인 거 아닌가?

 

속으로 소꿉친구의 맛이 간 여자관계에 한탄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무심코 바라본 박루미는 무언가를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 년도 적인가…….”

 

…멀쩡한 녀석이라곤 없는 건가 싶어 절망에 빠진다.

 

“문희야, 고생이 많다…….”

“……?”

 

한숨을 내쉬며 강문희의 어깨를 두들겨주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앞에서 이 꼴을 봐놓고 이런 반응이라니.

인간의 눈치와 선량함은 반비례 관계에 있기라도 한 것일까.

 

어떻게든 지켜줘야겠다며 다시금 결의를 다지는 박선정이었다.

 

“탈락자 투표가 개시된 이후 방해를 하는 걸 그 호박이 내버려둘지 궁금한걸?”

 

언쟁이 이어지던 와중 이시연이 화제를 살짝 돌렸다.

 

“…뭐요?”

“글쎄. 기권표도 못 던지는 투표인데 과연 그 방해가 허용될 거라 생각해?”

“그건…….”

 

성란은 금세 말을 어물거렸다.

실제로 그녀의 약점은 ‘주최자’였다.

 

그 존재가 그녀를 막는다면 평생 백이란을 못 볼 수도 있다는 마음에

조바심을 내며 첫날에 그를 덮치기도 하지 않았던가.

 

“흠, 당장 놓지 않으면 제재가 들어올 거 같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리 말하며 이시연은 손끝으로 홀로그램을 가리켰다.

백이란을 투표실로 부르는 문자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

 

결국 성란은 혀를 차며 그의 팔을 풀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선생님.”

 

자리를 뜨며 백이란은 이시연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떠나가는 그에게 살포시 손을 흔들어준다.

 

그 모습에 박선정은 다시금 미간을 찌푸렸다.

 

저 미술교사는 방금 백이란이 구조요청을 보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주최 측이 개입할 거라고 짐작하고서도 그랬다는 건 호박이 성란을 박살내는 걸 기대했겠지.

 

그러다가 백이란의 모습을 보곤 차라리 여기서 호감을 사두는 편이 좋다고 판단하여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곳에서 제일 교활한 여자는 이시연일지도 모른다.

 

박선정은 백이란과 교대하듯 투표실로 이동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속에서 그녀에 대한 위험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

 

 

2.

 

“이번 탈락자 투표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윽고 이시연이 테이블로 돌아와 앉을 무렵, 호박 괴인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투표 과정에서의 이동만큼은 방해하는 게 금지되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허리를 굽히곤 손끝을 성란에게로 향한다.

 

성란은 불만스러운 듯 팔짱을 끼고 괴인을 바라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위로를 바란다는 양 백이란의 무릎 위에 마주 앉듯 올라타선 살포시 끌어안았다.

 

“그러면 탈락자 투표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뒤이어 괴인은 지팡이로 바닥을 톡톡 두들겼다.

 

“백은하 씨 3표, 강문희 씨 1표, 박선정 씨 1표, 이시연 씨 1표.”

 

얼추 예측은 할 수 있는 분배였다.

 

백은하는 자기 자신에게 투표할 수 없어 다른 누군가를 뽑았을 테니

그녀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건 백이란과 두 소꿉친구였다.

 

“이번 탈락자는 백은하 씨입니다. 이 시각부로 플레이어 신분을 박탈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게만 말하고 그녀는 검은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백이란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성공했다며 양 주먹을 앞에 모으며 웃는 강문희의 모습.

그런 그녀를 쓴웃음과 함께 지켜보는 박선정의 모습.

 

그리고 그 순간 시야에 끼어든 것은 눈을 크게 뜬 채 옆으로 고꾸라지는 성란의 모습이었다.

곱슬거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눈동자 한가득 맺힌다.

 

황금빛 창이 그녀의 종아리에 꽂혀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성란은 입을 벌린 채 스스로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그녀의 전신이 파들파들 떨렸다.

 

완전히 관통한 탓에 오히려 출혈은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엄청난 격통에 비명을 질렀다.

흘러나온 혈액이 바닥을 적신다.

 

그리고 뒤이어 모두의 시선이 백은하에게로 옮겨간다.

 

백은하는 활짝 웃고 있었다.

 

“미안. 일이 생각했던 대로 풀리니까 감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만.”

“은하야…?”

“그 여자 때문에 문희 언니랑 성란이 언니가 얼마나 슬퍼했는데.”

 

어린 시절에나 보았던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백이란은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성란을 치료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설 생각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백은하가 금빛의 고리로 그의 양손을 의자에다 묶어버리지만 않았더라면.

 

“너 갑자기 왜 이래?!”

“나는 말이야… 양보할 수 있었어.”

“야, 백은하!”

“문희 언니나 선정이 언니였으면 양보할 수 있었단 말이야.”

 

당황하며 그녀의 이름을 마구 부르는 백이란이었지만 여동생은 전혀 듣질 않았다.

