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량 조절 문제로 너무 어색하게 끊은 것 같아서 그냥 두 편 합쳐가지고 재업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 군대 잘 다녀오라고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다른 인삿말로 찾아뵙겠습니다!!
"아, 와이즈! 여기에요, 여기!"
"어서 와요, 와이즈랑 미야비 씨! 옆에 있는 애들이 유우가랑 하쿠라인가요?"
와이페이 반도의 어느 폐가 앞쪽.
괴담방의 두 소녀 앨리스와 유즈하가 와이즈네 가족을 반겼다.
"응. 너희는 처음 보는 거지?"
"네. 아이를 둘이나 가졌다는 소식만 들었지 언제 보나 했는데...엄청 귀엽네요! 카마도 좋아하는 눈치에요."
어느새 자신의 등에서 뛰어내려 유우가의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카마를 본 유즈하가 말했다.
"와이페이 반도라...저희 H.A.N.D가 있는 쓰론 구역에 위치한 곳인데도 이렇게 오려고 마음먹어 본 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좋은 곳이군요."
"맞아요. 저도 어릴 때 와 본게 다인데, 그때의 재미있었던 기억이 지금의 이 괴담방 활동으로 이어진 거죠. 미야비 씨도 좋은 기억 많이 만들어가셨으면 좋겠네요."
"...물론 멜론은 항상 맛있지만, 어떤 멜론은 멜론을 수확하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맛이 배가 된답니다. 와이페이 반도의 멜론은 정말 맛있어보이네요."
"후훗, 멜론 좋죠. 달고, 양도 많고, 맛있고, 게다가 그물무늬가 대칭을 이루잖아요."
"...저 둘, 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에요?"
"명문가 아가씨들의 대화는 달라도 뭔가 다른 가봐..."
멀찍이서 유즈하와 앨리스의 어딘가 기품이 느껴지는 말을 듣고 있던 유즈하와 와이즈가 서로 말했다.
"명문가 아가씨...? 저 토끼 언니도 엄마 친척이에요?"
"으흠...친척은 친척이지? 토끼와 여우라...잊을만하면 동화 속에서 붙어나오니까, 적어도 토끼랑 여우 사이에도 친척관계가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후후훗."
"그렇네요!"
"애들한테 이상한 말 하지마, 유즈하..."
무언갈 깨달았다는 듯이 검지를 바짝 세우고 대답하는 유우가를 본 와이즈가 유즈하에게 말했다.
"그런데...이 폐건물이 정확히 뭐하는 곳이라고?"
"후훗...저희 괴담방의 첫 번째 정식 베이스캠프이자, 저희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심령스팟이에요!"
"와이페이 반도의 심령 스팟을 찾아다니다 발견한 건데, 보통 심령스팟은 원령들이나 악령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잖아요. 여긴 정반대더라고요?"
"운명을 달리한 가족의 영혼을 봤다거나, 먼저 구름다리를 건넌 강아지의 혼령을 봤다거나 하는 말들이 많이 나와서, 나름 인기있는 스팟이었죠."
"물론~귀신이 나오는 걸로 유명했기에 땅값은 매우매우매우 저렴했어요. 처음에는 앨리스의 도움을 받아서 사려고 했는데, 왠걸, 마나토가 모아놓은 아르바이트비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왕에 돈도 아낀 겸, 조금 투자를 더 해서 저희 괴담방의 첫 베이스캠프이자 고스트 테마파크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리고 그 첫 손님이자 테스터로 와이즈랑 미야비 씨를 부른 거고요!"
유즈하가 여전히 앨리스와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미야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구나."
'그리운 사람이라...'
'선생님은 무리겠고, 역시...미야비의 어머님인가.'
때마침, 앨리스와의 대화가 즐거운 부분으로 향하고 있는지 미소짓고 있는 미야비가 와이즈의 눈에 들어왔다.
유즈하의 말에 대해서는 반신반의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만약에 이런 방법으로 진짜로 미야비의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느끼거나 눈에 담을 수 있다면, 저 미소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볼 수 있지 않을까.
늘 보았던 미소와는 다른, 단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미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바보같은 생각이었지만,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그런 상상들이 와이즈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혹시, 만나고 싶은 그리운 사람이 있나요?"
"...내가 아니고, 미야비한테 있지."
