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어?"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있던 곳과는 다른 어두운 색의 천장, 구속되어있는 두 팔과 다리.


"뭐야? 여긴 어디?"


도대체 왜 이렇게 된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지만 내 몸을 구속한 쇠사슬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난 왜 여기에 구속되어있는건지 막 불안이 엄습해왔다.

무섭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 이게 말로만 듣던 유괴인가? 날 여기 대리고 와서 뭘 할려고?


아니야. 난 어차피...


"야, 매점에서 빵이나 사와라 새끼야."


"시..싫어... 내가 왜.."


"빨랑 안가 이 악마같은 새끼야! 아니, 너 이름이 악마였지. 한악마!"


"앜ㅋㅋ 이름이 악맠ㅋㅋㅋㅋ"


"..."


"뭘 꼬라봐. 뭐, 불만있어?"


"오냐. 있다. 있으면 어쩔래? 또 팰려고?"


"물론이지. 애들아! 밟아!"


학교에서는 왕따당하고


"아이씨.. 짜증나 죽겠네 씨발! 왜 넌 태어나가지고 내 앞에 나타나곤 이지랄이야!!"


"엄마, 또 술 드신거에요?"


"딸꾹...내가 너때문에 쓴 돈이 얼만줄 알어?! 얼만줄 아냐고 이 썅놈아!!"


"커흙!"


"커흑? 비명이 나와 이 새끼야? 너가 한 짓을 아냐고 새끼야!!"


"모...모르는데요..."


"어디서 말대답이야! 넌! 내가! 강제로 강간당하고! 임신해서! 널 낳은거라고! 키워준거야말로 감지덕지 해야지!"


"악! 아악! 제발 밟지마요! 윽! 아악!!!"


"울어? 니가 뭘 잘했다고 울어! 야이 개새끼야!! 아니, 이 똥이나 쳐먹을 악마새끼야!!"


집에서는 엄마가 술만 먹고 오면 날 발로 차면서 개 팼다.

엄마는 날 강간당해서 낳은 자식이라며 내 이름도 '악마'라고 짓고, 늘 나에게 욕을 쏟아냈다.


차라리 여기서 죽는게 낫지 않을까? 나같은 놈은 살 가치도 없잖아. 태어난게 죄인데.


여러가지로 생각하다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이 어두웠기에 들어온 사람은 잘 안보였다.


"잘 잤어? 좋은 꿈 꿨니?"


들려온 목소리는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정도 되는 어여쁜 목소리였다.

그보다, 좋은 꿈 꿨냐고 물어봐주는건 처음이라 조금 기쁘다.


"당신은 누구에요? 당신이 절 여기로 납치해온거에요?"


"응. 납치라고 하니깐 기분은 영 그렇지만... 뭐. 그렇게 되네."


난 체념하고선 말했다.


"절 왜 납치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절 죽이실거라면 빨리 죽여주실래요? 더 이상 살기 싫어서 그래요."


"...뭐, 너라면 예상한 반응이었어."


"예?"


"너에 대해서 좀 조사를 했었거든. 1주일 전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넌 내 마음을 뺏었으니깐."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나에 대해서 조사했었다니.


"이름은 한악마, 나이는 12살. ..."


저 누난 갑자기 내 프로필을 읊기 시작했다. 내 이름부터 내가 사는 동네와 내가 다니는 학교, 취미나 주민등록번호까지 전부.


많이 소름돋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날 이정도로 까지 조사했다니...


"원래 여기로 널 대려올 계획은 없었어."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에요?"


"원랜 그냥 미행하면서 널 보는 것만으로 족했겠지만...  아무리 봐도 너희 엄마랑 니네 반 또래들이 너무 쓰래기더라고. 그래서 널 구해주려고 기회를 노리다가 대려온거야."


지금 이 누나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평소의 그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게 해준 걸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근데, 팔다리가 아픈데 요 구속좀 풀어주시겠어요?"


.

.

.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건 급식시간이다.


왜냐면 엄마는 집에서 밥을 안해주고, 다른 가족은 없고, 그나마 하루 한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부턴


"우와! 무지 맛있겠다!"


"많이 있으니 천천히 먹으렴♡"


처음으로 학교가 아니라 누나네 집안에서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기뻤다. 이제 배고픈거 참지 않아도 된다.


.

.

.


며칠 후, 이 생활이 익숙해진 뒤의 밤이었다.


"악마야, 누난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오늘도에요 누나...? 누나 없으면 불안하고 무서운데..."


누난 밤만 되면 어디론가 나갔다 돌아온다.


이젠 누나가 없으면 무섭고 불안하다. 날 위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니깐.


"누나도 너 없으면 많이 불안하단다. 하지만 이건 꼭 필요한 일이니깐 게임이라도 하면서 기다리렴."


"네에~"


.

.

.


한악마가 실종된지 며칠째.


그래도 낳은 정은 있어서인지 아니면 샌드백이 필요해서인지 악마네 엄마는 계속 한악마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애새끼는 어디로 간거야!"


못 참고 확 골목길에서 화를 낸 한악마의 엄마의 등 뒤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찾았네. 악마네 엄마."


"뭐야, 누구야 이 기지배는!"


화를 내며 그녀가 뒤를 돌아보기 전, 시퍼런 무쇠도끼의 날은 그녀의 목을 가로로 그어 목과 머리통을 분리해내었고 피가 분수퍼럼 뿜어져 나와 그녀의 옷을 적셨다.


"....더러운년. 감히 내 전생의 연인을 저런 꼴로 만들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그렇다. 한악마는 그녀의 전생의 연인이었다.


아니, 그녀가 멋대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두운 골목에서 한악마의 엄마를 참수시키곤 미친듯이 웃었다. 그를 이렇게 만든 사람중 한사람을 죽여버린게 너무 기뻐서.


"아아... 달링..♡ 달링은 내가 꼭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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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얀데레 소설은 처음 써봐서 좀 내용이 이상한 것 같네요. 양해 부탁드려요.

(2)인명용 한자중에 진짜로 악할 악자랑 마귀 마자가 있을 줄이야.... 사실 원래 지으려던 이름은 개 견자에다가 똥 분자 써서 견분, 즉 개똥이라고 지을려고 했지만 더 안좋은 이름을 붙이고 싶어서 악마라고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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