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고뇌




레이첼 :


후우.....개운하다......




카티아 :


잠깐만, 레이첼. 묻고 싶은 게 있거든?




레이첼 :


뭔가요?




카티아 :


고아원 아이들 중에 보라색 달을 본 아이가 있니?




레이첼 :


아니요, 없어요.




카티아 :


너희들, 부초의 열매라는 걸 먹은 적 있어? 파란 나무열매인데.




레이첼 :


먹은 적이 없어요. 선생님이 먹지 말라 해서..... 




그레이브 :


부초의 열매?




카티아 :


이 섬에 왔을 때 섬사람이 권했었잖아? 그 파란 열매야.




코테츠 :


더글라스의 상처를 낫게 하는데 쓴 거지.




카티아 :


우리와 더글라스의 행동에서 유일한 차이는, 그 부초의 열매야.


섬사람도 먹는다고 했고, 모두 이상하게 된 건 그 열매 때문일지도 몰라.




코테츠 :


그 열매를 먹으면 독기를 뿜는 몸이 된다는 건가?




카티아 :


히스토리아에서 루엘이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기억해?




그레이브 :


커다란 꽃......




카티아 :


그게 원인이었다면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게 무리인 이야기지.




레이첼 :


루엘쨩과 관계가 있다는 건가요?




카티아 :


.....적어도 있다고 생각해.


지금은 정보를 모을 수밖에. 너, 부초의 열매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있어?




레이첼 :


아니요, 전.....하지만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


바이퍼 :


-부초의 열매라. 분명 있었지.


그래서 어디서 나오는 거지?




카티아 :


시장에서 파는 상인은 여기에 없었어. 이야기를 들어보려면 마을로 갈 수밖에 없어.




바이퍼 :


카티아는 더글라스의 간호를 부탁해. 그레이브는 나랑 마을로 간다.




그레이브 :


알겠다.




후 :


나도 가지. 사람들이 이상해진 원인을 밝힐 수 있을지 모르니까.




레이첼 :


저,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루엘 :


뭐!? 무슨 생각으로!?




레이첼 :


미, 미안해. 하지만 마을 사람들도 쓰러졌을지 모르고, 고칠 수 있는 건 나 뿐이니까.




루엘 :


이 바보......


.....알았어. 나도 갈게. 그럼 당신들이 배신해도 3대 2로 우리가 유리하잖아?




바이퍼 :


우리는 상관없다. 마음대로 해라.




 ...........


 ......




레이첼 :


루엘쨩, 준비 끝났으니까 가자.




루엘 :


.....너, 무리하는 거 아니야?


독기는 인간에게 독이 돼. 그래서 그 더글라스라는 녀석도 쓰러졌어.




레이첼 :


나는 멀쩡해.




루엘 :


불가능해! 너랑 같은 녀석들은 모두 죽었어!




레이첼 :


루엘쨩, 무슨 말 하는 거야? 혹시, 내 과거......




루엘 :


.....몰라. 그냥 책에서 읽었어. 너같은 녀석들에 대해서......




레이첼 :


...........




루엘 :


멀쩡할 리가 없어. 넌 언제나 바보같이 웃기만 해. 열받는다고, 그런 점이.




레이첼 :


......미안.




루엘 :


그 힘을 쓰는 건 최소한으로 해 둬.




레이첼 :


그건 약속할 수 없어.


곤란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돕는 게 보통이라고 생각하니까.




루엘 :


그러다가 네가 죽으면 의미가 없어!




레이첼 :


바로 죽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무리하면 많은 사람들이 살아나잖아?


그럼, 그쪽이 좋을 거라 생각해.




루엘 :


다른 녀석들은 아무래도 좋아! 전부 다 죽어도 된다고! 하지만!!


너희는! 이 고아원 사람들만은 달라!!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라는 거야!!




레이첼 :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루엘쨩.




루엘 :


사과하지 마, 바보......




레이첼 :


미안......그리고 루엘쨩, 나에 대해선 모두에게 함구해 줬으면 해.


마을 사람들을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좋아. 부탁해.




루엘 :


......왜 그렇게 바보인 거냐고.




레이첼 :


바보라서 미안해, 루엘쨩......






15화 재발




그레이브 :


마을에도 독기가......




레이첼 :


제가 어떻게든 할게요!


후우......




 근처에 떠 있던 독기가 사라졌다.




바이퍼 :


독기에 주의하면서 섬사람들을 보호한다. 생존자들을 광장에 모으자.




 ...........


 .....




그레이브 :


섬사람들의 이송과 치료는 순조롭다.




바이퍼 :


부초의 열매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있나?




그레이브 :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섬사람 :


부초의 열매를 어디서 가져오냐고? 비밀이긴 한데......




그레이브 :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다. 비밀로 하면 곤란하다.




코테츠 :


돈이라면 지불하지. 다른 이에게 알려줄 생각도 없다.




섬사람 :


......잊혀진 자들의 집에서야.






바이퍼 :


잊혀진 자들의 집이라......




후 :


..............




