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비 신뢰도 이벤트 스포일러 존재
이른 월요일의 아침. 아마도 직장인들이 가장 혐오할 시간대.
이 이른 시간에, 대공동 6과의 멤버들이 사무실에 모였다.
"다들, 평소보다 일찍 나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야나기가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일찍 나왔으니까, 일찍 퇴근시켜 주는 거 맞죠?"
"아뇨. 퇴근은 정시퇴근입니다. 다들 제 개인적인 부탁에 응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네?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부과장님, 1시간, 아니, 2시간 일찍 퇴근 안 시켜주시면, 오늘도 병가 신청하고 결근하겠습니다!"
"............20분 일찍 나와놓고, 2시간 일찍 집에 가겠다면서 병가 신청으로 협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요?"
"어차피 곧 꾀병 부리면서 조퇴하겠다고 할 거 아니까, 이 시간에 나온 김에 얌전히 협조나 하세요."
야나기가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치켜뜨고 핀잔을 주었다.
"........쳇, 들켰네요."
영화 속 비장의 계략을 들킨 3류 악당같은 표정을 지으며 실망하고 있는 하루마사를 뒤로 한 채, 미야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와이즈 씨가, 아직 안 온 것 같은데요.."
".....제가 오늘 여러분'만' 20분 일찍 오라고 한 이유가, 그 와이즈 씨 때문입니다."
"토요일날, 벨 씨와 대화를 하다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일이, 와이즈 씨의 생일이라더군요."
"오....그건, 좀 흥미로운데요...?"
"생일 케이크도 사요! 엄청 큰 걸 사서, 다같이 먹는 거에요!"
"....아무튼 그래서, 여러분들과 함께, 와이즈 씨의 생일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려 합니다."
"내일 아침에, 와이즈 씨가 들어오자마자 생일 축하를 해준 뒤, 각자가 준비한 선물을 와이즈 씨에게 드리는 겁니다."
".........그럼, 그냥 저희끼리만 있는 DM방에 말만 해놓고, 내일만 일찍 오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왜 오늘부터 일찍 나오라 하신 거에요?"
"원래 그러려고 했지만, 방을 파는 족족, 과장님이 빛과 같은 속도로 와이즈 씨도 초대하더군요."
"그렇게 방을 파고 삭제하기만 총 10번에 이르르자, 차라리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퇴근 시간 때도, 과장님은 와이즈 씨한테 붙어서 나가시니까요."
말을 마친 야나기와, 말을 들은 하루마사와 소우카쿠가 입꼬리를 올리며 미야비를 쳐다보자, 미야비는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단지, 신입에 대한 직장 내 따돌림을 방지하기 위해 제가 직접 나섰을 뿐입니다."
".....저희가 언제, 와이즈 씨를 따돌리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요."
"그래요, 대장! 제가 로프꾼 대장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제 과자도 한 개 나눠눴다고요!"
"..........설마 저번에 점장님이 너 주려고 가져오신 엄청 큰 감자칩 봉지에 들어있는 칩 하나 달랑 들고 가서 나눠준 거 말하는 건 아니지?"
"흠흠, 아무튼, 주어진 하루의 시간동안, 각자의 선물을 준비해오시기 바랍니다."
"이제 슬슬 와이즈 씨가 오실테니, 자리에 앉아 업무 준비를 하도록 하죠."
덜컹.
"어라...다들 와 계셨네요?"
"와! 호밀빵도 제 말하면 온다! 로프꾼 대장님이에요!"
"제 얘기들 하고 계셨어요? 소우카쿠, 그리고 넌 내가 호밀빵 가져온 거 어떻게 알았어?"
와이즈가 가방 속에서 호밀빵을 꺼내 소우카쿠에게 건네며 말했다.
"우와, 맛있겠다!"
"와이즈 씨, 어서오세요. 그나저나, 소우카쿠의 간식거리는 그만 사오셔도 돼요. 제가 다 죄송해지네요..."
"걱정 마세요, 야나기 씨. 빵집에서 스탬프 모은 걸로 공짜로 받은 거니까요. 그리고, 저렇게 맛있게 먹는데, 어떻게 그만 가져오겠어요?"
"점장님, 메론빵을 몇 개나 사야지, 그런 거까지 주는 거에요?"
하루마사가 능청스레 물었다.
"아, 아하하하.......그게....."
와이즈는 대답을 못한 채, 대충 말을 얼버무리며 늘 그렇듯이 메론빵을 들고 미야비에게 갔다.
