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이 쓴 글 중 고독에 대해 쓴 글귀가 있어서 여기에 정리함. 여기서 허균의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길을 가는 "독고다이" 혹은 "외로운 늑대" 같은 성격을 알 수 있음. 



사 년에 세 번이나 여길 왔는데

슬프고 즐거움은 일에 따라서

떠나거나 머물거나 모두 나그네

얼굴이랑 귀밑은 하마 옹인걸

변새가 어두우니 물안개 검고

밤이 기니 촛불은 눈물 붉어라

남은 꿈 깨어지니 쓸쓸한 고독

싸늘한 새벽 바람 주렴을 뚫네

ㅡ 《성소부부고》 의주(義州)



텅 빈 우주 알알이 부서져 가라앉아

외로운 삶의 세월 이미 캄캄 어두워져

섬돌에 서리 엉겨 나막신에 묻어나고,

창가로 달빛이 찬 이불로 스며드네.

잔병덩이 이 사람은 아직도 묻지 못해

시 짓기 어려워서 밤중까지 신음하네.

외로이 앉은 자세 쓸쓸하고 조용하니,

벼슬을 그만 두고 또 놀고픈 마음이네.

ㅡ 《을병조천록》 즉사(卽事)



온 세상이 허겁지겁 다 가는 길을 

옹만은 안 따르고 

남들은 고생으로 여기는 것을 

옹만은 달갑게 여긴다면

마음은 편안하고 정신은 깨끗하고 

못나 터지고 고루하지만 

정기는 뭉쳐서 단단하다네 

어리석고 무식하니

형벌 받는다 해도 두려움 없고 

좌천된다 해도 슬퍼도 않네 

헐뜯건 꾸짖건 내버려 두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기만

제 스스로 송을 짓지 않으면

뉘 있어 그대를 기릴 것인가 

성옹이 그 누군가

허균 단보 바로 그일세

ㅡ 《성소부부고》 제14권 / 문부 11 ○ 송(頌) 성옹송(惺翁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