루엘 :


그래서 당신들은 어쩔 거야?




바이퍼 :


조사하러 간다.




레이첼 :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루엘 :


안돼!




레이첼 :


루엘쨩......




루엘 :


절대 안돼! 그런 곳에 네가 돌아갈 필요는 없어!




레이첼 :


.....역시 뭔가 알고 있구나.




루엘 :


.....몰라! 모른다고!!




레이첼 :


................




바이퍼 :


판단은 맡기겠다. 따라오려면 마음대로 해라.




레이첼 :


갈게요.




후 :


이녀석이 간다면 나도 가지. 루엘, 넌......




루엘 :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야. 하지만 이 바보가 간대잖아? 그럼 나도 갈 수밖에 없어.


그 대신, 레이첼이 힘을 쓰게 하면 안돼. 이녀석, 무리해서 독기를 처리할 테니까.




바이퍼 :


............


알았다.






16화 Hollow ending




아이 :


저기 누나, 이 형은 안 일어나?




카티아 :


그냥 피곤한 거야. 시끄럽게 하면 안돼.  


(안 일어나네. 진통제는 다 떨어졌으니, 고통으로 깨어나도 이상하지 않은데.....)


당신이 죽으면 요슈아와 미레이유가 슬퍼할 거야. 그러니 어서 일어나, 더글라스......




 ..............


 ......




더글라스 :


...하앗!!




 루엘이 내뿜는 독기를 마신 더글라스는 강력한 마도를 휘둘렀다.


 루엘은 그를 가볍게 피하고는 히죽 하고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루엘 :


흠... 역시. 당신은 독기를 흡수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몸인 듯하군요.




더글라스 :


...!




클로에 :


미챠... 그럴 수가...




루엘 :


화전융합 임설외법이라... 저런 저런, 금기의 술법 아닌가요. 가엾게도......♪


적어도 충분히 즐겨 보고 결판을 내 드리죠!


루엘의 온몸에서 방대한 독기가 뿜어져 나와... 더글라스의 왼쪽 눈으로 빨려 들어갔다...!




더글라스 :


으... 아아으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루엘 :


꺄하하하하하하! 좋아요, 좋아 아주 좋아요, 그 얼굴!


사람은 역시, 사라져 갈 때야말로 아름다워! 좀 더 좋은 얼굴을 보여주세요♪


꺄하하하하하하하하!






더글라스 :


이건- 내 기억.....?






더글라스 :


누님!!




클로에 :


미챠... 너...




더글라스 :


말 안 해서... 미안. 정말, 나... 이렇...이렇게 돼 버려서 미안... 그래도...




클로에 :


무지개...




더글라스 :


응...?




클로에 :


네가 보여 준 무지개... 정말 아름다웠어... 미챠...




 더글라스의 품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클로에는 청년의 뺨을 살며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클로에 :


예전부터 하나도 안 변했어. 넌 언제나 아름다운 걸 보여 줬어...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빛을...




더글라스 :


누님...


누님... 나... 나 말이야...!!






더글라스 :


아아, 그래. 그런 일도 있었지......






요제프 :


으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잘 되었네, 미차! 형님이 기뻐하고 있구나!




더글라스 :


이봐, 너...! 왜 그 녀석을 미차라고 부르지!


미차는 나다!!






더글라스 :


이제와서 이런 걸 보여주다니, 무슨 생각이지?






더글라스 :


미차...


잘 가라.




미차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글라스 :


.............




  더글라스가 아무 말 없이 휘두른 마지막 일격을 받고 미챠는 움직임을 멈췄다.




클로에 :


...미차...




더글라스 :


미안... 누님... 이 방법밖에...




클로에 :


...아니. 그 아이를 대신해서 감사할게, 더글라스.


미차를 잠들게 해줘서... 고마워.






더글라스 :


그래서 뭐냐고! 뭔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뭘 보여주고 싶은 건데!?


말 안해도 알아! 난 미차의 복제야. 하지만 난 나다!




??? :


하지만 넌 미차를 죽였어.


넌 나의 소중한 존재를 죽였어.




더글라스 :


그 방법밖에 없었어! 그건 누님도 잘 알잖아!




클로에 :


응, 그래. 그래서 넌 미차 대신이야.


어쩔 수 없잖아? 네가 미차를 죽여버렸으니까.




더글라스 :


그만둬.




클로에 :


그래서 넌 날 피했어. 누나처럼 연모하는데도 두려워서 다가오질 않았어.




더글라스 :


닥쳐!!




클로에 :


하지만 그것도 괴로운 이야기지? 날 위해 넌 손을 더럽혔어. 죽이고 싶지 않은 미차를 죽였어.


괴롭지? 끔찍하지? 스스로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벌을 받는 게.




더글라스 :


.....응, 그래. 부정은 할 수 없어.




클로에 :


그래서 넌 자신의 죽음마저 받아들이고 있어. 죽고 싶지 않다? 그건 거짓말이야.


정말로 죽고 싶지 않았으면 이런 곳에 없었어.




