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



얀진이


1화: https://arca.live/b/yandere/22125679


2화: https://arca.live/b/yandere/22163248?target=all&keyword=%EB%A7%89%EB%91%A5&p=1


플롯따위 필요없다. 그저, 쥬지가 시키는 대로 써나갈 뿐



***


한미동맹: 붕순님이 게임에 이렇게 집중하는거, 난생 처음 봄. 심지어 비명도 안지르심..

국방장관: 얀붕님 가고나서부터 계속 이러시는 듯. 평소라면 벌써, 수 십번은 지르고도 남았을 텐데.

호두자몽: 붕순님, 기운 내요..


"다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치만 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거 보세요!"


애써 해맑게 웃어봤지만. 입가가 자꾸만 꿈틀거려,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평소에는 잘만 웃었는데, 오늘따라 미소가 안 지어진다.

얀붕이가 없어서 그런걸까. 그래서 내가 이러는 걸까.


얀붕이가 그 얀진이라는 여성에게 간 이후로, 가슴속에 먹구름이 드리운 듯한 기분이 이어졌다.

답답하다.

숨을 쉴 때마다 뭔가가 계속 걸리는 기분이라, 답답해서 미칠것만 같다.


한미동맹: 딱봐도 어색하구만, 괜히 무리하지마셈..

붕순한사유: 붕순님이 너무 불쌍해 ㅠㅠㅠ

호두자몽: 이익! 붕순님이 이렇게 슬퍼하는데, 얀붕님은 대체 뭐하는 거예요!


"정말 아니라니까요!? 제가 얀붕님 여자친구도 아닌데, 그럴리 없잖아요.."


한미동맹: 연인은 아니더라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건, 딱봐도 느껴졌음.

호두자몽: 맞아요.. 두 분, 진짜 잘어울리신단 말이예요. 대체 왜 안사귀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로요.

연애박사: 얀붕님도 얀순님께 호감 있으신거 같던데. 맨날 시청자들이 사귀냐고 물어보면, 얀붕님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얀순님 바라봤었어요.


"네? 그게 정말인가요?"


얀붕이가 그랬다고?


어째선가 저 말을 듣고나니, 가슴속이 뻥 뚫린듯이 시원해졌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온 얀붕이를 내심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스트리머가 되고싶다 한 이유도, 틈만 나면 방송을 보는 그가. 나만을 바라봐주기 바래서가 아니였던가.


하지만 얀붕이의 본심을 모르는 이상, 나는 내 마음를 함부로 고백할 수 없었고.

고백 할려고 마음 먹어도, 실패하면 쌓아온 관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계속해서 미뤄 왔었다.


한미동맹: 맞음. 이참에 한 번 고백 해보셈. 내가 볼 때, 두 사람 100% 이어짐.

호두자몽: 맞아요! 제가 장담할게요!


"에이~ 다들 그런거 아니라니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굳어있던 얼굴이, 자연스럽게 풀려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주는데,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참에 진짜, 고백 해버려?'


그래. 언제까지고 미룰 수만은 없지 않은가.

슬슬 결판을 낼때가 온 것이다.


"다들 말씀하신거, 농담 아니죠? 얀붕님이 저, 좋아할지도 모른다는거.."


한미동맹: 아, 속고만 사셨음? 그렇다고 몇 번 말함..

비명쟁이붕순: 붕순님 얼굴 빨개지신 거봐. 귀엽당 ㅋㅋㅋㅋㅋㅋ

호두자몽: 이어지지 않을래야, 이어지지 않을 수가 없는 천생연분! 선남선녀 커플! 확실해요!


"그, 그렇죠?"


천생연분이랜다.


'맞아, 내가 얀붕이랑 쌓아온 세월이 얼만데.'


겨우 딴 여자한테 하루 빌려주는거 갖고 불안해 하다니. 나도 참, 속이 좁은 여잔가 보다.


"푸흐흫.."


한미동맹: 아주 좋아죽네, 좋아죽어.

국방장관: 그럼 내일부터 1일인 거임?

호두자몽: 꺄아아아아! ( *´艸`)


"에이 1일이라뇨, 국방장관님도 참~"


그렇게, 얀순이가 시청자들의 말을 들으며 행복 회로를 돌리는 순간.

이 모든걸 깨부수는 존재가 나타났다.


큐피트의화살: ㅋ 떡 줄 사람은 꿈도 안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계시네요. 다들 괜한 생각말고, 이거나 보셔요.


큐피트의화살 님께서 달풍선 500개를 후원!

[영상 후원]


"큐피트의 화살님, 달풍선 500개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우와.. 방송하면서 영상 도네는 처음 받아 봤어요. 이거 누르면 켜지는 건가?"


얀순이가 링크를 클릭하자, 화면에서 얀진과 사이좋게 술을 마시는 얀붕이 나타났다.


첫 번째 영상은 얀진이 옆에 있는 사내에게, 직접 쌈을 싸서 먹여주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보낸 이가 교묘하게 편집을 해둔 탓에, 미션 이야기는 쏙 빠져있는 상태였다.


