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들어간 국기는 인구순으로 나열함...

동지중해를 따라 길게 이어진 레반트 — 혹은 샴 الشام‎ — 지방은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육교(내륙은 사막이니)에 해당하는 지역. 레반트는 기원전 9000년경 세워진 예리코를 비롯해 세계 최초로 도시가 등장한 지역 중 하나로, 지리적 위치로 인해 예로부터 무역 도시들이 번성했음. 현대 레반트에 위치한 5개국에는 약 5300만 명이 살고 있고 그중 4분의 3은 도시 인구인데, 인구와 주요 도시 대부분은 (지도에도 보이듯) 해안 근처에 모여 있음. 해안 지역은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지만 면적이 좁고 산지가 많아서 종합적으로 보면 인구가 굉장히 과밀한 편.

아랍 도시 비나(البعنة)와 유대 도시 카르미엘(כרמיאל)	암만 외곽의 바카(البقعة) 난민촌

현대 레반트의 5개국은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의 해체로 기틀이 잡혔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로 인해 장기적 분쟁에 시달리는데, 이는 도시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 이스라엘은 1948년 전쟁 이후 대규모 아랍인 추방 및 유대인 이민으로 공간 구조가 크게 바뀌었는데, 극단적인 민족 분리가 특징적임(위성사진으로 보면 녹지가 적은 아랍 도시들이 더 밝게 보임). 한편 주변 아랍 국가들은 세계에서 인구 중 난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팔레스타인 41%, 요르단 약 30% 등), 이들 국가의 대도시 주위엔 매우 과밀한 난민촌들이 형성됨.

※ 도시 인구는 Citypopulation.de의 자료를 인용했는데, 시가지가 시 경계 바깥으로 넓게 확장된 곳들은 임의로 연담화된 지역까지 합산해서 계산함(기준은 이 링크를 참조). 가령 텔아비브 시의 인구는 40만에 불과하지만 이 글에서는 주변 도시들까지 합쳐서 300만으로 인구를 제시하였음. 10년 넘게 내전이 지속 중인 시리아는 2004년이 마지막 인구조사인데 현재 인구와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음에 유의.

헤브론 الخليل (사진)

1997년 인구 119,401명 → 2017년 인구 201,063명 (연평균 +2.6%)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 남부의 도시로, 아랍어 이름은 칼릴(Al-Khalīl). 도시는 유대산맥 위 해발 930m의 고지대에 위치함. 이곳은 성경의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처음 정착한 곳으로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로 여겨짐. 도시는 1997년 이래 자치정부 통제 하의 서쪽 H1와 이스라엘 점령 하의 동쪽 H2로 나뉘는데, 대부분 인구는 H1에 거주하고 H2에는 (성지가 있는) 구시가지와 소규모 정착촌이 위치함.

베르셰바 באר שבע (사진)

1983년 인구 110,813명 → 2021년 인구 211,251명 (연평균 +1.7%)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 성경에는 브엘세바로 나오는 오래된 도시로 현재도 시내 남동쪽에 고대의 도시 유적이 있음. 도시는 중세 이후로 버려졌다가 19세기 오스만에 의해 재건되었고, 현재는 항공우주 및 IT산업이 발달한 첨단산업 도시가 되었다고. 1949년 전쟁 이래 도시 인구의 절대다수는 유대인이지만(주로 중동과 구소련 출신) 도시 주변으로는 베두인 정착지들이 드문드문 형성되어 있음.

데이르에즈조르 دير الزور (사진)

1981년 인구 92,091명 → 2004년 인구 211,857명 (연평균 +3.7%)

시리아 동쪽 유프라테스 강변에 있는 도시. 이 일대는 오래 전부터 사람이 거주해 왔지만 도시 자체는 19세기 오스만이 행정 중심지로 삼으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한 곳으로, 현재는 시리아 사막을 횡단하는 교통의 중심지. 도시 주변 강변에서는 면화가 재배되며,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인근 사막엔 유전이 분포해 석유 산업도 발달함. 내전 발발 이후 도시는 ISIL에게 3년간 포위되었으나 시가전 끝에 정부군이 사수했다고.

