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8968551 - 1편


전편의 이야기

 

숲에 숨어 살며 어떤 연구를 하는 사악한 마법사, 헤인킬.

 

그는 마을로 나가 필요한 재료를 구하던 중 마을에서 노예처럼 살며 고통 받던 어느

 

소녀를 실험체로 주워온다.

 

그러나 그 소녀는 사실, 극히 희귀하며 강력한 적응 인자를 가진 서큐버스였다-

 

 

 

 

 

 

 

마법사의 실험체 (2)

 

 

 

“오, 이빨이 났군.”


“가이으아우.”


“그리고 뭐라고 지껄이는지 전혀 모르겠군.”

 

헤인킬이 그것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며 말했다.

 

마을에서 괴롭힘 당하는 그것을 구해주고 3주가 지났다.

 

“게다가 눈도 치유됐어. 대체 원리가 뭐지? 이것이 적응 인자의 힘인가?”


“그아읏.”


그것이 자리에 앉아있는 헤인킬의 무릎 위로 올라가 걸터앉았다.

 

“내려가! 망할, 왜 자꾸 남의 무릎에 앉는 건데?”


“가우! 으갸으!”


“그러니까 무슨 말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헤인킬은 아이가 싫었다. 심지어 자신이 아이일 적에도 아이들을 싫어했다.

 

그는 억지로 그것을 떼어놓은 후, 지난 몇 주 동안 관찰하여 알아낸 걸 종이에 적었다.

 

“체중은 22Kg, 키는 115Cm. 나이는 불명, 식성은 잡식. 본래 눈이 멀고 다수의 타박상,

 

자상을 입었으나 회복됨. 호기심이 많고 인간에게 호의적이다……왜?”

 

보통 그렇게까지 당하면 싫어하기 마련 아닌가?


그는 아직 몰랐다. 사실, 그것은 인간을 싫어했다.

 

싫어하는 것보단 증오한다는 쪽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어쨌든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오직 헤인킬 그 자신뿐이었다. 

 

“아참, 생각해보니 벌써 시간이 됐군.”


“그우?”


“네 문제가 아니니 신경 꺼라.”


그가 문을 열고 오두막에서 나왔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머지않아 그림자가 드리웠다. 검은 깃털을 날리며, 그녀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안녕하신가, 기분 나쁜 마법사! 누가 내 이름을 묻는다면 내 이름은 크로로!”

 

“뭐냐 그 이상한 인사법은?”

“하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사법인데!”


“난 하피가 아니니 평범하게 해라. 하여간 새대가리들은 이래서…….”


그가 투덜투덜 중얼거리며 동전 몇 개를 꺼내 건네주었다.

 

“에, 이거 좀 적은 거 같은데?”


“이쪽도 금전 문제로 곤란하거든. 다음에 50파온을 얹어주마. 그걸로 됐지?”

“그 전에 댁이 죽으면?”


“내 시체에서 가져가라.”


크로로가 그 말을 듣고 납득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정보는?”


“에……별 거 없어. 교단은 형씨를 상대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은 모양이야.”


“그게 무슨 뜻이지?”


“뭔 마왕의 자손인지, 악의 융합체인지 아무튼 그런 게 발견됐다고 들었어.”


“마왕? 나 참, 마왕이라고? 마지막으로 마왕이 나타난 게 언제인데…….”


“난 들은 걸 전해줄 뿐이야. 오, 그 옆에 있는 건 자식이야?”


“뭐?”


헤인킬이 아래를 보았다. 그것이 어느새 다가와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갸으으.”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 야! 떨어져! 떨어지라고!”


그가 다리를 털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리를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히히, 댁한테 딸아이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딸? 내가 혈육에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하나? 이건 실험체다.”


“그런 것치곤 댁을 잘 따르는 것 같네.”


“아니거든!”


크로로가 킥킥 웃으며 그것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안녕? 우리 아가씨는 이름이 뭐야?”


“…….”


그녀가 손을 뻗자, 그것이 바로 으르렁거리며 물어뜯으려고 이빨을 드러냈다.

 

“우왓! 뭐, 뭐야 이 녀석. 성질 장난 아닌데!”


“흠……나에겐 호의적인데, 혹시 하피를 싫어하는 건가?”


사실 그것이 그녀에게 적개심을 품은 이유는 종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이 봤을 때, 크로로는 아름다웠다. 짧은 흑발에 활기차고 밝아 보이는 인상을 가진

 

젊은 여자였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를 유혹한다. 헤인킬은 남자다. 즉, 저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헤인킬을 유혹하는 ‘적’이라고, 그것은 생각했다.

 

“얘 이름이 뭐야?”


“없다. 난 그냥 이 녀석이라고 부른다.”


“뭐야 그게? 이름 정돈 지어줘야지. 하다못해 동네 똥개한테도 이름이 있는데!”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마라. 혹시 내가 들어야 할 정보가 생긴다면 바로 연락해라, 크로로.”


“그아아! 그르르르!”


그것이 최대한 무서워 보이는 자세- 팔을 높이 들고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다신 오지 말라는 뜻이었지만 다른 사람 눈엔 그냥 장난치는 것으로 보였다.

 

“얘, 말도 못 해?”


“못한다. 가르칠 필요가 있나?”


“실험체라도 서로 대화가 통해야 편할 거야. 아, 이거 받아!”


그녀가 핸드백에서 작은 책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뭐냐 이건?”


“3살짜리 아기도 말을 배울 수 있는 동화책!”


