静可爱 | Linnnp木木 #pixiv https://www.pixiv.net/artworks/84999784





"후우......."


히라츠카 시즈카가 숨을 내쉬자 담배연기가 뿌옇게 퍼져간다.

오늘따라 그녀의 담배연기엔 걱정만이 가득 들어있는듯 했다.


히라츠카의 나이는 이제 곧 30에 도달한다.

전까지는 장난 반, 진담 반인 자조섞인 농담으로 넘길 수 있었지만, 이젠 정말 진지했다.


사실 히라츠카는 남성에 대한 이상형이 뚜렷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상형은 좀 특이했기에, 맞선을 봐도 항상 그 이상형은 채워지지 않아 지금까지 이런 상태였다.


언젠가 이상형을 채워 줄만한 상대가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버틴것도 어언 2년 이었다.

처음 교무실에서 상담을 하며 베베 꼬인 그 녀석을 봤을 때. 이상하게도 히라츠카는 안심이 됐고

자신이 교사로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봉사부에 그 녀석을 넣으면서 그 녀석의 베베 꼬인 심성이 점점 유해져 가고 인간관계도

쌓아 가는 그 녀석을 보며 한편으로는 기뻤고,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의 손을 점점 떠나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그 녀석.


그 녀석이 좋았다.


하지만 스승으로써, 사회인으로서 자중했고 그의 행복만을 바랬다.


자신같이 나이 든 사람보단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좋으리라.


하지만 자중의 보상따윈 없었고 그녀의 처지를 더욱 더 비참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었다.


히라츠카는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미건조한 통화음이 계속되는동안, 히라츠카는 그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이성은 받지 말아달라고 했고, 형용할수 없는 어떤 감정은 제발 나의 전화를 받고 여기로 뛰어나와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안 받을걸 알고 있다. 이 녀석은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여보세요..?"


"에...?"


"뭡니까 선생님...전화 받자마자 그런 이상한 소리나 내시고.."


기적인가, 아니면 늪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인가.


"하치만....지금..나올 수 있나?"


"엣, 지금 말입니까?"


"그래. 위치는 내가 보내 둘테니..."


"음....알겠습니다."


- X  X  X -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자 쇼파에 늘어진 코마치가 말을 걸어왔다.


"이 시간에 어디 나가?"


"엉, 히라츠카 선생님이 뭔가 심상찮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코마치가 시큰둥하게 말하다가 히라츠카 선생님의 이름이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쳐다봤다.


"그럼, 다녀올게."


"응...."


휴대폰을 켜서 메세지를 확인 해 보니 히라츠카 선생님이 계신 곳을

메세지에 보내 두었다.


이곳과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애매한 거리였다.


조깅을 하면서 가보니 히라츠카 선생님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다리 난간에 기대어

생각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


"아 히키가야.."


"무슨 일이세요. 갑자기 불러내시고."


목소리도 평소의 당찬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니었다.


"하하..미안 이런 모습 싫지? 미안하다. 라멘이라도 먹으러 갈까?"


가슴에 순간 저릿한 감정이 지나간다. 

이 얼굴, 많이 본 느낌이다.


여기서 모든 것을 묻는 것은 무리 같아 일단 선생님의 제안에 응했다.


차 안은 적막한 엔진음만이 새어 나왔다.

어렵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저 라멘 먹자고 절 불러낸 건 아니실거 아니에요."


"........"


히라츠카 선생님은 어딘가 슬퍼 보이는 얼굴로 전방만을 주시했다.


적막한 시간이 어느새 지나 가고 자칭 라멘 전문가 히라츠카 선생님 원픽 해 둔 라멘 집에 도착 했다.


"하하....남녀 둘이서 라멘 집이라니 갑자기 어색하네.."


"왠일로 그런걸 다 신경 쓰세요 선생님. 진짜 무슨 일 있는거 맞죠?"


선생님의 묵직한 한 방을 기대하며 분위기를 바꿔 보고자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주먹은 날아 오지 않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어...? 어?! 선생님 진짜 오늘 왜이러세요?!"


"어...? 아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숨기려도 해도 보인다고요 선생님."


밖으로 선생님을 데리고 나가자 선생님은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 


나는 인생 처음. 중학교 때의 그 일 이후로 대담하게 용기를 내 보았다.

나는 울고 있는 선생님을 살짝 안아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도 있고, 여기서 오글거리는 한마디를 뱉으면 

내가 부끄러워 죽어버릴것 같기도 해서이다.


"하치만...만약에..만약에 말이다...네 앞에 상자가 있고 그 안에 정말 네가 원하는 게

들어 있는데 만약 그걸 열게 되면 주위에서 나에게만 비난을 보내오게 될 것 같고 나와 가까운 다른 사람도

그 상자의 물건을 원한다면 넌 어떻게 할거냐..?"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선생님이 말했다.


