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이야기 시리즈>

벽람항로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11화 12화 13화 14화 15화 16화 17화 18화  19화 20화(完)

번외편-1

학교생활

1화 2화 3화(完)

신데마스

1화 2화

로열 경순양함 셰필드


"여러분은 주인님의 응석을 너무 받아주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인님이 글러먹은 인간이 될 게 틀림없어요"


그녀, 셰필드는 감정을 아예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분노 어린 눈망울을 한 채, 들어섰다


그녀는 늘 그렇듯, 나른한 눈망울을 약간 치켜올리고 있었다


시리우스와 지휘관은 그런 차이를 알아차릴 정도로, 과민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직감적으로 그녀가 초조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배 메이드인 그녀의 등장에, 시리우스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갑자기 왜 그래?"


지휘관은 그녀의 시선에 주춤했다


특별히 뭔가를 한 것은 아니였지만

일부러 그를 만나러 온 그녀의 진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손가락질 받은, 케이크의 잔해를 보고, 뭔가 알 것 같았다



벌써 시간은 정오

먹기 시작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케이크는 절반 가까이 남아있었다


점심을 무시한 채

케이크 먹기에 돌입했지만, 역부족이였다


개봉한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기에

특유의 단맛은 더 찐득찐득해져, 위장을 통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나 또한 페이스가 떨어져, 먹기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눈 앞의 당사자인 메이드가 있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없어, 억지로 입에 올리려던 참이였다



"그런 물건을 주인에게 보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마터면 주인님이 글러먹은 인간이 될 뻔 했잖아요"


"......그래, 이건 역시 양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받으실 때 거절하셨어야죠

이래서는 마치 혼자 생각할 수도 없는 글러먹은 주인님이 되고 말겁니다"


"......미안"



지휘관은 고개를 떨구며, 그저 사죄의 말만 중얼거렸다


받을 때 거절했었다면, 이렇게 눈 앞의 덩어리에 거부감을 느낄 일도 없었다


다 먹지 못하는 것을 처음부터 알면서도

꼭 먹겠다는 소망과 노력하겠다는 말 만으로

두말없이 받아넘긴 것이, 그의 패착이기도 했다



"...시리우스, 당신은 곁에 있었다면, 수취 거부를 진언했어야 했어요"


"......죄송합니다"



시리우스는 사전에 지휘관이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선배 메이드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


케이크를 받았을 때의 쓴웃음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처음에는 힘차게 먹고 있어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하면서 흐뭇하게 보고는 있었지만

점차 떨어지는 페이스를 보면서 조금 의문스럽게

완전히 멈춘 팔을 보고, 비로소 이 양은 너무 많지 않을까

이제서야 의심하던 참이였다


그 무렵에는

이미 내가 무슨 말을 하기엔 늦었기에

그녀는 갈팡질팡하면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하아

방금 전에, 냉장고의 내부 정리를 마쳤습니다

그 케이크도, 다른 분들이 주신 초콜릿도

정리할 공간을 마쳤으니, 일단 마무리하고

나중에 드실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침울한 두 명을 보고, 더 이상 책망할 마음도 없어진 셰필드


그런 그녀의 말에, 지휘관의 눈동자는 크게 빛났다



"정말!? 오늘은 그만 먹어도 되는 거야!?"



모처럼의 선물에 심한 말이였지만, 그의 위는 이미 한계를 맞고 있었다


더 밀어넣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니,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더 살쪘다간, 해충에서 돼지로 변할테니까요"


그녀는 그의 그런 반응에 폭언으로 대답했지만

지휘관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케이크를 상자에 도로 넣었다


여기서 말대꾸 해버리고, 그녀를 기분 나쁘게 해서

방금 전의 것이 헛되게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다소 욕을 먹더라도, 아무 말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판단한 지휘관이였다



"......시리우스, 이건 당신이 책임지도록 하세요

이 건은 주인님뿐만 아니라, 비서함으로서 곁에 있던

당신도 같은 죄입니다

설거지는 당신이 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주인님이 해방되어 기쁨을 보이는데,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냥 앉아있기만 하던 자신과 달리

주인님을 돕기 위해 움직인 선배에게도 말대꾸할 권리도 없었다


그러면서 아무일도 하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면서

이것으로 만회할 수 있다면, 하겠다고 하면서 시리우스는 몸을 움직였다



"알겠습니까, 시리우스

이것은 후일 주인님이 드시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양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운반 해 주십시오

언제나와 같이 발을 구르고 넘어지는 일은...... 없도록 주의 해주세요

항상 발 밑을 조심하며 움직일 것... 알겠습니까?"



