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는 카리브 판 경계의 조산대를 따라 무수히 많은 섬들이 늘어서 있는데, 모두 합하면 한반도와 비슷한 면적(23만 km²)에 인구 4천만 정도로 규모가 아주 크진 않지만 굉장히 많은 국가와 속령들이 모여 있는 지역. 지금 이 섬들은 (20세기 이후 성장한) 관광으로 유명하지만, 16세기 이후 카리브해 섬들엔 유럽 국가들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노예제 플랜테이션 경제가 발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대륙이 혼합된(특히 아프리카) 인종구성 및 문화가 지역의 특색으로 자리잡게 됨.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제국주의 세력(과 해적)의 각축장으로 잦은 군사적 충돌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 아래 도시들을 살펴볼 때도 이러한 배경을 염두해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지도...?

브리지타운 Bridgetown (사진)

1990년 인구 97,516명 → 2010년 인구 88,529명 (연평균 -0.5%) — 세인트마이클 구(parish) 인구

동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수도. 바베이도스는 원래 카리브족이 살았으나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 이후 무인도가 되었는데, 1628년 영국인들이 섬에 정착지를 세웠음. 17세기 (이 섬에서 악명이 자자한 생산방식이 확립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은 섬을 가장 수익성 높은 영국 식민지 중 하나로 만들었고 도시도 발전을 이루었는데, 현재도 구시가지에서 당시의 독특한 건축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듯.

빌렘스타트 Willemstad (사진)

2001년 인구 118,800명 → 2011년 인구 136,660명 (연평균 +1.4%)

카리브해 남쪽 퀴라소섬의 주도로, 카리브해에 떠있는 네덜란드령 섬들에서 가장 큰 도시. 천연 항구인 스호테핫(Schottegat) 만을 끼고 있는 도시는 1634년 네덜란드 서인도 회사가 스페인으로부터 섬을 빼앗아 세웠으며 19세기까지 대서양 노예 무역의 주요 중심지였으며, 20세기 초에는 석유와 인산염 산업으로 번성했다고. 이곳 역시 식민 시대 네덜란드 양식의 건축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고 함.

폰세 Ponce (사진)

1990년 인구 256,506명 → 2022년 인구 199,527명 (연평균 -0.8%) — 도시권(MSA) 인구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섬 남쪽에 있는 섬 제2의 도시. 폰세는 1692년 스페인 콩키스타도르에 의해 세워졌지만 오랫동안 작은 마을이었는데, 19세기 아이티 혁명을 피해 이주한 백인 농장주들이 사탕수수 농장을 만들면서 섬의 양대 도시이자 금융 중심지로 발전했다고. 20세기 이후 섬의 경제가 농업에서 제조·관광업 위주로 편성되면서 도시의 발전은 다소 정체되었다고.

관타나모 Guantánamo (사진)

1981년 인구 167,255명 → 2022년 인구 213,375명 (연평균 +0.6%)

쿠바 동남부의 도시. 도시의 이름은 타이노어로 ‘강 사이의 땅’이란 뜻으로, 닉값대로 하이보(Jaibo)와 과소(Guaso)라는 작은 강 사이에 위치함. 도시는 1796년 세워졌으며, 사탕수수와 목화, 커피 등이 생산되는 평야 지대의 중심에 위치한 농업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음. 그외 특기사항으로 <관타나모의 여인 Guantanamera>이란 노래로도 알려진 도시라고.

...근데 사실 관타나모 하면 99%의 돚챈러들이 떠올릴 곳은 아마 여기일 듯 ㅋㅋ; 도시에서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관타나모만은 1903년 미국이 (당시 피점령 상태였던) 쿠바로부터 영구 임대하여 군사기지로 사용하는 중. 혁명 이후 쿠바 정부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 측에선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 테러와의 전쟁 시기 고문으로 악명을 떨친 관타나모 수용소가 바로 이곳에 위치함.

산타클라라 Santa Clara (사진)

1981년 인구 172,123명 → 2022년 인구 217,907명 (연평균 +0.6%)

쿠바 중부에 있는 도시. 1689년 동쪽으로 40km 떨어진 레메디오스(Remedios) 시민들이 해적의 침입을 피해 내륙으로 이주하면서 생겨났으며, 섬의 지리적 중심에 근접해 교통의 요지로 발전했다고. 도시는 1958년 쿠바 혁명 당시 체 게바라가 지휘한 혁명군이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던 곳으로, 체 게바라의 영묘를 비롯해 혁명 관련 유적이 많이 있다고 함.

라로마나 La Romana (사진)

1981년 인구 91,571명 → 2010년 인구 224,882명 (연평균 +3.1%)

히스파니올라섬 동쪽에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 제3의 도시로, 전적으로 센트랄 로마나 사(社)라는 대기업에 의해 돌아가는 기업도시라고. 역사가 길진 않은 도시로 1897년 석유 도시로 세워졌고, 이후 도시 주변이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되면서 농업 중심지로 변모했음. 1970년대 이후로는 해안을 따라 대규모 휴양지가 개발되어 새로운 주력 산업이 되었다고.