"얀진님께서 싸주셔서 그런지, 평소 먹던 것보다 배로 맛있네요."


사내는 쌈을 한 입에 집어넣고는, 기쁘다는 듯이 해맑게 웃었다. 사내의 립서비스에, 얀진은 부끄러워 하는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이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와도 같았다.


"뭐..?"


그 모습을 본 얀순의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두 사람이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저리도 허물없는 분위기를 뿜어낸단 말인가.


한미동맹: 얀붕님 완전 선수네.

국방장관: 얀진님이 처음 합방하는 남자로 얀붕님을 선택한게, 우연이 아니였던 모양임..

호두자몽: 저, 저저! 바람둥이 녀석!

큐피트의화살: 아직 더 있어요.


큐피트의화살 님께서 달풍선 500개를 후원!

[영상 후원]


"...500개 후원, 감사합니다."


사라졌던 가슴속의 먹구름이, 몸집을 부풀려 되돌아왔다. 속이 울렁거린다. 마우스가 링크를 향해 나아갈 때마다, 손이 떨리고 온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게, 호기심을 이겨내진 못했다.


"저도 아~ 해주세요. 아~"


두 번째 영상에서는 얀진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입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얀붕이는 그녀의 입 안을 홀린듯이 쳐다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쌈을 싸기 시작했다.


하지 마.

그만둬.

더이상 그 여자한테 잘해주지 마.


"쌈장 듬뿍 넣어주세요~ 새우젓도!"

"네, 네.."


얀붕이가 여성의 요구대로 쌈을 쌌다. 그리고 완성된 쌈을, 그녀의 입에다가 직접 넣어줬다. 얀붕이가 손으로 먹여준 음식을, 여성은 행복한 얼굴로 받아들였고. 그녀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얀붕씨가 싸주셔서 그런지, 보쌈이 혼자 먹을 때보다 배로 맛있네요! 자, 건배~!"


서로의 맥주잔이 부딪히면서 두 번째 영상도 끝을 맞이했다.


'저게, 스트리머와 시청자의 관계라고..?'


혼란스러워진 내 머리속에, 문득 얀붕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방송 도중인데, 뭘 하기야 하겠어? 게다가 저분은 여캠하시잖아. 남자한테 대놓고 뭔가를 하는건. 저분도 이미지에 타격이 가니까, 최대한 피하려 할거라고."


얀붕이가 걱정말라는 듯이 내게 했던 말. 그러나 그의 예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지금 저 여자의 행동은, 누가봐도 호감을 가진 이성에게 하는 것이였다.


한미동맹: ........

국방장관: 좀 위험한데..

호두자몽: 어.... 서로 먹여주는 정도야, 팬 서비스 정도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요..?

큐피트의화살: 그럼 이건요?


큐피트의화살 님께서, 달풍선 1000개를 후원!

[영상 후원]


"........."


더는 감사 인사를 할 여유조차 없다. 마우스 커서는 이미 링크 위에 있는데. 클릭 할 엄두가 안났다. 도대체 이후에는 무슨 짓을 했을까. 그런 의문이 두려운 감정과 함께 내 정신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딸칵..


힘겹게 마우스를 눌러, 영상을 재생시켰다.


"저, 남자한테 함부로 그런 짓 하는 여자. 아닌거 아시죠?"


여성이 옆쪽에 있는 얀붕이를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던 걸까. 얀붕이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으로 가득했다. 그런 그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본 여성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하지만.. 얀붕씨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얀붕씨, 혹시 싫으시다면 도중에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뭐가 괜찮다는 거야. 뭘 거절한다는 건데..'


몸속의 본능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이 영상을 멈추라고. 이후의 장면을 봐서는 안된다고. 그러나 그 본능을 거부한 나는, 이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네? 저같은 사람이, 어떻게 얀진씨랑.."


얀붕이가 얼굴을 붉힌 채, 손을 내저었다. 그 반응을 봤을 때, 이번 행위가 전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라는데 확신이 갔다. 여성은 몸을 한 층 더 앞쪽으로 내밀며, 그에게 말했다.


"후훗, 당신이니까 괜찮은 거예요. 그럼 시작 할테니까, 싫으면 손으로 막아주세요."


얀진이의 입술이, 그의 빨갛게 상기된 뺨을 향해 나아간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뭘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절대 안돼!'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막아


빌고, 또 빌었다. 그가 손을 들어올려, 저 역겨운 입술을 막아주길. 나아가 세차게 밀어내기를.


'제발..'


내 염원이 닿은걸까. 얀붕이의 손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그도 이번 행위는 일선을 넘었다는걸,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분명 막아줄 것이다. 그는 저 여자가 아닌, 나를 좋아하고 있을테니까.


그런데.


'왜.. 내리는 거야..?'


올라가던 손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이 내려갈 쯤엔 이미, 입술과 뺨이 맞닿기 직전인 상태였다. 손을 내리고 무저항 상태로 들어간 얀붕이. 그 행동의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참담했다.


♥️


"아.. 아아..."