 

“그런데 왜 저 여자야?”

 

그녀는 백이란의 상의를 풀어헤쳤다.

이미 단추가 떨어져나간 앞섬을 모아뒀을 뿐이었던 것이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입을 가져가 젖꼭지를 가볍게 깨문다.

반대쪽도 손톱을 세워 간질이듯 빙글빙글 돌렸다.

 

“윽… 성란이한테는, 억지로…….”

“억지로?”

 

백은하는 그를 비웃으며 아랫도리로 손을 가져갔다.

터질 듯 부푼 그의 양물을 옷 위에서 문지른다.

 

“그럼 오빠는 억지로 당하면서도 좆대가리 부풀리는 남창 새끼구나?”

 

이내 그의 몸 위를 미끄러지듯 스르르 내려가 다리 사이에 쪼그려앉는다.

백은하는 그를 올려다보며 바지로 손을 가져갔다.

 

“아아, 불결해…….”

“으, 은하야. 뭐하는 거야?!”

 

그 모습을 보고 겨우 제정신을 차린 강문희는 당황하여 소리쳤다.

그러나 백은하는 그녀 쪽을 흘깃 바라보더니 샐쭉 웃을 뿐이었다.

 

“미안해요. 실망하셨죠?

언니 남친은 아무 여자든 자극해주면 이렇게 빳빳하게 서버리는 쓰레기에요.”

 

그러고는 순식간에 속옷과 함께 바지를 홱 내려버린다.

백이란의 페니스가 튕겨나오듯 모습을 드러냈다.

 

“불결해. 불결해. 불결하다고.”

 

성란에게 몇 시간 연속으로 범해진 직후였기에 씻어내지 못하고

그저 옷 속에 파묻어뒀을 뿐인 음란한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백은하는 불알 사이에 코를 파묻더니 킁킁대며 코끝을 천천히 위로 쓸어올렸다.

 

“이렇게나 더럽혀졌으면 나도 좀 맛봐도 되잖아?

원래는 언니들을 위해 참은 건데 오빠는 이미 상처입혀버렸지?”

 

어떻게든 참아야 한다고 백이란은 머릿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마음과 다르게 자극을 받자 페니스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방울방울 흘렀다.

 

“은하야… 이러면 안 돼…….”

“그렇게 말하면서 이건 대체 뭘까?”

“그건, 생리현상이니까… 흐윽?!”

 

변명하려는 그의 말을 끊고 백은하는 페니스를 집어삼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술이 귀두에 걸릴 때까지 뽑아냈다가 목구멍에까지 닿을 정도로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었다.

 

너무나도 세차게 쏟아지는 쾌감에 백이란은 허리를 젖히며 신음성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는 이런 그의 모습을 역겹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올려다보면서도

볼이 움푹 파일 정도로 격렬히 자지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맛과 향, 감촉… 그 모든 것이 불쾌했다.

너무나도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백은하는 혀를 움직여 그 모든 것들을 끌어다모았다.

 

그녀가 감정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은 혈연이었다.

사회적 압박 따위를 넘어서 개인의 도덕성이 그것을 허락하질 않았다.

 

더욱이 연인이 있는 상대를 사랑한다는 요소까지 더해지면

죄책감만으로도 스스로의 연심을 묻어버리기에는 충분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걸림돌은, 자신과 같은 감정을 포기한 박선정의 모습을 본 순간 사라졌다.

 

그러니 양보할 수 있었다.

 

미련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결혼식장에서 눈물을 머금고 보내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성란이 오빠를 덮쳤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파묻어둔 미련이 스멀스멀 싹을 틔웠다.

 

그것은 아마도 질투였다.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남자와 몸을 겹쳤다는 점에 대한.

그리고 자신이 걸려 넘어진 도덕이라는 장애물을 당당히 걷어차낸 점에 대한.

 

그러나 백은하는 그 감정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질투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선결되어야 했다.

 

그녀가 그에게 이런 감정을 품는 것은 너무나도 더러운 일이었다.

개인의 윤리적 관점에서든, 사회의 윤리적 관점에서든.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이었지만, 내려놓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인간의 나쁜 버릇이 드러나고 말았다.

 

방어기제의 발현, 요컨대 자기합리화였다.

 

그녀는 백이란에게 자신의 불결을 투영하기 시작했다.

더러운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였다.

 

백은하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사랑해도 양심이 반응하지 않는 존재까지 격하했다.

 

평범한 가족이라면 몰라도 어느 여자에게나 헐떡이는 쓰레기라고 한다면

그와 몸을 섞는 게 대체 무슨 문제가 된다는 말인가?

 

그녀가 그에게 느끼는 역겨움은 사랑을 위한 변명이었다.

 

그의 물건을 입에서 잔뜩 맛보며 백은하는 눈빛으로 최대한의 불결을 표현했다.

그녀에게 있어 그것은 너무나도 비틀린 애정표현이었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 정액이 쏟아진다.

