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며

최소 10mm에서 최대 20mm의...


...

거실 TV에서 나오는 일기 예보를 들으니

드디어 내일 비가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비가 온다면 그와 함께 나가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내일 비 온다는데 우산 어디에 있다고했지?'


그의 목소리와 그의 가족들의 목소리 들린다.


'신발장 옆에 있을걸?'


그의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후 그가 오는 것을 느낀다.


'우산이 별로 없네...'


그는 나와 다른 우산들을 살핀다.

우산꽂이에는 그의 우산 하나와 가족들의 우산이 하나 씩 있다.


'일단 내일도 이걸 들고 가야겠다.'


그는 이렇게 말 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내일 비가 오기를 바라며 서서히 잠에 든다.






쿠우우우우우ㅡ

...

알 수 없는 강한 소리에 나는 잠을 깬다.

정신을 차리니 창 밖에서 비가 강하게 내리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오래 잔 것일까, 그는 내가 잠 깬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나를 가지고 나선다.


...

곧이어 밖으로 나오며 그가 나를 펼친다.

이어지는 강한 빗방울이 나를 때린다.

오늘은 빗방울이 살짝 아프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그와 함께

그는 나와 함께

서로 같이 다니며 하루를 보낸다.

아쉬운건 나의 모습을 그가 못 보는 것이다.

그가 나를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래도 나는 그의 옆에 서서 같이 걸어다닐 수 있다.

내가 팔짱을 끼거나 그에게 달라 붙어도 그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


...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모든 일정을 끝내고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탑승한 뒤 그는 버스 기사의 뒷자리에 앉는다.

그가 뒷편의 2인 좌석에 앉으면 좋겠지만 매일 이렇게 같은 자리에 앉는게 아쉽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와 함께 있다는게 나로선 너무 좋은거니까



곧이어 그가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한다.

그가 검색한 것을 보자 나는 잠시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른 우산들을 구매 하려는 것인지 스크롤을 내리며 확인을 하고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하차벨을 누르고 내릴 준비를 한다.


나는 잠시 넋이 나갔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인간들이 말하는 무거운 발걸음이란게 이런 느낌인가?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지만 나는 이내 스스로를 타이르기로 한다.


다른 가족들이 사용할거겠지, 친구분의 생일이겠지 같은 생각으로

타이르기로 하였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그 바로 다음 날 새로운 우산이 왔고 그것이 나의 마지막이었을 뻔 했다.


이후 비가 오거나 눈 내리는 날씨처럼 우산이 필요하다면 그는 내가 아닌 저 우산을 사용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날 그의 옆에 못보던 여자가 붙어왔다.

그리고 그 여자는 나를 보더니 비웃는 듯이 웃음을 보였다.


그와 가족들이 하는 말로 보아 저 여자는 아무래도 나에게만 보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나처럼 그가 새로 샀던 저 우산도 하나의 영혼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와 저 존재의 불편한 생활과 기싸움은 그 날 이후 시작되었고

하지만 이 기싸움은 의미가 없었다.

이미 나 대신 저것을 자주 가지고 나가는 시점에서

나는 사실상 패배한 상태이다.


저것만 없었으면...


...

...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언제부턴가 수납장에 넣어졌으며 먼지가 쌓일만큼 잔뜩 쌓였다.

이제 더는 견딜 수 없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

...


다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수납장의 문이 열리며 빛이 들어온다.


'아, 여기 있었네'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이거라도 쓰고 다녀올래?'

'그럴까요? 금방 다녀오기는 한데...'



... 낯익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


'안쓰고 가는 것보다 나을거야'


시야가 서서히 적응되기 시작하고 그의 모습과 한 명의 모습이 더 들어온다.

그리고 느껴지는 낯선 감각


'그럼 다녀올게요~'


작은 손이 나를 잡는 게 느껴진다.

이후 현관문이 열리고 나와 낯선 사람은 같이 밖으로 나선다.


...

'내 말 들려?'


웬 여성의 목소리가 나를 향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아니, '나'에게 말을 건다.