"...와이즈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좋은 방식으로 이별한 사람은 아닌가 보네요."
"애초에, 좋은 이별이라는 게 있나 싶어..."
"그리움이 남긴 상처는 가끔씩 안 아플 수는 있어도, 아물지는 않거든."
왜인지 모르게, 다시 피식 웃는 미야비의 모습에서 이번엔 슬픈 감정을 느낀 와이즈가 말했다.
"...아빠, 아빠도 아픈 거야?"
"응? 아냐아냐. 너희가 있는데 왜 아파..."
그리고 그 슬픈 감정을 느낄 틈도 없이, 절로 미소짓게 만들어주는 하쿠라의 걱정어린 질문에.
와이즈는 미소지으며 대답하곤, 하쿠라를 높이 들어 안아주었다.
"...참, 자상한 아빠네요."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거잖아...뭐 이것 가지고."
"다들 하는 그런 걸...안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으니까 문제라는 거지."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와 왜인지 겁먹은 듯한 유우가와 하쿠라의 표정을 듣고 본 와이즈는 또다른 익숙한 인물의 등장을 맞이하기 위해 뒤돌아보았다.
"마나토,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물론이지! 법적으로 성인이 되고 나서는 괜히 눈치보며 일할 필요도 없고, 알바 경력을 살려서 취업도 잘 했다고!"
"...ㅇ, 어디 취업하신 거에요?"
"어, 이 아이들은..."
"얘들아...무서운 사람 아니야. 인사해. 마나토라고, 생긴 건 이래도 아주 착한 사람이란다."
"...'생긴 건 이래도'에 반박할 수가 없는 현실이 좀 씁쓸하긴 하네."
마나토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곤, 쭈뼛쭈뼛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제딴에는 최대한 살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ㅎ, 히이이이익..."
"...얘들아. 괜찮아괜찮아."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기겁과 함께 거의 울기 직전이 되어버린 하쿠라를 마나토에게서 뒤돌릴 수 밖에 없는 와이즈였다.
"...내가 말했지? 괜히 웃으며 인사하는 게 더 이상해보인다니까는."
"진짜일 줄은 몰랐지..."
"그러게 운동 좀 적당히 하라니까...이거라도 마셔."
유즈하가 텀블러 하나를 마나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게 뭔 줄 알고 마셔."
"달달한 주스야 주스! 일하고 수고하고 들어온 애한테 주는 건데, 의심을 하다니..."
"알았어 알았ㅇ...푸허어어업!! ㅁ, 뭐야! 주스라매!"
"뭐로 만든 건지는 말 안했잖아. 해독주스야, 후훗."
"...저 언니는 위험한 것 같아요."
"동의는 한다만...들리게 말하지는 마렴."
다시 자신에게 달라붙는 카마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유우가에게, 와이즈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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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여기군요."
"...살짝 위험해보이긴 하는데."
"안쪽에 안전 검사는 보수 작업 하면서 다 해놨어. 앨리스가 동행하면서 안내해줄거야."
마나토가 살짝은 겁먹은 듯 보이는 와이즈에게 말했다.
"앨리스가...?"
"ㄱ, 거거거걱정 마세요! 여긴 이미 다 다녀본 곳이니까...호, 혼자도 아니니 괜찮을 거에..요! 네!"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 앨리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그리운 사람들의 혼령을 볼 수 있다는 거군요."
"..."
미야비의 얼굴에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미소와 불안함을 숨기고자하는 미소가 섞여나오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미야비. 괜찮을 거야."
"만날 수도 있을 거고, 걱정하는 일도 안 일어날 거야."
"...응."
늘 그렇듯, 자신이 불안할 때면 들려오는 와이즈의 위로를 기다렸다는 듯, 미야비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와이즈의 손을 잡으며 그제서야 밝은 미소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럼, 아무리 그래도 애들을 데리고 가기엔 조금 위험해보이니까, 너희한테 맡겨도 될까?"
"물론이죠. 자, 얘들아? 재밌는 이야기 들려줄테니까 카마랑 같이 놀래?"
"네!"
어느새 유즈하를 잘 따르게 된 두 아이를 보고, 와이즈와 미야비는 서로를 향해 미소지으며 들어갈 준비를 했다.
"와아...그, 그럼 나도 유즈하가 들려주는 이야기ㄹ..."
