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미야비 순애 소설 - 공허한 당신의 곁에
Spoiler ALERT!

"아, 오ㅇ오오셨군요, 호시미 씨랑 점ㅈ...아니아니, 유우가랑 하쿠라 부모님."

"...편하신 대로 불러도 괜찮습니다."

누가 볼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미야비의 피규어와 손수건 등을 급하게 치우며 인사를 건네는 유치원 선생님의 모습에, 미야비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아주 상냥한 인사를 건네었다.

아니, 왜인지 붉어지는 두 뺨은 자신의 팬을 보고서 기뻐하는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뇨아뇨. 어떻게 학부모님을 그렇게 불러요..."

"하하...처음 저희가 왔을 때 비실루안 선생님이 뭘 하신지 기억나네요. 저랑 미야비의 얼굴을 보시고서 화들짝 놀라서는 떨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원장님까지 부르셨죠."

"...ㅂ, 부끄러운 기억을 꺼내시고 그러세요."

싱긋 웃으며 하는 와이즈의 농담에, 비실루안은 그래도 나름 쉽게 진정하며 자리에 앉았다.



"저희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저희 부부가 그렇게 유명할 줄은요. 마치 다 익은 멜론을 수확하는 걸 잊고 지나쳤다 발견해 과하게 숙성되어 맛은 아주 달지만 식감이 영 별로인 멜론을 먹는 기분이었달까요."

"...6단지 최고의 핫플레이스 사장과 그 유명한 공허 사냥꾼이 사실은 약혼 관계였고, 순식간에 결혼해서 애까지 두 명 나았다는 게 유명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아신거면 집에 인터넷이 돌아가는지부터 확인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용케도 알아들으셨네요..."

"호시ㅁ...아니아니, 유우가랑 하쿠라 어머님을 뵌 것도 이제 2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당연하죠."

와이즈의 칭찬에 비실루안이 가슴을 당당히 펴놓고 또다시 호칭에 실수를 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저건 진짜 사실이에요. 저도 제가 그렇게 유명한지는 몰랐으니까요."

와이즈가 비실루안을 보며 말했다.

"...그, 솔직히 말하면, 어머님이랑 붙어다닐때부터 좀 유명했어요. 둘 사이에 묘한 기류 느껴진다는 글도 많이 올라왔었구요. 아시다시피, 그때, 그러니까 3, 4년 전의 대공동 6과는 그랬었잖아요?"

"지금은 어머님이 출산휴가 때문에 자리를 좀 오래 비우시기도 하셨고, 엘피스 항구 공동 완전 소멸 사건 이후 다른 공동도 잠잠해지는 추세라 대공동 6과의 대외 활동이 많이 줄어들어 오히려 그런 극성인 팬들의 수가 줄어드는 효과도 낳았죠."



"확실히, 미야비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니까요."

"아, 비실루안 선생님은 포함 안 되는 거 아시죠?"

"ㅇ, 에이...ㅈ, 저도 좀 미안한 마음이 있는 걸...요. 임용고시로 힘들 때 미야비 님을 알게 되면서 꽤나 요란하게 따라다녔었는데..."

비실루안의 얼굴은, 왜인지 모르게 아까 들어올 때의 미야비처럼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당신, 또 다른 여자 꼬시는 거야? 심지어 이번엔 내 앞에서?"

"아, 아니...이건 그냥 비실루안 선생님이 칭찬에 몸 둘바를 모르는 거 아니야...?"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지."

와이즈는 온몸에 끼치는 소름을 겨우 참아내며, 진정하라는 듯 미야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제서야 미야비는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살짝 띄며 다시 비실루안 선생님에게로 돌아앉았다.



"...그렇게 따라다닐 땐 안 보였던 호시미 씨...의 귀여운 모습들을 이렇게 인연이 닿아 보게될 줄은 전혀 몰랐네요."

"그...예, 뭐, 귀엽긴 귀엽...죠. 네. 하하..."

째릿 쳐다보며 더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듯 자신의 손을 잡는 미야비를 보며, 와이즈는 멋쩍게 웃고선 곧바로 미야비의 바람대로 해주었다.



"이제는 아이 둘의 어머니가 되었는데도...뭔가 더 귀여워지신 느낌이에요. 남편분이랑 이런 모습 보면 저도 막 연애하고 싶고 이런다니까요..."

"아주 좋은 칭찬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죠."

"...칭찬받았으니까 어떻게 해야할 지 알겠지?"

와이즈는 알고 있다는 듯, 거의 해탈에 가까운 미소를 보이며 미야비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흠흠...음, 이야기가 잠시 다른 길로 샜네요."

"바쁘신 와중에도 걸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

"오늘은 그러니까...유우가랑 하쿠라 일 때문에 오셔달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비실루안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종이를 몇 장 팔랑거려 넘기며 말했다.



"유우가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선생님?"

"...혹시, 하쿠라가 사고를 쳤다거나 하는 건."

와이즈와 미야비의 얼굴은, 동시에 짙은 빛깔로 변해가고 있었다.