'다행히 들리나보네'


나는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데 안나오지? 나도 처음엔 그랬어~'


그녀는 무엇인가 아는 눈치로 말한다.

'내가 기억이 날지 모르겠네, 그 날 이후 수납장에 있었으니까'


그녀의 말에 나는 그녀의 눈을 자세히 보았고 이내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나와 기싸움을 하던 그 우산, 아니 여자였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된거지?



'뭐야, 그 눈빛? 갑자기 내가 인간이 된 게 놀라워?

아니면 그랑 같이 있다는 게 놀라운거야?'


나는 머리를 얻어 맞은 듯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음~ 같이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겠네'


나는 그 말에 주위를 보았다.

주변은 아무도 없는 빈 공터였다.

그리고 공중에 붕 뜨는 느낌과 동시에

나는 바닥으로 내팽겨쳐졌다.

'너에 대한건 내가 잘 말해둘게, 잘 지내~'


그 여자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나 역시 움직이려 했으나

나는 얼마못가 넘어지고 말았다.

나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우산이 멀어지면 일정 범위 밖으로 걸을 수 없게된다.

그 여자가 멀어질수록 나는 안간힘을 내지만 버려진 물건처럼 놓여진 나의 우산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비를 맞으며 주저 앉아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없다.

적어도 나라는 우산을 내가 들고싶지만 그 마저도 되지가 않는다.

자석에 붙은 듯이 땅에 붙어있어 내가 나를 들지를 못한다.


나는 체념하고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긴다.

어째서 내가 버려지는거지?

그 여자보다 내가 더 오래 있었는데?

난 이제 버려진건가? 그가 아니라 그년에 의해?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를 보고싶어

어째서 내가 아닌 그년이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인간들은 소문을 부풀려서 낸다고 들은 게 생각난다.

지금 내 머릿속도 나 스스로가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다.


...

앞이 흐려진다.

...

...

그가 보고싶다...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나를 깨운다.

'이봐요, 괜찮아요?'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괜찮아요? 어디 불편하세요?'

한 남성이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아... 괜찮아요...'


...

...?

나 방금... 말을 한건가...?

자연스럽게 대답한 말이지만 나는 그 사실에 더 놀랐다.


'그래도 비에 많이 젖으셨는데... 구급차라도 불러드릴까요?'


남자는 걱정스럽게 '나'를 본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의 옆에 있는 한 여성이 보인다.

그가 들고 있는 우산의 영혼인 듯 하다.

'아.. 아니에요, 산책하다 벽에 기대고 잠 들었나봐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안심이지만 정말이면 빨리 집에 들어가세요,
마음 같아서는 데려다주고 싶지만 요즘 모르는 사람이 데려다 주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빨리 가볼게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남자도 감기 걸리니 빨리 가라고 한다.

남자가 먼저 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내 모습을 살핀다.


옷은 똑같다, 신발도 머리 스타일도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우산을 '내가' 들고있다.

지금까지는 내가 들 수 없던 물체가 드디어 들려진다.

머릿속에 스치는 또다른 생각은 .그 남자는 정확히 나를 보고. 말을 걸었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진다면 그 역시 내가 보이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며 나는 집으로, 아니 우리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

그리고 나는 한가지의 목표를 정하였다.





그를 되찾아...

...그의 옆자리를 되찾을 시간이야










간단 요약

우산A에게 영혼이 있었음

얀붕이의 전용 우산은 우산A

그러다 얀붕이가 우산B를 구매

얀붕이가 갑자기 우산B만을 사용

우산A는 방치됨

시간이 지나고 우산B와 얀붕이가 같이 지내고 있었음

얀붕이가 우산B에게 우산A를 빌려줌

우산B는 빈공터에 우산A를 버림

모종의 이유로 우산A도 타인에게 보이는 존재가 됨




추가 설정

우산은 자신의 본체(우산)를 들 수 없음

따라서 고정된 위치에만 있을 수밖에 없음



타인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여야 자신의 본체를 들 수 있음

그러면 자신의 본체를 들고 어디로든 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