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나라 우즈베키스탄은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교역로에 위치해 고대부터 무역도시들이 번성했던 곳으로, 주로 러시아 지배를 거치며 도시가 형성된 주변국과 비교했을 때 역사가 오래된 도시가 많은 편. 위 지도에도 보이듯 우즈벡의 주요 도시는 물이 풍부한 산맥 자락이나 강변에 모여 있으며, 대충 구분하자면 오래된 실크로드 도시와 근대에 철도교통 등의 발달로 새롭게 성장한 도시(옛 실크로드 도시와 쌍둥이 도시를 이루는 경우가 많음), 소련 시절 자원 개발을 위해 세워진 도시들로 나누어볼 수 있을 듯.

우즈베키스탄은 도시 발달 역사는 빠르지만 도시화율이 그리 높은 국가는 아닌데, 소련 시절부터 치러진 인구조사를 보면 도시화율은 1920년대 약 20%에서 독립 직전인 1989년 40.6%로 증가했고, 2022년엔 50.8%에 이르렀지만 사실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음(참조: [1][2]). 특히 우즈벡은 소련 붕괴 후에도 계속 엄격한 거주지등록 제도를 통해 국내 이주를 통제해 도시화가 더뎠는데, 2010년대 중후반부터 이를 완화하면서 다시 대도시 인구가 증가하였다고.

2021년 기준 우즈베키스탄 도시 인구는 우즈벡인 81%, 타지크인 5%, 러시아인 4% 등으로 구성되어 전체 인구구성(우즈벡인 84%, 타지크인 5%, 러시아인 2%)과 크게 차이나진 않았음. 과거에는 러시아인과 타타르인들이 도시 지역에 정착하기도 했으나 이들은 소련 붕괴 이후 대부분 떠나갔다고. 한편 사마르칸트와 부하라처럼 오래된 실크로드 도시들은 타지크인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소련/우즈벡 인구조사에선 이들 상당수를 우즈벡인으로 식별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불분명함. 사실 역사적으로는 산동네만 모아놓은 모양새인 타지키스탄보다 이쪽이 타지크인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히바 Xiva (사진)

1989년 인구 40,001명 → 2023년 인구 96,974명 (연평균 +2.6%)

히바는 사실 규모로는 주요 도시에 낄 정도는 아닌데 워낙 네임드 도시라 넣어봄. 이곳은 북서부 호라즘 지방에 있는 도시로, 도시의 역사는 고대 사카 시절로 소급되지만 16세기 아무다리야강의 유로 변화로 우르겐치가 쇠퇴하면서 1920년 히바 칸국 멸망 전까지 호라즘의 수도가 되었음. 지금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Ichan qalʼa)가 거의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서 유명한 곳.

올말리크 Olmaliq (사진)

1989년 인구 114,331명 → 2023년 인구 141,894명 (연평균 +0.6%)

수도 타슈켄트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한 광산도시. 올말리크가 위치한 쇼시(Shosh) 계곡은 예로부터 금속 산지로 유명했던 곳으로, 소련 시절 도시 인근에서 나는 구리와 납, 아연, 몰리브덴 등 각종 비철금속을 제련하기 위한 제련소가 들어서면서 도시가 세워졌고 1951년 시로 승격되었음. 위성사진으로 보면 도시 주변으로 광산 구덩이들이 여기저기 파여 있는 모습이 잘 보임.

샤흐리사브즈 Shahrisabz (사진)

1989년 인구 52,976명 → 2023년 인구 144,773명 (연평균 +3.0%)

남부 카슈카다리야 계곡에 있는 소도시. 역사적으로 케시(Kesh)로 알려진 도시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 시절부터 존재한 오래된 도시로, 14세기 정복자 티무르가 자신의 고향인 케시에 궁전과 모스크 등을 세우면서 도시는 페르시아어로 ‘녹색 도시’란 뜻의 현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사마르칸트에서 멀지 않아서(남쪽으로 약 80km) 사마르칸트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같이 둘러보는 경우가 많다는 듯.

