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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분명히 이거 3~4화 안에 끝난다고 했는데 결국 터져버린듯. 쓰읍.....하...
빨리 끝내야한다는 마음에 뚝딱뚝딱 망치질 하듯이 글 쓰는중이다. 잼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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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그녀는 일도 안 나간채 집에서 살았다. 내가 카페에서 돌아오면 그녀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내 방 침대에 누워있는데 주방에서 복닥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는 문틈으로 몸을 슬쩍 내밀었다.
그녀는 앞치마를 입은채 가스레인지 앞에 서있었다. 신혼집의 가정주부 같다. 냄비에서 찌개가 팔팔 끓어오르고 생선굽는 고소한 냄새가 난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뭔가 싶어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후에 저녁을 먹으라며 나를 불렀다.
마늘, 장어, 전복, 부추와 달래, 인삼달인 물이 한상 가득 차려져있었다. 진시황도 이렇게 먹지는 않았을거다. 그녀는 장어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정성을 쩔쩔매며 부담스러워했다.
“ 먹어 ”
“ 조금 많은데 ”
“ 다 먹기 전까지는 오늘 못 자는걸로 알아 ”
나는 얌전히 입을 열었다. 구운 장어가 입으로 들어왔다. 나는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족히 세 사람이나 먹을 양을 해치웠고 기력을 채운다는 인삼달인 물을 마셨다. 그녀는 아무말 없었지만 나름 기특한건지 슬쩍 웃으며 나를 보았다.
“ 앞으로 계속 이렇게 먹을거야 ”
“ 으응… ”
그녀는 잠들기 전 어디서 사 왔는지 모를 잡지를 읽고있었다. 표지에는 헐벗은 남녀가 몸을 포갠채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 남성을 사로잡는 섹스 체위 120가지!! ] 라는 특집 기사가 실려있었다. 그녀는 무슨 고대서적을 해석하는 듯 쌍심지를 뜬채 책을 노려보았다. 가끔씩 이해가 안되는지 갸웃거리기도 했다. 저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 그녀는 책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부분은 여자가 물구나무를 서고 남성이 발목을 붙잡은 자세였다. 괴상한 현대무용의 한 동작처럼 보였다.
“ 이 책은 안 읽는게 좋을 것 같은데, 이게 대체 뭐야 ? ”
“ 몰라 여기에는 이렇게 나와있어. [ 여성은 강한 남성에게 복종한다는 은밀한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키고 남성은 자신의 지배욕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여 야성의 본능을 일꺠우는 동시에, 여성의 머리쪽으로 혈류가 집중되어 몽롱한 상태에서 극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SM플레이를 원하는 커플에게도 이건…..]
“ 아니 아니 잠깐만 ”
나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야성이니 지배욕구니 이상한 소리다.
“ 섹스에 그런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이상한거라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물구나무를 선채로 섹스를 하다니 ”
“ 그런건가 ? ”
“ 당연하지 ”
“ 그래도 여기 실린걸 보면 진짜로 있는거 같은데 ? ”
“ 아니야 그런거 없어. 그리고 나 이상한 취향 가지지 않으니까 정상적으로 하자, 정상적으로. 알겠지 ? ”
흠. 그녀는 고심을 하다가 손에 쥔 초록색 형광팬을 들었다. 방금 말한 체위에다가 커다랗게 X표를 긋는다.
그녀는 시험문제를 풀 듯 섹스를 공부했다. 맙소사. 꽃 다운 스무살 여인에게 이런 큰 잘못을 저지르다니.
지금까지 한번도 건드리지 않은게 미안해졌다. 그녀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책을 보았다. 그래도 아직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조금은 미안하지만 어쩐지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순수하고 꺠끗한 여자를 만난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 나온 여인에게 질투를 느낀다니. 아빠가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못 붙이게 하는 어린 딸 같았다. 그래 섹스가 뭐 대수냐. 너무 긴장하지 말자. 서로가 사랑하는게 중요한거지 안 그래 ? 나는 이번 주말에 진심을 다해서 그녀를 안아주면 되는거야. 그녀도 섹스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으니까.