더글라스 :


...............




클로에 :


살고 싶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할 정도로 집착하면 뭐가 남지? 순간의 연모하는 감정으론 더 이상 속일 수 없잖아?


남들을 상처입히고 죽이고,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갈 가치가, 네게 있을까?




더글라스 :


......글쎄, 그런 거 난 몰라. 그냥 누님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았어.


이 마음이 가짜일 지라도......




클로에 :


괴롭지? 끔찍하지? 그럼 모든 것을 잊으면 돼.




더글라스 :


아아.....사라져 간다.


아픔이 사라져 간다.




클로에 :


끔찍함이 사라졌지?




더글라스 :


응, 편해졌어......




클로에 :


그럼 점점 사라져 가자. 텅 비어버리자. 어차피 네겐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더글라스 :


응, 그래야지......


나한텐 아무것도 없어......아무것도 없다고.......




클로에 :


이제 편히 쉬어, 더글라스.






17화 전조




코테츠 :


잊혀진 자들의 집은 어디에 있지?




후 :


이 근처겠지만 자세히는 모른다.




그레이브 :


레이첼은 뭔가 기억나는 거 없나?




레이첼 :


음, 그......미안해요......




루엘 :


..............






루엘 :


이게 제 복제인가요? 같은 얼굴을 보는 것도 신기한 기분이네요~♪


그리고, 이건 정말로 망가지지 않는 건가요? 혈액에 병이 발증하지 않는다고 자료에서 읽었는데......




연구원 :


예. 통합 능력을 부여했으니까......


어?




루엘 :


망가지지 않는다고!? 그런 걸 부탁했나요? 그런 걸 만들라고 부탁한 게 아니잖아요!?


이상하지 않나요. 제가 망가진 채인데 이 가짜가 망가지지 않는다는 게......


농담으로도 웃을 수 없어요. 같은 아픔을, 같은 괴로움을, 같은 저주를, 같은 병을-


주지 않으면 채산이 안 맞아. 저기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루엘 :


히익!




루엘 :


무서워요? 불안해요? 그 예감, 아주 잘 맞았어요. 당신, 지금부터 제게 망가질 거에요~♪


갸하하하하하하하하!






레이첼 :


루엘쨩, 괜찮아?




루엘 :


......괜찮아.




바이퍼 :


넌 잊혀진 자들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아나?




루엘 :


.....이쪽이야.


(가고 싶지 않은데 왜 가려는 거지?)


(너무 깊이 생각하잖아.....)




 ................


 ......


 숲 속에 망가진 건물이 있다.




그레이브 :


저게 잊혀진 자들의 집인가?




레이첼 :


여기.....알아.....?




루엘 :


잠깐! 레이첼!!




-


루엘 :


레이첼, 진정 좀 해!




레이첼 :


미, 미안......




바이퍼 :


뭘 떠올린 거지?




루엘 :


그런 거 아무래도 좋잖아!




바이퍼 :


네게 물어본 게 아니다.




레이첼 :


음, 그게.....뭔가,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그 이상은, 그......미안해요.




바이퍼 :


.....후, 둘로 갈라지자. 너희는 셋이서 동쪽을 조사해 줘. 우리는 서쪽을 조사한다.




후 :


그래, 알았다.






18화 수관




레이첼 :


여기.....알고 있어......나, 여기 있었어......


루엘쨩, 선생님, 가자.




루엘 :


.....레이첼, 기다려.


...............






-나는 레이첼의 과거를 알고 있다.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여자에게 계속해서 고통을 받던 지옥같은 시기에, 나는 레이첼과 만났다.


나는 이 세상이 너무 싫다. 이 세상 모두가 쓰레기다. 모두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존재가 있다. 그걸 알려준 것이 레이첼이었다.




레이첼 :


어라? 이런 곳에 사람이 있네?




-내가 그 때, 아슬아슬하게 망가지지 않았던 건 레이첼과 만난 덕분이었다.




루엘 :


.....누구야?




레이첼 :


난 레이첼! 같이 놀자!




 내게 뻗어준 따스한 손바닥이 지금도 기억난다. 미소를 지어줬을 때의 근지러움을 떠올리기만 해도 구원받은 기분이 든다.


 -내 존재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 확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게 주어진 빛이었다.


 그래서 난 거짓말을 했다.


 나도 비슷한 존재라고 거짓말을 했다. 나에게도 빛은 있다는 겉치레를 필사적으로 붙였다.


 그래서 나는 무서웠다. 그 거짓을 폭로당하는 것이-




 ...............


 .....




바이퍼 :


.....자료실이군.




 바이퍼는 책장에 있는 파일을 펼쳤다.




코테츠 :


뭔가 알 것 같나?




바이퍼 :


......자세한 건 몰라. 너하면 알 수 있겠나?




코테츠 :


내 손으론 페이지를 넘길 수 없다. 그레이브, 읽어주길 바란다.




그레이브 :


제목은......수관 병단 계획같아.


-사자 복제 계획의 실패작을 샘플로 삼아 에키드나로부터 이송.


