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8886651 






 

 

 

 

 

 

 

밤이 드리웠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밝은 달빛으로도 전부 걷을 수 없는 어둠이 마을에 내려앉았다.

침대에 누워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다. 그럴 수 없던 누군가가 천천히 밖으로 나온다.

그렇게 잠시를 걷던 누군가는 마을 외곽에 있는, 자그마한 언덕에 드러누운 한 인영을 보고선, 살짝 떨던 입술을 움직여 부른다.

 

“……거기서 뭐 해.”

 

붉은색의 긴 머리, 그와 같은 색깔의 눈동자. 만개하기 전의 꽃봉오리같이 성숙함이 살짝 묻어난 14살의 엘리.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바닥과 등을 맞대고 있던 인영은 고개를 들었다.

밤하늘에 녹아드는 검은 머리, 녹색의 눈을 가진 엘리와 동갑의 남자아이 알렌이었다.

 

“늘 하던 거 하고 있지. 별구경.”

 

한 3초 정도 돌아본 뒤, 다시금 누워서 밤하늘을 눈에 담는 알렌.

가끔씩 가지고 있는 호감에 대해 표현해도 눈치 못챌 정도로 둔감한 알렌으로선 당연한 모습이지만, 엘리로선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괴수나 짐승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어. 밤하늘 구경은 위험하다고.”

 

“여긴 마을의 외곽이야. 여기 있는 내가 위험할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도 위험하지. 그렇다면, 내가 먼저 위험을 알아채고서 마을 사람들을 깨우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할 말 없지? 그렇게 말하는 듯 알렌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평소에 엘리의 정론에 한 번쯤이라도 반박하고 싶었던 알렌. 처음으로 소원을 이루었다!

알렌이 성취감과 함께 아름다운 밤하늘에 빠져있던 와중, 엘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었다.

엘리로선 걱정 어린 마음을 담아 알렌에게 말한 것인데, 저렇게 농담 정도로 받아들이니 서운함이 배가 된 것이다.

 

“……알렌.”

 

서로의 분위기가 상극을 달리던 와중, 운을 깬 것을 엘리였다.

 

“너 괴수의 종류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갑자기 괴수의 종류는 왜…….”

 

“지하 거미. 땅속에서 숨어 있다가, 먹이를 찾으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녀석이 뿜어대는 실은 평범한 실보다 단단해서 무기가 없으면 끊어내기 힘들어.”

 

“…….”

 

“그 외에도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은닉하는 유령 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이어서 밤에는 육안으로 확인이 힘든 밤 갈퀴 등의 괴수가 있지.”

 

엘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아챈 알렌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버린다.

그와 반대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엘리는 묘한 성취감을 느끼면서 말을 이어갔다.

 

“가끔 주머니에 넣어놓은 물건을 잊어버렸다고 찾아대는 주의력, 그리고 평범한 눈을 가진 네가 과연 그러한, 찾아내기 힘든 괴물을 발견하고 도망쳐서 마을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까?”

 

“아, 진짜... 그래. 알았어. 별 구경은 안 하면 될 거 아니야!”

 

오늗도 1패 적립.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끊임없이 쏘아지는 엘리의 정론에 알렌은 반박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누워 있던 언덕에서 일어나면서 분해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알렌. 

지금과 같이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분해하는 저 모습을 볼 때 엘리는 가장 즐거웠다.

누가 봐도 악취미. 이를 항상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알렌 때문이라며 정당방위로 여기던 엘리는 돌아가려던 알렌을 붙잡았다.

 

 

“하지만, 내가 옆에 있다면 괜찮아. 나는 너보다 훨씬 감도 좋고, 힘도 세고, 빠르고, 검도 잘 쓰니까. 그런 괴물이 나타나도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언제는 위험하다며 집에 들어가라고 하려던 거 아니었어?”

 

“그럴 생각이었는데, 별을 못 봐서 네가 아쉬워 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렇게 집에 들어가서 네가 찡찡거리는 걸 받아줄 아주머니가 불쌍하잖아. 

 

”별 못 본다고 찡찡거릴 나이는 아니거든?“

 

아까 전 논리로 짓뭉개진 게 많이 분했는지 알렌은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있다.

누가 보면 삐졌다고 위로를 해야 할 법한 모습이지만, 엘리는 이를 원했기에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었다.

 

“아무튼, 고맙다. 걱정도 해주고, 이렇게 옆에서 지켜주기까지 하고 말이야. 내가 친구 하나는 잘 사귀었네.”

 

“그렇지. 막상 괴물을 보면 발발 떠는 겁쟁이인 주제에 무서운 거 모르고 밤에 막 나가는 넌데, 내가 없었으면 큰일이었지.”