서로가 사랑하는게 중요한거야.. 서로가 사랑… 사랑…. 아…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잠들기 직전 뭔가를 생각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어쩌면 그녀가 말한 체위를 몽마에게 물어봐야겠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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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구나 ”
몽마는 속이 비치는 하얀 잠옷을 입은채 나를 맞이해주었다. 어쩐지 드레스처럼 생긴것도 같다. 깨끗한 안개를 둘러 입은 것 같았다.
나는 몽마를 빤히 쳐다보았다. 주변을 보니 햇살이 맑고 숲속 한가운데였다. 어디선가 곰돌이 푸와 디즈니의 동물친구들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지지배배 새 우는 소리가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들린다.
몽마는 따라오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대로 잡고 이끌려갔다. 손이 차가웠다. 나무들 사이를 지나니 저 멀리 지붕이 딸린 정자가 보였다. 귀부인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는 장소와 똑같았다. 몽마는 나를 그곳에 앉혔다.
“ 잠깐만 앉아있어 ”
“ 아. 네 ”
섹스는 안하는걸까. 어디론가 떠나는 몽마의 뒷모습을 보았다. 시간을 때우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뭇가지 위에서 줄지어 달려가는 다람쥐 두 마리를 보았다. 잠시뒤에 몽마는 찻잔 두 개와 다과를 가지고 왔다.
“ 자 마셔 ”
“ 고마워요 ”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몽마는 평소대로의 퇴폐적인 분위기는 없고 차분했다. 무언가 큰 일을 넘긴듯한 표정. 현실에서 만났던 그 날의 모습이 떠올랐다.
“ 여자친구랑은 요새 어떄 ? ”
몽마는 넌지시 물어보았다. 요새 저랑 섹스를 하려고 안달이에요.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여자친구가 물어본 그 우스꽝스러운 체위가 생각났다.
“ 그냥 잘 지내고 있어요. 아예 저희 집에 눌러앉았는데요 ”
“ 그래 ? ”
“ 네 ”
몽마는 잠깐 뜸을 들이고 말했다.
“ 언제부터 그랬는데 ? ”
“ 이제 두달은 됬을거에요 ”
몽마는 생각하는 듯 말이 없었다. 싱긋 웃으며 몽마가 말했다.
“ 근데 아직도 안 했어 ? ”
“ 뭐 말인가요 ”
“ 섹스 ”
“ 아, 그거는 그러니까. 으음 ”
나는 얼굴을 붉혔다. 여자친구의 몸이 꼴리지 않아요. 는 너무 솔직한 대답이고 당신이 밤마다 정액을 다 빨아가서 할 수가 없어요. 라는 말도 우아하지 못했다. 그녀를 아껴주고 싶어요 라는 말은 삼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싸구려 대사다. 이런. 어떡해야하지 ? 내가 말을 잡지 못하고 헛돌고 있자 몽마는 쿡쿡 거리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 걱정마 말 안해도 돼, 알 것 같거든 ”
“ 아앗..그런가요 ? ”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몽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쁜 웃음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몽마는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 전에 아주 잠깐, 잠깐동안 쓸쓸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처럼 빠르게 다가오고 빠르게 사라졌다. 몽마가 말했다.
“ 그건 그렇고. 전에 너가 했던 말 ”
“ 네 ”
“ 이제 그만할거라며 ”
“ 그랬..죠 ”
몽마는 말없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대답을 듣기전에 준비하는 것 같았다.
“ 혹시 이유가 뭐야 ? 여자친구 떄문에 ? ”
“ 네 ”
몽마는 콧바람을 내쉬었다. 한숨처럼 들렸다.