여담으로 우즈벡 정부는 2014년부터 샤흐리사브즈의 역사 지구를 공원화하는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구시가지를 시원하게 밀어버려서(...) 유네스코에 의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우르겐치 Urganch (사진)

1989년 인구 126,380명 → 2023년 인구 149,942명 (연평균 +0.5%)

우즈베키스탄 북서부 호라즘주의 주도. 원래는 17세기 아무다리야강에서 물은 끌어오는 쇼보트 운하가 뚫리면서 생긴 마을로, 중세 호라즘의 대도시 우르겐치의 이름을 따서 ‘새로운 우르겐치(Yangi Urganch)’로 이름붙여졌음. 소련 시절 이 도시는 히바를 대신해 호라즘의 주도이자 철도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소련 붕괴 이후 기존 노선이 국경에 애매하게 걸치면서 현재 도시의 철도는 종점 역할만 한다고.

나보이 Navoiy (사진)

1989년 인구 107,115명 → 2023년 인구 155,985명 (연평균 +1.1%)

우즈벡 중부 자라프숀 계곡의 도시로 사마르칸트와 부하라의 중간쯤에 위치함. 도시의 이름은 티무르 제국 시대의 시인 알리셰르 나보이에서 따왔음. 원래 이곳엔 카르마나라는 오래된 소도시가 먼저 있었는데 1958년 바로 남쪽에 광산 및 제련소를 건설하면서 세워진 도시가 지금의 나보이. 위성사진으로 보면 북쪽에 하얗게 보이는 카르마나(인구 2만)와 바로 아래에 격자형으로 구획된 나보이가 쉽게 대조됨.

나보이주는 통계를 보면 의외로(?) 우즈베키스탄에서 1인당 GRDP가 가장 높은 지역(2023년 기준 약 6500$)인데, 그 원천은 나보이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무룬타우 금광. 키질쿰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이 광산은 매년 1700킬로온스의 금을 생산해 서뉴기니의 그라스버그 광산과 생산량 세계 1위를 다투고 있음. 이 거대한 광산을 관리하는 국영기업 NKMK의 소재지가 바로 나보이 시.

치르치크 Chirchiq (사진)

1989년 인구 156,654명 → 2023년 인구 168,032명 (연평균 +0.2%)

타슈켄트 북동쪽 치르치크 계곡에 있는 공업도시. 치르치크 계곡은 주변의 높은 산들로 인해 지형성 강수가 많은데, 1930년대 소련이 수자원이 풍부한 이곳에 댐을 건설하고 전기화학 공업단지를 건설하면서 도시가 세워졌고, 소련 시기엔 군수산업 관련 공장 및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었다고. 도시 바로 동쪽에 해발 3,300m의 침간산이 있어서 스키장과 리조트들이 위치해 있다고.

앙그렌 Angren (사진)

1989년 인구 131,970명 → 2023년 인구 178,517명 (연평균 +0.9%)

타슈켄트 동남쪽의 앙그렌강 상류에 있는 광산도시. 앙그렌은 소련 시절 대규모 탄전이 발견되면서 1946년 세워졌으며, 러시아와 타타르계 인구가 주를 이루는 대규모 산업도시였음. 소련 붕괴 이후 공장은 대부분 문을 닫고 러시아인과 타타르인도 도시를 떠났지만, 탄광은 지금도 대규모로 운영된다고. 이곳은 국경을 넘지 않고 우즈벡 중부와 동부 페르가나 분지를 연결하는 유일한 길목이기도 함.

