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돌리고 어색한 거 수정했음

오역 의역 많음

각종 오타 번역 잘못된 거 있으면 말해주삼


----------------------------------------




 유우키를 만나고 싶다.

 나는 특별하지만 완전한 존재는 아니다. 그건 작년 여름의 경험으로 숙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시련을 해냈을 때 그에 걸맞은 성취감을 얻지 못했다고 하자. 나는 특별하니까, 그래서 당연하게 성과 자체를 없던 일로 취급한다.


 유우키가 나를 보는 눈에는 강한 동경심이 있었다. 한 번씩 승리를 쌓아 올릴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로 나를 맞아들이고 찬미의 말로 찬사를 보내온다.

 무심코 뻗은 손에는 수건이 준비돼 있었다.


 ――미카게, 보고 있었나?


 ――응, 멋있었어.


 고작 이 정도의 일로도 나는 히죽히죽하고 칠칠치 못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전과에 걸맞은 큰 보수를 얻을 수 있었다고, 어처구니없이 가슴이 뛰었다.


 예를 들면――

 지금 눈썹을 곤두세우며 분노에 떠는 쿠로이와 토모는 두말할 필요 없는 강적이다. 후카야마도 나름대로 하지만, 진심이 된 쿠로이와의 위험도는 특출나다.


 "잘 왔네, 케이. 카에데한테 들었다고. 미카게를 마구 때렸다지?"


 "······너와는 관계없다."


 난 쿠로이와의 진심을 본 적이 없다. 아마도 그녀는 최악 최강의 적이겠지. 2년 전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쿠로이와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야기하는 것도 이젠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아, 정말 그렇군. 그 편이 훨씬 이야기가 빠를 것 같다."


 나는 『완전』한 나를 알고 있다. 완전한 나라면 이 쿠로이와라도 무난히 승리를 거둘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단 하나 유우키의 존재가 결여되어 있다. 완전하지 않다.


 "······케이, 너는 용서 못 해. 이 내가 용서 못 해······!"


 쿠로이와가 죽도를 잡고 살짝 허리를 숙인 자세로 다시금 나에게 돌아섰다. 격정을 감추고 있을 시선은 고요해서――

 말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뭐, 뭐냐?"


 쿠로이와가 읊조리고 있는 것이 『주기도문』인 것은 안다. 하지만 쿠로이와가 기독교인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고, 신을 신봉하는 경건한 신도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쿠로이와가 발하는 기도의 말에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최후통첩. 말로 표현하면 그거다. 쿠로이와가 짊어진 『무언가』로부터, 강한 압박을 느끼고 나는 숨을 삼켰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어디에서도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쿠로이와 토모라는 존재는 빈틈이 없다. 몸을 비스듬히 열고 허리를 숙이며 양손으로 죽도를 쥔 자세는 검도의 것이 아니다. 정도에서 크게 벗어난 자세지만 어째선지 빈틈이란 게 없다.


 "뭐냐, 너?"


 인간인가, 이 녀석? 사도의 자세는 빈틈투성이다. 하지만 공격할 수 없다. 죽도 끝에 진검을 대하는 듯한 압력을 느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불길.

 찌릿찌릿하고 목덜미까지 저리는 듯한 압력에, 최선의 답은 이 자리에서의 도주를 전력으로 시사하고 있었다. 쿠로이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는, 왠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


 흠칫하고 나도 자세를 취했다.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지금의 쿠로이와에게서는 큰 힘을 느꼈다. 그건 비장하고, 애처롭고, 아름답고,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다. 거역할 수 없는 이상한 힘.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죽도로는 안 된다. 이건 『시합』이 아니다. 지금의 쿠로이와는 이런 작대기로 막을 수 없다.


 "············!"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안절부절못하던 2학년들은 침착함을 되찾고 제각기 쥐고 있던 죽도를 내려놓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신뢰였다.


 "······읏, 어째서."


 전부 쿠로이와가 이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거지.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아······!!"


 기도의 끝이 보였다.

 쿠로이와의 배후에는 유우키가 있었다. 머리를 감싸 쥐고 때리지 말아 주세요 라고 빌고 있는 유우키가 있었다. 사도인 이유였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지키는 쿠로이와는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다.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거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 이유다. 불길한 생각이 든 이유다. 짓눌릴 것 같은 압력을 느껴버린 이유다.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처음부터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최선의 답은 나에게 하나의 답을 주었다.


 유우키를 죽도로 몇 번이나 때리고, 지금 동영상을 가지고 있는 나의 존재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혹시 가증스러운 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닐까?


 이상하다.


 지금 이 상황, 난 완전히 멍청한 악역 그 자체다.

 거기서 깨달았다.