피험체의 복제를 실시, 마술적 기술로 여러 요소를 복합시켰다.




코테츠 :


그건 이미 요제프가 시험한 거지만 쓸모없는 일이었지......




그레이브 :


실패 사례 보고가 계속되고 있어. 얼마나 죽인 거지......


.....레이첼의 사진이야.


피험체 1037호. 에키드나에서 성공한 사자 복제 계획 샘플의 세포를 얻어, 그 정보를 혼합하는 데 성공.


하지만 육체 붕괴 속도가 느려질 뿐이었다.


또 실패가 계속......이게 정말 인간이 할 짓인가?




바이퍼 :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마. 분노로 이성을 잃으면 비슷한 존재가 된다.




그레이브 :


.....알고 있어. 하지만 생명을 너무나도 함부로 다루잖아.......


피험체 1846호. 3종 정보 혼합에 성공. 재생 능력을 얻어 육체의 붕괴가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이후 피험체 1846호를 시제품 1호로 호칭. 수관병 제조에 성공의 전조가 보인다.


하지만 시제품 1호의 복제는 실패. 3종 정보 혼합 때, 이용한 마수의 요소가 강해지고 말았다.


지성을 가진 반마수 군단. 독기만 있으면 화력을 유지할 수 있다. <파괴수 계획>과 합치면 수관병단 계획은 완성되겠지.


.....끝이야.




바이퍼 :


레이첼은 더글라스의 정보를 이용해 만든 존재란 건가......




코테츠 :


설마 요제프 말고도 혼합이 가능한 자가 있다니.....




바이퍼 :


마술적 접근이었겠지. 완벽하진 않았겠지만......




코테츠 :


.....연구원은 어디에 있지?




바이퍼 :


확실히 수상하군. 루엘 새크럴리지가 죽어서 시설을 방치한 것 치곤 자료가 너무 온전히 남았어.




그레이브 :


그게 무슨 문제지?




코테츠 :


연구원에게 실험 성과라는 정보는 자신을 비싸게 팔기 위한 재료다. 그 성과를 남기고 갈 리가 없어.




바이퍼 :


예상 외의 뭔가가 일어났다는 거야.






19화 끝의 시작




루엘 :


기다려, 레이첼!


앞장서서 가봤자 좋을 건 아무것도 없어!




레이첼 :


.............


기억나는 게 잇어. 난 여기서 누군가와 함께 있었어.


.....친구가 있어. 응, 있었어.


그게 루엘쨩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닌 걸까?




루엘 :


............




레이첼 :


나는 나를 알고 싶어. 내게 신기한 힘이 있는 이유를 알고 싶어. 왜 과거를 잊었는지를 알고 싶어.


왜 루엘쨩이 그렇게 슬픈 표정을 하는 건지 알고 싶어.


알려줘, 루엘쨩......나에 대해 알고 있지?




루엘 :


같이 돌아가자, 레이첼......




레이첼 :


.....미안, 해.




 레이첼이 문에 손을 댄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큰 나무가 자라 있다.


 그리고 작은 나무들이 정원처럼 자라 있다.




바이퍼 :


이 나무가......




코테츠 :


부초의 열매를 낳는 나무겠지.




레이첼 :


..............






레이첼 :


다음은 조르주가 술래야~




조르주 :


기다려, 레이첼!






레이첼 :


우리는 여기에 있었지.....? 하지만 이런 나무는 없었어......


머리가..... 아파......






레이첼 :


아, 루엘쨩! 얘들아 얘들아! 전에 말한 새로운 친구인 루엘쨩이야!




루엘? :


멋진 친구들 같네요. ......시작하세요. 이미 종자는 심어뒀습니다.




루엘 :


싫어.....!




루엘? :


거역해도 소용없어요. 갸하하하하!!




조르주 :


뭐......야.....이거.....갸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대화하던 친구의 몸이 비틀리듯 변해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레이첼 :


어?




릭 :


아파, 아파, 아파, 아파아아아!




 한 명, 두 명, 세 명.....차례대로 나무가 늘어난다.




루엘 :


어라, 한 명만 남았네요. 이상하네요오......왜 그런 걸까요?




루엘 :


부탁합니다. 레이첼만은......




루엘? :


알고 있어요♪ 친구니까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제 명령에 거역할 수 없어요.


당신의 소중한 것을 전~부, 망가뜨리세요. 갸하하하하하하!!




루엘 :


싫어 싫어 싫어 싫어어어어!




레이첼 :


루엘쨩..... 어째서?






레이첼 :


이 나무는....조르주.....?


이건.....릭이고, 나타샤가......이거고......


저기, 루엘쨩-


-모두 죽인 거야?




루엘 :


.....아니야. 난......아니야.




레이첼 :


루엘쨩은 날 죽인 거야? 내가 저 커다란......




루엘 :


아니야! 저건 내가......




 루엘의 몸에서 불길한 독기가 흘러넘친다.




바이퍼 :


피해, 위험하다!




 이어서 나무들에게서 독기가 흘러넘친다.