 

그렇게 언제나처럼 대화를 나누며 알렌과 엘리는 같이 밤하늘 구경을 하였다.

 

“오, 저기 별 예쁘다.”

 

알렌은 밤하늘에 새겨진 각양각색으로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엘리는 그런 별들을 바라보는 알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

 

 

 

 

 

 

고향으로 돌아와서 그런 걸까. 과거의 꿈을 꾼 엘리는 증오스럽게 떨리는 손으로 몸을 덮은 모포를 치우면서 침대 밖으로 나왔다.

 

“……엘리?”

 

방을 나서자 보이는 것은 새빨개진 얼굴로 의자에 앉아 술잔을 붙잡고 있던 아버지, 5년이란 시간의 풍파를 맞아 늙은 브라운이었다.

 

“이런 한밤중에 무슨 일이야. 몸도 안 좋은데 들어가서 마저 자렴.”

 

허약한 어머니는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 때 돌아가셨다. 그렇게 남은 유일한 가족 아버지.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걱정에 불구하고 조금의 기쁨도 느낄 수 없었던 엘리는 그 옆을 지나갔다.

그런 엘리를 향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던 브라운은 술을 한 모금 목 뒤로 넘기고선 입을 열었다.

 

“또 알렌 그 자식을 만나러 가는 거냐?”

 

아버지로서 14년을 곁에서 함께 지냈다. 그만큼 브라운은 엘리가 알렌을 좋아한다는 걸, 지금 알렌을 만나러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

 

엘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기 책임도 아닌 엘리의 상처에 대해 사과하는 알렌을 죽일 기세로 팬 남자하고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조용히. 꿈속에서처럼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를 알렌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

 

 

 

 

 

 

그렇게 크지는 않은 마을의 외곽. 풀이 무성하게 자란 언덕 아래에서 알렌은 별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5년 전과 달리 즐겁지 않았다. 동료이자 소중한 친구를 불구로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뺨 부근에서 쓰라린 게 느껴졌다. 엘리의 아버지인 브라운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였다.

 

“……괜찮아?”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감각이 발달 된 만큼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알아챈 알렌은 고개를 돌려 그 주인을 맞이했다.

처음 여행에서 다시 만날 때와 같이 붉은색의 긴 머리칼을 휘날리는,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어딘가 떨고 있는 엘리를 바라보며 알렌은 멋쩍게 웃었다.

 

“당연히 괜찮지. 애초에 브라운 아저씨의 주먹이잖아. 여태껏 상대한 괴물들에 비하면 솜뭉치로 맞는 거나 다름없어.”

 

거짓말이었다. 마력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구타를 당하였기에 평소 괴물과 싸울 때랑 비슷하게 아프다.

그런 알렌의 상태를 알아챈 엘리.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죄책감이 엘리의 가슴을 조여왔다.

 

“미안...”

 

엘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를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알렌은 자신 때문에 엘리가 우울해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밝게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아니, 괜찮대도? 내일 아니스 님에게 말해서 제대로 치료받으면 나으니까 걱정하지 마.”

 

원래는 엘리와 그 아버지 브라운에게 사과할 의미로 치료받지 않고 흉터를 남길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건 치료해야 해욧!’하고 계속해서 붙는 아니스도 떼어놓고 있었는데, 지금 엘리의 표정을 보니 그런 생각은 접어야 했다.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괴로워하는 친구와 동료를 용사로서는 두고 볼 수 없잖은가.

 

“정말..?”

 

“그래.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그래. 기왕 고향에 온 거 별구경이나 같이 하자. 엘리 너도 매일 같이 구경했었으니까, 그리 싫어하는 건 아니잖아?”

 

“아니, 잠깐...”

 

과거의 기억에 의지해 지금 상황을 타파할 길을 찾은 알렌은 그렇게 우울한 엘리의 손을 잡아 강제로 언덕에 눕혔다.

5년 전 알렌이, 그리고 방금까지 누워 있던 장소에 갑작스레 알렌에게 이끌려 눕혀진 것에 엘리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잘 보이지? 다른 곳에서도 별이 잘 보이긴 해도, 여기만큼 많이 확실하게 보이진 않더라고.”

 

눕힌 엘리의 옆에 앉아 알렌은 촘촘하게 별이 박힌 아름다운 밤하늘을 가리켰다.

솔직히 말해서 엘리는 그에 아무런 감상이 들지 않았다. 당연했다. 엘리에게 별구경 자체는 멍 때리는 거나 다름없는 인식이었다. 실제로도 똑같지 않은가.