 동영상을 가져온 건 카츠라기다. 원래 소지자는 신죠 카오루. 즉――


 이건 함정이다!


 신죠 신죠 신죠! 잘도 저질렀구나! 그 녀석만큼은 무엇을 제쳐두고라도 죽였어야 했다! 덕분에 이런 모습이다!! 원래라면 쿠로이와에게 단죄를 받는 건 그 녀석이었겠지만······


 묽은 수프처럼 밋밋한 시간 동안, 쿠로이와가 움직였다. 떨어지는 참격이 똑바로 내 머리를 노리고 있다.


 "앗······"


 내 입에서 새어 나온 건 그런 신음소리. 순간적으로 죽도를 들고 받으려 했지만, 몸이 묶인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쿠로이와가 지키는 유우키의 모습이 그렇게 만들었다.


 ――다르다!!


 동영상의 출처는 쿠로이와다. 그건 아마 틀림없다. 여러 의사와 인과가 얽히고설켜 있어서, 그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질 수 없다!

 여기서 물러나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거짓말이 된다.

 유우키를 만나고 싶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그 때엔, 어떤 보수를 얻을 수 있을까.


 슬로우 모션의 세상 속에서, 쿠로이와의 참격이 다가왔다.


 찰나, 찾아올 충격을 견디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나는 특별한 존재다.


 ――당신은 호랑이에요.


 언젠가의 후카야마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아, 그래. 나는 호랑이다. 방해물은 모두 부순다. 그러니까 지금은――해답을 보여라, 최선의 답!!



◇◇



 쿠로이와는 배후에 유우키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단련한 기술을 버리며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지키는 그 모습에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찰나, 쿠로이와가 움직였다.

 시야의 끝에서 후카야마가 가여운 것을 보듯 고개를 흔들었다.

 맞는 순간, 나는 자세를 취하지도 못하고 간신히 몸을 조금 움직였을 뿐이다. 칼끝이 방향을 바꿔 왼쪽 목덜미를 쳤다. 그 장소의 공기가 휘었다고 착각할 정도의 충격음이 나고――



◇◇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어머니다신안할게요두번다시몰래먹지않을게요울지않을게요큰소리도안낼게요용서해주세요잘못했어요제발.



◇◇



 ――당신은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어! 자격이 없는 자는 나가세요!



◇◇



 온몸을 휘젓는 충격에 의식이 흔들렸다. 몸이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통격.


 "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나를 지켜보는 쿠로이와는 중단에 죽도를 겨눈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후비심. 승부가 정해진 후에도 긴장을 풀지 않고 반격에 대비한다.


 "――떠나라."


 지독히 냉담하게, 쿠로이와가 말했다.


 "너는 더 이상 미카게한테 접근하지 마라."


 나는 지금 지고 있다. 현재 진행형으로 지고 있다. 일대일 대결이라면 어찌할 도리가 없었겠지.

 허리끈에 끼워 가지고 있던 타케다의 핸드폰에 손을 뻗었다.


 "뭐야······?"


 의아한 표정으로 들여다보는 쿠로이와의 눈앞에서 재빠르게 핸드폰을 조작해 손으로 튕겼다.

 타케다에게 빌린 핸드폰은 도장의 바닥을 미끄러져, 정좌의 자세로 이쪽을 바라보는 후카야마의 무릎에 부딪히고 멈췄다.


 "······?"


 후카야마가 핸드폰을 주웠다.


 그리고――



◇◇



 처음에 후카야마는 웃었다.

 핸드폰에서 새어 나온 건 약간의 소란. 흔한 방과 후의 교실. 유우키가 있고, 그곳에 흔한 광경을 상상했겠지. 후카야마는 웃고 있었다.


 '지금부터, 미카게 군의 비밀을 알아볼게요~'


 그러나 비웃는 듯한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리자 미간을 찌푸리며 노골적인 혐오의 표정을 지었다.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냐? 라고 물으면, 여기 있는 전원이 자신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제일 「무서운」 건 누구냐? 라고 물으면, 나를 포함한 전원이 이 여자의 이름을 말한다.


 ――후카야마 카에데.


 그래, 쿠로이와. 너는 강하다. 너는 확실히 특별하다. 검도라는 하나의 장르로는 나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훌륭한 기백과 각오였다.


 '미카게 군은, 어릴 때 학대를 당했다는 거 정말입니까~?'


 눈도 깜빡이지 않고 뚫어지게 핸드폰의 화면을 쳐다보는 후카야마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실룩실룩 떨렸다.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인가 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2학년 부원들의 안색이 변하더니 무서운 걸 본 듯 입가에 손을 댔다.


 아아, 쿠로이와.