그레이브 :


일단 여기서 나가자!




??? :


소용없어요♪


이 방의 문은 닫혔습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끝날 겁니다.




바이퍼 :


루엘 새크럴리지......




루엘 :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곧 이별할 거에요. 갸하하하하!




바이퍼 :


공격하겠다.


비켜. 저것을 없애야 한다.




후 :


이게 무엇이건 아이는 아이다.




바이퍼 :


전부 죽을 텐데.




후 :


하지만 이게 내 담당이다.






20화 공허한 종언




바이퍼 :


하앗!




그레이브 :


우오오오옷!




루엘 :


당신의 얼굴은 모르지만 여러가지로 위험한 느낌이 드네요.




코테츠 :


네놈, 그레이브를 모르는 건가?




루엘 :


아는 사이였나요? 이 기억을 심은 후에 만난 거잖아요.




코테츠 :


다른 인격의 정신이 전사된 건가......




그레이브 :


그 몸의 루엘은 어떻게 되었지?




루엘 :


사라졌어요. 계~속 제가 밖으로 나가는 걸 방해해서 정말 성가셨다고요.


하지만 자신의 숨은 과거가 폭로되어서 망가진 모양이에요. 당신도 계속 하세요.




그레이브 :


몸이.....움직이지.....않아?




 그레이브만이 아니라 코테츠도 바이퍼도 굳은 듯이 정지했다.




루엘 :


룬과 독기를 섞어서 만든 병기는 윤택한 소울을 연료로 삼아 폭발해 막대한 독기를 만들어내죠.


하지만 이게 여러 문제가 있는 병기라서요. 쓸 수 있는 환경이 정해져 있고, 비용도 굉장히 크죠.


합리적으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나요. 남들의 삶을. 이 세상을! 갸하하하하!


그래서 만든 거에요. 이 <파괴수>를-




바이퍼 :


인간에게 열매를 먹여 독기를 만들어내는 생체 병기인가......




루엘 :


명답이네요. 불평할 수 없는 추리에요. 우수하네요.


이 파괴수의 세포는 인간의 체내에 침입하면 소울을 먹으며 증식해요.


그리고 결국엔 뇌까지 올라가서 인간을 자신의 지배 하에 두지요.




코테츠 :


최후는 독기를 뿜어내는 숙주를 죽이고 뿌리를 내리는 건가.......


우리가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그래, 꽃가루인가.....화분증이 심해졌어.




바이퍼 :


그레이브! 네 안에 있는 꽃가루를 자신에게서 <분리>해!




그레이브 :


으오오오옷!




루엘 :


그렇겐 안 돼죠.




그레이브 :


이......건......내 안에.....뭔가가......들어와.......




루엘 :


말하지 않았던가요. 인간을 지배하에 둔다고.


뿌리를 내릴 때까지 좋은 꿈을 꾸세요. 갸하하하하하하하!




레이첼 :


......루엘쨩, 어째서?




루엘 :


어째서? 그 답은 간단해요.


저는 전부 증오스럽거든요. 망가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절 만든 쓰레기는 망가지지 않았어요.


망가뜨리고 싶어요. 전부. 제 주변의 모든 것을. 그래서 당신도 망가뜨릴게요.


그리고-


당신은 어째서죠? 꽃가루의 효과가 잘 안 드는 것 같은데.....




후 :


고아원으로 돌아가자, 루엘.




루엘 :


지금까지 한 말, 듣긴 했나요?




후 :


이해한다. 하지만 내 담당은 변하지 않아.


아이를 돌보는 것. 그 뿐이다.


돌아가자, 루엘.




루엘 :


......닥쳐.




 바람이 일고 꽃의 향기가 후를 감싼다.




후 :


꽃가루나 인간의 단련된 소울의 약점은 알고 있다. 뭐, 조금 힘들겠지만......




루엘 :


연기, 또는 신기도인가요? 아니면 저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텐데요......얼마나 단련한 거죠?




후 :


그리 손대고 싶지는 않지만, 이 악물고 견뎌라. 루엘.




루엘 :


갸하하하하하! 당신, 재미있네요! 당신만은 제가 손수 부숴 드릴게요!!






21화 파괴수




바이퍼 :


여기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작은 그림자.


 소년은 양손에 실톱이 달린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 꼬맹이는......나다.




 예전에 본 광경. 구하고 싶다는 마음, 구하지 못한 모자의 시신을 바라볼 때의 자신.




어린 바이퍼 :


나는 다시는 이런 생각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목숨이 있는 한 싸우겠어.


그 결과가 이건가?




 발 밑에 더글라스가 쓰러져 있다. 아니, 더글라스만이 아니다.


 구하려고 했지만 구하지 못한 시신이 겹겹이 쌓여있다.




어린 바이퍼 :


넌 그 때의 나와 같아. 누구 하나 구하지 못해.




바이퍼 :


...............




어린 바이퍼 :


힘에 유린당한 사람을. 불합리하게 사라진 생명을. 함께 싸운 동료마저 넌 구하지 못했어.


