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딘 기르 신전




재생과 파괴




인안나 :


-드문 일은 계속되는군요.


당신이 여기에 무슨 일입니까?




바알 :


시시하군 그래.




인안나 :


입을 열마자마 클레임입니까.




바알 :


생각한 대로 말한 것 뿐이다. 어둠의 왕은 어딨지?




인안나 :


허공의 유원 안에 있습니다.




바알 :


죽여버려도 괜찮겠지?




인안나 :


마음대로 하시죠. 당신도 죽을 각오가 되었다면야.




바알 :


흠......


사양해 둘까. 어딘지도 모를 허식투성이 공간에서 붙어봤자 재미도 없을 테니 말이야.


나는 놈과는 다르다. 결전이란 주목을 듬뿍 받아야 하지.


그런 오락을 추구하고 있잖느냐? 이 세상의 생명 모두가 말이다.




인안나 :


전 별로.




바알 :


으응~?




인안나 :


정말로 끝을 내려면 한 번 볼 가치도 있겠지요.


어차피 평소같은 장난일 뿐이잖아요?




바알 :


크크크.....! 그것도 좋지 아니한가. 가뿐히 끝내버리면 이후의 오락이 어렵겠지만.




인안나 :


오랫동안 끌었습니다. 언젠가 끝난다면 무의미합니다.




바알 :


생각 외로 미숙한 신념으로 움직이는군?




인안나 :


제가 말입니까?




바알 :


그렇다. 재생의 무녀여. 너는 나보다 자극을 갈구하고 있다.


『언젠가 끝나는 것이 시시하다』라니, 젖먹이의 떼에 불과하지 않느냐?




인안나 :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없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바알 :


흠.....그렇기에 나와 쌍을 이루고 있다는 건가.




인안나 :


세상이 멋대로 배속한 역할입니다. 미련도 집착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절 없애겠습니까?




바알 :


애석하지만 아깝게 되었구나. 너와의 의논은 더없을 시간 낭비였다.




인안나 :


......이상한 감상이네요.




바알 :


으응? 뭐지?




인안나 :


.....아니요, 아무것도. 더 말할 게 있습니까?




바알 :


애초에 일이라고 할 정도의 용건은- 아아, 그래.


수하를 내놔라. 너도 같이 포함한다는 형식으로 말이다.




인안나 :


쓸데없는 관심이군요.




바알 :


그럼 협박이라는 형식을 빌려볼까.




인안나 :


!?


아앗.....!




바알 :


난 『부드러운 방법』도 싫어하지 않아.


그 후의 『잔혹함』이 더 꽃을 피우니까 말이지!?




인안나 :


아아악!?




바알 :


자신만이 안전하다 생각하지 말라고? 내게는 모든 존재가 적이다. 예외는 없단다?




인안나 :


.....그렇다면 사라지도록 하세요.




바알 :


멍청하긴. 네게 있어서 무가 바로 염원이었을 텐데.


유는 고통......한순간의 쾌락을 얻기 위해 영원한 불안을 등진다......


네 염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한순간의 고통을 천 개 만큼 덧붙여주마!




인안나 :


.....!




바알 :


자, 저항해 봐라!




인안나 :


......그 정도로 이제와서 제가 싫어하겠습니까?




바알 :


호오?




인안나 :


하지만 화가 치미는군요. 바알이여. 균형의 일부여.




바알 :


뭘 지껄이느냐. 나는 균형을 파괴하는 자다.




인안나 :


울부짖어라. 순환을 벗어나 무로 돌려보내는 소울이여-




바알 :


오?




인안나 :


-짚에 감싸인 거수 엔키여, 껍질을 깨고 하늘을 날아-


교만한 노목에게 죽음의 눈길을 보내라!




바알 :


하면 되지 않느냐? .....와라, 짐이 면접관이다.


충분히 어필해 보거라!






사고의 공식




인안나 :


...............


역시 소용없었나.




바알 :


당연한 결과다. 그러면-


없는 것보단 낫겠지. 빌려가마. 돌려주진 않겠지만.




인안나 :


원하시는 대로.




바알 :


파괴의 룬으로 덩치를 키우면 개막 정도는 맡을 수 있겠지.




인안나 :


......당신은 언제까지 계속 할 생각입니까?




바알 :


음?




인안나 :


알고 있을 텐데요? 섭리는 절대 뒤집히지 않아요. 당신은 무엇을 위해서...




바알 :


너는 세상의 종언을 경험한 적이 있나?




인안나 :


아니요.




바알 :


그러면 입 다물거라. 결과가 무라고 누가 정했느냐.




인안나 :


그 이외엔 없잖습니까.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바알 :


어리석구나. 논리 따위. 우리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공식이란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거든.


아무리 계산해도 해답은 얻을 수 없다.




인안나 :


생각을 포기하는 겁니까.




바알 :


네가 포기한 거지.




인안나 :


......대체 무슨 말입니까.




바알 :


한 마디 더 하자면......


넌 추악하다. 나보다도, 어둠보다도 더욱 말이지.




인안나 :


...............




바알 :


'언젠가 올 무 앞에서 『의미있는 행동』이란 없다.' 넌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의미의 옳고 그름을 누가 정했더냐? 세상에 관측자가 있다고? 우습게도 그런 건 없다.


자신의 언동 전부를 『오답』으로 규정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시간 낭비다.


체관에 미(美)란 없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그리 두렵더냐?


두려워하는 채로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라. 우둔한 것.




인안나 :


............


.....제가 움직이지 않는 건 그게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바알 :


쓸데없이 편리한 말이로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크하하하하!!




인안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