락까 الرقة (사진)

1981년 인구 87,138명 → 2004년 인구 220,488명 (연평균 +4.1%)

역시 유프라테스 강변에 있는 시리아 북부의 도시. 기원전 3세기 헬레니즘 시대에 세워져 칼리니쿰(Callinicum)으로 알려진 도시로, 중세 이슬람 시대엔 아바스 칼리파조의 수도이기도 했었음. 몽골 침입 이후 도시는 쇠퇴를 겪었으나 20세기 중반 면화 산업의 발달로 인해 다시금 성장했다고. 2014년 ISIL는 라카를 점령하고 수도로 삼았는데, 이들은 쿠르드계 SDF에게 축출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도시는 큰 피해를 입음.

네타냐 נתניה (사진)‎

1983년 인구 102,257명 → 2021년 인구 224,066명 (연평균 +2.1%)

이스라엘 중부 샤론평야에 있는 도시. 원래 숲으로 덮여있던 이곳은 1920년대 유대인 정착촌(moshav)으로 개발되었으며, 2차대전 이후 대규모 이민에 힘입어 도시로 발달했다고. 도시 서쪽으로는 14km에 달하는 긴 해변이 이어져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휴양지이며, 도시 발달 초기엔 다이아몬드 커팅도 주 산업이었으나 현재는 가공 산업은 인건비가 낮은 인도 등으로 빠져나갔다고 함.

아슈도드 אשדוד (사진)‎

1983년 인구 65,738명 → 2021년 인구 225,975명 (연평균 +3.3%)

이스라엘 남부의 항구도시. 성경엔 아스돗이란 이름으로 언급되는 오래된 항구도시이지만, 1948년 전쟁 이후 옛 도시는 버려졌고 1956년 도시 북서쪽에 있던 모래언덕에 현재의 아슈도드가 세워짐. 초기엔 북아프리카 출신 유대인들이 정착했는데, 90년대 이후 소련 출신 이민자가 모여들면서 도시 인구가 크게 늘었다고. 현재 도시는 이스라엘 최대 화물항으로 이스라엘 물동량의 60%를 처리함.

칸유니스 خان يونس / 라파 رفح (사진)

[칸유니스] 1997년 인구 123,175명 → 2017년 인구 246,307명 (연평균 +3.5%)

[라파] 1997년 인구 109,174명 → 2017년 인구 208,449명 (연평균 +3.3%)

가자지구 남부에 있는 도시들. 둘 중 북쪽에 있는 칸유니스는 14세기 지역의 아미르가 역참(caravanserai)으로 세운 마을로 가자지구 제2의 도시이며, 남쪽의 라파는 고대의 항구도시 라파가 있던 자리에 20세기 초 이집트와의 국경이 그어지면서 형성된 국경 도시. 현재도 철조망 및 콘크리트 장벽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이집트로 통하는 검문소가 몇 개 위치해 있지만 출입은 엄격히 통제된다고.

하마 حماة (사진)

1981년 인구 177,208명 → 2004년 인구 312,994명 (연평균 +2.5%)

시리아 중서부의 도시. BCE 1500년경 세워져 구약에도 언급되는 오래된 도시로 역사적으로 시리아 중부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음. 오론테스 강변에 위치한 도시는 중세 때 설치된 물레방아들로 유명한데, 현재는 관개 기능을 하진 않지만 도시의 상징이라고. 도시는 1982년 무슬림 형제단의 봉기가 일어난 곳이기도 했는데, 당시 시리아군의 강경 진압으로 수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됨.

트리폴리 طرابلس (사진)

1996년 인구 227,857명 → 2017년 인구 342,760명 (연평균 +2.0%)

레바논 북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로 아랍어 이름은 타라불루스(Ṭarābulus). 도시는 지중해로 튀어나온 곶의 엘미나(الميناء) 지구와 좀더 내륙의 본 시가지로 이루어짐. 원래는 고대 페니키아인에 의해 세워진 항구도시로 중세엔 십자군 국가의 수도였으며, 13세기 도시를 정복한 맘루크조는 도시에 수많은 건축 유산을 남겼다고. 레바논은 다양한 종교 구성을 가진 나라지만 이곳의 인구는 대부분 순니 무슬림으로 구성됨.