"흠, 뭐, 과장님이 메론빵 드시는 거 보면, 안 사올 수가 없긴 하죠~."
야나기가 안경을 고쳐 쓴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미야비 씨, 여기요."
"....미야비 씨...?"
".............."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메론빵을 눈앞에 두고도, 대답할 생각이 없는 미야비.
미야비가 다시 수행에 빠졌다 생각한 와이즈는, 다시 미야비의 수행이 끝날 때까지 미야비의 옆을 지키기로 했다.
(어차피 미야비의 바로 앞에서 일하니까.)
...........................
".......저....야나기 씨...?"
"무슨 일이신가요, 와이즈 씨?"
"그........미야비 씨가, 저런 수행을 최대로 길게 했던게, 몇 시간인가요...?"
"........말끝을 따라하며 아무말 없이 가만히 계시는 걸 얘기하시는 거면, 제가 본 건 1시간 51분이 최대입니다."
"..........지금 2시간은 넘긴 채, 아무것도 안 하고 저러고 있는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가 깨우려는 시도는 몇 번 해봤는데, 그때마다 다 안 깨어나셨거든요."
야나기가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혹시, 와이즈 씨는 저런 미야비 과장님을 깨워보신 적이 있나요?"
"어....깨워 본 적은 몇 번 있는데, 미야비 씨가 저런 수행을 할 땐, 기다리는 게 맞지 않나 해서, 안 깨우고 있었거든요..."
"그럼, 깨우시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시범도 같이요."
말을 들은 야나기가 놀라운 반응 속도로 말하며, 안경 너머로 눈을 반짝였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저희도, 긴급상황에서 과장님을 깨우는 법을 알아놔야 하는 법이니까요, 라고, 부과장님께서 말씀하시겠죠."
언제 들었는지, 하루마사도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말했다.
"간만에 맞는 말이네요, 하루마사 씨."
"우와! 대장 드디어 일어나는 거에요? 로프꾼 대장님, 빨리 깨워주세요!"
'........이런...'
모두의 눈길을 받으며, 와이즈는 대공동 6과 과장 자리로 사뿐히 올라가,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가볍게 어깨 잡고 흔들기.
"미....미야비 씨? 미야비 씨..?"
당연하게도, 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제가 적어도 30번은 써봤던 방법입니다만.."
"점장님~약혼자라면서요? 그 정도밖에 못하는 거에요?"
"뭔가 있었던 상황 같은데.....아! 야나기 언니가, 어젯밤에 건강에 안 좋다면서 먹고 있던 푸딩 그만 먹으라고 했을 때랑 똑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
곧 다가오는 점심시간에 맞춰 이 여우 시렌 소녀를 깨우고자,(그리고 관중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듯이)
와이즈는, 조금 더 과감해지기로 한다.
와이즈는 고개를 숙여, 미야비의 귓가에 대고 살짝 속삭였다.
"미야비 씨....일어나셔야 돼요..."
'오.......'
조금씩 살아나는 관중들의 반응과 달리, 미야비는 아직 미동도 없다.
'어쩔 수 없나.....'
뒤쪽에서 느껴지는 세 개의 시선에 대한 신경은 끈 채, 와이즈는 눈앞의 소녀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와이즈는, 미야비의 손을 꼬옥 잡은 채, 다시 귓가에 속삭인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계속 미야비 씨 곁에 있을게요..."
"핫."
미야비가 정신이 든 듯이, 귀를 쫑긋거리며 와이즈를 쳐다본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세 개의 박수 소리와 함께, 미야비가 와이즈에게 물었다.
"........제가 또, 정신을 잃은 건가요?"
"네......미야비 씨,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꼬르륵.
말이 끝나자마자, 와이즈의 바로 앞에서 울리는 소리.
미야비는, 얼굴을 화끈하게 붉힌 채, 와이즈에게서 고개를 홱 돌린다.
"....안 괜찮으신 거 같네요."
"곧 점심시간이긴 하지만, 이거라도 드세요."
와이즈가 언제나 그렇듯 메론빵을 건네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방금 전까지, 2시간 하고도 13분 동안이나 <와이즈에게 어울리는 선물 생각하기> 수행을 하는 중이었던 미야비는, 메론빵을 받아들고는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 메론빵은, 항상 대가없이 받은 거였지...'
언제나,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이유만으로, 달달한 메론빵을 건네는 남자.
존재 자체로도, 자신의 행복을 전해주는 선물같은 남자.
미야비는, 그런 고맙고 소중한 남자에게,
생일도 몰랐던 채, 생일이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선물을 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졌다.