“ 아니, 그게 꼭 앞으로도 안 할거라는 말은 아니에요 ”
몽마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마주보았다.
“ 그러니까.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안했으면 해요. 원래는 그렇게 딱 정한게 아니였는데 이게 참 ”
“ 그 날 혹시 무슨 날이니 ? ”
“ 그게. 제 여자친구가 말했거든요. 그 날 첫경험 하고 싶다고…. ”
나는 쑥스러워서 고개를 숙인채 말했다. 아. 왜 쑥스러워 하는걸까. 이미 볼거 다 보고 할거 다 끝낸 사이인데 말이지. 섹스만 했다고 창피한 일이 사라지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껏 몽마와 여자친구를 다르게 보고있던걸지도 모른다.
몽마는 쑥쓰러운 내 얼굴을 보고있었다. 표정은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 반쯤 놀리는 눈빛을 보내는거 아닐까. 이상하게 한기가 돌았다. 주변이 추워지려고 하나, 새 울던 소리가 뚝 하고 멈춰버렸다.
“ 그렇구나 ”
몽마는 아무 감정없이 대답하고는 다시 차를 마셨다. 고개를 들었다. 몽마는 생각을 하다가 날 보며 말했다.
“ 궁금한거 있어 ”
“ 어떤거요 ? ”
“ 요새는 그런거 안 물어보는거야 ? ”
“ 네 ? ”
“ 연인처럼 뭐 하자는 말, 그런 말 안해주는거야 ? ”
그녀는 힘 없는 눈을 한채로 말했다.
“ 같이 어디 가자는 말, 같이 밥 먹고 영화보자는 그런 말 이제는 안해 ? ”
“ ……제 여자친구 말인가요 ? ”
“ 아니 ”
몽마가 말했다. 단어를 꾹꾹 눌러서 압축해둔 것 같았다. 감정이 실린 말이다. 아마도.
“ 부탁 하나만 할게 ”
“ 네 ”
“ 너가 말한대로 주말까지 섹스는 안할거야. 대신에 나랑 같이 있어줘 ”
몽마는 이어서 말했다.
“ 같이 숲도 걸어보고, 같이 대화하고, 나 좀 놀아줘. ”
연인처럼 해보고 싶어. 몽마는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그런 요구를 해오는게 낯설었다. 말의 의미를 찾으려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몽마는 미소를 짓더니 내 손을 붙잡으며 일어났다. 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그녀에게 이끌렸다.
“ 자, 그럼 일단 걸어보자. 걸으면서 천천히 대화하는거야 ”
몽마는 내 손을 꼭 잡은채로 정자를 나섰다. 나와서 땅을 밟는데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빙판을 밟은 듯 차가웠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보았다. 숲의 푸른 빛이 가려질만큼 사방에 안개가 깔려있었다. 나는 몽마를 처음 만났을떄가 떠올랐다.
“ 같이 걷는거야. 걸으면서 대화하는거야. 절대로 이 손 놓치면 안돼 ”
연인처럼 해야해. 몽마는 혼잣말처럼 덧 붙였다. 표정은 웃고있었지만 텅 빈 듯 공허한 느낌이었다. 조금 미심쩍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몽마는 다시 웃으며 더 깊은 숲으로 나를 이끌어갔다. 하늘에서 내려쬐는 햇살도 이제는 희미하다. 나는 이 숲이 과연 어디까지 펼쳐져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몽마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몽마를 한번 보았다. 뿔과 악마의 날개, 꼬리가 달려있었다. 깜짝놀라 다시 앞을 보았다. 그리고 목을 살짝식 돌려 시야 끝에 몽마의 모습을 걸쳐놓았다. 뿔과 날개, 꼬리는 사라져있었다. 내가 헛것을 본거구나. 숨을 한번 내쉬었다.
몽마는 내 생각을 읽은건지 웃음소리를 내었다. 먼곳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아득하고 희미한 웃음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