얀붕이의 뺨에 그녀의 표식이 새겨졌다. 여성의 입술 모양을 본뜬 문양이, 얀붕이의 볼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가, 더럽혀졌다


한미동맹: 확실하네.. 얀진님이, 얀붕님 많이 좋아하나 봄..

국방장관: ㅁㅊ 방송에서 저래도 됨? 시청자들 반발 장난 아닐텐데.

호두자몽: ...........

큐피트의화살: 이제 아시겠죠? 괜히 임자있는 남자 넘보지 마시고, 방송이나 열심히 하세요. 그럼 저는 이만.


"임자있는 남자.. 라고?"


얀붕이의 임자라니. 나인게 당연하지 않은가. 저 여자보다 함께 해온 세월도, 쌓아온 마음도. 내가 훨씬 앞서고 있다. 저딴 년이 우리 사이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다들, 미안해요."


방송을 강제로 종료시켰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다른 손으로 얀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아.. 받으라고.."


착신음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언제나 내가 걸면 금방 받아주는 그였는데. 어째서인가 지금은 받지를 않는다.


"받으라고!"


뚝. 상대가 전화를 받지않아..


"끊었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받으려다가 실수로 끊은걸지도 모르니까. 그게 아니라면 그가, 내 전화를 끊을리 없었으니까.


그런데.


전원이 꺼져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미친.. 새끼.."


눈에 쌓여있던 열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가슴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배신감이 솟아났다. 그 탓에 숨은 자꾸만 가빠오고, 시야는 뿌얘져 세상이 모자이크 처리된 것처럼 보였다.


"대체, 뭐하는 거냐고..!"


***


"싫어요. 오늘의 얀붕씨는 저와 합방하는 거니까. 저만 바라봐주세요."


얀진이 얀붕의 핸드폰을 앗아갔다. 그러고는 전원을 꺼버렸다. 핸드폰을 그대로 책상 위에 올려둔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사내에게 물었다.


"얀붕씨. 제가 오늘, 어째서 당신을 불렀다고 생각해요?"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네? 그야, 약속을 어겨서.."

"그건 이유가 아닌, 빌미죠. 얀붕씨를 이곳에 불러내기 위한 빌미."


얀진이 고개를 저으며 답하자, 얀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무슨 이유로 절 부르신 거죠..?


"그건.."


얀진이가 그의 물음에 답하려던 그때.


스피커쪽에서 빵빠레가 터져나왔다.


[얀얀붕순님께서 달풍선 2000개를 후원!]

도네: 야, 김얀붕.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헛짓 거리 작작하고, 당장 돌아와. 당장!


"야, 얀순아!?"


얀순이의 도네에 사내가 화들짝 놀라고, 얀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얀진은 마우스를 조작해 더는 후원을 못하게 막았고. 본인 핸드폰을 집으려던, 얀붕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지마요."


애절한 눈빛이였다. 얀진의 숨이 넘어갈 듯한 외모와 함께 어우러진 그것은. 사내를 제자리에 머물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얀진님.."


얀진에게 있어서 얀붕은, 지지대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늘 곁에 있어주고, 지친 자신을 위로해주는 남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남자. 없으면 신경 쓰여 미치겠는, 그런 남자.

그런 이 남자가 지금 이곳에서 떠난다면, 방송을 보고있을 여자가 절대 놔주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그를, 자신에게서 떼어놓으려 할게 분명했다.


'놓치고 싶지 않아..'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얀진의 감정은 명확해져갔다.

두근거리는 가슴. 당장이라도 끌어 안고픈 충동. 자꾸만 눈에서 아른거리는 외모.


얀진은 눈 앞의 남성한테, 사랑에 빠졌다.


'오늘을 놓치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자신은, 오늘 안에 그를 함락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 여캠을 그만두려 해요."


커다란 대가를 치를 필요가 있었다.


얀진의 폭탄 발언에, 얀붕의 몸이 석상처럼 굳었다.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배로 빨라졌지만, 얀진은 이를 무시했다.


"어째서..? 어째서 그만두시는 건가요."


사내의 떨리는 물음에, 얀진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여캠을 계속 한다면.. 제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을거 같았거든요."

"얀진님의 마음이라는건.."


얀진이 얀붕의 뺨에 새겨진 입술 마크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그녀의 얼굴은 한계까지 붉어진 상태였다.


"그건.. 이미 알고 계실거라 생각해요.."

"......."


얀붕이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 할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여캠을 그만두겠다는 거지. 방송 자체를 그만두겠다는게 아니에요."

"그럼요..?"

"저도, 게임 스트리머로 전향하려고요. 그럼 연애하면서, 눈치 안봐도 될거 같고.."

"아..."


얀진이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는 무릎 사이에 양손을 비비며, 말을 이어갔다.


"갑작스러운 컨텐츠 전향으로 시청자도 많이 줄고, 한동안 많이 소란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저, 얀붕씨와 함께라면 이 모든걸 이겨낼 수 있을거 같아요. 그러니까 얀붕씨.."


얀진이 사내의 가슴팍에 기댔다. 그러고는 애잔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몇 번인가 입을 열었다 닫은 그녀가,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와 사귀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