지자흐 Jizzax (사진)

1989년 인구 106,087명 → 2023년 인구 191,620명 (연평균 +1.8%)

우즈베키스탄 중앙에 위치한 도시. 중세 때부터 실크로드 도시로 발달한 지자흐는 북쪽으로는 유라시아 대초원, 남쪽으로는 누라타우산맥과 맞닿아 있는데, 지도에서 남서쪽으로 보이는 계곡이 대초원과 사마르칸트를 연결하는 교통로라 예로부터 중요한 요충지였던 곳. 현재도 타슈켄트를 비롯한 우즈벡 북동부에서 사마르칸트·부하라 등 서쪽 지역으로 넘어가려면 이곳을 반드시 통과하게 됨.

테르메즈 Termiz (사진)

1989년 인구 82,951명 → 2023년 인구 195,655명 (연평균 +2.6%)

우즈벡 최남단 아무다리야 강변에 있는 도시. 이곳은 우즈벡 주요 도시 중 가장 더운 곳으로 7월 일최고기온 평균이 40℃에 달함. 테르메즈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 시절부터 존재한 굉장히 오래된 도시로 예로부터 강을 건너는 주요 교차점이었는데, 근대에는 쇠퇴했다가 러시아 제국 시절 철도가 놓이면서 다시 발전했다고. 도시 동쪽에는 우즈벡과 아프간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음.

부하라 Buxoro (사진)

1989년 인구 223,934명 → 2023년 인구 266,600명 (연평균 +0.5%)

남서부 자라프숀 계곡에 있는 도시. 고대부터 번영한 교역 도시로, 중세에는 하디스를 집성한 알부하리나 페르시아 문어체를 확립한 루다키가 활동했던 학문 및 문화의 중심지였음. 도시는 1920년까지 부하라 에미르국의 수도였고 지금도 당시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음. 19세기 말에는 구시가지 동남쪽에 철로가 놓이면서 새로운 시가지가 형성되었는데, 현재는 코곤이란 이름의 도시(인구 6만)가 되었음.

카르시 Qarshi (사진)

1989년 인구 157,119명 → 2023년 인구 288,887명 (연평균 +1.8%)

남부 카슈카다리야 계곡에 있는 도시. 고대엔 이곳에 나흐샤브란 도시가 있었으며, 지금의 도시는 16세기 부하라 칸국이 세워진 이후 지역 중심지가 되었다고. 도시 주변으론 면화를 재배하는 관개 농지가 펼쳐져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인근에서 이루어지는 천연가스 채굴 역시 중요한 산업이라고. 도시 동쪽에는 공군기지가 있는데 과거엔 미군(2001-05)과 러시아군(2006-12)이 번갈아 주둔했으나 지금은 모두 철수함. 

코칸트 Qoʻqon (사진)

1989년 인구 182,073명 → 2023년 인구 303,620명 (연평균 +1.5%)

우즈베키스탄 동쪽 페르가나 계곡의 도시. 중세 문헌에서 등장하는 오래된 도시지만 본격적으로는 18세기 코칸트 칸국의 수도로 번성한 곳으로, 지금도 칸의 궁전처럼 당시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음. 제정 러시아 말기 이곳은 중앙아시아에서 타슈켄트 다음으로 큰 도시였는데(1897년 인구 8만) 그래서인지 의외로 도심부엔 근대 건축물들도 많다고 카더라. 현재는 주도는 아니지만 페르가나 계곡의 교통 중심지. 

누쿠스 Nukus / Nókis (사진)

1989년 인구 170,362명 → 2023년 인구 334,557명 (연평균 +2.0%)

우즈벡 북서부의 자치공화국인 카라칼파크스탄의 수도로, 아무다리야강 및 키질쿰 사막과 맞닿아 있음. 1930년대 자치공화국 수립과 함께 새로 수도로 삼고자 세워진 도시로, 소련 시절에는 외진 위치 때문에 화학무기 실험실이 도시에 위치했다고 함. 현재 도시는 북서부의 교통 중심지로 여행객들은 주로 아랄해를 방문하는 거점으로 들르며, 도시 자체는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 미술관 정도가 명소라고.