라로마나에서 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인구 3만의 푼타카나(Punta Cana)라는 마을(?)이 있는데, 원래 허허벌판이었으나 1970년대 이후 휴양지로 급속히 개발이 이루어진 곳. 현재는 중남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로, 2022년 기준 푼타카나 공항은 836만 명이 이용해 산토도밍고와 아바나 등을 제치고 카리브 지역에서 2번째로 많은 방문객이 찾은 곳이었다고(1위는 산후안).

고나이브 Les Gonaïves (사진)

1982년 인구 34,209명 → 2009년 인구 228,725명 (연평균 +7.3%)

아이티 북부의 도시. 아이티 최대의 곡창지대인 아르티보니트(Artibonite) 평야 북쪽 끝에 있는 항구도시로, 커피와 면화, 설탕 등이 이곳을 거쳐 수출된다고 함. 도시는 1804년 장 자크 데살린이 아이티의 독립을 선언한 곳이라 독립의 도시(La Cité de l'Indépendance)란 별칭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 하구에 위치한 도시 특성상 지대가 낮아서 허리케인 피해가 다소 잦은 곳이라고도 함.

카프아이시앵 Cap-Haïtien (사진)

1982년 인구 64,406명 → 2009년 인구 244,660명 (연평균 +5.1%) — 프티탕스 포함

아이티 북부의 항구도시. 도시는 1670년 프랑스인들이 스페인령이었던 섬 서반부를 점령하면서 세워졌으며, 1770년까지 카프프랑세(Cap-Français)란 이름으로 생도밍그 식민지의 수도 역할을 했었음. 19세기 아이티의 남북 분단 시절에는 북쪽 아이티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곳. 현재도 도시와 교외의 밀로(Milot)를 중심으로 상수시 궁전과 요새 등 역사적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음.

나소 Nassau (사진)

1990년 인구 172,196명 → 2010년 인구 246,329명 (연평균 +1.8%)

바하마 인구의 70%가 살고 있는 바하마의 수도로, 약 200km² 넓이의 뉴프로비던스섬을 통으로 차지하고 있음. 1670년 영국 정착지로 세워진 도시는 스페인 배를 약탈하는 사략선 기지였다고 하며, 19세기엔 해방 노예들이 섬에 정착했다고. 20세기 중반 이후 도시는 미국과의 근접성으로 인해 관광지로 빠르게 발전했으며, 본섬 북쪽의 작은 섬인 파라다이스섬엔 카지노를 갖춘 대규모 리조트가 개발됨.

푸앵타피트르 Pointe-à-Pitre (사진)

1990년 인구 216,166명 → 2020년 인구 250,129명 (연평균 +0.5%) — 도시권(AU) 인구

동카리브 과들루프의 도시로, 비록 주도는 아니지만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섬들에서 가장 큰 도시. 과들루프 군도를 이루는 두 섬 사이의 해협에 자리하고 있음. 17세기 프랑스가 섬을 차지하고 주도가 된 곳은 남쪽 끝의 바스테르로, 이곳은 늪지대라 도시 건설이 늦게 이루어졌다고. 늪을 매립하고 도시가 세워진 이후 이곳은 군도의 중앙이자 천연 항구라는 유리한 자연조건에 힘입어 섬 최대의 항구로 발전함.

올긴 Holguín (사진)

1981년 인구 186,943명 → 2022년 인구 302,890명 (연평균 +1.2%)

쿠바 남부의 도시. 도시는 남쪽으로는 쿠바 남부의 평야지대, 북쪽으로는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마니아본(Maniabón) 구릉지대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대서양의 히바라(Gibara) 항구로부터 30km 떨어져 있음. 올긴 북쪽 바닷가는 콜럼버스가 쿠바에 처음 발을 디뎠던 곳이라고 하며, 현재의 도시는 1545년 세워져 사탕수수 및 담배를 생산하는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함.

카마궤이 Camagüey (사진)

1981년 인구 245,525명 → 2022년 인구 310,819명 (연평균 +0.6%)

쿠바 중부에 있는 쿠바 제3의 도시. 도시는 1514년 세워졌으며, 너른 평야지대에 위치해 목축업 및 사탕수수 재배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이 지역은 평야는 넓지만 물이 부족해 사람들이 티나혼(tinajón)이란 단지에 빗물을 받아서 썼는데, 현재는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진다고 함. 도시 중심부는 스페인 식민 시대의 전통적인 도시 풍경이 잘 남아있음.

산티아고데쿠바 Santiago de Cuba (사진)

1981년 인구 351,299명 → 2022년 인구 431,411명 (연평균 +0.5%)

쿠바 남부의 항구도시로 쿠바 제2의 도시. 도시는 쿠바에서 가장 높은 시에라마에스트라(Sierra Maestra) 산맥 사이로 움푹 파고든 만(灣)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음. 도시는 1515년 세워져 쿠바의 초기 수도(1522-1553) 역할을 했고, 코르테스가 멕시코 원정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함. 도시는 남부에서 나는 설탕을 비롯한 농산물과 주변 산지에서 채굴되는 구리·니켈 등 광물을 수출하는 항구 역할을 함.