“그럼 넌 왜 이걸 가지고 다닌 거지……?”


“나 그 동화책을 좋아하거든!”


하여간 하피들이란, 그가 한숨을 내쉬며 책을 받았다.

 

“난 이만 가볼게! 부디 죽지 말고 잘 버티라고, 형씨!”


크로로가 하늘 높이 비상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교단은 날 쫓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이거로군.”


“교우다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밀며 마법의 발전을 저해하는 머저리들이다.”


헤인킬이 책을 펼쳤다. 색연필로 그린 허접한 그림이 그려진 책이었다.

 

“이런 걸로 글과 말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뭐, 최근엔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헤인킬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연구비를 충당하기 위해 시약을 만들거나 치료제를 만드는 것.

 

둘째, 연구를 계속하는 것.

 

평소라면 연구비를 위해 약을 만들어야 하지만, 최근엔 병자도 적었고 따로

 

만들어야 할 약도 없었다. 연구는……그는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들어와라, 이 몸께서 친히 말을 가르쳐주마.”


“마으을?”


“따라오기나 해!”


가끔은 심심풀이도 나쁘지 않겠지.

 

그가 그것을 흘겨보며 생각했다.

 

 

 

 

 

 

 

 

*****

 

 

 

 

 

 

 

 

“으갸으, 아으.”


“난 잘 거다. 피곤하니까 건드리지 마.”


“우으, 으그으읏.”


“사람이 말하면 좀 듣는 게 어떠냐?”


벌써 해가 졌다.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그것이 또 책을 들고 왔다.

 

“오늘 벌써 3번이나 들려줬잖아. 이제 적당히 하고 자!”


“아우…….”

그것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망할 자식 같으니. 실험체 주제에 건방지기 짝이 없어.”


그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책을 펼쳤다.

 

“옛날 옛적에, 마왕이 있었습니다. 마왕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세으상.”


“너와 나, 이 모든 게 존재하는 장소를 뜻하는 거다. 너야 이해도 못 하겠지.”


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마왕은 제멋대로 날뛰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가족을 잃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신들이 그들의 화신과 용사를 보내 마왕과 대적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이 고리타분하고 흔해빠진 이야기는 머나먼 옛날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것은 눈동자를 빛내며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문득, 마왕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무엇일까?

 

그 무엇도 나를 이길 수 없다면, 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마왕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을 찾아 나섰다.

 

그는 첫째로 인간의 왕을 찾아갔다. 모든 인간을 다스리는 왕은 마왕을 보자마자 

 

넙죽 엎드려 절했다. 왕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아니었다.

 

“왕보다 강한 것, 그는 자연으로 떠났습니다. 자연 속에서 마왕은 가장 강하다는 괴물을

 

만나, 쓰러트렸습니다. 자연 또한 가장 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왕은 그 뒤로도 세상 만물 중 강한 것을 찾아다녔다.

 

굳게 신을 믿는 어느 주교를 찾아갔다. 그 역시 가장 강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전사를 찾아갔다. 그도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 무엇이든 알고 있다는 현자를 찾아갔다. 이번에도 찾지 못했다.

 

“마왕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섭섭했습니다. 아무 노력도 없이, 그저 강하게 태어났을

 

뿐인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건 너무나도 허무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 감정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강한 것이라며.”

 

사랑을 알게 된 마왕은 어느 왕국의 공주를 납치했다.

 

마왕은 사랑을 알기 위해 공주에게 구혼했다. 

 

그러나 공주는 한 순간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절망한 마왕을 찾아온 것은 한 용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신의 축복도 받지

 

못한, 약한 인간에 불과했습니다. 마왕은 용사에게 돌아가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마왕에게 당당하게 덤볐다.

 

“마왕은 용사를 쓰러트렸습니다. 용사가 다시 일어섰고, 또 쓰러졌습니다.

 

마왕은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나는 용사를 향해 질문했습니다. ‘용사여, 그대를 일으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용사가 답했습니다. ‘나는 공주를 사랑하기에 다시 일어선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번에도 그가 답했습니다. ‘사랑은 믿음이다. 맹세이며

 

축복이다. 또한 저주이며,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강대한 힘이다.’ 마왕은 그 말을 듣고

 

납득했습니다. 그는 자기보다 강한 것이 세상에 있음을 깨닫고, 만족했습니다.”

 

“쿨……쿠울…….”


그가 책에서 눈을 뗐을 때, 그것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사람 똥개 훈련시켜놓고 퍼질러 자다니…….”


어이가 없군, 그가 책을 덮으며 말했다.

 

이 뒤의 이야기는 뻔하고 지루할 뿐.

 

마왕은 용사에게 패배했다. 그리고 공주와 용사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웃기지도 않지. 사랑? 그딴 걸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문득, 그가 잠든 그것을 보았다.

 

“분명 공주의 이름이……릴리트였나. 뜻은 밤의 꿈, 그리고 경애……흠, 나쁘지 않군.”


릴리트.

 

“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릴리트다.”


먼 훗날.

 

그 이름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보다 더 먼 훗날.

 

그녀의 이름은 하나의 신앙으로서 정의된다.

 

음마의 여제, 릴리트.

 

그녀는 어느 사악한 마법사의 실험체였다.

 

 

 

 

 

 

 

 

 

 

 

 

 

 

 

원래 안 쓰려고 했는데 급 스토리가 떠올라서 쓰기로 했다

장르는 먼치킨 역키잡 소프트 얀데레 야설이다

레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