 이 자리에 호랑이는 나뿐만이 아니다. 네가 이겨야 할 상대는 나 혼자가 아니라고······!


 의아한 표정으로 나와 후카먀아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던 쿠로이와가 여기서 겨우 상황을 깨달았는지, 깜짝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어째서······그게······!"


 늦었다. 늦었다고 쿠로이와.


 흐름이 바뀐다――!


 화면을 응시하며 움직이지 않는 후카야마의 어깨는 부들부들 온몸의 힘에 떨리고 있었다.



 '――우와, 거기 봐봐.'



 그 순간 후카야마는 벌떡 일어서서 바닥에 있던 핸드폰을 힘껏 짓밟았다. 죽도를 꽉 쥔 오른손을 떨며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핸드폰을 짓밟았다. 발뒤꿈치가 갈라져 피를 흩뿌리면서도 계속 후카야마는 핸드폰을 계속 짓밟았다.

 고요함이 감도는 도장에 후카야마가 핸드폰을 짓밟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그 광경을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도장의 단단한 바닥 위로 화면이 깨지고 부서진 핸드폰이 피투성이가 돼 나뒹굴었다.


 후카야마는 만신창이. 등에는 여러 개의 멍과 핏자국이 달라붙어 있었고, 세 가닥으로 땋은 머리는 풀려 정리돼 있지 않았다. 드러난 어깨는 거친 숨을 내쉬고, 흐트러진 머리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격정의 불길이 타고 있었다.


 "············"


 누구도 아무 말이 없었다. 모두 다 갑자기 변한 후카야마의 박력에 숨을 삼키며 시선을 피했다. 속옷 차림이든 상처투성이든 무서운 건 『무섭다』.

 후카야마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누가······!"


 우스워져서 나는 비웃었다.


 "아아, 후카야마. 용서할 수 없지? 절대 용서하면 안 되지? 그렇지, 쿠로이와."


 "······읏."


 후카야마의 시선이 번득이며 움직였고 그 표정에 기가 죽은 쿠로이와가 한걸음 물러섰다.


 "쿠로이와 토모! 그게 뭔지 대답하세요!!"


 약간 주춤했으나 쿠로이와는 코웃음 쳤다.


 "뭐야, 젖소. 갑자기 잘난 체 하긴. 너 같이 젖만 큰 여자는 미카게한테 산더미처럼 차였다고?"


 "까불지 마!"


 고함을 치는 것과 동시에 후카야마 카에데는 뛰어나갔다. 한 걸음 뛰어서 거리를 좁히며 망설임없이 찔러 넣은 죽도는 곧장 목을 노렸다.


 "――읏!"


살의마저 느껴질 정도의 기세로 내지른 『금지된 기술』이었지만 쿠로이와는 약간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그 공격을 피했다.


 "······험해! 너 말야, 내가 아니면 죽었다고!?"


 "······"


 후카야마는 방심 없이 죽도를 잡고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문답문용의 살의를 쏟아내면서도 눈초리는 치켜 올라간 채로, 그 분노가 1분자도 식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쿠로이와의 탄핵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적절한 해답. 부담스러운 내 말은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 타이밍에 나는 일어섰다. 맞은 왼쪽 목덜미가 심하게 아팠지만, 지금은 우는 소리는 할 수 없다. 쿠로이와를 몰아붙이는 타이밍은 후카야마가 움직인 지금밖에 있을 수 없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쿠로이와, 그것에 대해 전부 설명해라."


 쿠로이와는 혀를 찼다.


 "그거라니 뭘. 영문을 모르겠네."


 시종 쿠로이와에게 기울어 있던 흐름이 바뀐다. 후카야마와의 동영상을 본 일부 2학년 부원들은 곤혹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쿠로이와는 이마에 약간의 땀이 맺혀 있었다.


 "네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관심 없다. 하지만 그것을 신죠의 손에 들어가게 했지."


 쿠로이와가 소리쳤다


 "카와무라, 빨리 소도를 던져라!"


 "――하게 둘까 보냐! 후카야마, 맞춰라!!"


 곧장 내가 달려들고, 거의 동시에 후카야마도 달려들었다. 나 혼자서는 무리다. 후카야마 혼자서도 안 된다. 둘이서 덤빈다.

 이것이 최선의 답.

 소도를 들고 조용히 상황을 살피던 카와무라가 한순간이라도 망설였다면 늦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와무라는 망설이지 않고 소도를 쿠로이와에게 던졌고――



◇◇



 쿠로이와가 신죠에게 동영상을 건넨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상상은 간다.


 ······신죠 카오루.


 그 녀석의 행동이 모든 것을 바꿨다. 그 녀석만 없었다면, 우리는 친한 친구로 있을 수 있었을까?