"네, 네!!"


지휘관을 대하는 태도와는 달리

시리우스를 상냥하게 타이르는 셰필드

그리고 그것을 듣도, 묘하게 긴장을 두르는 시리우스


그는 마치, 이 둘이 자매 같다면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정작 시리우스의 친 언니는

잔뜩 놓인 상자 더미를 보며 울먹이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지휘관에게 소리나 질러대었고

수십 분동안 쓸데없는 말이나 지껄이며

다른 함선들의 선물을 정리하는 일을 하며, 차분히 돌아갔지만 말이다



"그럼, 주인님

시리우스는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그래, 조심해"



시리우스는 그렇게 말하고서야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디디며, 다른 상자들을 보물처럼 힘차게

그러면서도 상자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소중하게 대하며 퇴실했다



"......괜찮을까요?"



스스로 명령해놓고, 그런 말을 하는 셰필드


여기서 로얄 기숙사의 냉장고는 나름대로 거리가 있었ㄷ


덜렁이 속성인 시리우스가 

물건을 옮기다가 그만 넘어질 가능성은 그런대로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였기에

걱정을 하면서도, 명령을 내린 셰필드였다



"일단, 이것으로 시리우스의 일은 끝났습니다"


시리우스의 일은 끝났다


지휘관은 그럼 나머지는 나에 관한 것인가? 하며

짐작이 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찾느라, 눈을 두리번 거렸다



"아, 그렇구나"


화제를 바꿔볼까 하고

다른 곳을 가볍게 쳐다보는 지휘관이였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구석에 놓인 상자더미 뿐이였다


케이크 때문에 혼났는데

과자 이야기를 꺼내봤자, 화제를 돌리는 것은 고사하고

이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밖에 없었다


"주인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한 마디 말을 꺼낸 뒤, 옆자리에 앉는 셰필드


딱딱한 군복을 입은 지휘관고

메이드복을 맵시입게 차려입은 무뚝뚝한 소녀


겉으로만 보면 주종관계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두 사람이지만

실제로의 역학관계는 정반대였다



"주인님은 사람들의 호의를 더욱 멀리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모처럼의 선물이고...... 모두가 주는 거니까"



지휘관은 시작된 설교에 고개를 떨구면서도

자신의 주장만은 완강히 전했다


"다들 바쁜 와중에 만들어줬으니, 잘 받아야지"


"그런 달콤한 생각만 하고 있으면

언젠가 여자들과 큰 문제를 일으키실거에요"


"......그렇게까지 가지 않도록 주의할께"


"조심하도록 하세요

따끔한 맛을 보거나, 고쳐주는 사람이 곁에 있지 않는 한

사람의 버릇은 결코 고칠 수 없는 법입니다."


감정을 하나도 나타내지 못하는 눈동자가 지휘관을 몰아세웠다



"시리우스나 벨파스트뿐 아니라, 다른 함선들도 주인님에게 너무 달콤합니다

주인님에게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함선이 곁에 있어야만 합니다"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함선이라..."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비스마르크

하지만 그녀는 정신없이 바쁜 함선이다


자신 옆에 있어달라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자신 옆에 있어달라는 말을 했다간

언제까지나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큰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그래서, 외람되지만 셰필드가 주인님의 조련......교육을 대행할까 합니다"


"조련?"


"교육......입니다"




셰필드는 방금 전의 이상한 말을 부정하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기로 했다




"그럼 지금부터 주인님의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셰필드는 말을 마치자마자, 지휘관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뭐하는 거야!?"