항상, 곁에 있어달라고 말했다.
물론 와이즈가 자신과의 약속을 절대 어기지 않을 것을 알지만,
와이즈를 항상 곁에 두기 위해서는,
나의 소중한, '호시미 미야비의 로프꾼'과 계속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을 더욱이 잘 안다.
'와이즈 씨가 좋아하는 게, 뭐가 있을까....'
2시간 13분 동안이나 고민했는데도, 답을 찾지 못한 질문.
수행의 결과로 얻은 것은, 자신이 눈앞의 회색머리 청년에 대해 아는 것이 절망적으로 적다는 자각 뿐.
비디오 가게 점장으로 위장한 전설적인 로프꾼이자, 잘생긴 회색머리의 청년.
여러 방면에 다재다능하고, 누구보다도 다정한 자신의 '약혼자'.
이 정도밖에, 아는 것이 없다.
'부끄럽네..'
'고작 이것밖에 아는 게 없는 주제에, 항상 곁에 있어달라고, 떠나지 말라고 억지를 부렸던 건가.....'
미야비의 마음에는, 다시 새로운 감정이 샘솟는다.
이 회색머리 청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
와이즈가 좋아하는 것, 숨기고 있는 것, 그게 뭐가 되었든,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든 것을 알고 싶다.
그렇게 당신을 하나하나 알아간다면, 결국 끝에는 사랑스러운 당신을 영원히 곁에 둘 수 있을테니.
'우선, 와이즈 씨의 선물부터 먼저 생각해야겠네....'
미야비는 그렇게, 오후도 수행에 전념하며 하루 일과를 끝마쳤다.
.....................
'................망했다..'
하루 일과를 수행에 모두 쏟아부었는데도, 떠오르지 않는다.
와이즈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이럴 땐 역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가..'
미야비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미야비 아가씨? 무슨 일이신가요?"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익숙한 메이드의 목소리.
"오랜만입니다, 리나 씨. 아, 전화는 처음인가요..? 그것보다도...."
미야비는 답지 않게, 재빠르게 상황과 용건을 정리하여 리나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소중한 사람의 생일 선물을 못 고르시겠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그 소중한 사람이 특별히 좋아하는 걸 알고 계시나요?"
"그건..............아니요..."
미야비는 수행 실패의 업보를 돌려받은 느낌을 받으며, 목소리를 줄이며 말했다.
"정말, 진심을 다해,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제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
"너무 어려워서, 리나 씨에게 전화를 드리게 된 겁니다."
"애초에, 어려워하면 안되는 거겠지만요...."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
나의 소중한, 와이즈를 위한 최고의 선물.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면, 고민도 없이 떠올라야 하는 것.
그렇게 생각한 채 시무룩해 있는 여우 시렌 소녀에게, 메이드의 따듯한 응원의 한 마디가 들려온다.
"그런 이유로 제게 전화를 하시다니, 다시 한 번, 이 영광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이라는 건, 어려운 게 당연한 거랍니다."
"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좋은 것, 더 어울리는 것을 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특히, 미야비 아가씨의 소중한 그 사람, 로프꾼 님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콜록!콜록!케헉!
"네? 리나 씨, 아니, 그 저....."
미야비가 핸드폰 너머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화끈하게 얼굴을 붉힌 채, 말을 더듬었다.
"후후후, 아가씨.....저희 빅토리아 하우스키핑의 정보력은, 아가씨도 잘 아시지 않으신가요....?"
"............."
미야비가 당했다는 듯이, 아무말도 않은 채, 부끄러운 듯 살짝 거칠어진 숨소리만을 핸드폰 너머로 송출하였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로프꾼님 그 성격에, 아가씨가 뭘 해주신다 해도, 마음만 받겠다거나 하시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자신의 머릿속에도 와이즈가 그럴 위인이라는 인식은 충분히 잡혀 있다는 듯이, 미야비가 약간의 뜸을 들이며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랍니다?"
"선물이 무엇이 되었든, 미야비 아가씨의 진실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거라면, 로프꾼님도 감사히 받을 거라는 뜻이기도 해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역으로, 로프꾼님이 좋아하시는 걸 알 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리고, 미야비 아가씨, 저도 잘은 모르지만, 아가씨의 고민의 과정이, 로프꾼님에 대한 아가씨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준다고 생각해요..."
다시, 미야비의 심장이 빠르게 뛴다.
자신을 응원하는 따듯한 말을 들은 미야비는, 다시 자신의 다짐을 생각한다.
