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와와 아름이는 아름인 것 시야요 호에에에엥

동쪽에서 하와 와와 서쪽에서 호에 에 에 엥! 줄여서 동하서호 호에에에엥!

아름이는 군필 남대생 아름인거시야요!!!"


"아니 어이어이 마지카요!! 저게 어떻게 군대까지 다녀온 대학생인 거냐고"


"오이 저 정도면 도내 최상위 미소년인데…. 혹시 저랑 같이 액션 쾌감 던전앤 파이터스 하실?"


"하와와와 아름이는 아름이에요!! 호에에에엥엥!!!! 눈나야들 저랑 같이 놀아요."


저건 나잖아…?


개목걸이에 강아지 귀 밴드를 차고 있는 나,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

수많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뿌연 안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파오후…. 아니 파오 운(雲) 조금이라도 살갗이 닿으면 온갖 수인성 질병에 걸릴 것 같은 그 뿌연 안갯속에서 나는 M자 다리를 하고

강아지처럼 혀를 바깥으로 뺀 체 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눈나야들 오늘도 부탁해요."


"어이어이 이런 미소년이 부탁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이런 에로 수캐 같으니라고, 이런 수캐에게는 농익은 아줌마들의 무서움을 보여줘야지 않겠어…?"


"하와 와와…."


아니 씨빨!!! 지금 내 몸에 뭘 하는 거야!! 하지 마!! 안돼!!! 시발 미친 미친놈 새끼들아!! 너희 전부 다 콩밥 먹고 싶어??

왜 씨발!!! 저런 아줌마들에게 둘러싸여서 뭘 하는 거냐고, 아…. 안돼!!!

이상한 시발 하트눈 같은걸 치켜뜨지 마!! 아…. 안돼…. 내가 내가 아니게 돼버려….


"엄마…. 엄마야!!!"


꿈이었구나….


정말 소름 끼치는 꿈이었다. 입고 있던 잠옷이 땀에 흠뻑 젖어 내 살갗에 달라붙는 게 느껴졌다.

씨발…. 이상한 아줌마들에게 둘러싸여서 수캐 타락을 하는 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자기 전에 먹었던 콩밥 카레가 다시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분명 정조역전 세계라면 그런 일이 충분히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내 척추를 타고 올라온다.

확실히 남녀의 성별이 반전된 세계면, 동인지나 그런 데에 나오는 작품들도 전부 다 돼지 여자가 잘생긴 미소년을 마구잡이로 범하는 그런 내용이 주류가 되지 않을까…?


남은 건 순애밖에 없어, 순애가 전부다. 오직 순애가 전부야….

적어도 순애 동인지에서는 예쁜 여자랑 하는 내용이 나오겠지…?


세상에 그런 이상한 아줌마에게 코를 꿰이는 일은 죽어도 싫어.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다. 마치 냉동창고에 갇힌 사람처럼 싸늘한 한기가 온몸을 감도는 기분에 발밑에 떨어진 이불을 다시 주워서 온몸을 덮었다.

따뜻하고 두꺼운 이불을 덮자, 마음이 다시 가라앉았다. 조금 진정된다고 해야 할지,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날뛰던 심장의 박동도 조금 안정되는 기분이다.


얼마나 깊은 잠을 잤는지, 창밖은 컴컴했다.

이불을 덮고 천장을 바라보니 이 세계의 내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잘 지내고 있겠지….


적어도 내가 살던 그곳에는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미친년은 없으니까 목숨에 위협은 받지는 않겠다만은….

그래도 갑자기 생전에 안 하던 핑크빛 레이스로 자취방을 꾸미고 있는 걸 보면 엄마, 아빠, 그리고 서준이랑 유선이가 뭐라고 생각할까…?


이 세계에서도 엄마랑 아빠가 있으려나…?

나중에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한번 엄마랑 아빠를 만나러 한번 가야겠다.


근데…. 엄마, 아빠의 얼굴이 내가 알고 있던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회사가 모르는 회사로 바뀐 것처럼, 내가 알고 있던 지명이 바뀌고, 지금껏 나를 둘러싼 관계들이 모르는 관계로 바뀌었듯


충분히 엄마와 아빠도 내가 모르는 사람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었다.

아니…. 애초에 엄마랑 아빠를 만날 수는 있을까…?


손을 더듬어서 휴대전화를 찾았다.

휴대 전화부의 전화번호부를 켜보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연락처 



와이프♡


... 엄마…. 아빠…?


부인이라고 쓰여 있는 연락처를 제외하고는 전화번호부에 기록이 전부 다 사라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메시지 보관함을 눌러보니 텅 비어버린 화면이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첫 회귀 때 나는 휴대전화로 MH 건설 앞에서 택배 회사 소장과의 메시지 기록이나 친구들과의 메시지 기록, 엄마가 밥을 제때 챙겨 먹으라는 메시지까지 분명 다 기록돼있었는데

지금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그런 기록들이 마치 누군가가 지우개로 싹 지운 것처럼 새하얗게 변해버린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이전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모두 거짓이기라도 한 것처럼, 모조리 전부 다 기록이 없어졌다.