네 인생에 가치는 없다. 넌 그냥 남의 죽음을 쌓아올릴 뿐인 독사다.




바이퍼 :


정신 공격인가......


.....그레이브, 꺾이지 마라.




-


그레이브 :


증오스러워...... 증오스러워, 증오스러워, 증오스러워! 왜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았어! 왜 나를 배신한 거야!!


왜 지금도 내가 바랬던 사람에게 손이 닿지 않는 거야.......


왜......


으윽! 틀려. 이 감정은 내 것이 아니야! 알고 있을 텐데!




요제프 :


알고 있어도 저항할 수 없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레이브 :


닥쳐!! 난 네 꼭두각시가 아니야! 나는!!




요제프 :


넌 뭐지? 그 거짓된 감정마저 부정하면 네게 무엇이 남지?




그레이브 :


내게는.....아무것도......




요제프 :


애초에 필요없다. 자아 따위!! 넌 신이 만든 가짜다. 그 역할을 다해라!


그래, 에피타프.




그레이브 :


틀려. 나는!!




요제프 :


뭐가 틀리다는 거지? 자, 그 얼굴을 보여라. 넌 누구지?




 거울에 비치는 그 모습은 익숙한 얼굴이 아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게는 친구가 많이 있다.


조르주와 릭, 나타샤......그 외에도 친구가 많이 있다.


모두 나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함께 놀았다. 모두 착하고 유쾌하고 따스했다.


그러다가, 난 나와 닮은 모습을 한 아이를 찾았다.


그 아이는 뭔가를 두려워해서 언제나 떨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아이와 친해지고 싶었다.


언제나 우는 그 아이의 미소를 보고 싶었다.


나만 웃는 건 치사하니까. 나는 모두에게 웃음을 받았으니, 나도 누군가를 웃게 하고 싶다.


누군가가 웃으면 나도 기쁘다. 아아, 그래. 그건 분명 예전과 다르지 않아.


하지만 그것도 전부 내게는 없는 내 기억-




레이첼 :


............




조르주 :


아무것도 없었어.




레이첼 :


나는 뭐야?




조르주 :


생각하지 않아도 알 텐데? 넌 우리랑 마찬가지로 변했어. 그 독기를 뿜는 나무로.




레이첼 :


그럼 나는 뭐야?




조르주 :


그냥 가짜야. 넌 네가 본 레이첼을 모방해서 만들어진 존재야.




레이첼 :


뭐야......그럼 역시 내겐......아무것도 없는 거네......




조르주 :


그래. 그러니 이제 충분해. 편히 자도 좋아.


우리와 함께 잠들면 돼.




레이첼 :


응, 그래. 난 이제 그런 것만 할 수 있으니까......


미안해, 모두를 잊어버려서......미안해, 구해줄 수 없어서......미안해.......




후 :


윽!!




루엘 :


열심히도 했군요.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제게는 독기도 있으니까 말이죠♪




후 :


여기.....까지인가.......




루엘 :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나요?




후 :


고아원으로 돌아가자, 루엘-




루엘 :


갸하하하하하하하하! 망가졌어, 망가지고 말았다고요. 당신의 소중한 가족이!


아아, 가슴이 아파! 정말로 아파, 아파, 아파! 갸하하하하하하!!


하지만 이걸론 부족하다고요. 저같이 망가지려면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아직 고아원 아이들이 남아있죠? 모두 사이좋게 뿌리내립시다♪




.....그만해......부탁이에요. 그만두세요......뭐든 할 테니까......




루엘 :


갸하하하하하하하하! 안에서 실컷 보시라고요.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루엘 :


누가.......


.....도와줘.






22화 사자갈기의 검사




더글라스 :


내가 사라져 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싫지 않아. 아아, 그래. 나, 꽤 열심히 했지.




??? :


.....열심히 했어? 정말로?


이봐, 그러면 나 진짜 곤란하거든.




더글라스 :


.....누구지?




??? :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어? 너 진짜 마이페이스구나.




더글라스 :


아, 기었났어. 다니엘.....




다니엘 :


일단 넌 나고, 난 너야. 이런 곳에서 꺾이지 말라고.




더글라스 :


어차피 난 죽어. 그럼 이제 끝내도 되지 않을까.




다니엘 :


누구든지 언젠가 죽어. 분명 네 죽음은 불합리한 운명일지도 몰라.




더글라스 :


그럼 이제 충분하잖아. 여기서 끝내도......




다니엘 :


화내라고, 더글라스! 너 화냈었잖아! 한탄했잖아! 넌 이렇게 외쳤어!


아무것도 없잖아아아아아!!!!!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아아아아!!! 라고.




더글라스 :


...............




다니엘 :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고 화내고, 그래도 다시 일어났잖아. 그게 너야. 더글라스.




더글라스 :


발버둥쳐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 난 일어설 만큼 강하지 않아.




다니엘 :


그래, 어차피 죽어. 너도 나도. 하지만 난 이런 최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어딘가의 망할 놈에게 운명을 농락당해서, 전부 뒤틀려서, 난 움츠러들고 포기했어.


