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뭘 하든 안되고, 부모님도 사고로 돌아가시고, 수능날엔 분명 집에 두고온 휴대폰이 가방 안에서 울려 수능도 못치고, 기껏 들어간 회사는 부도나서 망하고, 사귄 친구는 난데없는 오해로 자길 손절하는 등


꼭 세상에 지 혼자 버림받은 것 처럼 억까당하고 살아가는 얀붕이지만 


이렇게 조진 인생에도 그나마 희망이랄게 있다면, 어릴때부터 친하게 지낸 소꿉친구 얀순이었어


초중고 다 같이 다니는 동안 둘이 사귀는거 아니냔 소문이 간간히 나돌 만큼 친했던 덕에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살긴 했지만 


사실 얀붕이도 슬슬 알고 있었어. 얀순이는 외모도 정말 예쁜데다, 원래도 금수저인데 시작한 사업까지 대박나 다이아수저로 성장하는 등


날아오는 기초수급자 연봉 아님 얀순이가 주는 용돈으로나 생활하는 한심한 본인과 비교도 안 될만큼 멋진 사람이라는 걸


지금 자기는 어릴 때 정을 가지고 얀순이의 동정심이나 자극하 친분을 이어가는 벌레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갔지


결국 얀붕이는 쌓여가는 자괴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기로 마음 먹었어


가족도 재산도 이젠 남은게 없다보니 딱히 정리할것도 없었고, 유일한 친분은 얀순이 뿐이었기에 작별 인사를 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도 아무 거리낌 없이 어울려줄 만큼 착한 얀순이라면, 그동안 고마웠다 이런식으로 보냈다간 얀순이가 혹시 슬퍼하진 않을까 싶어졌어


그래서 얀순이가 자길 미워하게 만들어 버리자는 생각으로 얀순이 불러 놓고는 널 만난 이후 내 인생 망했다면서, 사실 얀순이 네가 착한척 하는거 티 나서 참을 수 없었다는 등 마음에도 없는 막말을 쏟아냈지


이제 남은 건 얀순이가 자기한테 완전히 실망해 뺨을 깨리건 회를 내건 나를 손절하고, 그리고 얀붕이 자신은 아무 미련없이 자살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얀붕이의 막말을 들은 얀순이는 화를 내긴 커녕 눈물을 또르르 흘리곤 도리어 얀붕이에게 도게자를 박았어


네가 그런 생각 하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 나 때문에 네가 힘들었다면 정말 미안하다면서, 난 그런 생각한적 정말 한번도 없지만 그렇게 느꺘다면 그건 내가 잘못한거라는 등 엉엉 울며 얀붕이에게 빌었지


그치만 얀붕이 넌 내 소중한 친구니까, 앞으로는 정말 잘 할테니 한번만 용서해달라는 얀순이의 태도에 얀붕이는 도리어 당황하고, 또 이렇게 심성이 약한 얀순이를 이용하려든 죄책감이 마구 몰려들었지


결국 얀붕이는 사실 지금까지 한 말 다 거짓말이라며 그냥 장난 친거라는 해명을 몇시간이나 하며 얀순이를 달래주었고


‘그럼 얀붕아 내일도 나 만나줄거야, 내일 모래도? 다음 주도? 응? 응?’ 거리는 얀순이의 물음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머 자살 계획을 접어버렸지


그렇게 간신히 얀순이를 다 달래준 후에, 오랜만에 자기 집에 놀러오라는 얀순이의 말에 어쩌다 거기까지 가게 되었는데


이렇게 얀붕이를 자기 집까지 데려온 얀순이는, 얀붕이를 먼저 자기 방에 올려 두고는 씨익 웃었어


사실 그동안 얀붕이가 유독 인생이 안 풀린건 정말로 얀순이가 뒤에서 수작 부려서였거든


수능날 얀붕이 가방에 폰 집어넣은 것도 얀순이었고, 얀붕이 부모님 사고낸것도 자기였고, 얀붕이가 다니던 회사도 자기가 부도냈고, 얀붕이가 새 친구 사귈때마다 교묘하게 이간질 해서 인간관계도 다 끊어버렸어


그렇게 얀붕이 재산도 친구도 성장동력도 다 잘라낸채 의지할 구석은 얀순 본인만 남겨두어 피폐하게 살게 해 주고


이걸 못 견디고 감히 자살로 도망치려던 순간 마저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심겨주어 철저히 틀어막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건, 아무것도 남지않고 자살할 일도 없어진 완벽한 얀붕이를 마음껏 사랑하는 것 뿐이란 생각이 자꾸 치밀어서


얀순이는 솟아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어


암튼 이런 싸이코 얀순이 얘기 누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