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중앙에 위치한 파라과이의 인구는 610만 명(2022)으로, 그 중 60% 정도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남미에선 도시화율이 비교적 낮은 국가. 동시에 도시 인구 중에선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해 종주도시화 경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국가이기도 함. 도시 발달이 주 교통축을 따라 이루어지는 건 어느 나라에나 해당되는 얘기일 텐데, 파라과이의 경우 수운(파라과이강) → 철도(아순시온-엥카르나시온) → 도로(아순시온-시우다드델에스테)로 주 교통축이 변화하면서(이 글 참고) 시대마다 다른 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 듯. 뻔한 얘기지만 인구가 희박한 서부 그란차코 지역은 도시 발달 역시 거의 미약함.

※ 이 글에서는 파라과이의 17개 주도 및 인구 5만 이상 도시(위성도시 제외)를 ‘주요 도시’로 보았음. 글에서 인용한 2020년 도시인구는 파라과이 정부가 발표했던 추계인구인데, 2022년 인구조사 결과 실제 인구가 추계보다 130만 명이나 적은(...) 걸로 드러난고로 수치를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할 듯.

푸에르테올림포 Fuerte Olimpo (사진)

1982년 인구 1,343명 → 2020년 인구 2,600명 (연평균 +1.8%)

최북단 알토파라과이주의 주도. 파라과이강 상류 유역에 펼쳐진 거대한 열대 습지(약 19만 km²)인 판타날 한가운데 있으며, 습지 한가운데 솟은 언덕 자락에 위치해 홍수로부터 보호됨. 도시는 1792년 푸에르테 보르본(Fuerte Borbón)이란 이름으로 세워졌고, 전략적 위치 때문에 강을 내려다보는 요새가 세워져(현재도 남아 있음) 삼국 동맹 전쟁과 차코 전쟁 때 북쪽 국경의 주요 기지이자 전투가 벌어진 장소였다고.

카아사파 Caazapá (사진)

1982년 인구 2,996명 → 2020년 인구 7,100명 (연평균 +2.3%)

동남부 카아사파주의 주도로, 시명은 과라니어로 ‘숲 너머’란 뜻이라고 함. 1607년 프란치스코회 수도사 루이스 데 볼라뇨스에 의해 세워진 오래된 도시로, 식민 시대의 역사적 주택 건물들을 지금도 잘 보존하고 있다고. 도시의 명소로는 볼라뇨스가 찾아냈다고 전해지는 샘물이 있음. 도시의 주 산업은 목축업이지만 최근엔 도시 주위로 유칼립투스 농장들이 만들어지면서 임업 또한 행해진다고 함.

파라과리 Paraguarí (사진)

1982년 인구 6,592명 → 2020년 인구 9,100명 (연평균 +0.9%)

남부 파라과리주의 주도로 아순시온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져 있음. 도시는 1775년 일대의 예수회 선교 마을이 해체된 후 세워졌으며, 1811년에는 이곳에서 파라과이군이 라플라타군을 격파하고 아르헨티나와 별개 국가로 독립하게 되어 ‘국가 독립의 요람’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도시 북쪽으로는 로스알토스 산맥이 지나가서 도시 뒤로 인상적인 배경을 이룸.

산페드로데이쿠아만디유 San Pedro de Ycuamandiyú (사진)

1982년 인구 3,565명 → 2020년 인구 9,700명 (연평균 +2.7%)

북부 산페드로주의 주도로, 파라과이강의 지류인 제주이과수강 유역의 습지대에 위치함. 도시 이름이 굉장히 긴데 풀이하면 ‘목화의 샘의 성 베드로’가 되고, 흔히 산페드로로 줄여서 부르는 듯. 도시는 1786년 포르투갈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현재는 지역의 축산업 및 임업 중심지 역할을 한다고. 서쪽으로 10km 떨어진 안테케라(Antequera)는 파라과이강과 맞닿아 있어 타 지방과 연결되는 항구가 있음.

필라델피아 Filadelfia (사진)

1992년 인구 4,484명 → 2020년 인구 12,300명 (연평균 +3.7%)

북서부 그란차코 초원에 있는 보케론주의 주도. 파라과이 타 지역과 역사적 배경이 꽤 다른 곳으로, 1931년 소련에서 이주한 독일계 메노나이트 공동체에 의해 건립된 도시임. 메노나이트들은 그란차코의 건조한 초원을 대규모 목장이랑 땅콩·참깨 등을 생산하는 농경지로 일구어냈고, 덕택에 도시 일대는 파라과이에서 아순시온 다음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이라고(예전에 올린 지도 참조).

도시를 둘러싼 뜨겁고 건조한 그란차코 초원지대는 20세기 후반 이래 농업의 확장에 따라 급속한 탈산림화를 겪고 있는데, 위성사진을 통한 분석에 따르면 1985년 이래 14만 km²에 달하는 초원이 지난 30년간 목장 및 농지로 전환되었다고. 이러한 변화는 (지금도 그란차코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초원 원주민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카더라.