지금도 그렇다. 알렌이 보라고 이야기하는 별 가득한 밤하늘이 엘리에겐 별 가치가 없었다. 오히려 잠을 자는 게 훨씬 낫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그를 내비칠 수는 없었다. 구타를 맞은 통증에 눈살을 떨면서도 엘리를 생각해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알렌 때문이었다.

 

“나는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 이 별들을 볼 때마다 피로가 다 사라지는 것 같잖아.”

 

침울해하는 엘리를 위해 곳곳에 푸른 멍이 들고, 얼굴엔 피딱지까지 않은 상태로 밝게 말하는 알렌.

평범한 사람이라도 이 모습을 보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알렌을 짝사랑하는 엘리에게는 더더욱.

 

“……응, 그렇네.”

 

엘리는 알렌과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나눴다.

5년 전처럼, 그리고 다시 만난 뒤 여행을 떠난 4개월처럼 앞으로는 힘들 때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슬픔을 내비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 

 

 

 

 

 

 

“이제 상태는 좋아진 거 같아요. 손은... 죄송해요. 엘리님.”

 

일주일 동안 마을에서 머물며 간호를 했음에도 호전되지 않고 떨리는 엘리의 손을 본 아니스가 조심스레 말한다.

당장이라도 여신의 계시에 따라 여정을 떠나야 함에도 동료를 걱정해 힘쓰는 걸 아끼지 않는 성녀의 모습.

부상 직후 이성을 잃고, 저런 사람을 탓했다는 것에 엘리는 심각한 부끄러움과 함께 아니스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호전된 건 전부 아니스 님 덕분입니다. 저 같은 인간한테 이렇게 손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 아뇨. 그렇게까지 띄워주시지 않으셔도 돼요. 그보다, 어디 가시는 건지..?”

 

치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침대를 나와 밖으로 나가려 하는 엘리는 아니스의 물음에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훈련하러 갑니다.”

 

“훈련... 이요?”

 

“네. 이 오른손으로 검을 잡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물잔을 쥐면 물이 사방으로 튀겨댈 듯 심히 떨리는 오른손.

저걸로 검을 잡을 수 있도록 한다니. 불가능에 가깝고, 무엇보다 부상의 위험이 컸다. 

당연히, 그녀를 환자로서 간호하던 아니스는 곧바로 안 된다고 했지만...

 

“죄송합니다. 이 부분만큼은 양보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기사로서 알렌과 아니스 님을 여행 도중 지켜야 하는 의무. 그를 위해서 꼭 필요한 훈련입니다.”

 

정말로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엘리. 그러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완고함을 드러내는 모습에 아니스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열었다.

 

“……의무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으신 건 아니신지.”

 

“네..? 그게 무슨…….”

 

“알렌 님과 관계되어있는 일 때문에. 아니지,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요?”

 

엘리가 알렌을 좋아한다. 알렌은 이를 눈치없어서 모른다. 이는 두 사람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고백을 하는 게 창피해서 그런지 사랑이 결실을 이루지 못하는 엘리에게 이런 속마음을 들추는 것은 매우 창피한 일.

덕분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엘리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변하고 있었다.

 

“그, 그게 무슨... 함께 싸우는 전우를 좋아할 리가...”

 

“그렇게 부정 안 하셔도 돼요. 어차피 이제 기사도 아니신데, 그런 딱딱한 자세로 있지 않아도 괜찮잖아요?”

 

갑작스러운 속마음 들추기에 당황하기도 잠시. 이윽고 들려온 말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제 기사도 아니다. 방금 다시 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겠다고 이야기 한 엘리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말. 

항상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님자를 붙이며 존칭하는 등 상대를 배려 할 아니스가 내뱉는 말이 아니다.

말투뿐만이 아니었다. 목소리의 높낮이, 그에 실린 감정이 아까와는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차가웠다.

 

“하하. 매력적인 알렌도 알렌이지만, 엘리 님도 문제라니까요? 루니아님께서 저에게 시사하신 유일한 선물을 빼가시려 하다니.”

 

뭔가 잘못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이를 느낀 엘리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눈앞의 아니스를 바라보았다.

인자함과 희망이 녹아 들어있던, 성녀의 푸른 눈은 어디에도 없고, 마치 심해를 바라보는 듯한 죽은 두 눈이 엘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 돼요. 그는, 알렌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용사예요. 루니아 님의 힘이 깃든 성검을 다룰 수 있는, 이 세상에 남은 사악을 물리칠, 누구에게 상냥하고 자비로운, 성녀라는 직책의 무거움에 괴로워하던 저를 구해준, 루니아님께서 저와 함께하도록 운명으로 맺어준 용사라고요.”

 

“그런데, 그사이에 끼어들다니. 제가 직접 운명임을 알려주기 위해 그 손을 망가뜨려 알렌의 곁에서 떨어지게까지 했는데도 아직도...”