"앨리스 씨, 같이 가죠."
"저도, 당신이 들려주던 그 즐거운 이야기들을 계속 듣고 싶네요."
그리고, 어느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먹음직스러운 토끼를 발견한 여우의 미소를 짓고 있는 미야비가 앨리스의 어깨를 턱 잡으며 말했다.
"...ㄴ, 네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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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생각보다 깨끗ㅎ..."
"끼아아아아아갖ㄷ갑아ㅏ가아가악!!!!"
"무슨 일입니까, 앨리스!"
"ㄱ, 거미에요. 깜짝 놀랬네요..."
와이즈의 말을 딱 자르는 비명을 지르며 초입부터 난리를 피우는 앨리스와, 안도와 걱정이 반반 섞인 한숨을 내쉬는 미야비.
"...괜찮은 거 맞나요?"
"ㄴ, 네! 괜찮아요...어차피, 나중에 정식으로 오픈하면 제가 해야할 일이니까요..."
괜찮지는 않아보였지만, 용기를 낸 듯이 두 주먹을 꽉 쥔 앨리스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반도의 내륙에 지어진 고즈넉한 성과도 같은 폐건물이었기에, 분위기 하나만큼은 못 건물들 못지 않았다.
걸음걸음마다 보이는 세월의 흔적과, 어딘지 모르게 정감도 가는 폐가구들의 배치는 마치 귀신들의 입주를 환영하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귀신 없이도 나름 재미있는, 역사가 서린 건물을 탐방한다는 느낌에 꽤나 즐거워진 앨리스와 와이즈의 발걸음을 따라.
미야비는 숨길 수 없는 기대감과, 더더욱 숨길 수 없는 불안함을 품으며 그들과 함께 나아갔다.
"여기로 올라가면...이제, 통계상으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혼령을 봤다는 장소가 나와요."
"..."
"미야비."
"그렇게 안 불러도 괜찮아. 어차피...그렇게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고, 그냥 살짝 볼수만 있어도 충분해."
괜히 찔렸는지, 미야비는 장황하게 설명을 덧붙여가며 대답했다.
장황한 설명을 덧 붙였다는 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건, 곧 이 상황에 거는 기대와 불안함 같은 감정의 크기가 매우 크다는 것.
부정적인 감정이건 긍정적인 감정이건, 그리운 어머니의 혼령을 잠시라도 볼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이 상황 자체가, 미야비에게는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의 근원이 되고 있었다.
무수한 이들의 발걸음이 닿았어도, 자신이 보고 싶은 사람은 그 발걸음보다도 오직 하나의 발걸음, 자신의 발걸음을 원하고 있으리라.
자신의 어머니도 자신과 같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믿으며, 미야비는 조심스레 걸음걸음을 내딛었다.
"...계단이라, 약간 스산하기도 하고."
"그, 그그그치만! 네, 뭐...그냥 계단일 뿐이니까...! 네!"
"별 것 없겠...죠? 하하...그렇겠죠, 네."
"...앨리스, 너가 여기 이상한 심령 스팟 아니라며."
앨리스가 귀여운 듯이, 피식 웃으며 말하는 와이즈.
"...당신, 설마 또."
"아, 아니야! 그냥 말한 건데 왜 그래..."
"...쟤네를 처음 만났을 땐 고등학생이었지만, 이젠 쟤네도 성인이다. 그렇지?"
"그래그ㄹ...잠깐, '쟤네'? 설마 유즈하까지 포함시키는 거...야?"
와이즈가 또다시 미야비의 질투를 받아내던 그때.
"ㅇ, !@%@$..."
"응? 앨리스...?"
갑자기, 앨리스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앨리스...왜 그러시는 거에요, 앨리스?"
"앨리스...?"
그리고, 휘청거리다 마침내 중심을 잃은 토끼 시렌 소녀의 입에서는, 아주 어색한 3인칭이 들려왔다.
마치,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듯, 아니, 처음 안 듯이, 주변의 인물들에게 물어보는 목소리였다.
위화감이 잔뜩 느껴지는 목소리에, 와이즈는 물론이고 미야비도 불안함을 느끼며 앨리스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안 되겠어. 지금 당장 나가ㅅ..."