 오른쪽의 대도로 후카야마의 타격을, 왼쪽의 소도로 나의 타격을 받아낸 쿠로이와의 뺨을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색이 엷은 눈동자에 떠오른 것은 초조. 초조함.

 ――내가 있다.

 지금의 쿠로이와에게는 거울에 비친 추악한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은 불쾌감이 느껴졌다.


 "······쿠로이와, 하나 말해라."


 코등이 싸움 형태로 죽도를 밀어붙이며 쿠로이와에게 물었다.


 "유우키와 어떤 관계인가······?"


 같은 중학교에 다녔다는 건 안다. 그리고 지금 쿠로이와가 유우키에 평범하지 않은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하지만 그게 어떤 종류의 것인지 모르겠다.


 "······"


 내 옆에서 똑같이 코등이 싸움의 형태로 쿠로이와에게 다가서는 후카야마도 이 질문에 흥미가 있는지, 약간 기세가 약해졌다.

 이도를 다루는 쿠로이와는 단순한 근력으로는 우리들의 위지만, 2대 1인 이 상황이다. 우리가 부상을 입었다지만 열세는 뒤집기는 어렵다.


 "흥,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이마에 땀이 맺힌 쿠로이와는 궁지에 몰렸으면서도 겁 없이 웃었다.

 나도 코웃음을 쳤다.


 "······짝사랑이지? 자랑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비참한 녀석이군."


 "······그읏."


 마침내 무릎을 꿇고 눌린 모습이 된 쿠로이와의 얼굴이 구깃구깃 일그러졌다.

 ······짜증 난다.

 초조함에서 나온 얕은 생각으로 일을 진행한 쿠로이와에게는 분노와 혐오밖에 느끼지 못했다. 계속해서 죽도를 밀어붙이며 말했다.


 "어젯밤, 유우키와 잤다."


 "······어?"


 이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은 것은 후카야마다. 안경 속의 눈동자는 상처받은 것처럼 흔들리고 있어서――


 "뭐냐, 후카야마. 아직 유우키와 안 잔 건가?"


 나는 무심코 웃음이 터졌다.

 초연한 후카야마의 죽도에서 힘이 빠지고, 손을 바꿔 잡은 쿠로이와가 얼굴을 들었다.


 "······너, 추하구나. 미카게도 물건처럼 생각했지······?"


 후카야마의 강함은 한결같지 않다.

 ――칠칠치 못한 녀석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쿠로이와는 나 혼자서 때려눕힌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


 "······후카야마, 물러나 있어라. 말뿐인 패배자 같으니. 손가락이라도 물고 보고 있어라······!"


 쿠로이와는 웃고 있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이마에 송글송글 진땀이 맺혀 있으면서도 겁 없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뭐가 이상한가!!"


 "필사적이네. 너, 엉망이라고······"


 전 세계의 어디를 찾아봐도 유우키만큼 나와 친한 존재는 없다. 몸도 마음도, 그 녀석만이 가득 채워준다. 진심이 되는 게 뭐가 나쁜가.

 쿠로이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색이 엷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미카게말야, 카에데한테는 돈을 받지 않은 것 같아."



 "············아?"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고쳐 쓴다······이것만은······이것만은······


 유우키는 그 사람 좋아 보이는 초로의 아버지를 위해서――

 잘, 모르겠다.

 미카게 유우키는 여자를 싫어한다. 예전부터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동영상을 보고 확신했다. 유우키는 여성 그 자체에 대해 기피해야 할 어머니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예외는 없다. 없을, 것이다······.


 순간 쿠로이와는 양손에 든 이도를 내던지며 등을 돌리고 뛰어갔다.


 "············"


 이 자리의 열세를 인정한 것이다. 2학년 부원을 밀어내며 쿠로이와는 쏜살같이 도망쳤다. 그 뒤를 죽도를 멘 카와무라가 뒤쫓아 갔다.

 

 "······"


 말도 없이, 쏜살같이 달아난 쿠로이와의 등을 배웅했다.

 예외는 없을 것이다.

 『어째서 그걸 하는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그 예외는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해서는 안 된다.


 쿠로이와가 후카야마를 린치한 이유가 아플 정도로 이해가 갔다.


 "············"


 속옷 차림의 비참한 듯한 후카야마에게 시선을 향하자 어색한 듯 눈을 피했다.


 폭풍처럼 쿠로이와가 떠나고, 고요가 감도는 도장에서 후카야마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동영상은 쿠로이와 씨가······?"


 동영상은 이제 아무래도 좋다.

 신죠도 카츠라기도 쿠로이와도, 다른 여자도, 이제 아무래도 좋다. 모든 것을 박살 내버리고 싶다.


 특별하지, 않았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