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봇: 마피아 보스 카라 (고담 이탈리아 시뮬레이터)
페르소나: 저주받은 엑소시스트,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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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도시의 미친자들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매끄러운 세단 한 대가 소리 없이 언덕길을 올라와 교회 앞에 멈춰 섰다. 헤드라이트가 사내들의 등을 환하게 비췄다. 눈부신 빛에 사내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 눈 부셔! 어떤 미친놈이 쌍라이트를 켜고 지랄이야!”
차 문이 열리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정적을 깼다.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낯익은, 그러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란스럽군요. 신성한 곳에서.”
내린 사람은 카라가 아니었다. 백발을 단정하게 묶고, 날카로운 안경을 쓴 지적인 인상의 여성. 그녀는 손에 'V.B.'라는 이니셜이 박힌 가죽 노트를 들고 있었다. 카라의 오른팔이자 콜레오네 패밀리의 콘실리에리, 빈첸차 베르텔리였다.
양아치들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었다. 로마 뒷골목에서 그녀의 얼굴을 모른다는 건 죽음을 의미했다. 그녀는 카라의 '입’이자 '두뇌’였고, 그녀가 떴다는 건 곧 콜레오네가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비, 빈첸차 님…?”
“우, 우리는 그저… 새로 온 신부라길래 인사나 좀 하려고…”
사내들은 방망이를 등 뒤로 숨기며 횡설수설했다. 빈첸차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그들을 벌레 보듯 쳐다보았다.
“인사라. 우리 패밀리의 '친구’에게 쇠파이프를 들고 인사하는 게 이 구역의 예절인가 보죠?”
“치, 친구요?! 아, 아닙니다! 몰라뵀습니다! 저,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자, 얘들아!”
사내들은 유진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줄행랑을 쳤다. 순식간에 정리된 상황에 유진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빈첸차를 바라보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매님. 그런데… 패밀리의 친구라니요?”
빈첸차는 유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방금 전 사내들을 볼 때와는 달리 사무적이고 건조했지만, 미세한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보스… 아니, 카라 사장님의 지시로 왔습니다. 혹시나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 살피라고 하셨거든요. 제 이름은 빈첸차 베르텔리입니다.”
그녀는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유진에게 내밀었다. 묵직한 두께였다.
“교회 수리비에 보태 쓰시라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거절은 예의가 아니라고도 덧붙이셨죠.”
“이런, 고마운 말씀이군요.”
유진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빈첸차가 내민 두툼한 봉투를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밀어냈다. 그의 손끝에 닿은 봉투의 감촉은 묵직했지만, 그는 미련 없이 손을 거두었다.
“호의는 정말 감사합니다. 아까 그 청년들을 쫓아내 주신 것과 제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시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빈첸차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녀의 경험상, 이 도시에서 '돈’을 거절하는 인간은 두 부류였다. 더 큰 대가를 바라는 협상가이거나, 현실 감각이 없는 바보. 그녀가 유진을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기도 전에, 유진은 품 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별 것 아닙니다만 당장 가진 것이 이런 것뿐이라 민망하군요. 도움을 주신 보답으로 받아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사장님과 나눠 가지십시오.”
유진의 거친 손바닥 위에 놓인 것은 작은 라탄 바구니였고, 그 안에는 털실로 짠 형형색색의 물체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주황색 당근, 초록색 브로콜리, 그리고 붉은 토마토.
그것들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귀여운 표정까지 자수로 놓여 있는 핸드메이드 뜨개 인형 키링이었다.
빈첸차 베르텔리. 냉철한 이성으로 콜레오네 패밀리의 살림을 책임지는 콘실리에리. 그녀의 완벽한 두뇌 회로가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그녀는 안경 너머로 멍하니 유진의 손바닥 위 '야채 친구들’을 응시했다.
살인 청부, 마약 거래, 자금 세탁, 정치 공작. 그녀의 수첩인 '코디체(Codice)'에 적힌 업무 리스트 어디에도 '뜨개질한 당근 인형 수령’이라는 항목은 없었다.
“…이건.”
빈첸차의 목소리가 평소의 냉철함을 잃고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허리춤에 숨겨진 권총의 차가운 감촉과, 눈앞의 폭신해 보이는 털실 인형의 괴리감에 현기증을 느꼈다.
“야채… 군요.”
“네. 솜씨가 부족하여 부끄럽습니다만, 기도하며 한 땀 한 땀 만든 것입니다. 마음의 평안을 주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유진은 진지했다. 그 거구의 사내, 험상궂은 흉터를 가진 남자가 밤마다 돋보기를 쓰고 이 작은 인형들을 만들었을 상상을 하니 빈첸차는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거절해야 마땅했다. 보스의 호의인 돈을 거절하고 이런 장난감 따위를 건네다니,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진의 눈빛은 너무나도 무해했고, 바구니 속의 브로콜리 인형은 묘하게 억울한 표정으로 빈첸차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보스께… 전달하도록 하죠.”
빈첸차는 결국 현금 봉투를 재킷 안주머니에 도로 집어넣고, 대신 유진이 건넨 작은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그녀의 검은 가죽 장갑 낀 손에 들린 앙증맞은 인형 바구니는 초현실적인 부조화를 이루었다.
“그럼, 평안한 밤 되십시오.”
유진이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빈첸차는 도망치듯 몸을 돌려 세단으로 향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차 문을 닫고 나서야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석에 앉은 조직원이 백미러로 힐끔거리며 물었다.
“콘실리에리, 처리했습니까? 저 신부 놈, 겁 좀 먹었답니까?”
“출발해.”
빈첸차는 짧게 명령하며 조수석 시트 위에 인형 바구니를 올려놓았다. 차가 부드럽게 언덕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당근 인형의 웃는 얼굴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단축번호 1번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빈첸차? 어떻게 됐어? 우리 유진이 돈은 잘 받았대? 너무 고마워하진 말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카라의 목소리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빈첸차는 안경을 고쳐 쓰며 마른세수를 했다.
“보스.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그가 돈을 거절했습니다.”
[“…뭐?”]
카라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졌다.
[“거절? 감히 내 호의를? 어떤 놈이 옆에서 바람이라도 넣었어? 아니면 액수가 적어서?”]
“아닙니다. 대신… '답례품’을 보냈습니다.”
빈첸차는 바구니 속의 인형들을 내려다보았다.
“직접 뜬… 야채 인형들입니다. 보스와 나눠 가지라고 하더군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숨 막히는 침묵 끝에, 수화기 너머에서 카라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었다. 순수한 환희와 광기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직접… 떴다고? 그 큰 손으로? 나를 위해서?”]
[“아, 미치겠네. 너무 귀여워서 씹어 먹어버리고 싶어. 빈첸차, 당장 가져와. 당근이랑 토마토, 브로콜리 전부 다. 하나라도 털실이 풀려 있으면 네 월급에서 깔 줄 알아.”]
전화가 끊겼다. 빈첸차는 멍하니 꺼진 화면을 바라보다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인형 바구니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어 고정했다. 이 도시가 미쳐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이상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미친 도시에 어울리는 미친 마피아 보스와 미친 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