"앨리스...이 아이의 이름이 앨리스인가 보구나."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의 말.
즉각 대응을 하려던 와이즈의 발걸음조차 멈추게 만드는, 심령 스팟이라는 주변 환경과 연결지어 아주 바보같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말이었다.
"혹시...누구, 세요?"
와이즈는 여전히 상황을 이해 못하겠다는 듯 앨리스를 바라보는 미야비를 뒤로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건, 네 앞의 여자아이한테 물어보면 아주 자세히, 친절히 알려줄거야."
"그렇지, 미야비?"
"잠깐, 내 이름을 어떻..."
"ㅅ, 설마...설마..."
조금이나마 품고 있던 기대가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바보같은 망상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
그런 감정들이, 기쁘디기쁜 확신에 단 한 걸음만을 남겨놨다는 게, 미야비는 너무나도 기뻤는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울먹이고만 있었다.
"...오랜만이야. 사랑스러운 내 딸."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사랑스럽고, 더 성숙한 모습으로 자라줬네..."
"미야비, 많이 보고 싶었니?"
"..어, 어머니."
"응. 엄마 여기 있어."
"어머...니..."
어느새, 눈물로 얼굴을 흠뻑 적신 미야비는 곧바로 앨리스의 몸을 한 자신의 어머니를 일으켜세워 안았다.
"어머니...어머니!"
"하하...다 큰 줄 알았는데, 나만 찾는 건 변함이 없구나."
"옆에 이 사람이...그, 와이즈라는 청년이겠지?"
미야비를 꽉 끌어안는 미야비의 어머니(앨리스)의 시선은, 그대로 와이즈를 향하고 있었다.
"ㅇ, 어...제 이름도 알고 계셨어요?"
"묘비 앞에 청첩장이 1년이 넘게 놓여있었는데, 모르면 바보지. 후훗."
"그...그것도 읽으셨어요?"
"물론이지. 읽고 나서 이 와이즈라는 청년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정말 못 견딜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보게됐네."
"그보다, 생각보다...참 오래 된 것 같아."
"이쪽 세계에서나마 미야비를 마지막으로 직접 본 건...음, 꽤 오래 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 상관 없어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어머니, 어머니...정말 보고 싶었어요."
"...얘는, 애도 둘이나 있는 엄마가 이렇게 눈물이 많아서야. 하핫."
계속해서 자신의 품에 앵겨붙는 미야비를 본 그녀의 어머니는, 웃음지으면서도 오랜만에 보는 소중한 딸아이의 모습에 눈물이 북받쳐 올랐는지 울먹이는 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그건 또 알고 계셨네요?"
"음...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렇게 보니 말해야 하는 게 정말 많네."
"그보다도 별 것 아닌 말에서 그런 단서까지 찾아내다니, 똑똑한 남편이구나. 후훗."
"아, 아니에요. 하하..."
'왜인지 모르게 살짝 불편하긴 하네...'
물론 미야비가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된 건 기뻤지만, 엄밀히 따지고보자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내의 어머니, 즉 장모와의 첫 만남이었기에.
와이즈는 잊을 만 하면 등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을 계속해서 꽉 거며쥐며, 미야비의 어머니를 응대했다.
"사후세계의 규칙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 때문에 많은 걸 알려줄 순 없어."
"말하는 순간 난 규율을 어겨 소멸되는 것은 물론이고...뭣보다 재미가 없잖아. 그렇지?"
"하, 하핫...네."
'미야비랑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성격이시네...'
엉뚱한 것은 비슷하지만, 미야비랑은 다르게 상식의 선에서 용납이 가능한 귀여운 엉뚱함이 서려있다고, 와이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야비의 얼굴, 그러니까 살아생전에 관련되어 있던 사람들의 모습은 볼 수 있었어."
"하지만...흐릿하게만 보인다고 해야할까. 음.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나 그런 것들만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을 뿐, 그 사람이 누구랑 함께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보이지는 않아."
"특히...나랑 아무런 관계가 없던 사람은 마치 지워진 듯 보이지 않지."
"하지만, 이 건물은 조금 달라보이더라."
"여기 주변에 머물고 계시는 영혼들한테 여쭤봐서 알았는데, 이 건물이 옛날의 위인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고 해."