다이얼로 되돌아가 이번에는 엄마의 전화번호를 눌러보았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없는 전화번호로--


손에 힘이 풀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뒤바뀌고 있었다.

어째서 나는 왜 당연히 엄마와 아빠가 변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을까…?


그래, 당연히 회사가 바뀐 것처럼, 지폐 속 인물이 바뀔 정도로 다른 이 세계라면 분명 엄마와 아빠의 전화번호도 바뀌었을 게 분명한데…….

번호를 잘못 누른 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터치스크린을 꾹꾹 눌러서 내가 알고 있는 아빠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몇 번, 몇십 번을 시도해봐도 똑같은 결과가 반복되었다.


"하하…."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엄마, 아빠와 연락할 수 없는 세계라는 걸 알게 되니.

나는 내가 이 세계로 온 이 냉혹한 현실에 뼈가 저릴 정도로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애초에….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그 기억이 다 일장춘몽의 꿈이었던 건 아닐까?

엄마, 아빠와 같이 농촌에서 일하던 그 경험, 군대에서 행군하고 훈련을 받던 경험이, 친구들과 같이 계곡에 놀러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순간들이 전부 다 하나의 긴 꿈인 것은 아니었을까?


풀 벌레 소리, 행군하면서 냄새나는 방탄모 사이로 흐르는 끈적한 땀방울의 느낌, 돼지 축사에서 나오는 코를 막을 정도의 심한 똥 냄새, 친구들과 계곡에서 먹었던 수박의 그 맛,

심지어 두 번의 회귀를 하면서 느낀 그 서늘한 칼날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고통까지 전부 다 하나의 꿈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한 기억들이다.


나는 분명 하늘에 있는 누군가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인도에 표류한 사람처럼 우연히 이 세계로 떨어진 것이고,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처럼 늘 언제나 답을 찾아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거라 나는 굳게 마음먹었다.


정조역전의 이 세계는 개나 주라지.

수틀리면 칼이나 휘두르는 미친년이랑 같이 살거면 차라리 원래 세계가 몇백배는 더 나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뭔가 쓸게 필요할 것 같아 서랍을 뒤져보았다.


서랍을 열어보니, 딱 소녀 감성이 물씬 풍기는 핑크 핑크 한 수첩과 고양이 모양의 볼펜이 있었다.

수첩을 펼쳐, 거기에 지금까지 내가 이 세계로 오기 전의 내용을 전부 다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름, 나이, 군번, 그리고 친구들의 이름과 엄마 아빠의 연락처, 내가 살고 있던 집 주소들까지 전부 다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알고 있던 이 기억들이 전부 다 휘발되어 날아갈 것 같은 공포감이 들어 마구잡이로 전부 휘갈려적어내려가 시작했다.


볼펜의 촉 끝이 걸려 종이가 구게 지고, 찢어져도 상관없었다. 일단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모든 인적사항을 전부 적지 않으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세상의 기억이 마치 꿈처럼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공포감이 들었기 때문일까?

글씨를 적는 내 손이 벌벌 떨렸지만, 그래도 수첩의 페이지에 글씨를 써내려가면 갈수록 불안했던 마음에 다시 안정이 찾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아? 들어갈게."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볼펜과 수첩을 서랍에 숨겼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내가 쓴 내용을 보여주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방문을 노크한 뒤에 문이 열리고 예진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예진은 조그마한 쟁반 위에 물잔과 약 봉투를 들고 나에게 찾아왔고, 그 쟁반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무슨 약이지?


"괜찮니…? 갑자기 2층에서 소리가 들려서, 걱정돼서 한번 이렇게 찾아왔다. 이마에 땀 좀 봐, 뭔가 무서운 악몽이라도 꾼 것 같구나

하지만 괜찮아, 네 곁에는 언제나 내가 있잖니?"


그녀는 손을 들어 땀에 젖은 내 앞머리를 쓸어넘겨 줬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무뚝뚝하게 보이지만, 왜일까?

그 차가운 가면 너머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사랑해…. 아름아"


예진은 두 팔을 들어 나를 안아주었다. 그녀의 새하얀 맨살이 내 목에 감기며 천천히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 안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내 입을 봉해버리기라도 하듯 그 말랑한 가슴 사이로 내 얼굴을 파묻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가슴의 느낌, 말랑하고 또 따뜻했다. 굳이 실생활에 있는 물건으로 비유하자면 갓 말린 솜이불의 느낌이 이러할까?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이대로 있고 싶은 그런 감각, 코끝에서 복숭아 향기가 풍긴다.


바디워시, 아니면 섬유 유연제, 그것도 아니면 향수의 향? 그것도 아니면 혹시 내가 지금까지 맡지 못한 여체의 향기 이런 향기였던 걸까?