포트오브스페인 Port of Spain (사진)

2000년 인구 548,299명 → 2022년 인구 546,014명 (연평균 -0.0%) — 동서회랑 인구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로, 市 자체의 인구는 4만 명이지만 동쪽으로 아리마(Arima)까지 이어지는 도시권 동서회랑(East–West Corridor)의 인구는 약 50만으로 꽤 큰 편. 닉값대로(?) 1560년 스페인인에 의해 세워진 도시는 1797년 영국이 섬을 차지한 이후에도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동카리브에선 유일하게 산유국으로서 석유화학 중심으로 산업이 발달한 국가라 경제적으로 꽤 발전된 도시.

산티아고데로스카바예로스 Santiago de los Caballeros (사진)

1981년 인구 278,638명 → 2010년 인구 550,753명 (연평균 +2.4%)

도미니카 공화국 북부 시바오(Cibao) 계곡에 위치한 도미니카 제2의 도시.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스페인 도시 중 하나로, 1495년 콜럼버스가 2차 항해 때 세운 요새가 도시의 기원임(다만 몇 번의 지진으로 위치는 다소 이동했다고). 도시는 비옥한 시바오 계곡의 평야지대에 위치해 담배와 럼 등의 주요 생산지였으며, 도시 서쪽으론 자유무역지대가 조성되어 공장들이 들어서 있음. 

산후안 San Juan (사진)

1990년 인구 1,024,406명 → 2022년 인구 846,155명 (연평균 -0.6%) — 도시권(Área Metro) 인구

카리브해의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원래 도시는 본섬 앞바다에 떨어진 작은 섬에 있었는데 현재는 본섬까지 시가지가 넓게 퍼진 상태. 1521년 세워진 도시는 섬의 중심지이자 외적으로부터 항로를 방어하는 요새 역할을 했고, 미국령이 된 이후로는 관광업 및 전자·제약 등 산업이 발달한 대도시로 발전함. 다만 2010년대 섬에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최근에는 인구가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기도.

킹스턴 Kingston (사진)

1982년 인구 687,161명 → 2011년 인구 913,932명 (연평균 +1.0%) — 스패니시타운, 포트모어 포함

자메이카의 수도로, 레게와 스카로 대표되는 독특한 음악 문화의 발상지로 유명한 곳. 도시의 전신은 남쪽 앞바다에 튀어나온 사주의 항구도시 포트로열(Port Royal)로, 1692년 지진해일로 포트로열이 파괴된 후 이곳에 도시가 재건되었음. 도시는 1872년 서쪽으로 20km 떨어진 스패니시타운을 대신해 수도가 되었고, 이후 섬의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음.

아바나 La Habana (사진)

1981년 인구 1,929,432명 → 2022년 인구 2,137,847명 (연평균 +0.3%)

쿠바의 수도. 도시는 1519년 스페인에 의해 세워져 1553년 섬의 수도가 되었고, 신대륙의 산물이 이곳으로 모인 후 스페인으로 운송되었기 때문에 서반구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였다고. 빈부격차가 극심했던 20세기 초에도 쿠바의 부가 집중된 도시는 화려한 모습을 자랑했는데, 혁명 이후 국제적 고립과 제재로 경제난이 찾아오면서 현재는 6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느낌의 도시가 되어 미묘하게 유명해진 곳.

포르토프랭스 Port-au-Prince (사진)

1982년 인구 614,634명 → 2009년 인구 2,296,386명 (연평균 +5.0%) — 도시권 인구

히스파니올라섬 서쪽 고나브만(灣)에 맞닿은 항구도시로 아이티의 수도. 도시는 1749년 프랑스가 식민 통치를 위해 섬 서반부 중앙에 건설해 수도가 되었으며, 1949년 제3세계 최초로 등록박람회를 개최했고 50년대까진 나름 관광업도 성했다고. 20세기 후반 동안 급격한 확장에도 불구하고 인프라가 이를 지원하지 못해 도시는 대규모 비공식 주거지를 특징으로 하며, 2010년 지진은 이런 환경에서 큰 피해를 입힘.

산토도밍고 Santo Domingo (사진)

1981년 인구 1,540,786명 → 2010년 인구 3,339,410명 (연평균 +2.7%) — 그란 산토도밍고 인구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이자 카리브해 섬들에서 가장 큰 도시. 도시는 1498년 콜럼버스에 의해 세워졌으며, 서반구 최초의 대학과 성당, 요새 등이 현존한다고. 20세기 중반에는 독재자 트루히요가 본인의 이름을 따 도시를 개칭하기도 했지만 1961년 원복됨. 20세기 후반 도미니카가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도미니카의 최대 항구이자 산업·서비스업 중심지인 도시는 빠른 발전을 이루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