"그 위인들의 기운과 땅 자체의 영험함 때문인지, 전생에 업이 없는 영혼들은 이곳에서 편히 쉴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힘만 충분하다면 이렇게 빙의를 하는 것도 가능하고 말이야."
"정말 다행스럽게도, 주변에 계신 분들이 힘을 빌려주셔서 이렇게 이 아이의 몸을 잠시 빌릴 수 있게 되었단다."
"주변의 분들이라면..."
"비록 그분들은 영혼이지만, 그분들의 가족은 이 세상에 계속해서 남아있을 수 있대."
"미야비 네가 노력해 준 덕분이고...그 노력의 뒷면에는 파에톤, 와이즈의 노력도 들어가 있겠지."
"그리고,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어."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미야비. 나도 이 말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예쁘고 훌륭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우리 딸."
"아아, 아..."
가장 보고 싶었던 인물의 입에서 나온,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가장 소중했던 사람과의 이별의 이유는 삶의 목적이 되었고, 삶의 목적은 다시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의 이유가 되었던 기구한 운명의 여우 시렌 소녀는, 누구보다도 고통받고 힘겨워했던 여우 시렌 소녀는 다시 외마디의 탄식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기대하고 살았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렇게,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순간이 오리라고는 정말,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 어머니가 맞는 거죠...? 호시미의 안주인이자 제 첫 번째 스승인 어머니가 맞는거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미야비는 미소를 띄면서도 몇번이고 자신의 어머니가 맞는지를 물어보았다.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 그 반지..."
자신의 품 속으로 파고들며 울먹이며 묻는 미야비를 보던 그녀의 어머니는, 문득 그녀의 왼쪽 약지에 달려있는 반지를 발견하고서 와이즈와 미야비를 번갈아보았다.
"이건...호시미의 문양이 그려진 머리핀이네. 내 유품이기도 했고."
"이걸 부러트려서 반지로 끼워준 건가..."
"어, 그...그러니까."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어머님. 어떻게 된 거냐면..."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머리핀인데 뭘, 아예 없어져버린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만든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내 유품이 내 딸의 평생 갈 사랑의 징표가 되어준 거라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어디있겠어?"
"후훗...다시 보니까, 꽤나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발상 같은걸?"
당황하는 와이즈와 대신 설명하러 나서는 미야비를 말리고선, 흐뭇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 하하...그런 가요."
"그럼. 내 남편이 와이즈 네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여간에 으휴..."
"매앤날 방에 틀어박혀서 기술만 연구하고 로맨틱이라고는 개미 눈꼽만큼도 없는 인간을 뭐가 좋다고 그렇게 쫓아다녔을까..."
"하하하..."
아주 어색한 웃음으로, 와이즈는 앨리스의 몸에 빙의한 미야비의 어머니에게 답했다.
"아,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
"대체 그 공돌이 깍쟁이한테 어떻게 결혼 허락을 받아낸 거래? 와이즈 너한테 물어보는 거야."
"어...그게, 그러니까..."
"처음에는 아버지가, 와이즈를 양자로 삼고 싶어 했습니다."
"양자?? 세상에...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지?"
"사위를 넘어서 양자라니...얼마나 마음에 들어했던 거야."
"것보다 양자는 뭔 놈의 양자야. 미야비가 이렇게 좋아하면 그냥 사위삼으면 될 것을, 으휴...하여간에 앞뒤 생각도 안하는 양반이라니까."
"그, 미야비."
"두 분 사이가 안 좋으셨어...?"
계속 미야비의 아버지, 소이치로를 구박하는 듯한 미야비의 어머니의 말투에, 와이즈는 조심스레 미야비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두 분이 싸운 기억은 없는데. 오히려 사이가 좋았다면 모를까."
"...어, 그런 거였어?"
"왜, 나도 맨날 너한테 그러잖아. 방금 전에도 앨리스랑 유즈하가지고 말했고."
"그건 진심이었잖아..."
별 일 아니라는 듯 미소지으며 말하는 미야비에게, 와이즈는 조금이라도 심각해져보라는 듯 살짝 째려보며 말했다.
"흐음...내 기억에, 미야비가 귀엽기는 했어도 이렇게 애교가 많지는 않았는데."