산후안바우티스타 San Juan Bautista (사진)

1982년 인구 6,839명 → 2020년 인구 14,200명 (연평균 +1.9%)

남부 미시오네스주의 주도. 원래 작은 선교 마을이었던 이곳은 삼국 동맹 전쟁 이후 아르헨티나인들이 정착하면서 인구가 늘어 1893년 도시로 지정되었다고. 사실 미시오네스주에서는 남쪽으로 30km 떨어진 산이그나시오(San Ignacio)라는 도시가 역사도 길고(1609년 예수회가 창립) 규모도 좀더 큰 편인데(...는 19,900명), 실제로도 원래는 산이그나시오가 주도였으나 1945년 이곳으로 옮겨온 것.

아레과 Areguá (사진)

1982년 인구 5,177명 → 2020년 인구 17,400명 (연평균 +3.2%)

수도 아순시온을 둘러싸고 있는 센트랄주의 주도. 도시는 아순시온에서 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이파카라이 호숫가에 위치함. 1538년 선교 마을로 세워진 아레과는 딸기와 공예품으로 유명한 마을로 19세기엔 수많은 여름 별장이 들어섰고, 1993년에는 센트랄주 청사가 아순시온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2000년대 이후 수도권의 확장으로 도시 주변은 급격한 시가화(...와 더불어 호수의 수질 악화)가 진행되고 있음.

비야아예스 Villa Hayes (사진)

1982년 인구 7,195명 → 2020년 인구 22,400명 (연평균 +3.0%)

서부 그란차코 초원의 프레시덴테아예스주의 주도...인데 남쪽으로 파라과이강만 건너면 수도권이라 그란차코의 관문 같은 도시. 원래는 18세기 예수회 선교 마을로 세워진 곳인데, 삼국 동맹 전쟁 이후 아르헨티나가 이 도시를 포함한 그란차코 남부를 점령했으나 헤이스 美 대통령의 중재로 국경선이 정해지면서 도시는 다시 파라과이령이 되었고, 이를 기려 시명 역시 헤이스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개칭되었다고 함.

살토델과이라 Salto del Guairá (사진)

1982년 인구 7,181명 → 2020년 인구 23,500명 (연평균 +3.2%)

북동부 카닌데유주의 주도. 도시는 파라나강 서쪽에 있으며, 강을 사이에 두고 브라질 도시 구아이라(Guaíra, 인구 3만 명)와 마주보고 있어 양국 간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함. 도시는 1959년 인구가 희박했던(예전에 올린 지도 참조) 동부 지방을 개발하면서 세워진 곳으로, 바로 옆에 있던 거대한 과이라 폭포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으나 1982년 이타이푸 댐이 지어지면서 폭포는 이제 없어진 상태.

카아쿠페 Caacupé (사진)

1982년 인구 9,151명 → 2020년 인구 26,200명 (연평균 +2.8%)

남부 코르디예라주의 주도로 아순시온에서 동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음. 시명은 과라니어로 ‘숲 뒤’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아순시온에서 동쪽으로 로스알토스 산맥을 넘어가는 길에 있는 곳. 1770년 세워진 도시는 파라과이 가톨릭 신앙에서 성지로 여겨지는데, 전설에 따르면 인디오 조각가가 만든 성모상이 기적을 일으켰다고. 매년 12월 8일 성모의 날 ㅡ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음 ㅡ 마다 수많은 신도들이 이곳을 순례함.

필라르 Pilar (사진)

1982년 인구 13,084명 → 2020년 인구 28,800명 (연평균 +2.1%)

남부 녜엠부쿠주의 주도로, 녜엠부쿠강이 파라과이강에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 도시는 지대가 낮아 홍수 피해가 잦았는데 현재는 제방으로 둘러싸여 있음. 1779년 세워진 도시는 강을 따라 대서양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19세기에는 마테차와 면화 등 파라과이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주요 무역항이었다고 하며, 1930년대 세워진 방직 공장이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고.

비야리카 Villarrica (사진)

1982년 인구 21,118명 → 2020년 인구 52,500명 (연평균 +2.4%)

남부 과이라주의 주도. 1570년 세워진 오래된 도시로, 19세기 말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를 잇는 철도가 개통된 이후 수출되는 농산물이 모이는 곳이 되어 빠르게 발전해 파라과이 제2의 도시가 되었다고. 20세기 초 도시는 유럽 이민자들이 모여들고 여러 근대 건축물들이 세워졌으나, 20세기 후반 철도 교통이 쇠퇴하면서 성장이 둔화되어 현재는 중소도시들 중 하나가 되었음.

카아과수 Caaguazú (사진)

1982년 인구 19,592명 → 2020년 인구 62,900명 (연평균 +3.1%)

동부 카아과수주의 도시로, 아순시온과 시우다드델에스테를 잇는 2번 고속도로 상에 위치함. 1845년 세워진 도시의 지명을 풀이하면 과라니어로 ‘큰 숲’이라는 뜻으로, 이름에 걸맞게 예전엔 도시 주변이 광활한 삼림으로 뒤덮여 제재소들이 밀집해 ‘목재의 수도’라고 불렸다고. 동부 지방에서 삼림 면적이 크게 감소한 지금도 제재 및 목공은 도시의 주요 산업이라고.