집에서 두 아이가 무슨 일들을 벌이는 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뇨아뇨, 오늘은 단지 정기 상담일 뿐이에요. 다른 분들도 다 하시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유우가도 하쿠라도 다 잘 지내고 있어요. 두 분이 걱정하시는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어머님을 닮으신 쫑긋거리는 귀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마치 자신이 그렇다는 듯이 말하는 비실루안.



"...뭐, 딱히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왜, 귀엽기만 한데."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좋은 듯이 쫑긋거리는 미야비의 귀를 쓰다듬으며 하는 와이즈의 말에, 미야비는 그대로 녹아내릴 뻔하다 겨우 정자세를 유지하며 좋아죽기 일 보 직전인 비실루안을 쳐다보았다.



"흠흠...일단 말씀드리긴 했지만, 둘 다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둘의 사이도 괜찮고, 다른 아이들도 뭔가 잘 따르는 느낌이랄까요."

"확실히...둘이 남매이긴 하지만 생일이 1년도 차이가 안 난다는 게 크게 작용하는 것 같긴해요. 어쨌든 나이는 같으니 같은 반에 들어가니까요."

"얼마나 금슬이 좋으셨으면..."

비실루안의 말 한 마디에 쑥스러워 하며 고개를 돌리는 호시미 내외와, 그걸 또 흐뭇하게 쳐다보는 비실루안이었다.



"우선 유우가는...일단, 이런 말씀을 드리기 조심스럽긴 한데요."

"좀...많이, 아니 좀도 아니고 그냥 대놓고 엄청 똑똑해요."

"유치원 고학년반을 위한 책들은 물론이고 혹시나 몰라서 가져와 본 초등 고학년 책도 그냥 막힘없이 술술 읽더라고요. 세 살 짜리 애가..."

"시험 같은 걸 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도 둘째치고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냥 느껴져요."



"확실히 집에서도 느끼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일줄은...제 남편을 닮아서 그런가보군요."

"뭔 소리야, 부끄럽게..."

"날 닮았으면 똑똑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그건 또 뭔 소리야..."

자꾸 이상한 말을 해대는 미야비에게, 와이즈는 장난스럽게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건들며 말했다.



"아무튼 그런 것 때문에, 또래들도 유우가를 상당히 잘 따라요. 특히나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뭐, 애들끼리 연애나 이런 걸 하진 않겠지만, 유우가가 워낙에 착해서 다들 친하게 잘 지내요."

"..."

영락없이 자신을 빼다박아놓았다는 걸 자기 자신도 아는지, 와이즈는 미야비의 므흣한 시선을 애써 피했다.



"그리고...이제 하쿠라 차례인데."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으니 잘 들으셔야 해요."

종이를 넘김과 동시에 의미심장해진 비실루안의 목소리에, 와이즈와 미야비 둘 다 올 게 왔구나 싶은 심정이었는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여선생의 말에 귀기울였다.



"하쿠라가 조금 그...뭐랄까, 드세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무뚝뚝하다고 말해야할까요."

"평소에 말이 거의없고, 와중에 착하긴 해서 또래 아이들을 정말 많이 잘 챙겨줘요. 물론 이상한 말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참외요?"

와이즈가 대충 예상이 간다는 듯이 말했다.



"네, 진짜 참외를 찾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처음 들었을 땐 좀 당황스러웠지만...그래도 몇 번 듣다보니 그냥 귀엽더라고요."

"그런데 진짜는 따로 있어요."

"...혹시 체력이나 운동 같은 것에 타고난 기질을 보인다거나 하는 건가요."

"ㅇ, 어떻게 아셨어요?"

미야비의 말을 듣자마자, 비실루안은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이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갈 듯 튀어오르며 말했다.



"얼마 전에 에리두 정부 기관 측에서 유아 체육 전문가께서 오셔서 아이들의 체력을 검증하고 체육을 가르쳐 주셨는데..."

"하쿠라는 이미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학생 최고 등급 수준이랑 맞먹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정도면 프로 운동 선수 레벨은 따놓은 당상이라고...엄청 놀라시더니 혼자 신나하시면서 하쿠라를 막 가르쳐주셨어요. 이름이랑은 완전히 딴 판이라면서요. (지혜로울 혜(慧)를 이루는 두 한자 마음 심(心)의 일본어 음독 우라(うら)와 살별 혜(彗)의 음독 하쿠(は-く)를 합성한 이름, 와이즈의 이름을 따서 지음.)"

비실루안이 하쿠라의 기록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확실히, 둘째 아들은 어머니를 닮는구나."

"난 어릴 때 이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최연소 공허 사냥꾼이 되셨어?"

장난스럽게 묻는 와이즈와, 방금 전의 와이즈처럼 시선을 애써 피하는 것에만 급급한 미야비.

"아무튼 그래서 하쿠라도 여자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다만...유우가랑은 다르게, 그냥 아예 관심도 없죠."

와이즈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방금 전의 미야비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미야비를 옆눈으로 흘긋흘긋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부모 닮는다고...이 정도일줄은 몰랐네요."