 

“……잠시만요.”

 

고양이, 개와 대화하는 것 같다. 그만큼 말이 통하지 않는 아니스. 

모든 게 갑작스러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던 엘리였지만, 아니스의 마지막 말만큼은 도저히 넘길 수 없었다.

 

“손을 망가뜨려..?”

 

사랑하던 알렌의 곁에 있을 수 없다. 그 모든 이유가 된 망가진 오른손. 그 모든 게 옆에 있던 아니스의 짓이라고?

 

“네. 재가했어요. 그때 탑에서 나온 괴수들이 루니아 님의 신성력을 쫓는 걸 보고선 엘리님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신성력을 담아 축복하였죠.”

 

“정말 괴로웠다고요? 동료인 엘리 님을 다치게 하는 게. 그리고 사랑스러운 알렌에게 제대로 된 축복을 걸어주지 못하는 게.”


"혹시라도 그 손으로 다시금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고 한들 찾아오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에요. 저는 어떻게 해서든 엘리님을 떨어트리고, 제 운명을 확고히 할 테니까."

 

“저로서도 정말 미안하지만, 전부 엘리 님 잘못이에요. 루니아 님께서 정한 운명. 그사이에 끼어들려고 했던 엘리 님…….”

 

그 순간 끊어졌다. 제정신을 붙잡고 있던 엘리의 이성도. 괴롭다는 듯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이어가던 아니스의 말도.

자신을 알렌 곁에 있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스란 이유를 깨달은 엘리가 아니스에게 달려들면서 전부 끊어졌다.

 

콰앙!

 

어느새 파고 들어온 엘리의 우악스러운 손이 아니스의 목을 붙잡고선 그대로 벽에 쳐박는다.

 

“커헉! 이, 이게 무슨 짓인가요...”

 

“무슨 짓이냐고..?”

 

당연하다는 듯 현 상황에 의문을 표출하는 아니스. 그 뻔뻔함에 분노 뒤섞인 괴력이 아니스의 손에 깃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알렌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그 곁에 있고 싶다는 바람조차 짓밟을 수 있냐고!”

 

“윽, 아악... 그, 그만두세요. 분명, 오른팔은 이제 치료할 수 없다고...”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면서 괴로워하는 아니스. 엘리는 그런 아니스의 목을 부러뜨릴 심산으로 손에 괴력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아니스의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파랗게 질리는 순간 굳게 닫혀있던 방문이 열린다.

 

퍼억!

 

앞으로 한 걸음. 5년 동안 죽을지도 모를 위험을 넘기며 기사가 되면서 겨우 되찾은 알렌과의 시간을 빼앗은 아니스를 죽이기 직전, 엘리의 몸에 가해지는 충격.

그에 마치 발로 찬 공처럼 엘리는 방의 구석에 날아갔고, 엘리에게 붙잡혀있던 아니스는 풀려나 거친 기침을 내뱉었다.

 

“아니스 님,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들려온 소란에 급히 방문을 박차고 들어오자마자 아니스의 목을 부러뜨리려는 엘리를 밀친 알렌.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엘리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갑자기 이상한 도발을 하고 속을 박박 긁어 공격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 것. 그것을 알렌이 눈에 담게 하는 것까지. 전부 아니스의 계획이었다는 걸.

지금의 알렌에게 자신은 갑자기 동료를 죽이려하는 정신 나간 년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콜록... 콜록... 괜찮아요. 그보다 엘리 님을 챙겨주세요. 더는 기사로서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것에 많이 정신적 충격이 큰 것 같으니...”

 

고통스러운 기침을 내뱉으면서 알렌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미소 짓는 아니스의 모습에 엘리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성녀를 좋게 할까 나쁘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성녀하면 어울리는 게 타락이라 생각해서 그냥 썅년으로 만듬.

다음 편에서 끝날 듯. 이번에 불 얼음 능력자 쓰면서 느낀 게 나는 후회물이나 그런 거 못 쓴다는 거. 앞으로는 제대로 쓸 수 있는 글만 쓰도록 할 게. 글 소재 같은 게 요새 떠오르지 않아서 문제긴 한데, 그건 뭐 얀챈하다보면 떠오르겠지.

부가 설명을 하자면 성녀는 용사 후보인 남주랑 5년 전부터 좀 많이 얽힘. 성녀 후보랑 용사 후보 등 원하지 않은 것에 끌려왔다는 것에 공통점을 느낀 남주는 성녀 많이 챙겨주고 친절하게 대해줌. 그렇게 성녀가 호감을 가지게 된거.

언제나 구린 글 봐줘서 고마워. 항상 느끼는 게 내 글 실력에 비해 추천을 많이 받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