하지만 넌 달랐어. 운명에 저항했어. 그래서 난 네게 힘을 빌려줬어.


일어서, 더글라스! 넌 나와 다르게 <되어 버리는> 사나이잖아!




더글라스 :


하지만 곧 죽잖아? 발버둥쳐도 괴로움만 있을 뿐이야. 이젠 싫어.




다니엘 :


그래도, 나는 마지막까지 사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아. 안 그랬다면 그 때 미차에게 먹히는 게 더 좋았을 거야.




더글라스 :


...............




다니엘 :


그리고 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카티아 :


얼른 일어나, 더글라스.




그레이브 :


도와줘, 더글라스.




바이퍼 :


이럴 때 더글라스가 있다면.




다니엘 :


정말이지. 더글라스가 없으면 곤란한걸.




더글라스 :


조작된 거야!!




다니엘 :


확실히 카티아 말고는 거짓말이지만, 틀리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그리고......


이런 곳에서 꺾이는 건, <되어 버리는> 더글라스답지 않아.




??? :


누가.....도와줘......




다니엘 :


이런, 지금은 조작된 게 아니야. 도움을 부르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야.


이런 목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있는 사나이라면 이제 난 몰라. 여기서 널 없애고 나도 사라질 거야.




더글라스 :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다니엘 :


이제야 의욕이 생겼구나.




더글라스 :


어쩔 수 없잖아. 왜냐면 <되어 버리니>까 말이지.




다니엘 :


오케이! 그럼 저걸 무찌르자.




더글라스 :


누님이잖아!




다니엘 :


아니, 잘 봐. 저건 그런 좋은 게 아니야.




더글라스 :


미차......




다니엘 :


너의 트라우마. 넘어야 할 벽. 우리는 그의 생명을 빼앗아 여기에 있는 거야.




더글라스 :


......그걸 다시 한 번 반복하자고? 정말 악취미로군.




다니엘 :


우리는 빼앗은 목숨만큼 살아갈 의무가 있어. 안 그러면 그는 헛된 죽음을 당한 거니까.




더글라스 :


...............


좋아, 해 보자고!


난 살겠어! 그 앞에 절망만이 남아 있더라도!


그리고, 절망 정도는 희망으로 바꿔 나가겠어! 여기까지 울부짖어 왔어. 마지막까지 함께 해 줘, 다니엘!




다니엘 :


당연하지. 자, 가자, 더글라스.






23화 거짓된 사자




 파괴수에서 생겨난 독기가 실내 정원에 차오른다.




루엘 :


갸하하하하하! 어때요? 소중한 친구들과 가족이 천천히 죽어가는 걸 보는 건?


무력하겠죠♪ 눈을 돌리고 싶겠죠♪ 하지만 안돼요. 마지막까지 지켜보라고요.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갸하하하하하!!


-!!




카티아 :


당신,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게다가 독기 투성이야!


잠깐, 더글라스! 당신 무슨 생각이야!?




더글라스 :


괜찮아, 지금의 난 상태가 좋거든. 그렇지, 다니엘!




 더글라스의 왼쪽 눈에서 갑자기 가열찬 빛이 번쩍 뿜어져 나온다!


 독기가 단번에 빨려들어가- 더글라스의 머리카락이 한순간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긍지있는 사자가 용맹히 서듯- 천천히 일렁이며 타오른다!




더글라스 :


뭐, 이 정도는 여유롭게 <저질러 버린다>고!




루엘 :


이상하네요. 당신은 분명 무의식의 감옥에 갇혀 있었을 텐데요?




더글라스 :


구해달라고 해서 구하러 온 거잖아? 안 그래, 루엘?




루엘 :


파괴수의 네트워크를 통해 설마 적에게 도움을 요청하다니. 쓰레기는 쓰레기답게 얼른 버렸어야 했어요.


하지만 알고 있어요♪ 당신, 이제 한계죠?




 파괴수에서 대량의 독기가 방출된다.




루엘 :


자, 이대로는 동료가 독기로 죽는다구요? 갸하하하하하.




카티아 :


이 이상은 당신이 못 견뎌!




더글라스 :


그걸 누가 정한 거지!?


한계라느니 수명이라느니! 그래서 뭐 하자는 거야! 결국 그런 건 스스로 넘어설 수밖에 없어!


어이, 루엘! 너도 아직 싸울 수 있을 거야! 그 바보한테 지지 마라아아아!




루엘 :


으윽! 아직도 발버둥.....치는 건가? 마음을.....꺾었을......텐데.......




더글라스 :


으오오오오오오오오!!!




루엘 :


우쭐대지.....마아아아아! 파괴수!!


이제 됐어! 마음을 한꺼번에 파괴해! 여기 있는 놈들 전부 다!!




카티아 :


이게 뭐야!?




더글라스 :


또 정신 공격이냐? 그런 거 이제 안 통한다고?




루엘 :


얕보지 마라, 열화품! 이번엔 내가 손수 망가뜨려 줄게요!


