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 해협 주변에 위치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브루나이는 동남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된 나라들. 이 지역은 공통적으로 역사적으로 말레이족의 영향권이었으며, 근대에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하였고, 중국 및 인도로부터의 이민이 집중되어 다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 말레이시아의 경우 독립 당시 대부분 인구가 농촌에 거주하였으나 20세기 후반 급격한 도시화로 현재는 한국과 도시화율에 있어 크게 차이나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역시 해외 유입으로 빠른 도시 성장을 겪음.

※ 영미권(?) 국가들이 으레 그렇듯 말레이시아도 지자체와 행정구역이 별개 레이어고, 행정구역상 도시 인구가 실제 시가지 인구랑 일치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글에서 도시 인구는 시가지가 포함된 구(district)의 도시지역 인구를 합산했음. 제가 임의로 계산한 각 도시 인구의 정의에 대해서는 이 링크를 참조.

알로르스타르 Alor Setar (사진)

1991년 인구 180,026명 → 2020년 인구 300,448명 (연평균 +1.8%)

태국 핫야이에서 남쪽으로 국경을 넘으면 처음 나오는 주요도시로, 말레이반도 북서쪽 크다주의 주도. 크다강 어귀에 위치한 도시는 18세기 크다 술탄국의 수도로 지어졌으며, 말레이시아 최대 쌀 생산지인 크다 평야의 물류 중심지라고 함. 이 도시는 말레이시아의 초대 총리인 툰쿠 압둘 라만과 최장기 집권 총리인 마하티르의 고향이기도 함. 도시의 주민은 말레이인이 주를 이룸.

반다르스리브가완 Bandar Seri Begawan (사진)

1991년 인구 170,107명 → 2021년 인구 318,530명 (연평균 +2.1%)

보르네오섬 북쪽의 소왕국 브루나이의 수도. 원래 이름은 그냥 브루나이였는데 1970년 상왕의 칭호를 따라 개칭됨. 도시는 브루나이강 하구의 수상 마을에서 시작해 16세기에 술탄국의 수도가 되었고, 영국 보호령 시기 동안에는 육지에 신시가지가 조성됨. 20세기엔 석유빨로 브루나이 경제가 성장하며 도시 역시 육지로 빠르게 확장되었는데, 그럼에도 1만여 명의 주민이 지금도 원래의 수상 마을인 캄퐁아예르에 살고 있다고.

산다칸 Sandakan (사진)

1991년 인구 156,675명 → 2020년 인구 334,374명 (연평균 +2.6%)

보르네오섬 북동쪽 사바주의 도시로 말레이시아의 주요 도시 중 최동단에 위치함. 1879년 세워진 도시는 영국령 북보르네오 식민지의 수도로 섬의 정글에서 나는 목재를 수출하는 항구로 번성했다고. 그러나 2차대전 때 도시가 파괴되자 영국이 북보르네오의 수도를 제설턴(코타키나발루)으로 옮기면서 현재는 주 제2의 도시. 도시 인구는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르네오섬 토착민들과 필리핀 이민자가 주를 이룸.

쿠알라트릉가누 Kuala Terengganu (사진)

1991년 인구 228,119명 → 2020년 인구 346,136명 (연평균 +1.4%)

말레이반도 동쪽 트릉가누주의 주도. 말레이어로 쿠알라(kuala)는 합류점을 일컫는데 이름에 걸맞게 트릉가누강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하구에 위치한 도시. 예로부터 교역이 이루어지는 항구였던 도시는 18세기 트릉가누 술탄국의 수도가 되었고, 현재도 주의 중심지이자 르당섬처럼 주변 관광지로 가는 관문이기도 함. 도시 인구는 말레이인이 절대다수지만 역사가 긴 중국인 공동체도 소수 존재함.

쿠안탄 Kuantan (사진)

1991년 인구 202,445명 → 2020년 인구 454,422명 (연평균 +2.8%)

말레이반도 동쪽 파항주의 주도로 쿠안탄강 하구에 접해 있음. 원래 파항의 주도는 내륙의 쿠알라리피스였으나 1955년 주도가 옮겨온 이후 현재는 주 최대도시이자 정치·경제적 중심지가 되었음. 도시 주변으론 너른 해변이 펼쳐져 있어 관광업이 발달했다고 하며, 도시 북쪽(으로 좀 많이 떨어진) 쿠안탄 항구를 중심으론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했다고. 이곳 역시 도시 인구 중 말레이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