콘셉시온 Concepción (사진)

1982년 인구 22,957명 → 2020년 인구 63,500명 (연평균 +2.7%)

북부 콘셉시온주의 주도로 파라과이강에 접한 항구도시. 도시는 1773년 포르투갈로부터 방어를 위해 세워졌으며, 초기엔 군사 도시였으나 이후론 북부 지방의 농·임산물이 모여 수로를 통해 수출되는 항구가 되어 발전을 이루었다고. 이곳도 도로교통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전인 20세기 중반까진 파라과이 제3의 도시였는데, 현재는 수운의 중요성이 다소 줄면서 순위가 조금 밀린 편.

코로넬오비에도 Coronel Oviedo (사진)

1982년 인구 21,913명 → 2020년 인구 71,700명 (연평균 +3.2%)

동부 카아과수주의 주도로 국경에 접하지 않은 내륙(?) 도시들 중 가장 큰 도시. 도시는 1758년 세워졌으며, 1931년 삼국 전쟁 동맹의 영웅인 오비에도 대령의 이름으로 개칭됨. 도시의 주 산업은 원래 담배 재배였는데, 1960년대 이후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파라과이 교통의 근간이 됨에 따라 동서(2번)와 남북(8번)을 잇는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이곳은 교통의 중심지로서 빠르게 주요 도시로 성장했다고.

페드로후안카바예로 Pedro Juan Caballero (사진)

1982년 인구 37,240명 → 2020년 인구 95,000명 (연평균 +2.5%)

북동부 아맘바이주의 주도. 브라질의 폰타포랑(Ponta Porã, 인구 7만)과 맞닿아 있는 국경도시인데 위성사진으로 보면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보임. 독립 영웅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도시는 1899년 세워졌으며, 브라질과의 교역 및 상업 중심지로서 20세기 후반 빠른 발전을 이루었다고. 양국 국경은 위 사진에 보이는 대로를 따라 그어져 있는데, 별도의 출입국 절차가 없어서 자유롭게 양국민이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고 함.

엥카르나시온 Encarnación (사진)

1982년 인구 29,090명 → 2020년 인구 97,900명 (연평균 +3.2%)

최남단 이타푸아주의 주도로, 파라나강을 사이로 남쪽으로 아르헨티나의 포사다스(Posadas, 인구 36만)와 마주보고 있는 국경도시. 1615년 예수회가 세운 도시는 19세기 말 철도가 개통되면서 주요 항구이자 아르헨티나와의 교역 중심지가 되어 발전했음. 이후 1990년 강을 건너는 다리가 개통되어 양국이 육로로 연결됨. 2011년에는 야시레타 댐 완공으로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도시의 상당 부분이 수몰되었다고.

시우다드델에스테 Ciudad del Este (사진)

1982년 인구 49,423명 → 2020년 인구 304,300명 (연평균 +4.9%)

파라과이 제2의 도시이자 알토파라나주의 주도로, 파라나강을 사이로 동쪽으로 브라질의 포즈두이구아수(Foz do Iguaçu, 인구 25만)와 마주보고 있는 국경도시. 브라질 접경지역은 원래 인구가 매우 희박했는데, 1950년대 이후 정부의 동부 개발 사업으로 고속도로 건설 및 대대적 벌목·개간(특히 대두 농업)이 이루어졌고, 사업의 일환으로 1957년 세워진 신도시는 브라질과의 교류에 힘입어 파라과이 제2의 도시가 되었음.

시우다드델에스테는 파라나강 동쪽의 포즈두이구아수 ㅡ 우정의 다리(1965)로 연결됨 ㅡ 및 푸에르토이과수(Puerto Iguazú)와 함께 삼국 접경지대(Triple Frontera)라고 일컬어지는 인구 약 100만의 초국경 도시권을 이루고 있음. 삼국 접경지대는 3국 간 무역 및 수출지향 제조업의 중심지인 동시에 이과수 폭포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이며,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이타이푸댐 역시 도시 북쪽에 위치하고 있음.

아순시온 Asunción (사진)

1982년 인구 454,881명 → 2020년 인구 521,600명 (연평균 +0.4%)

파라과이의 수도이자 최대도시. 파라과이강 동쪽의 나지막한 구릉지에 위치한 도시는 1537년 라플라타강 유역의 첫 번째 스페인 도시로 세워졌으며 , 식민지 시대와 독립 이후를 통틀어 파라과이의 정치적·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해 왔음. 행정구역상 아순시온 시는 면적이 그리 넓지 않은 편인데(117km²) 이미 80년대 시점에서 시가화가 완료되어 50만 근처에서 인구가 유지되는 중.

아순시온 및 센트랄주를 포함한 수도권은 파라과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커다란 도시권. 1982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는 95만 명이었으나, 2022년 조사에서는 인구가 234만 명으로 나타나 약 2.5배 증가를 보였음(연평균 +2.4%). 위성사진으로 보아도 부채꼴 모양으로 확산되는 시가지가 눈에 들어오는 듯. 한편 강 건너편으로는 클로린다(Clorinda, 인구 5만)라는 아르헨티나 소도시가 마주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