와이즈의 모든 것을, 세심히 알아가고자 하는 것.
이번 일을, 그 다짐의 초석으로 삼겠노라, 미야비는 다시 한 번 다짐하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는 감이 오질 않습니다."
"그.........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 이런 이벤트는....."
"생전 처음인지라..........."
미야비의 진실된 마음이, 목소리를 타고 울린다.
비록, 이 목소리는 그에게 닿을 수 없겠지만,
고민의 끝에, 당신이 나의 마음을 알아준다면,
이 모든 고뇌와 시련은, 당신이 내게 항상 선물하던 따스한 친절과 설렘으로 돌아올 테니.
그렇게 생각하며, 미야비는 다시 한 번 고민을 시작한다.
"후후후, 그럼 차라리,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라, 다른 건 어떠신가요..?"
리나가 새어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조심스레 제안을 시작했다.
"다른 거라면....?"
"후후후......좋아하는 여자가 해줄 때 남자가 껌벅 죽는 것. 이런 건, 제가 정말 잘 아는 거죠...."
"자, 아가씨? 이제부터, 내일 와이즈 씨를 만나면, 제 말대로 하시면 돼요...."
.........................
다음 날, 평화로운 대공동 6ㄱ
"소우카쿠! 내가 먹으면 안된다고 했지!"
"....잠결에 먹어버렸나봐요......미안해요, 야나기 언니. 미안해요, 모두들....."
소우카쿠가 당장이라도 눈물 흘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생일 케이크에 이어서, 자기가 준비한 빵 선물도 전부 먹어치워버릴 줄은...."
"에이, 그래도 저희가 있잖아요, 부과장님~."
"점장님 성격에, 소우카쿠가 주는 선물은, 아마 진짜 마음만 받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을까요?"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아! 준비하세요, 여러분. 와이즈 씨가, 방금 출입구에 카드를 찍었다고 떴습니다."
'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미야비와 대공동 6과 멤버들.
마침내, 와이즈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ㅂ..."
"와이즈 씨(로프꾼 대장님, 점장님), 생일 축하드려요!"
별안간 터지는 생일축하용 폭죽과, 모두의 우렁찬 목소리가, 와이즈의 귓가에 울려퍼진다.
환하게 웃는 6과의 멤버들, 그리고....
저 멀리, 얼굴을 붉힌 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당신의 축하가,
내 마음속에, 따스히 울려퍼진다.
"모두.......제 생일인건 어떻게 아시고...."
"..........너무 고마워요, 야나기 씨, 소우카쿠, 하루마사 씨.....그리고..."
"......미야비 씨, 정말 고마워요."
"에이, 생일인 사람한테,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에요?"
"맞아요, 와이즈 씨. 저희가, 와이즈 씨를 위한 선물도 각자 준비했답니다."
"........로프꾼 대장님....."
"죄송해요, 저는 로프꾼 대장님이 이때동안 주셨던 빵들이 너무 맛있었어서...."
"저도 같은 걸로 선물하려고 했는데....제가 그만 먹어버렸어요..."
"죄송해요, 로프꾼 대장님.....우아아아앙.."
결국, 오니족 꼬마는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괜찮아, 소우카쿠.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소우카쿠가 기분 좋으면, 그게 내 선물이야."
"배부르게 먹고, 야나기 씨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와이즈가 소우카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흑흑흑.....로프꾼 대장님 체고에여........"
"그리고 다들, 선물은 그냥 넣어두셔도 돼요. 여러분의 선물도 마음만 받을게요"
"헉, 설마 점장님, 제가 아껴뒀던 병가 허가서 선물도 거절하실 건가요...?"
"아사바 씨........그딴 걸 선물이라고 준비했던 건가요, 아니, 애초에 병가 허가서라는게, 당신에게 왜 있는 건가요? 당장 내놓으세요!"
"하하하하........"
"하.......이거라도 받으세요, 와이즈 씨."
눈 깜짝할 새에 하루마사를 털어버린 야나기가 와이즈에게 무언가를 건네며 말했다.
"이건......"
"손목 보호대에요. 와이즈 씨 작업 특성상, 컴퓨터를 쓰는 일이 많은데, 그러다가 손목이 나가는 동료들을 한 두번 봤어야죠."
"마음만 받겠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부디 제 선물만이라도 받아주세요."
".......고마워요, 야나기 씨. 감사히 받을게요."
자연스레, 와이즈가 정말 필요한 것을 선물하는 야나기.
'저걸 왜, 생각을 못했을까...'