두 말랑한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으니 코가 짓눌리고 입이 턱하고 막혀서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진다. 


답답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있고 싶은 건 왜 일까? 왜 남자는 여자의 가슴만 보면 이렇게 얼굴을 파묻고 싶어질까?

수천만 년 전부터 이어진 본능이 바로 이런 건 아닐까?


"약 먹어야지 아름아?"


내 어깨를 두르고 있던 예진의 팔이 내 볼을 어루어만지다, 그녀의 가슴에 파묻은 내 얼굴을 조용히 떼어내었다.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걷히기라도 한 것처럼 달빛 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위험했다, 그녀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자면 아름다워서 위험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름다우니까 위험하다, 그게 바로 내 빈약한 문장력으로 구사할 수 있는 그녀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분명 나는 예진에 목숨을 두 번이나 빼앗겼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자신을 두 번이나 살해한 사람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겠지만,

왜일까? 나는 왜 예진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는 것일까?


심장이 두근거린다, 혈관에 혈류가 돌며 손발이 뜨거워지는 게 전해져온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감히 나 같은 게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장발, 그리고 푸른빛의 혈관이 비칠 정도로 새하얀 피부를 가진 예진, 우아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느껴졌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그런 눈동자를 마주하자, 술에 취한 것처럼 아편에 찌든 사람처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천천히 예진은 쟁반 위에 올려져 있는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들이키기 시작했다. 

미처 삼키지 못한 물 한줄기가 그녀의 입가를 타고 내려가 날카로운 턱선과 긴 목을 지나 바로 앞에 내가 얼굴을 파묻은 그 가슴골 사이로 흘러내려 갔다.


핥고 싶다.


한 마리의 천박한 짐승이 되어서 그녀의 가슴골 사이에 들어간 물줄기를 핥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어차피 이 세계에서 나와 그녀는 결혼한 사이인데 이 정도 접촉은 허락해주지 않을까?


저 새하얀 가슴 사이에 있는 물은 어떤 맛일까? 사막의 오아시스보다 더 달콤할 것 같은 그런 한줄기의 물을 향해 나는 다시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향해 얼굴을 뻗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진도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내 얼굴을 붙잡은 그녀의 양손에 힘이 전해졌다.


분명, 저 따뜻한 가슴 속으로 내 얼굴을 묻게 해줄 심산인가 보다….


..내 양 볼을 잡은 그녀의 손바닥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 마치 내 얼굴을 찌푸려드려 버릴 것 같은 그런 강한 힘! 쓰레기 처리장의 압축기에 얼굴을 집어넣으면 이런 기분일까?

얼굴이 바스러질 것 같다. 동그란 내 얼굴이 납작하게 변해버릴 것 같은 그런 예진의 강한 힘이 느껴졌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에 나는 팔을 허우적거려 그녀의 두 팔을 만졌다.

그리고는 어떻게든 떼어낼 요량으로 힘을 줘봤지만, 도저히 내 힘으로 그녀의 두 팔을 뿌리칠 수 없었다.


천천히 닫혀있던 내 입술이 붕어의 입처럼 벌려졌다.


제삼자가 보면 내 모습은 정말로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뻐끔하고 있는 모습이겠지.

벌려진 입술 사이로 예진이 거칠게 자신의 입술을 덮었다. 마치 나와 그녀 사이를 입술과 입술 사이로 연결이라도 하듯이 예진은 자신의 입술로 내 입술을 완전히 덮었다.


바로 전에까지 그녀의 입안에 있던 미적지근한 물과 함께 내 혀끝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약 먹어야지 아름아?


나는 방금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약? 그녀는 내게 약을 먹였다.

대체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먹어도 괜찮은건가….?


내가 약을 삼키기 전까지 숨 쉬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예진은 내가 물을 삼키기 전까지 자신의 입술을 절대로 떼어놓지 않았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 이대로 가면 숨도 못 쉬고 어이없이 목숨을 잃을 것 같아 나는 내 입안으로 옮겨진 약과 물을 삼켰다.


꿀꺽거리며 정체도 모를 약이 내 안에 들어간 걸 확인하자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떼어내었다.


그러자 나와 예진의 입술이 닿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은빛의 가교가 길게 이어지다,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하고 떨어졌다.

예진은 불꽃처럼 붉은 혓바닥으로 자신의 입술을 한번 핥은 뒤 손등으로 입술을 훔쳤다.


"미안해, 하지만 내가 안 이러면 약…. 절대로 안 먹을 거였잖아?"


아니 씨발…. 당연히 무슨 약인지 모르니까 당연히 안 먹지…. 미쳤다고 내가 이상한 알약을 먹냐…….

몸이 무거워진다…. 분명 아까까지 잤음에도, 다시 한 번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눈꺼풀이 무섭다. 천천히 시야가 좁아지며, 옷과 옷이 스치며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