"후....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저라면 뭐가 됐든지 꺾어 버리고 상자를 꿀꺽 할것 같습니다만,

아, 비난을 받을게 무서우면 몰래 혼자만 보면 될 일 아닌가요?"


히라츠카 선생님이 얼빠진 표정으로 날 올려다 보았다.


"역시....하치만이구나. 생각이 꼬여있어."


히라츠카 선생님이 그제서야 웃어 보였다.

나도 안심이 되어 표정을 풀며 농담을 건넸다.


"기껏 대답해 드렸는데 뭡니까 그건..."


우린 라멘을 먹고 헤어졌다. 한결 편해진 히라츠카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약간 안심이 되었다.


집에 오니 모두 자고 있어 조심조심 내 방으로 들어가 생각에 잠겼다.


"진짜 뭐였지...히라츠카 선생님.."


- X  X  X -


"그에엑.....졸려....."


"좋은 아침 오ㅃ....겍..."


"사람보고 그런 소리 내면 못쓴다..."


"아니 그도 그럴게....오빠 지금 평소보다 훨씬 더 썩은 동태같아..."


"...어제 히라츠카 선생님이랑 무슨 일 있었는지 물어봐도 돼?"


그 일 이후로 생긴 코마치의 버릇이다.


"나중에 뭔가 마무리 된거 같다 생각하면 말해주마."


"응....알겠어.."


세수를 대충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등굣길에 올랐다.


"아, 힛키!"


유이가하마다. 저런 밝음이 넘치는 에너지는 뭔가 거부감이 들어...!

나 진짜 좀비인가 라고 실없는 생각을 하며 계속 걸어간다.


"아! 불렀는데 무시하기 없기!"


유이가하마가 볼을 부풀리며 항의한다.


"뭔데..."


"오늘! 부활동!"


유이가 하마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한다 얼굴 부푼게 꼭 다람쥐같아 귀여웠다.

어멋, 나도 이런 일상물의 남주같은 대사를 언제부터 이렇게 평안하게 치게 된 걸까.

너무 졸려서 정신이 나가 버렸나봐~ 


"그거 학교 끝나고 말해도 괜찮은거잖아..."


"어..? 그렇긴 해두! 언제 말해도 상관 없잖아!"


"그래라 그럼.."


"엥..? 또 이상한 궤변을 늘어 놓을 줄 알았는데... 많이 졸립긴 한가 보구나.."


"보면 모르냐. 코마치가 무려 나에게 '겍'이라고 했다고. '겍'."


"그거 자랑 아니지...?"


"글쎄다."


유이가하마와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어느새 교실에 도착 했다.
자연스럽게 유이가하마의 시선에서 벗어난 뒤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가야.."

"히키가..."

"히키가야!"


탁 하고 누군가 내 목덜미를 때렸다. 으악 안돼 폭력 멈춰!

"HR시간에 자고 있으면 어떡하나? 벌로 끝나고 내 심부름이나 해라."

히라츠카 선생님이 핀잔을 줬다.
어제의 모습과는 다르게 쌩쌩했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어제의 일이 꿈같이 느껴져

슬쩍 그 주제를 꺼냈다.

"....선생님도 책임 있다구요...그런 표정짓고...그런 말 하면 잠 못드는게 당연하잖습니까."

흠칫, 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이 반응한다.
아무래도 어제의 일이 꿈은 아니였던 모양이다.

"크흠....아...알겠다. 오늘만 넘어가 주는거니까 말이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주먹으로 팔을 치며 교실을 나간다.

아야야 소리를 내며 다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 X  X  X -


잠을 얼마나 잔 건지 잠을 자고 일어나니 집에 갈 때가 되었다.


"헉....뭐지..이게 말로만 듣던 타임슬립?"


"힛키 오늘 내내 자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유이가하마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어제 있었던 일들이 선명하게 되풀이 됐다.

이걸 털어놔야 할지 털어놓지 말아야 할지 속으로 갈등했다.


"힛키...말 하기 어려운거야?"


"어....응...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 그래도...일단 부실로 가서 천천히 말해 줄게."


"힛키..."


유이가하마가 감동스러운 얼굴로 날 쳐다봤다.


"야할롱~"


"어서와."


"오우.."


부실에 도착하니 유키노시타가 책을 펼쳐들고 날 맞아 줬다.


"...할 말이 있어."


"어머나, 궤변 말고도 할 줄 아는 말이 생긴거니?"


유키노시타의 반 농담섞인 디스에 째릿 하고 쳐다보니 크흠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예아....Dr.Roh다.... 원래는 한편 안에 다 끝낼라 했는데 피곤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상중하 아니면 상하로 나뉘어서 올라갈거 같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