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사랑한다고 말해줘.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나지막히 다녀왔다는 말을 내뱉는다.


늘 언제나 보는 똑같은 풍경이다.


나 혼자 몆평인지 모를 좁은 흔한 원룸에 살면서 월급쟁이 생활하는 외로운 하루하루.


"으아아아... 다 싫다..."


몸을 깨끝이 씼고 잠옷으로 갈아입고선 침대에 푹 드러눕는다.


회사 안에선 은근히 날 따돌리지, 동창중엔 친구 하나 없지, 내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어찌되었던, 난 평생 혼자였고 앞으로도 나 혼자 살다가 연애도, 섹스도 한번 못해보고 혼자 뒈지겠지.


내일도 직장에서 모두에게 갈굼당하겠구나.


아, 지금 죽어버릴까?


아빠는 말씀해주셨지. 죽으려면 일찍 죽으라고.


누가 너같은 놈 장례식에 올 사람 없으니 사망신고 해줄 사람이라도 있는 지금 얼른 편하게 손목 긋고 죽으라고.


엄마는 말씀해주셨지. 난 너같은 감자같은 아들이 아닌 사랑스럽고 예쁜 딸이 갖고 싶었다고.


너가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엄마 아빠를 포함한 모두의 욕받이, 샌드백, 호구가 되어 모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죽으면 천국에 가서 보상받을거라고.


적어도 지금은 그딴 말은 안들으니까 좋네.

좋은게 좋은거지. 이딴 더러운 세상.


...아, 울적해졌다. 잠깐 손목좀 긋자.


"...크윽..!"


커터칼로 손목에 상처를 내었다.


늘 그랬듯이 빨간 피가, 너무나도 빨갛디 빨간 피가 손목에서 흘러나와 내 손목을 적신다.


부탁이야.

제발 매일 핏빛 밤을 보내는 나를 말려줘.


늘 그렇듯 뒷정리를 하고 손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지혈시킨 뒤 잠에 들었다.


내일은 빨간 날이니 편하게 쉬어볼까?


.

.

.


"일어나! 지금이 몆시인데 아직도 자고 있냐?"


"으으..."


이상하다? 분명 알람은 공휴일에 안울리게 해놨을텐데.


일어나 보니, 누군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릴 하고 있었다.


"음냐... 누구세ㅇ...?"


...어? 잠깐, 저 사람은...


"...나 까먹었니? 집주인인 안얀순이잖아 얀붕아."


"그..근데 얀순씨가 여기에는 왠일이세요..? 집세는 그저께 냈는데..."


"그 집세, 돌려줄게."


"..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집세를 돌려준다니? 이게 그 환불 이벤튼가 뭔가 하는 그건가?


"그리고 얼른 짐싸. 앞으로 이 방에서 널 쫒아내겠어."


"...뭐시여?"


하루아침에 집을 잃었다.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내 방은 텅 빈 상태였다.


"잠깐, 집에 있던 것들 죄다 어디갔어?!"


"그리고, 앞으로는 내 집에서 같이 살 것. 알았어? 짐은 내 집에 죄다 옮겨뒀거든. 걱정마!"


이게 무슨 상식 밖의 사태인거야?


"저기, 이렇게 하시는 목적은 뭐에요...?"


"목적? 당연한거 아냐?"


"네?"


"난 너를 엄청 좋아해! 너를 늘 보면서 지켜주고 싶어졌거든? 그러니 우리 함께 사는거야!"


뭔가 엉뚱한데요?


"좋아한다는거 Like? Love?"


"Sex! 따먹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


"...제가 필요하신가요?"


"물론이지!"


난 내 자해자국 투성이인 손목을 보이며 말했다.


"이런 사람인데도요?"


"당연하지! 아, 이젠 못참겠어!"


"저..저기?! 옷은 왜 벗으시는..?!!"


"네 유전자나 내놔♡"


"그/아/아/앗!!"


.

.

.


동정이 때진 직후.


"...나랑 사귀자 얀붕아, 내가 잘 해줄게. 필요한거 있음 말해. 나 돈 많아. 뭐든 하게 해줄게."


그녀는 나에게 뭐든 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뭐든지라. 역시 평소에 듣고싶었던 말을 듣고싶어.


"...사랑한다고 말해줘, 허그도 해줘, 쓰다듬어줘."


내 말이 끝나자마자 얀순이는 날 안아주며 속삭였다.


"...사랑해 얀붕아♡ 누구보다도 많이 널 좋아해. 그동안의 일 때문에 너무 속상했던 기억들은 전부 잊어버리고 오직 나와의 행복한 시간으로 덧칠해줄게. 다른 년들 쳐다볼 생각도 하지 말고 오직 나만 생각해줘♡"


"걱정마. 에초에 나와 엮인 여자는 너 뿐이니깐."


...가슴이 울먹해진다.

이게 사랑인거구나.

이래서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구나.


"좀 더, 좀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줘."


"많이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따먹을게. 오직 너 뿐이야♡"


그래. 이게 행복이구나.

드디어 만난 첫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