미야비는 야나기의 선물을 보며, 잠시 주눅이 들었다는 듯 귀를 푹 숙였다.
"........아니야, 해 보는 거야.."
미야비는, 어딘가 결의에 찬 눈빛과, 어딘가 망설이는 듯한 걸음걸이를 하며 와이즈에게로 다가갔다.
와이즈는, 그런 미야비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당신.
당신은 그 자체로,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선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와이즈는 조심히 말했다.
"미야비 씨...."
"선물은 마음만 받아도 돼요."
"미야비 씨에게만큼은, 직접 말하고 싶었어요."
"미야비 씨가, 제 선물을 위해 고민하고, 미야비 씨가 저를 생각해주는 것이, 제겐 가장 큰 선물이에요."
또다시, 이 남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마음을 녹여버린다.
나를 아주 잘 안다는 듯이, 내가 진 부담을 한순간에 내려놓게 만들어버린다.
그런 당신에게, 진심을 담아 준비한 선물을 줄 용기조차,
당신이, 나에게 서스럼없이 선물해준다.
역으로 용기를 얻은 미야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와이즈 씨, 저...그게......"
"..........저랑, 와이즈 씨랑, 동갑이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그리고 오늘부로, 제 생일때까지, 와이즈 씨가 한 살 많아졌으니...."
미야비가 말을 흐리더니, 와이즈를 덥석 안고서는, 와이즈의 품에 고개를 묻으며 말했다.
"오늘 하루동안, 그..........와이즈 오빠, 라고 불러드리고 싶어요..."
"어떄요....와이즈 씨, 아니, 와이즈 오빠..........?"
순간적으로 자신을 껴안더니, 생일 선물이랍시고 나에게 역으로 제안을 하고, 똘망똘망한 예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오빠라 부르겠다는 자신의 '약혼자'.
별안간 벌어진 미칠듯이 사랑스러운 상황에, 와이즈는 물론이고, 6과의 멤버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이즈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좋은 기분 속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채, 미야비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저질러놓고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더욱 깊숙이 자신의 품에 묻는 미야비.
이 사람은 나를 위해, 얼마나 생각하고, 얼마나 용기를 내었을까.
'이 사람은, 이리도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구나.'
미야비를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생각한 와이즈는, 저도 모르게 미야비의 제안에 대답해버렸다.
".....좋아요, 미야비 씨."
"다시 한 번만, 그렇게 불러줄래요?"
"와이즈....오빠....."
"좋으신....건가요..."
"......너무 좋아요, 미야비 씨."
"알아냈네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
"앞으로 계속, 이렇게 불러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하루만, 그렇게 불러줘요..."
와이즈가 미야비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머리......쓰다듬어 주시는 거....."
"오늘은 당신, 아니, 와이즈 오빠의 생일인데....제가 선물받는 기분이네요..."
미야비가 고개를 들고, 살짝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생일이라고, 남한테 선물을 주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계속해 드릴까요....?"
".......너무 좋아요, 와이즈 오빠."
"실례가 안된다면, 계속 해줄 수 있나요...?"
"당연하죠..."
"저도 미야비 씨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아낸 것 같네요....."
이 젊은 두 남녀는, 말만 이렇게 통했지, 서로를 알아가겠다는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을 아직은 모른다.
상관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뿐이다.
동일한 마음을 품고, 서로에게로 가는 길을 걷다보면, 결국, 둘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몽유 속에서, 언젠가 당신을 만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둘은 서로 손을 꼬옥 맞잡은 채, 서로를 반겨줄 거라는 걸 알 뿐이다.
그렇게 오늘도, 두 남녀는,
둘을 보며 입이 귀에 걸린 듯, 새어나오는 걸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하고 있는 야나기, 하루마사, 소우카쿠를 뒤로 한 채,
서로에게 한 발자국 씩 다가오고, 나아가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질문, 피드백 대환영.
오타 있어도 봐주세요........
+10편 기념 역대 최초 10000자 돌파......는 무슨 점점 겉잡을 수 없이 길어진다.....
+게임 설정상, 주인공인 와이즈의 생일은 플레이어의 생일이지만, 플롯 구성을 위해 이 소설 안에서만 1월 초반대로 임의로 설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번 편을 기점으로, 제목 앞에 붙어있던 스포와 스압 딱지는 떼려고합니다. 어차피 소설 적혀있으면 스압이고 스포인건 다 알거 같고, 도입부에서도 대문짝만하게 스포주의 붙여놓는 마당에, 차라리 편수라도 보이게 하는 게 맞는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