숭아이프타니 Sungai Petani (사진)

1991년 인구 138,512명 → 2020년 인구 478,314명 (연평균 +4.4%)

말레이반도 북서쪽 크다주의 최대도시. 도시는 프타니강이라는 작은 강(※ 말레이어로 sungai가 강)을 끼고 있고, 남쪽으론 무다강이라는 꽤 큰 강이 페낭과의 경계선을 이룸. 원래 시골 소읍이었던 도시는 바로 남쪽에 있는 페낭이 대도시로 성장함에 따라 20세기 후반 이후 빠르게 인구가 늘어났는데, 사실 많은 주민들이 페낭으로 출퇴근하는 위성도시라고 함.

코타바루 Kota Bharu (사진)

1991년 인구 297,634명 → 2020년 인구 510,456명 (연평균 +1.9%)

말레이반도 북동쪽 클란탄주의 주도로 클란탄강 하류의 해안평야 지대에 있음. 코타바루는 ‘새로운 도시’라는 뜻인데 1844년 클란탄 술탄국의 새로운 수도로 세워졌다고 하며, 현재는 말레이반도 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되었음. 도시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 말레이인인 곳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기도 한데, 일례로 1990년 이래 주 정부가 영화관을 불법화해 도시엔 영화관이 한 곳도 없다고(...).

쿠칭 Kuching (사진)

1991년 인구 277,905명 → 2020년 인구 558,113명 (연평균 +2.4%)

보르네오섬 북서쪽 사라왁주의 주도이자 최대도시로, 사라왁강 하구에 접한 항구도시임. 시명은 말레이어로 ‘고양이’라는 뜻이라 시의 상징도 고양이라고. 1827년 브루나이 술탄이 사라왁의 주도로 세운 도시로, 사라왁 백인왕국 시절과 말레이시아의 주가 된 이후로도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음. 도시는 브루나이 말레이인과 중국인, 섬 토착민족 등 다양한 민족이 거주하며 서쪽 말레이반도와 상당히 구별되는 문화를 가졌다고.

믈라카 Melaka (사진)

1991년 인구 195,998명 → 2020년 인구 597,135명 (연평균 +3.9%)

말레이반도 남쪽의 항구도시로 말라카(Malacca)라는 이름으로 흔히 알려져 있음.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역사도시로 15세기 동남아 해상무역을 지배했던 믈라카 술탄국의 수도였으며, 16세기 이후론 포르투갈과 영국, 네덜란드 등 서구의 지배를 받다가 현재는 믈라카주의 주도가 됨. 도시는 말레이와 포르투갈, 중국 등의 영향이 섞인 다문화 도시로, 유럽풍 짙은 구시가지는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함.

스름반 Seremban (사진)

1991년 인구 193,237명 → 2020년 인구 647,480명 (연평균 +4.3%)

말레이반도 남쪽 느그리슴빌란주의 주도로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음. 원래 19세기 주석이 발견되며 형성된 광산도시로, 1895년 일종의 부족연합이었던 느그리슴빌란이 말레이 연방의 주가 되면서 주도로 선택되었다고 함. 도시는 수도권과의 근접성 ㅡ 짤 왼쪽에 보이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은 실제 쿠알라룸푸르보다 스름반과 더 가까움 ㅡ 때문에 20세기 후반 이후 급격한 성장을 겪었음.

코타키나발루 Kota Kinabalu (사진)

1991년 인구 160,184명 → 2020년 인구 686,604명 (연평균 +5.1%)

보르네오섬 북동쪽 사바주의 주도로, 동말레이시아 최대도시이자 자연환경을 위주로 한 관광지로도 알려진 곳. 도시는 1882년 영국 북보르네오 회사에 의해 제설턴(Jesselton)이란 이름으로 세워졌는데, 독립 이후 말레이시아 최고봉인 키나발루산에서 이름을 따와 개칭되었음. 도시 인구는 보르네오 토착민족과 중국인, 인도네시아 이민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말레이시아 이슬람 문화의 최동단 지역이기도 함.

이포 Ipoh (사진)

1991년 인구 527,151명 → 2020년 인구 845,003명 (연평균 +1.6%)

말레이반도 중서부 페락주의 주도. 킨타강 계곡에 위치한 도시는 동서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함. 19세기 말 주석이 발견되면서 중국인 광부들이 모여들어 형성된 도시로, 광업이 번성하면서 말레이 연방 제2의 도시가 되었고 1937년 페락의 주도도 이곳으로 옮겨옴. 그러나 80년대 이후 주석 광업이 쇠퇴하면서 도시의 성장세는 다소 정체됨. 중국 문화의 영향이 강한 고풍스런 시가지로 유명하다고.

