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다.
고개를 돌려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 AM 4:43 ]
새벽 네 시. 내가 일어날 시간이 아니다. 또다. 또, 이런 시간에 일어나 버렸다. 낮에 피곤한 건 둘째치고 간간히 들려오는 소음과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
얼굴을 손으로 덮으며 한숨을 내쉰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니 허기가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 배가 고프다니 이제 익숙해져 버린걸까.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힘없이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걸어갔다. 분명 내가 냉장고를 열어두고 자는 미친놈은 아닐텐데. 왜 내 눈앞의 냉장고는 문이 열려 있을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내가 뒷걸음을 치자, 뒤에서 무언가가 부딫혔다.
"아, 일어났어?"
모르는 여자가 생긋 웃으며 나를 올려다 봤다. 여자의 태연한 행동에 팔에 소름이 쫙 돋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조금 이르지만 아침 차려줄게. 저기 의자에 앉아있어."
나는 도저히 열리지않는 입을 냅두고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차가워진 손을 문지르며 요리를 하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녀의 정체가 생각났다.
김얀순
내가 도망치듯, 이사를 가버린 탓에 자연스럽게 헤어진 전 여자친구의 이름이었다. 내 첫 사랑이었던 얀순이와 연애 초기에는 무척 행복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가 나를 언제나 바라봐주며 생각해주니 더할 것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항상 쌓이는 문자와 부재중전화, 다른 여자를 실수로라도 쳐다보면 요구되는 해명. 단 한 시간의 사생활도 허락하지 않는 그녀의 집착에 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서울에 있는 자취방으로 이사를 가며 짧은 톡만을 남긴채 그녀와 헤어졌다.
그게 내가 알고있는 그녀와의 관계인데, 왜 얀순이가 이 시간에 내 집에 와 있는 걸까.
어느새 끝마친 국과 반찬들을 밥과 같이 식탁에 내놓은 얀순이는 양손으로 얼굴을 받치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해? 다 식겠다. 어서 먹어."
"....어? 어,어. 잘 먹을게."
슬슬 안되겠다.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 될지 몰라, 무섭다. 덜덜 떨리는 턱에 힘을 주고 입을 열었다.
"얀순아, 그.... 우리 헤어진 사이잖"
탁!
그녀가 젓가락을 식탁에 치며 공허해진 눈으로 다시금 나를 쳐다봤다. 한순간에 생기를 잃은 그녀의 눈동자에 나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인채, 다리를 떨 수 밖에 없었다.
"야. 김얀붕, 너 지금 뭐라했어?"
젓가락을 쥔 오른손과 달리 반대편에 있는 왼손 옆에 있는 식칼. 오늘따라 유독 섬뜩하게 보이는 식칼의 날과 그녀의 모습이 매칭되어 보였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다리를 떨던 나는 결국 정해진 답을 내뱉었다.
"아, 아무말도 안했어."
"정말이야? 정말 아무말도 안했어? 정말? 헤어지자는 말도 안한거지? 역시 네가 날 버릴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난 우리가 졸업하면 바로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는걸.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치?"
"으, 응. 나도 너랑 결혼하려고 프로포즈 준비도 하고, 또,"
"야."
"응....?"
"왜 또 거짓말 해?"
"왜, 그때처럼 또 도망치게? 내가 방심하면 도망치고 경찰이라도 부를셈이었어? 그런거였어? 말해봐. 왜 날 배신했어? 난 널 사랑했는데. 한순간이라도 널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넌 또 나를 버릴 작정이었구나 "
"얀순아, 나는..."
순간 눈에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면 안되는데 자꾸 감기려는 눈꺼풀에 힘을 주지만, 결국 흐려져가는 눈앞에서 마지막으로 본 건 얀순이의 환한 미소였다.
"걱정하지마. 이번엔 안 놓칠거니까. 일어나면 우리 애 이름이나 생각해둬."
같은 소설 써줘. 나 애기 얀붕이 사료 필요해 벅벅. 사료줘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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