"와이즈 너는 정말, 정말 많은 걸 변화시켰나보구나. 호시미의 사람을 둘이나 뒤흔들어 놓다니...미야비의 남편감으로는 제격이긴 하네. 후훗."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다시, 와이즈는 멋쩍게 웃으며 미야비의 어머니에게 대답했다.
"그보다 미야비, 육아도 많이 힘들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으니...아무리 와이즈가 있다지만 너 하나로도 힘들었던 나로서도 상상이 힘들 지경인데, 정말 장하네."
"그, 그건...그게..."
"하나로도 힘들었다니, 미야비 너 대체 무슨 일들을 저질렀던 거야?"
갑작스러운 공격에 붉어지는 미야비의 얼굴과, 이때다 싶어 치고 들어오는 와이즈.
"하핫, 너네 둘 정말 잘 맞네. 방금 전까지는 미야비가 공격하더니, 서로서로 이렇게 생각없이 즐거운 대화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좋은 사이라는 뜻이겠지."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정말 행복할 거야."
"...그래서, 제가 정말 행복했었던 거군요."
"물론 지금도 행복하지만요."
"얘는,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대..."
"역시 남편 생기고 애 생기니까 이렇게 달라진 건가...?"
주책부리지 말라는 듯한 말투였지만, 미야비의 어머니, 그러니까 앨리스의 표정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딱히 변하지는 않았어요.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엽고...막 사귀기 시작할 때랑 똑같달까요."
"애가 둘인데도 이렇게 안 변하는 건 미야비가 유일할 걸요?"
"...아니야."
"응? 미야비?"
나름 기도 살려주고, 골탕도 한 번 더먹이려는 와이즈였지만, 나지막이 들리는 미야비의 대답에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와이즈였다.
"뭐가 아니라는 거야?"
"둘이...아니라고."
"뭐...?"
"원래 조금 더 있다가 말하려고 했어. 다같이 쉬러 오기도 했고, 딱히 위험한 일은 없을 거라고 판단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어머니랑 너랑 같이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지금만큼 좋은 자리는 없는 것 같아."
미야비는 조용히 주머니 속에서, 세 번째로 손에 넣은 두 줄이 그여진 간이 임신 테스트기를 보여주었다.
"ㅈ, 잠깐...설마 그때..."
"...."
그때가 맞다는 건지, 아니면 갑작스럽게 부끄러움이 찾아온 건지, 미야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테스트기를 와이즈에게 넘겨줄 뿐이었다.
"어머, 금슬도 좋아라. 셋이라니, 엄청 왁자지껄하겠네."
"그나저나 시렌과 인간 사이에선 아이가 잘 안 만들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후훗, 미야비. 와이즈를 저어어엉말 좋아하나 보구나?"
그리고 앨리스, 그러니까 미야비의 어머니의 표정은 아아주 음흉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어머니도 많이 변하셨습니다."
"원래는 이런 짖궃은 장난이랑은 담을 쌓으신 분이었는데..."
"이걸 짖궃다고 해야 하나? 그냥 네가 와이즈를 좋아한다고, 후후..."
'저 가끔가다 나오는 진짜 여우같은 성격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와이즈는 자신이 희생양이 될라, 조용히 빠져 그렇게 생각하기만 했다.
"...이제, 미야비. 진짜 네 가족도 점점 늘어가는구나."
"어릴 땐 커서 어떻게 살려나...그런 궁금증만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남자를 만나서 사랑할수도 있는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는 게 참 기쁘네."
"그 과정에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다면 아쉽지만...그래도, 이렇게 한 번이라도 봤으니 족해."
"...이제, 떠나시는 건가요."
누가봐도 떠나기 직전과 같은 목소리와 표정인 미야비의 어머니의 모습이었음에도.
의외로, 미야비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에도 매우 태평하게 말했다.
"응. 무한정 이 아이의 몸을 빼앗고 있을 순 없잖니. 내 힘도 거의 다 되가고 말이야."
"그래도 걱정마렴. 이제...난 너희의 곁에 항상 있을 수 있을 테니."
"언제나 그랬듯, 우리 미야비는 이 엄마가 항상 지켜줄 거란다."
그 안타까운 말을 방증하듯, 앨리스의 몸 주위에는 하얀색 기운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우리 딸, 이제 울지도 않는구나. 많이 굳세어졌네."
"처음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냈을 적엔, 뭣모르고 한참을 우는 어린아이에 불과했죠."
