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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875150


화언교어 花言巧語

꽃같이 화려하고 교묘한 말이라는 뜻으로, 듣기 좋은 말로 남을 속이는 것을 비유하는 말.





.........난처하다.


난처하다고 할까, 두 손 다 들었다고 할까.

품속에는 코를 비비며 우는 우마무스메가 하나.

뭘 숨기랴, "황제" 심볼리 루돌프 그 본인이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해서 영문도 모른 채로 알았다고 대답했을 때까지는 좋았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요시!라고 뇌 속에서 헬멧을 쓴 우마무스메가 묘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예의 장면이 재생될 만큼, 나는 루돌프를 신뢰하고 있다. (*하단 설명 참조)


그녀가 뭔가 크게 실수―――그건 대부분 레이스가 아니라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긴 하지만―――하고, 그 후에 다시 일어나는 걸 실패한 적은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피해를 본 것이 나하고 기껏해야 현관에 장식되어 있던 관엽식물 정도다.

누군가를 상대로 합의나 협상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나를 상대로 한 실수를 일부러 용서하는 행동은 필요 없다.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을 무조건 용서할 정도로 성인인 것도 아니지만, 그녀가 반성하고 사과의 뜻을 보이는 한 다시 일어설 것을 믿고 용서한다는 게 내 나름의 기본 방침이다.


뭐, 경우에 따라서는 제대로 벌을 줄 수도 있지만.


이는 특별히 루돌프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아마 테이오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담당 우마무스메에 대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소중히 여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뭐 이렇게 엄청 장황한 말을 늘어놓아 봤자, 아직 제대로 된 상황도 모른 채 문과 방을 부순 것에 대해 「응응 그렇네 괜찮아」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마시는 새 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새삼스럽지만 루돌프가 말하는 「기회」는 뭘 말하는 걸까.

문을 발로 차 부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걸까, 그렇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하고 있으니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황제는 긴급사태에는 룰을 어기기도 하니 무서운 것이다.

목적과 규율을 저울질하며 소중한 것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선택을 스스로 취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무서운 것이다.


대부분은 그 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책망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정신연령이 약간 퇴행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도 말이다.


「우우우우우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 같고, 내가 용서를 해준 것 때문인지 여러 가지가 느슨해져 버린 것 같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느슨해진 부분들 대신 나를 조여 균형을 잡으려는 건 진심으로 용서해 주면 좋겠다.


젖어 번지는 자수정의 두 눈은 몇 번을 보아도 아름답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내가 변변치 못한 일을 당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피해야 한달까 이 색을 보게 되면 몸이 제멋대로 굳어버린다.

우마무스메가 얽힌 부상이나 사고에는 익숙하지만, 통증은 좀처럼 낯설고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다.


「...읏, 루도,프......그건 그러니까......」


「우우-읏!!! 비젠 니시키가 뭐!!!!」


말 안 했어.

이것저것 기세를 타서 비젠 니시키에게 책임을 씌우는 건 그만둬.


꾸욱, 조이는 힘이 강해졌다.

파닥파닥, 초조해하며 꼬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긋...」


안돼.

우마무스메 특유의 밝은 귀는 이런 상황에서는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같다.


큰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벌써부터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회전시킨다.


어느새 심볼리 루돌프라는 입장을 내팽개치고 있었기 때문에, 이쪽도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것이다.

테이오의 담당 추가로 질투심이 자극된 걸까, 아니면 동생이 생긴 맏이의 심정일까. 최근에는 비교적 자주 보게 되는 그것.

주변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그녀는 자제하고, 설령 흥분해 있다고 해도 이성은 제대로 유지한 후에 흥분한다.


재주가 좋다.

그런 루돌프가 이런저런 것을 내팽개치고 있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 건지 모를 만큼 멍청한 것도 아니지만, 가볍게 두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는 왜소한 사람속 생물인 나로서는 손쉬운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있었다면 벌써 실행하고도 남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인파의 한복판, 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커녕 사람의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고, 애초에 직원 기숙사의 방향은 우마무스메의 왕래가 있는 트레이너 기숙사와 학생 기숙사 어느 쪽에서도 멀다.