클랑 Klang (사진)

1991년 인구 368,379명 → 2020년 인구 1,084,568명 (연평균 +3.8%)

사실 독자 권역이라기보단 쿠알라룸푸르의 위성도시...인데 수도의 외항이자 수도를 둘러싼 슬랑오르주의 왕실수도(주도는 샤알람이라는 신도시)로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 넣어봄. 도시는 클랑강 하구에 위치해 있으며 19세기 강 상류에서 주석 채굴 붐이 일면서 중요한 항구가 되었고, 현재는 쿠알라룸푸르의 외항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화물 물동량이 가장 많은 ㅡ 세계적으로 봐도 13위라고 ㅡ 항구도시임.

페낭 Pulau Pinang (사진)

1991년 인구 798,276명 → 2020년 인구 1,610,378명 (연평균 +2.4%)

말레이시아 북서쪽에 있는 도시...라기보단 주. 페낭섬의 조지타운과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스브랑프라이(중심지는 버터워스)로 구성됨. 18세기 영국 동인도회사가 크다 술탄국으로부터 섬을 할양받아 식민지가 되었고, 이후 향신료와 주석 등을 거래하는 무역항으로 성장함. 현재는 전자산업 위주의 제조업 역시 발달했다고. 도시는 중국계 주류 지역으로, 중국과 인도, 유럽이 혼합된 독특한 문화가 특징적이라고.

조호르바루 Johor Bahru (사진)

1991년 인구 560,227명 → 2020년 인구 1,994,365명 (연평균 +4.5%)

말레이시아 최남단의 도시로 조호르주의 주도. 시명을 풀이하면 ‘새로운 조호르’로 1855년 조호르 술탄국의 본토 부분이 영국 보호령이 되면서 새로운 수도로 세워진 곳임. 남쪽으로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싱가포르와 연결되어 있으며, 싱가포르가 성장하면서 조호르바루 역시 급격한 성장을 겪었다고 함. 도시 인구는 말레이인이 가장 많지만 중국인도 3분의 1 정도로 큰 규모로 거주하고 있음.

싱가포르 Singapore (사진)

1990년 인구 3,047,132명 → 2020년 인구 5,685,807명 (연평균 +2.1%)

말레이 반도 최남단에 있는 작은 섬나라.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요충지에 있는 세계 물동량 2위의 항구이자 금융허브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이기도 함. 도시의 역사는 1819년 영국 식민지로 세워졌으며, 중국계가 다수를 이루고 있어 (민족분규로 홍역을 겪던) 말레이시아가 독립할 때 합류하지 않고 분리독립해 지금에 이름.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상당히 체계적이기로 유명한 곳..?

쿠알라룸푸르 Kuala Lumpur (사진)

1991년 인구 2,824,085명 → 2020년 인구 8,087,775명 (연평균 +3.7%)

말레이시아의 수도. 역사가 오래되진 않아서 1857년 주석 광산이 발견되면서 중국인 광부들의 광산촌이 형성되었고, 1880년대 철도 개통으로 인구가 급증해 1896년 도시는 말레이 연방의 수도로 선택됨. 역사적 배경 때문에 도시 인구는 중국인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40%대). 말레이시아의 명실상부한 경제적 중심지로 마천루가 즐비한 스카이라인이 인상적인 곳임.

사진: 수방자야(Subang Jaya)

쿠알라룸푸르 시의 인구는 2020년 기준 198만 명이지만 인근 위성도시까지 합하면 인구 800만의 광역권을 이루고 있음. 말레이시아의 경우 교외 지역에는 (아파트도 있지만) 저층 단독주택가가 많아서 시가화된 면적만 보면 훨씬 인구가 많은 방콕이나 마닐라 등에 밀리지 않는 듯? 

푸트라자야 시계(市界)는 노란색으로 표시

번외: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사진)가 위치함. 인구 10만의 깔끔한 계획도시로 1995년 건설이 시작되어 2001년 연방 준주로 승격되었다고. 공무원 도시이다 보니 말레이계 인구가 도시 인구의 대부분(97%)을 차지함. 시 서쪽으로는 사이버자야(Cyberjaya)라고 하는 과학연구단지가 함께 조성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