"그때는 손에 들린 검의 의미도, 검을 들지 않을 이유도 없이 무작정 어머니를 찾으며 울기만 했었어요."
"그리고, 지금."
"손에 들린 검의 의미도, 검을 들지 않을 이유도, 전부 저 스스로 찾아낸 지금의 호시미 미야비는."
"이미 한 번의 울음으로 떠나보낸 소중한 사람에게, 두 번 눈물 흘리지 않겠습니다."
"울음은 한 번으로 충분하고, 웃음은 몇 번으로도 부족하니, 웃으며 보내드리겠습니다."
와이즈의 손을 꼬옥 잡은 미야비의 얼굴에서는, 분명히, 진실된 감정을 담은 미소가 드러나오고 있었다.
"어머니."
"늘 제 곁에 있을 테니, 다시 뵙겠다는 인사는 이상하겠지요."
"...이것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네요."
"사랑합니다, 감사했습니다. 어머니."
"...제 곁에서, 와이즈와 저의 곁에서 편히 쉬시길."
하얀빛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미야비의 어미니는 마지막 순간에 환히 웃고 있었다.
미야비도, 그녀의 눈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환히 웃고 있었다.
웃음으로 가득 찬, 다시 찾아온 두 모녀의 이별은, 그렇게 와이즈의 눈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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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네??? 제가 그 계단에서 그대로 기절했고...그 틈에 여러분들은 건물 안을 다 둘러보셨다고요...?!!"
"어...정말 잘 자더라..."
"...앨리스, 진짜 괜찮은 거 맞죠?"
나머지 넷의 못 미더운 시선에, 앨리스는 그만 귀를 말아내리고 주저앉고야 말았다.
"ㅇ, 이래서는 타임필드 가문의 명예가..."
"고작 이런 걸로 실추될 타임필드 가문의 명예가 아니니 안심하세요. 앨리스 씨."
"달지 않은 멜론은 과육의 식감이 좋은 법. 겁이 많다고 해서 당신에게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미야비는 환히 웃으며, 그런 앨리스를 위로해주었다.
"그건 그래요. 이제껏 괴담방의 재무와 자금을 담당해온 게 누군데요."
"맞아, 앨리스 너 덕분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도 실행할 수 있었고, 나름의 안정적인 수익원도 얻었잖아."
유즈하와 마나토도 놀리는 건 충분했다 생각했는지, 미야비에게 동참해 앨리스를 위로했다.
'...미야비의 어머니의 빙의로 인해 그랬다는 걸 알면 더 뒤집어지겠지. 나도 안 믿기는 마당에.'
"아빠...저 토끼 언니 뭔가 불쌍해."
"맞아, 개 형아랑 너구리 누나랑 계속 괴롭힐 것 같아. 무서운 얘기하면서..."
'...대체 얘네들한테는 뭔 얘기를 한 거야.'
와이즈는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어지러워지는 상황에, 그냥 생각하기를 관두며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와이즈, 어땠어요? 원하는 사람은 봤나요?"
"...응."
앨리스를 달래던 유즈하의 질무에는, 와이즈를 대신해 미야비가 답했다.
"정말 좋은 추억이었어."
"고마워, 유즈하."
"...고맙긴 뭘요. 당신의 행운인거죠."
"다행이네요. 저희 괴담방의 이야기가 좋은 쪽으로 흘러가서."
미야비의 눈물자국을 본 유즈하는, 많은 말들을 일축하며 간결히 대답했다.
"그보다, 이제 어디 가려고?"
마나토가 와이즈에게 말했다.
"...이젠, 좀 오래동안 쉬어야할 것 같아."
"가족한테 집중해야지."
"...그게 집중한 게 아니었어?"
"응."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
"더 이상 미야비가 공허할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곁에 있으면서 지켜주려고 해."
"오래동안, 곁에서 말이야."
어이없다는 듯 묻는 마나토에게, 와이즈는 태연하게 답하며 아이들을 바라보고서 다시 미야비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뽑힐 생각없는 미야비의 검을 향하는 시선과 함께,
와이즈는 자신에게 안기는 두 아이를 번쩍 들며 대답했다.
어느새 반도에 드리우는 석양은, 두 남녀가 흘린 눈물자국을 조금씩 지워내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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