 

백은하는 볼을 부풀려가며 점성 짙은 그것을 전부 받아내었다.

 

“아… 냄새 구려… 찐득찐득하고…….”

 

눈을 찌푸리고 그것을 꿀꺽꿀꺽 마신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녀의 헤실헤실 풀어진 입꼬리를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눈동자가 풀어진다.

여전히 입에 남은 냄새를 즐기고자 목을 움찔움찔 떨며 숨을 들이켰다.

 

그리곤 입고 있던 바지를 훌쩍 벗어던지고 백이란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으, 은하야. 진정해. 남매끼리 이러면 안 돼…….”

 

남녀의 음부가 맞닿았다.

그녀에게서 흐른 꿀이 페니스를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쾌락에 마구 쿵쿵대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폐부에 스며든 공기를 억지로 토해내듯 말한다.

목소리는 떨렸고 호흡이 많이 섞여있었다.

 

누가 봐도 그녀는 이미 설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백이란은 믿었다.

분명 그녀는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선까지 망가지진 않았다.

 

그는 여동생과 눈을 마주쳤다.

 

“…오빠.”

 

백은하는 그 자세에서 한참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가에 점차 다정한 미소가 번진다.

 

“그래, 오빠 말이 맞아. 남매끼리 이런 짓 하면 안 되지.”

 

그녀의 말에 백이란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예전과 같은 표정의 여동생이었다.

 

백이란은 안도했다. 그녀는 스스로 감정의 폭주를 억누르고 이성을 되찾-

 

“그러면 세우지 말든가, 남창 새끼야?”

 

그 순간 백은하는 풀쩍 뛰어내리듯 온 체중을 실어 그에게 올라탔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게 단숨에 페니스가 삽입된다.

 

“아, 아…?!”

 

방심하고 있던 와중 급격히 몰아친 쾌감의 파도에

백이란은 허리를 흠칫흠칫 떨며 또다시 사정해버리고 말았다.

 

쾌락에 떨리는 눈으로 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백은하는 만면에 가학적인 웃음을 지으며 눈을 마주쳐왔다.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미친 거 아냐. 여동생한테 박자마자 싸버린 거야?”

 

그러나 이내 그녀는 자비를 줄 생각 따윈 없다는 듯이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아, 기분 좋은 곳에만 닿고 있어…….

여동생 보지에 딱 맞는 자지로 성장하다니 역겨운 거에도 정도가 있지!

집에서 같이 밥 먹고 얘기하는 와중에도 몸이 나를 범할 준비를 하고 있었단 거잖아?”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액체가 의자를 마구 적셨다.

철썩철썩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빨라져만 갔다.

 

“저기, 오빠. 이해하겠어? 여동생이랑 식사하면서 얻은 영양소로 지금 여동생을 범하고 있는 거다?”

“나, 나는…….”

“변명하지 마. 기분 좋아서 침이나 질질 흘리고 있는 주제에. …츄읍, 침까지 역겨운 맛이네.”

 

백은하는 그의 입가를 한 번 훑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볍게 배어나온 백이란의 피를 혓바닥으로 핥자 비릿한 향이 입 안 가득 풍겼다.

 

“머, 멈춰줘, 제발…!”

“왜? 쌀 거 같아? 참으면 되잖아.”

“안 돼… 더 움직이면…….”

“그래서 질내에 싸지르시겠다? 제정신이야?”

 

그러나 그리 말하면서도 백은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엉덩이를 내려찍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젠 아예 임신까지 시키려고?

와, 오빠가 뿌린 올챙이가 내 뱃속에서 세포분열한다고 생각했더니 진짜 역겹… 흐으, 아…….“

 

그리 말하며 백은하는 상상만으로 가볍게 절정에 달한 것인지 어깨를 움츠리며 흠칫 떨었다.

 

몸이 앞으로 기우뚱 쏠리며 백이란의 어깨를 양팔로 세게 끌어안았다.

절로 그의 귓가에 얼굴을 들이민 자세가 된다.

 

그리고 최후를 짐작하고서 백은하는 허리를 크게 들어올렸다.

 

“─사랑해, 오빠.”

“……!”

 

속삭임 직후에 그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고는 허리를 단숨에 내리며 격한 절정에 도달했다.

 

백이란 역시도 허리가 뽑혀나가는 쾌감과 함께 사정해버린다.

 

서로 연결된 채 두 사람은 전신을 경련시켰다.

소녀는 사랑스러운 애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쾌락과 마구 뒤섞인 나른함과 탈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의자는 이미 축축해져서 비릿한 냄새를 잔뜩 풍기고 있었다.

 

…찌걱.

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본질은 히로인들이 돌아가면서 털리고 여주는 끝까지 털리는 작품임. 아무튼 그럼.


그나저나 예전에 자료 뒤져본 거 때문인지 글 쓸 때마다 방어기제나 합리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