물건을 반입하는 트럭 같은 것이 들어가는 것도 이쪽이기 때문에 우마무스메가 그다지 다니지 않는 방향으로 세워져 있는 것이다.


그게 다행인 건지, 우마무스메는 이 근처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즉 그녀의 체면은 지켜진다.

더불어 이 시간대는 오전 시프트인 직원들은 벌써 출근한 시간대고, 야간 근무를 한 직원들이 돌아올 시간은 조금 더 남았다.

그건 곧 루돌프의 체면은 당분간 지켜지겠지만, 나에게는 도움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설령 직원이 지나간다 하더라도 흥분해 있는 우마무스메가 옥죄고 있는 내 모습은, 상대가 심볼리 루돌프라는 시점에서 우선 틀림없이 옥죄여지고 있는 게 나로 특정되고 대부분은 「아아 또냐」라며 가볍게 흘려넘긴다.

일반 스태프들은 대개 안타까운 사건을 본 듯 눈을 내리깔고 일단 거리를 두는, 트레센 학원에 서식하는 생물로서 생존 본능이 자리 잡혀 있는 것이다.


신고는 해줄지도 모르지만, 일반 직원 중에서도 도움이 되어 줄 것 같았던 그 강완의 하야카와 씨는 일찌감치 모습을 감췄다.

설령 신고를 하더라도 도움이 도착하는 것은 한참 뒤다.


이건 그거겠지.

트레이너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녀 특유의 이상한 요구 허들의 높이 때문일까.

이른바 하야카와 씨의 이런 것도 못 하시나요? 같은 제스처가 틀림없다.

버려라 그런 건.


너무 느긋하게 도움을 기다릴 수도 없다.

꽉 끌어안겨진 채 밧줄로 조여지는 듯한 싫은 소리가 나며 내 몸통에 서서히 힘이 가해진다.

바이스를 천천히 돌리는 것처럼.

꾸욱꾸욱, 삐걱삐걱하고

 

「빨리 말해」라고.

젖어서 반짝이는 자수정이 압력을 가한다.


그 소름끼치는 살기의 기백에 주위에서 작은 새가 일제히 날아간다.

나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멀어져 가는 새 떼를 시선으로 쫓아가지만 조여져 있는 탓인지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성인? 성인이면 되나? 성인이 좋은 건가! 우마뾰...문제가 없어서 그런 건가!? 윤리적으로! 아니면 검정 스타킹인가!?」


그리고 중요한 루돌프 아니, 우리 집 망나니 황제 루나짱에 의해 걸려있는 혐의는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미묘하게 찔리면 아픈 곳을 찌르는 부분에는 이성의 조각이 남아 있는 점이 얄밉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방이 파손된 것이 루돌프의 소행이라면, 틀림없이 내가 집이 없는 신세가 되어 동료의 방을 빌리게 된 것도 루돌프의 소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만한 평소의 총명한 루돌프는 아무래도 드물게 휴가라도 내고 놀러 간 모양이다.

지금만큼은 가능한 한 빨리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방이, 잘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역시나때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우와아아아, 하고 소리 지르면서, 더욱 조이는 힘이 강해진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냉정해졌으면 좋겠다. 제발.


「나 때문에...다른 여자 집에서......큭, 이런 추태를!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아니 정말 너 때문에 이러고 있긴 한데 말이야?

매우 사나운 모습에 말투도 군데군데 이상하다. 무슨 여기사인가?


......이대로라면, 또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허리 부분이 다 부러질 기세다.

갈비뼈 근처도 좀 위태롭다.

몇 차례 루돌프의 이런 행동으로 금이 가거나 실제로 부러졌던 일도 있었다.

트레센 학원 부속의 병원은 솜씨가 좋은 명의지만, 그거하고 이건 얘기가 다르다.


이렇게 되면 이젠 포기할 수 밖에 없지만 끝까지 희망은 버리고 싶지 않다.

루돌프를 또다시 상해 사건의 가해자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우선 틀림없이 내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은밀히 처리될 일은 은밀히 처리되겠지만, 루돌프는 언론의 주목도가 강하다.