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더글라스 :


또 여기야......직접 때릴 수밖에 없겠어. 그렇지? 루엘.




루엘 :


여유로운 얼굴 하는 건 지금 뿐이에요. 더글라스 윈게이트.


전 파괴수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이 세계에선 제가 절대적인 지배권을 갖고 있어요. 발버둥쳐도 소용없어요.




더글라스 :


결국 널 무찌르면 모두 깨어난다는 거지.


이제 그만 끝을 지어주마! 루엘!!




루엘 :


할 수 있으면 해 봐라아아!






24화 Rest in Peace




바이퍼 :


더글라스.......아니, 다르군......다니엘.....인가?




다니엘 :


슬슬 파괴수의 자아가 붕괴할 거야. 너도 스스로 깨어나게 되겠지.




바이퍼 :


그런가......




다니엘 :


넌 강해. 자신의 마음이 짓눌렸는데도 목숨이 있는 한 싸워나가니까.




바이퍼 :


그래도 질 때가 있어. 너도 그 중 하나다.




다니엘 :


뭐든 구하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 아닐까? 그게 가능했다면 사람이 아니었겠지.




바이퍼 :


......내가 해 온 것들은 올바른 거였나?




다니엘 :


그런 거 나는 몰라. 하지만...그래, 네 싸우는 모습을 더글라스가 제일 가까이서 봤어.




바이퍼 :


................




다니엘 :


올바름같은 건 스스로 정하면 돼. 그 판단을 타인에게 맡기면 올바름의 노예가 되니까.




바이퍼 :


.....알고 있다. 지나쳐 온 고뇌를 떠올린 것 뿐이야.




-


그레이브 :


아, 아아! 아아아아아악!




다니엘 :


그레이브, 침착해.




그레이브 :


더글라스?




다니엘 :


난 다니엘. 뭐, 더글라스의 다른 측면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그레이브 :


난....대체 뭐지?




다니엘 :


넌 우리를 닮았어. 운명을 남에게 농락당했지.


하지만 우리는 그 창조신이란 녀석에게 반격했어. 네가 원하는 대로는 안 될 거라면서.


어딘가의 바보에게 지지 마, 그레이브. 불행 따위 웃으면서 날려버려! 운명 따위 두들겨서 날려버려! 너라면 할 수 있어.




그레이브 :


네가 정한 운명을 지껄이지 마!


나는 광대가 아니야!!!


하아, 하아, 하아......고마워, 더글.......다니엘.




-


다니엘 :


안녕, 레이첼. 만나서 반가워. 난 다니엘이야.




레이첼 :


.................




다니엘 :


왜 그래?




레이첼 :


난 죽었어. 친구와 함께 나무로 변했어......


그럼 이 나는 뭐지?




다니엘 :


그건 본인한테 직접 물어봐야지. 자, 루엘 워록.




레이첼 :


루엘.....쨩......


알려줘. 난 누구야? 난 그 파괴수야? 내가 모두를 이상하게 만든 거야?




루엘 :


틀려. 그건 레이첼이 아니야.


그건 나야.






루엘 :


싫어, 싫어, 싫어어어어어!




 지금까지 루엘이었던 게 모습이 바뀌어 큰 나무가 되었다.




루엘? :


이런 걸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요.....




레이첼 :


루엘......쨩?




루엘?


어라, 당신. 망가뜨려 줄까요? 원하는 건 반대였었는데. 뭐, 상관없죠.


모두 죽었어요. 당신의 친구는 당신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나무가 되었어요.




레이첼 :


.....나 때문에? 나.......?




루엘? :


그래요♪ 당신 때문이랍니다.




레이첼 :


미안....해......




루엘? :


이 시제품의 기억을 리셋하세요. 병사로서의 마음이 너무 약해요. 더 잔혹하고 냉철하게 되도록 조정하세요.




연구원 :


예.






레이첼 :


날 구하려고.....루엘쨩이.....미안. 나 때문에......




루엘 :


난 네 친구를 나무로 바꿨어. 너에게 빼앗아 간 나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어.


넌 너야. 옛날부터 누구에게나 상냥했고,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걸었어......


그걸 알고 있지만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어. 난 너같이 아름답지 않다면서....그렇게 여겨질 거라면서.....


나는 계속 너에게 사과하고 싶었어. 그런데 사과하는 건 너 뿐이잖아......


그래서, 마지막으로 전할 거야.


미안해, 레이첼......




레이첼 :


루엘쨩! 기다려, 루엘쨩!!




-


더글라스 :


하아앗!




루엘 :


더글.....라스으으으으!!




더글라스 :


해치웠나?




다니엘 :


아니, 도망간 것 뿐이야. 파괴수와의 접촉을 끊고 루엘 워록의 몸으로 들어갔어.




더글라스 :


변함없이 끈질긴 녀석이야.




다니엘 :


다른 사람들은 일어났어. 뒷일은 맡길게.




더글라스 :


그래, 맡겨. 고마웠어, 다니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