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구린 글을 기다려주던 얀붕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글을 쓰기로 했으면, 끝까지 하는 게 맞는 일인데,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게 도저히 안 되어서 이렇게 간단하게 이야기만 풀어헤칠게. 쓰다보니, 진짜 이게 뭔 개같은 결말인가 스스로도 생각이 드는데, 기대를 배신해서 미안하다.





 

 

 

 

 

 

 

영우한테 폭언을 듣고 서라는 제대로 멘탈이 박살 났다. 오해만 풀면 어떻게든 될 거다.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다. 라고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진짜 미친 듯이 그 증거를 찾아다녔던 서라였기에 그게 뭐 어쨌다고. 하는 영우의 말을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서라는 다시 헌터 생활을 잠정적으로 중지하였다. 영우는 그것이 신경 쓰이지만, 그런 미친 개 진상 짓을 한 내가 찾아갈 수도 없었다. 그런 식으로 눈앞의 문제를 피하던 와중 변화가 생겼다.

 

팀으로 활동하던 영우. 최근 상태도 좋아보이지 않았기에 협회에서 영우에게 새 파트너를 붙여주었다. 영우 이전 협회 소속의 최상급, 여성 헌터. 강아인이었다.

 

당연히 영우는 반대했다. 불 능력에 거의 완전 면역인 서라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제 옆에, 그것도 지금과 같이 불안한 상태에 붙여놓다니, 사람을 통구이로 만들 게 아니라면 해선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괜히 영우가 있기 이전부터 협회 소속의 최상급 헌터라는 게 아니라는 듯 강아인은 정말 강했다. 그리고 영우의 독보적인 화력, 불 능력을 능력으로 인한 엄청난 내구력과 견고함으로 버틸 수 있었다.

 

불 능력을 견딜 수 있다. 서라가 있던 자리를 누군가가 채우는 걸 원하지 않았던 영우가 팀을 만드는 걸 반대할 이유가 사라졌다. 합당한 이유도 없이 협회의 의견에 반항할 수 없었던 영우는 어쩔 수 없이 강아인과 팀이 되었다.

 

처음에 반대했던 영우지만, 같이 괴물이랑 싸우는 강아인, 그것도 자신의 트라우마와 같은 불 능력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점에서 사이는 친구 정도로 가까워졌고, 새로운 친구이자 등을 맡겨도 될 파트너의 등장에 영우의 상태는 호전되어 갔다.

 

그러나, 본래 영우의 파트너. 서라는 정반대였다. 영우와의 불화 이후 멘탈이 박살난 서라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해대던 증거를 찾는 일도 멈추고 방에 틀어 박혔다.

 

매일 수면제를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잘못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환상을 보여주는 꿈 속으로 도망간다. 다시 눈을 떠서 현실을 깨달으면 너무나도 괴로워서 손으로 살갗을 뜯고, 머리를 뽑아내는 등 자해를 하고 다시금 수면제를 털어 넣는 것을 반복.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서라의 정신이 멀쩡할 리 없었다. 결국, 정신줄을 놔버린 서라. 여태껏 영우의 말대로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달라는 말도 왜곡해서 '눈 앞이니까 보이지만 않으면 괜찮겠지?'라면서 영우를 스토킹까지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영우를 뒤쫒는 서라. 미쳐버린 정신은 꿈 속에서가 아닌 현실에서도 영우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그리고, 서라는 강아인과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는 영우를 발견한다.

 

영우의 곁에 누군가 있다. 강아인. 최상급 헌터. 어째서 왜 있지? 거긴 내 자리야. 내가 있어야 한다. 영우랑 둘이서 있어야 할 건 나인데 어째서. 영우의 곁에 있는 여자에게 질투심을 폭발하는 서라. 손에서 흘러나오는 냉기가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았지만, 그것은 이내 웃는 영우의 얼굴에 저지되고 만다.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달라 할 때의 슬퍼하는 얼굴과는 정반대.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무엇보다 행복한 얼굴을 한 영우의 모습에 서라는 그대로 집으로 도망쳤다.

 

내가 없으면 영우는 저렇게 행복하다. 근데 그걸 또 스스로 박살내려고 했다. 죄책감으로 인해 제정신이 돌아왔다가 영우의 곁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정신 줄을 놓는다.

 

그렇게 스스로의 몸에서 냉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망가진 서라는 결론을 내린다. 

 

자신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영우는 불행해질 수 있다. 그러니 죽자고. 영우에 대한 죄책감이 내린 극단적인 선택.

 

"그렇지만, 그 전에 한 번쯤은 만나도 되겠지?"

 

그렇게 기대하는 듯이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 아닌 눈을 한 서라는 밖으로 나갔다.

 




모두가 잠들어야 할 새벽. 사람들이 여럿 있을 아파트 단지에서 갑자기 테러가 발생하였다. 


급히 출동요청을 받은 영우는 헬멧과 보호복을 입고 현장에 도착하였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높게 솟아오른 건물들이 새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이윽고 들려오는, 요원의 상황 브리핑. 이 테러를 일으킨 범인으로 서라가 추정되고 있다. 빙결의 위력이 너무 강해 영우 외에는 진입이 불가능하다.


영우는 테러를 일으킨 게 서라가 아니길 간절히 빌었다. 서라가 한 짓이라고 머리에서 외쳐대는 확신을 부정하면서 얼어붙은 층계를 천천히 올라 테러범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옥상에 도착한다.


"영우 왔구나."


영우의 기대를 배신하는 목소리. 옥상에 있는 테러범. 능력을 너무 과하게 사용해서 그런지 몸의 대부분이 얼어붙은 서라가 영우를 반긴다. 실감되지 않는 광경에 영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영우의 질문에 서라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렇게 주변을 전부 얼려버리고 냉기를 뿜어대면, 다른 능력자들은 다가오지도 못할 거 아니야? 그러면 자연스레 내 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너가 올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서라는 얼어붙은 옥상 난간에 천천히 올라갔다. 그러고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마치 몸을 맡기듯이 뒤로 누웠다. 순간 그를 붙잡기 위해 영우가 달려들었지만, 막지 말라는 듯 서라가 만들어낸 얼음이 영우를 가로막는다.


"정말 미안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라는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추락사한다.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나고 서라가 했던 말대로 환각을 쓰는 능력자가 잡히고, 서라의 무죄가 증명되는 것에 서라의 무덤에서 영우가 그때 사과 했더라면 후회하는 걸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