섣불리 다칠 수도 없는 것이다. 나는.


구속에 휘말리지 않은 팔을 어떻게든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비교적 심각하게 질식해 가고 있다고 할까, 호흡이 상당히 위태로워 휴- 휴- 가느다란 호흡을 반복하는 모습은 남들이 보면 약간 위험한 상태지만, 이렇게 된 루돌프는 정말 떨어져 주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트레이너 간의 괴담 이야기에서 항상 나오는 소재가 있었다.

담당마의 거대 파카푸치(다키마쿠라 타입)에 깃든 원념에 의해 목이 졸려 죽는다는 얘기다.

반드시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는 것이 무서운 포인트다.

과거의 있었던 사건 중에, 한 트레이너가 안는 베개로 쓰고 있던 등신대 사이즈의 거대 파카푸치를 질투하기 시작한 우마무스메가, 파카푸치의 솜을 끄집어내고 안으로 숨어들어 트레이너와 하룻밤을 함께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뭐, 안에 들어가 있던 우마무스메가 여러 가지로 흥분해서 기절해 있었고, 아무 일도 없이 제압되었다.

이 때문에 「아무래도 트레이너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이라며 귀여운 사랑 이야기로 처리됐다고 한다.

솜을 끌어내지고 내용물이 뒤바뀌는 처지가 된 파카푸치의 심경을 생각하면, 자기 모습을 본뜬 봉제 인형에게 화를 입을 만도 하다. 아무튼 인형이라고는 하지만 우마무스메니까.



안돼. 사고가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점점 본격적으로 호흡이 위태로워진다.

멀리서 보면 미인 우마무스메에게 안겨 얼굴을 붉히고 있는 어른이라는, 그리 좋지 않은 구도이기는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봐라.

조금만 기다리면 이 얼굴의 붉음이 흥분해서가 아니라 조여져서 혈류가 막힌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점점 파래질 테니까. 치아노제라는 거였나.

(*치아노제: 혈액 중의 산소가 결핍하여 피부나 점막이 검푸르게 보이는 상태)


.........그러고 보니, 내가 우마무스메랑 관련되고 처음 부상을 겪었던 건 언제쯤이었을까.

한층 더 현실 도피에 빠지면서,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루돌프를 진정시키려고 머리를 쓰다듬은 덕분인지 약간이나마 구속이 약해졌다.

그와 동시에 떠 있던 두 다리가 비로소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여전히 꽤 괴로운 상태지만, 어떻게든 산소를 되찾는 데 성공.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응석을 받아줘 정신을 안정시킬 수밖에 없다.

한번 회복한 이상, 비장의 카드는 온존해 나갈 생각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래, 전력으로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자세를 바꿔 눈앞 언저리에 튀어나온 귀에 입을 대고 겨우 소리를 내 모기 같은 소리로 속삭인다.


「방을 빌렸을 뿐이고 잠든 것도 소파니까」


또 조금 구속이 느슨해져 간다.


살랑하고 꽃향기가 났다.

울어서 체온이 올라가고 있는 루돌프에서, 은은하게 꽃이 피듯.

그녀의 향기에 꽃향기가 섞여 있었다.


아이리스 꽃.


항상 뿌려주는 내가 선물한 향수의 향.

고상한 꽃향기

고상함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징징대고 있어도 어울리는 건 어울리는구나 하고 이상한 감상을 하며, 10분이나 시간을 들여 달래게 되었다.


「괜찮아. 이 정도로 화내거나 하지는 않아」 


그렇구나, 방을 채우고 있던 향기는―――


루돌프의 조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을 거듭하다가, 문득 그 일이 떠올랐다.


















「지금 다른 사람 생각하지 않았나?」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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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를 하는 헬멧 쓴 우마무스메는 일본의 일 고양이(仕事猫) 패러디임. 안전모를 쓴 고양이가 요시(ヨシ)!라고 하면서 이상한 포즈로 손가락질하는데, 이후에 산업재해를 당하고 어째서(どうして)... 라고 하는 형태로 많이 그려진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