"첫째 딸은 아빠 닮고, 둘째 아들은 엄마 닮는다는 속설이 진짜일 줄은..."

왜인지 쑥스러운 기분에, 미야비는 괜시리 안하던 소리까지 해대기 시작했다.



"뭐...두 분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에요. 다른 부모님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리고...아이가 자신들을 닮았다는 게 드러날 때마다 더 좋아하시고요."

"두 분도 그렇죠?"

"...물론이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비실루안에게, 미야비와 와이즈는 동시에 대답하고는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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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상담한 내용이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

"..."

"...미야비, 아직 삐져있어?"



"아니,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는 건데."

"...삐졌을 때처럼 앞뒤양옆으로 마구 움직이는 귀랑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볼은 뭐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와이즈가 또다시 삐진 듯한 미야비에게 물었다.



"...비실루안 선생님, 확실히 이쁘시더라. 그렇지?"

"그냥 유치원 선생님이랑 면담한 거잖아...너도 옆에 있었으면서."

"항상 말하지. 여자 한 명 이미 꼬셔놨으면 된 거라고."

"...나도 왜 그 말을 계속 들어야 하는 지 모르겠어. 내가 뭘 했는데."

또다시 귀여운 질투를 시작하는 미야비에게, 와이즈는 피어오르는 흐뭇한 웃음을 참으며 진심으로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살아보면서 느낀 건데, 제일 잘 익은 멜론은 가장 먼저 수확되어서 먹혀. 잘난 것도 죄야."

"...네가 수확해서 이미 몇 번이고 먹었잖아."

"내가?"

"우리 애가 둘이야..."



제아무리 순해도 여우 시렌이라는 걸까, 갈수록 능글맞아지고 장난기가 넘쳐나는 미야비.

마치 여우에게 홀리는 듯, 부인을 하면서도 자신이 잘못한 걸까 생각하는 와이즈였지만, 결국엔 미야비의 귀여운 미소가 지어져있는 얼굴을 한 번 보면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선 자연스레 장난을 받아준다.

급한 연애, 급한 결혼, 급한 출산이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그리 급한 일들이 있었기에 이런 행복을 오래토록 누릴 수 있을 게 아닌가 생각하며, 아직 서른도 되지않은 젊디젊은 호시미 내외는 오늘도 서로에게 푸르디푸른 청춘들만의 장난을 친다.

아직까지, 열렬히 사랑하던 어린 모습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미야비, 6과에 정식적인 복귀는 언제 하는 거야?"

"야나기 말로는 당장 다음달부터 해도 된다는데, 요새 일이 하도 없어서 그 하루마사가 지겨워할 정도라니까 이참에 푹 쉬고 오래."

"연달아 애를 두 명이나 낳다보니 휴가가 엄청 길어졌더라고..."

미야비가 괜히 쑥스러웠는지 장황한 설명을 덧붙이며 말했다.



"쉬는 게 불편한 거야?"

"아니, 쉬면 좋지. 쉴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물론 뉴에리두의 시민들과 정의를 지키는 것도 나의 책무이지만, 지금은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니까."

"그리고...쉴 때면 항상 네가 내 곁에 있는데, 불편할 리가 없잖아."

미야비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참에 조금 더 길게 쉬고 싶기도 하고?"

"조금 더 길게...라면."

약간의 불안함을 느낀 와이즈는, 순간 찾아온 운전대를 놓치게 할 뻔한 소름돋는 예상을 겨우 떨쳐내며 물었다.



"...한 명 더 낳는다던가 하는 거 말이야."

"유우가를 낳았을 땐 그렇게 아이가 안 생기더니, 하쿠라는 빨리 생겨서는 같은 해에 출산하게 되었을 정도니까."

끼이이익-

와이즈의 불안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음을 알리는 비극적인 급브레이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ㅁ, 미야비...그러니까..."

"물론 아이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셋째는, 당신이 더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미야비가 와이즈의 다리 사이로 솟아오르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이건 말이랑 무관하게 그냥 생리현상이라..."

"하긴, 하쿠라까지 낳은 뒤로는 조금 조심하게 됐으니까."

미야비는 이해를 한다는 듯 끄덕거리다가도,

"하지만...오늘은, 그럴 일이 없지. 너도 일부러 상담 때문에 가게를 비우고 왔잖아."

"오랜만에...단 둘의 시간이네. 그렇지?"

소름돋는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그렇,네. 응. 그렇지...하하."

"...조금만 참아❤"

므흣한 미소와 함께, 언제나와는 다르게 미야비는 와이즈를 역으로 쓰다듬어주며 가는 길을 함께 했다.




To be continued....

질문, 피드백 대환영. 칭찬은 더더더 쌍수들고 환영.

재밌게 읽으셨다면 글쓴놈에게 큰 힘이 되는 추천&댓글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묻히기 시러요...

긴 글 시간내어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있어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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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봉 에필로그는 한 편 더 올라갈 예정이고, 조금 이따가 오피 소설 비하인드가 올라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