"교육입니다"



그녀는 지휘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느낌을 즐겼다

그러고서는 지휘관이 먹다 남긴 접시 위의 케이크를 가리키며


"이건 안 치우실텐가요?"


"이미 입에 댔기도 하고, 이것만은 먹을까 하는데"


"그렇습니다

한번 입을 댄 이상, 끝까지 책임지시고 처리하셔야 합니다"



그녀는 포크를 들고, 케이크에 꽂은 다음

지휘관의 얼굴을 향해 들이댔다


지휘관은 이 상황에 당황한 듯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시선을 다른데로 쳐다보았다



"주인님"


"응?"


"싫으면, 확실히 싫다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이것이 교육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털어놓기 위해선

부정의 말을 전하도록 하는 교육이였다


지휘관은 이제서야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그렇구나, 그럼 좀 불편하니까, 비켜주지 않을래?"


"하지만, 이것은 주인님을 위한 처벌...... 그러니까, 이번엔 참아주세요"


"......싫으면 싫다고 해야 한다는 말은 어디로 갔을까?"



셰필드는 그가 트집을 잡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지휘관은 지금 약간의 화를 동반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지금 지휘관이 화를 내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다른 함선보다 지나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자신의 행동은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합리화하는 중이였다



"자, 아~"


"............"


"아~"


"......"


"주인님, 셰필드 또한 이래봬도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어요

빨리 해 주시지 않으시면, 수치심으로 몸부림 칠 것 같습니다"


"그럼 안해도 되잖아!?"



그녀는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

주인의 얼굴을 보고 삐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교육


부정하라는 자신의 교육을 받아들인 것으로 착각하로, 그만 포기하기로 했다

적어도 이대로 밀고 갔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 지 모르니까 말이다


"셰필드 말이 맞아

나는 좀 더 내 의견을 가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 이렇게 거부하고 있는 거야"


"......그렇습니까"



자기 가르침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 기쁘긴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다른 함선들에게는 기꺼이 꼬리를 흔들면서도

왜 나에게만 이렇게 거부감을 보이는 것인가


뭐... 지휘관이 말하는 바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싫으면 싫다고 해라


이 말도, 행동도, 기분도, 모두 분명히 자신의 소망이였다

이 자리만이라는 것이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다면 기쁠 것이다



다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스스로가 한 말과 행동이 전혀 맞지 않는 셰필드

자신의 소망대로 거부하는 지휘관과, 마음대로 움직이려는 자신

그런 차이에 그녀 또한 당황하면서도, 입은 저절로 움직여버렸다


"그렇지만, 그러면 주인님에게 벌이 되지 않습니다

셰필드도 좋아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빨리 끝내지 않으시면, 주인님은 정말로 글러먹은 인간이 되실거에요"



"아니, 하고 말고 그냥 떠나면....."


"그러면 안됍니다

이것은 해충인 주인님이 사람이 되기 위한 훈련이에요

셰필드도 지금 더러운 주인님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더럽다면 그냥 떨어져!!"



지휘관은 눈 앞에서 독설을 날리며, 언행이 불일치한 그녀를 보고

슬슬 짜증이 동반하려고 하고 있었다


"주인님

셰필드의 평소 말투 때문에 못 느끼시겠지만

주인님을 위한 것만은 진짜입니다

이렇게 사모하는 주인님과 피부를 맞대고 있으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빨리 떨어져서 저도 편히 쉬고 싶으면서도

여기서 떠나버린다면, 주인님은 글러먹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그 생각만으로 갈등하고 있는 것인데도

주인님은 저의 이런 생각을 하나도 읽지 못하시는 군요

게다가 이것은 셰필드만의 발렌타인 선물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노력하는 주인님께 감사하는 마음...

