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에 학교폭력 관련 PTSD나 안좋은 경험이 있으신 분은 미리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관련 묘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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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오라는거 가져왔냐?"


"그.. 미안해. 내일까지 꼭 가져올게"


"하.. 좋게 말로 할 때 좀 들어라.. 나도 너 때리는거 싫어."


"제발 한 번만 용서해줘. 내일 진짜로 가져올게."


"씨발련아 너 그러는게 한 두번도 아니고 도대체 언제 기간좀 맞춰올래"


"..."


"우리 얀순이 또 묵비권 행사 시작하셨네. 야야 적당히 패고 반으로 와."


"ㅇㅋ"


"얀순아! 너 내일도 돈 안가져오면 이정도로 안끝난다~!"


이제는 익숙하다. 얼마나 맞았는지 아프지도 않다. 4달만 지나면 방학이고 졸업이니까 그때까지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얘는 맞으면서 시발 한 마디도 안나오네; 아프지도 않냐?"


"..."


"좆같은년.. 에휴;"


"..."


"맞았다는거 티내지마라. 선생한테 꼰지르면 알지? 어차피 먹히지도 않을거 ㅋㅋ 야 가자."


쟤들은 때리다가 지치는지 항상 이 정도로 때리고 돌아간다.


맞으면서 슬프다거나 화가 난다거나 이런 기분은 사라진지 오래됐다.


선생님께 안들키게 흐트러진 옷좀 정리하고 올라가야겠다.




띵-동-댕-동-




"자, 다들 앉아라. 어제 원의 성질 하다가 끝났지? 오늘 마무리하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학이다. 혼자 고민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인 과목이다.




"...이렇게 해서 원은 마무리하고.. 너네들이 싫어하는 첫 수행평가다."


"아~~~~~~"


"다들 조용히하고, 어려운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프린트물 나눠줄건데 여기 있는 문제를 증명해오면 돼. 지금까지 수업 잘 들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거야."


"에~~~~~"


"기한은 다음주 금요일까지. 일주일이나 줬는데 꼭 해와. 주말에 게임할 시간에 하면 다 하겠다."


"네...~"


"그러면 이제 조를 짤 순서인데.. 사실 내가 이미 정해왔다 ㅋㅋ 칠판에 적어줄테니까 미리 핸드폰 번호 교환하든가 해라~"


아.. 이런건 좀 혼자하면 안되는건가. 왜 항상 학교에서는 조를 짜는걸 좋아하는걸까.




          1조 : 3, 14

          2조 : 12, 25

               ...

          13조 : 6, 8



"자, 그럼 종 칠때까지 10분 정도 남았으니까 각자 조끼리 앉아서 문제 한 번 봐보도록 해라."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데 내 옆에 남자애가 앉았다.


"ㅎㅇ 너가 6번이야?"


"아.. 응."


"같은 반인데 말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거 같네. 난 김얀붕이야. 수행평가 잘 해보자!"


"응.."


"잘해보자고 했는데.. 막상 문제를 보니까 뭐가 뭔지 모르겠네. 나 수업 진짜 개열심히 들었는데.."


"..."


잠깐 쳐다봤는데 생각을 약간 다르게 하면 바로 풀리는 쉬운 문제이다.


"이거.. 반지름에 집중하면 안되고 지름에 집중해야 보이는거야."


"아 진짜? 음... 오 그러네? 지름에서 시작하면 되겠구나."


"그 다음에 여기에 보조선을 그으면..."


띵-동-댕-동-


"야!! 얀붕아!! 매점가자!"


"나 바뻐! 너네들끼리 갔다와! 아 나는 왕새우칩!"


"저새끼 또 우리 시켜먹네. 돈은 2배로 받을게~"


"어? 야 그건 아니지!!.. 하아... 그래서 보조선을 그으면?"


"어? 아.. 여기에 보조선을 이렇게 2개 그어주면 아까 배운 원의 성질로 이게 직각삼각형이 되는거잖아? 그러면 이제 대충 가닥이 잡혀."


"와.. 진짜네. 너 수학 잘한다! 혹시 학교 끝나고 가끔씩 나 수학좀 가르쳐줄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고등학교가 있는데 거기서 수학을 좀 중요시해서.."


"아..ㅎㅎ 그래. 시간 맞춰보자."


"땡큐! 아 근데 너 이름은 뭐야?"


"김..얀순이야."


"얀순이구나. 혹시 핸드폰 번호좀 알려줄래?"


"응."


서로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수행평가에서 잘하자고 화이팅을 한 후 얀붕이는 아까 남자애들을 따라갔다.




띵-동-댕-동-




"자, 항상 말하지만 딴 대로 세지말고 집으로 가라. PC방에서 나한테 걸리면 죽는다. 알았지?"


"네~"


"조심히 돌아가라!"


"안녕히 계세요~"


짐을 싸고 신발을 챙겨서 나가는데 오늘은 날 괴롭히는 애들이 보이지 않는다. 내일 때리려고 하는건가..




카톡!




교문을 나서려는데 카톡이 왔다. 게임 광고인가?



    김얀붕

    혹시 오늘 시간 돼? 나 애들이랑 5분만 얘기하다가 바로 교문으로 갈게. 수행평가 하자.



아.. 얀붕이구나.



                                                                                   그래. 교문에서 기다릴게.



라고 답장을 보내고 교문에 등을 기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교에서 나오는 얀붕이가 보였다. 그런데 왜 쟤들이 얀붕이 곁에 있는거지..?


"야야 얀붕아. 오늘 같이 영화보러 갈래? 얀군이도 간다는데."


"어? 아 나 오늘 좀 바빠서. 다음에 가자."


"너가 바쁜 날도 있었냐 ㅋㅋ 뭐하는데?"


"얀순이랑 수행평가 하러 가기로 했어."


"...얀순이? 그 찐따년?"


"찐따라니.. 말이 심한거 아니냐."


"심하긴 무슨 ㅋㅋ 너도 참 불쌍하다. 걔랑 수행평가 같은 조 되고 ㅋㅋ"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얀붕이가 걔들이랑 있는 모습을 보고 얀붕이랑 약속도 잊은 채 집으로 뛰어왔다.


"왜? 왜? 왜? 왜 하필? 왜 하필 걔네들이야?"






"...얀붕이는 내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