안디잔 Andijon (사진)

1989년 인구 293,227명 → 2023년 인구 468,055명 (연평균 +2.0%)

페르가나 계곡의 도시로 우즈벡 최동단에 위치한 주요 도시. 이곳도 고대 페르시아 시절로 역사가 소급되는 오래된 실크로드 무역도시로, 무굴 제국을 창건한 바부르가 이곳 출신으로 유명함. 현재 도시는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제조업 중심지로 특히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는데, 우즈오토(舊 대우) 공장이 안디잔 인근의 아사카에 위치해 있음. 2005년에는 카리모프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로 큰 희생을 치르기도 했던 곳.

마르길란 Margʻilon / 페르가나 Fargʻona (사진)

[마르길란] 1989년 인구 124,847명 → 2023년 인구 246,650명 (연평균 +2.0%)

[페르가나] 1989년 인구 200,373명 → 2023년 인구 314,449명 (연평균 +1.3%)

페르가나 계곡 남쪽에 있는 쌍둥이 도시. 북쪽의 마르길란은 알렉산드로스에 의해 세워졌다는 전설이 있는 무역 도시이며, 실크 생산으로 유명했다고. 제정 러시아 시기 러시아인들은 마르길란 남쪽에 신도시를 짓고 분지의 행정 중심지로 삼았는데 이곳이 바로 지금의 페르가나 시임. 두 도시 사이로는 1908년 지어져 소련 시기 확장된 거대한 정유 공장이 있어 도시의 경제적 기반이 되고 있다고.

사마르칸트 Samarqand (사진)

1989년 인구 367,031명 → 2023년 인구 572,835명 (연평균 +1.3%)

우즈베키스탄 중부 자라프샨 계곡에 있는 도시로, (특히 도시 중심의 레기스탄 광장은) 실크로드의 상징과도 같은 곳. 이곳도 역사가 기원전으로 소급되는 오래된 도시지만 특히 티무르 제국 시기 문화 부흥의 중심지로 유명한 곳. 근대에는 철도가 개통되면서 러시아인들이 원래 도시 서쪽에 신도심을 만들었는데 녹지가 많아서 위성사진에서도 쉽게 눈에 띔. 사마르칸트는 보통 우즈벡 제2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행정구역 크기가 작아서 의외로(?) 시 인구는 나망간에 밀려 3위인데, 외곽 지역을 편입해 인구 100만 규모로 확장시킨다는 떡밥이 있는 모양.

나망간 Namangan (사진)

1989년 인구 305,585명 → 2023년 인구 678,154명 (연평균 +2.4%)

북동부 페르가나 분지의 도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 시명은 페르시아어로 소금 광산이란 뜻의 나마크컨(namakkân)에서 왔는데, 원래는 이름대로 작은 소금 광부 정착지였다가 17세기부터 교역 중심지로 새롭게 형성된 도시라고 함. 근대에 나망간은 면화 및 식품 가공을 비롯한 경공업의 중심지가 되어 빠르게 발전했는데, 여기도 사마르칸트처럼 직할시 승격 떡밥(대통령의 2022년 연설에서도 언급됨)이 있는 듯.

타슈켄트 Toshkent (사진)

1989년 인구 2,072,459명 → 2023년 인구 2,956,384명 (연평균 +1.1%)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고대엔 차치(Chach)로 알려졌던 무역도시로, 1865년 러시아령 투르케스탄의 수도가 된 이후 중앙아시아 최대 도시로 급격히 발달한 곳임. 타슈켄트 도심부는 1966년 대지진 이후 재건되었는데 하늘에서 보면 하얀 구시가지와 녹색빛이 진한 신도시가 굉장히 대조되는 모습. 독립 이후 타슈켄트의 인구는 한동안 강력한 이주 제한으로 200만선에서 정체되어 있었는데, 2010년대 후반 제한이 완화되면서 불과 10년 사이 이주가 급증해('15년 237만 → '23년 295만) 대규모 건설 붐이 일어났다고.

마지막은 약간 뻔하지만 도시 사진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