그것을 처벌이라고 하며, 속이는 여성의 태도를 무시하시는군요"



지휘관으로서는 그녀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 자신 또한, 그녀가 뭘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한 뒤

자신을 싫다고 말하는 편이, 원활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평상시에 해충 취급해 버리는

자신의 태도도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만큼은 입이 짧은 자신을 조금 저주했다



지휘관도 자신의 가르침을 전수한다고 해도

전혀 응용이 되지 않은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사고는 거꾸로 뒤집혀 혼란스러워지는 그녀였다


선물


나는 선물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왜 다른 함선들의 선물은 쌓아놓으면서도

왜 내 선물만 거절하는 것이지?



셰필드는 지휘관의 입을 억지로 열고

그 입에다가 강제로 케이크를 넣었다


"씹으세요"



지휘관은 더 이상 거부했다가, 큰 일이 날 것 같아

창백한 얼굴로 우물우물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정말, 내가 없으면 지휘관은 안돼


피할 수도 없는 일을, 자존심을 내세워 막으려고 하다니

정말이지 어린아이 같다니까......



"자, 아직 더 남았어요

방금처럼 순순히 입을 벌려주세요"


정작 순순히 입을 벌린 적은 없었지만

그의 고통스러운 얼굴과 자신이 지배하고 있다는 쾌감이 겹쳐지니

그녀는 뭔가 장난끼 같은 것이 더 커져만 갔다


교육이라는 명목 하의 자신이 원하던 소망과

그것을 결국 강제로 집행한 주인에 대한 일종의 괴롭힘


셰필드는 케이크의 크림을 손으로 찍어

일부러 지휘관의 입술에 묻혀갔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셰필드가 일을 엉망으로 해버렸어요

메이드의 실수를 고치는 것은 메이드의 노력

무엇보다 주인님에게 더러움을 묻힐 수는 없는 법입니다"




셰필드는 평상시의 국어책 말투로 말하면서

조금 허리를 피며, 자신의 얼굴을 그의 얼굴에 갖다댛다


그 자체로 순식간에 둔의 거리는 좁혀졌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지휘관은 떨어지려고 머리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이내 그녀의 작은 두 팔이 그의 이마를 고정했다


그리고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전하듯

셰필드는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에 묻은 얼룩을 제거하려고

혀를 내밀어, 구석구석 핥는 듯한 뜨거운 키스



"으....읍!!"


"아직 청소가 끝나지 않았어요"


"부탁인데, 내가 알아서 할게......"




지휘관은 휴지를 빼들어, 자신의 입가를 가볍게 닦아댔다


크림은 없었지만, 자기 것이 아닐 타액이 입술에 묻어있었다


잠시후 그는 역겨움과 수치심으로 가득 찬 채

휴지를 쓰레기통을 향해 냅다 던졌다



"셰필드!!"


지휘관은 당혹스러움과 곤혹스러움이 뒤섞인 채

셰필드에게 고함을 쳤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생각하며

막 입을 열러던 참에, 순간 날아온 손가락에 가로막혔다



셰필드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지만

말하지 않았으면 했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라고 했지만, 내게는 그러지 말아주세요

나에게는 호의로만 대해주세요

나만은 뭘 하든 용서해주세요

나만은 특별하고 싶어


자신 속에 있던 그런 어리광스러운 현실에 취한 채

눈 앞의 당사자에게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런 마음이 드러나 버렸다간

도리어 무슨 취급을 받을지도 뻔했기 때문이였다



"주인님

이것이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말로 입니다

여자라는 생물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마는 법입니다

다소 억지스럽더라도...... 좋아하면 좋아할 수록 말이지요

때로는 이렇게 억지로 입술을 빼앗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어도, 거부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셰필드 이외의 다른 함선에게...... 큰 코 다칠지도 모릅니다

셰필드가 옆에 있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주인님 옆에 있는 건, 하필이면 저 무능한 시리우스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주인님은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셰필드는 얼마든지 더럽혀져도 좋습니다

혹시나,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셰필드는 주인님을......."



"메이드 주제에 참으로 건방지시군요"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즐거운 듯이 두 사람에게 참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함박웃음을 띤 채

차가운 눈빛으로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론"



그녀는 즐거운 듯한 미소와 함께

불쾌한 사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조용히 열린 문을 천천히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