라타키아 اللاذقية (사진)

1981년 인구 196,791명 → 2004년 인구 383,786명 (연평균 +2.9%)

시리아 북서부의 항구도시로 지중해를 향해 튀어나온 곶에 위치함. 고대 헬레니즘 시대에 세워진 도시로 고대엔 라오디케아(Laodicea)로 불렸으며, 이곳 역시 여러 세력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레반트의 주요 항구였던 곳. 시리아 서해안 지역은 알라위파가 많이 거주하는데, 원래 이들은 농촌을 중심으로 거주했으나 도시화가 진전된 현재는 도시 인구의 절반이 알라위로 추산된다고 함.

하이파 חיפה (사진)

1983년 인구 410,299명 → 2021년 인구 591,286명 (연평균 +1.0%)

이스라엘 북부의 항구도시로, 지중해를 향해 튀어나온 카르멜산 자락에 위치해 우리나라 부산처럼 경사가 있는 편. 고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이지만 근대까지는 작은 마을이었던 곳인데, 20세기 초 영국이 중동 원유를 수출하는 항구로 도시를 육성하면서 빠르게 산업도시로 발달했음. 도시 인구는 유대인이 다수지만 아랍인도 인구의 15%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스라엘에선 비교적 민족 간 공존이 이루어지는 편이라고.

홈스 حمص (사진)

1981년 인구 346,871명 → 2004년 인구 652,609명 (연평균 +2.8%)

시리아 중부의 도시로, 양대 도시인 다마스쿠스와 알레포의 중간점이자 바다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 BCE 2000년경 세워진 도시는 고대 그리스-로마에선 에메사(Emesa)로 불렸던 주요 도시였고, 근현대에는 19세기 면화 산업을 시작으로 1950년대 정유 공장이 세워지는 등 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되었다고.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도시는 3년간 이어진 전투로 큰 피해를 입었음.

이르비드 إربد (사진)

1994년 인구 365,761명 → 2015년 인구 914,269명 (연평균 +4.5%)

요르단 북서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 도시는 해발 600m의 비옥한 고원에 위치해 온화한 기후가 나타나 포도와 올리브 산지였다고. 고대엔 아라벨라(Arabella)로 알려진 역사가 오래된 무역도시로, 현대에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의 유입으로 급속도로 대도시로 발달했음. 야르무크 대학을 비롯해 수많은 대학들이 도시에 위치해 있어 교육도시로도 알려져 있다고 함.

예루살렘 ירושלים‎ / 쿠드스 القدس (사진)‎

1983년 인구 428,716명 → 2021년 인구 966,210명 (연평균 +2.2%)*

팔레스타인 지방의 중앙, 유대산맥 꼭대기에 있는 도시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법적 수도이자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세 종교 성지. 1948년 이후 도시는 요르단-이스라엘에 의해 동서로 분할되었는데,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도시 전체를 장악했지만 그 지위엔 논란이 있음. 도시 인구 역시 서쪽은 유대인, 동쪽은 아랍인 다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대인 정착촌이 외곽에 건설되면서 국제적 비판이 이는 중임.

* 2017년 팔레스타인 인구조사는 이스라엘 점령 하의 동예루살렘 인구를 281,163명으로 집계함.

가자 غزة (사진)

1997년 인구 526,784명 → 2017년 인구 995,456명 (연평균 +3.2%)

지중해에 접한 팔레스타인국 최대 도시. 기원전 15세기 세워진 도시는 예로부터 이집트로 가는 관문이자 팔레스타인의 주요 항구였던 곳. 2005년 이스라엘군의 철수 이후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장악했는데, 이후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육·해상 장벽을 세우고 일대를 봉쇄하는 중. 도시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집중되어(전체 인구의 약 70%) 인구밀도가 높으며, 상시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이 벌어지는 지역.

베이루트 بيروت (사진)

1996년 인구 1,246,382명 → 2017년 인구 1,721,838명 (연평균 +1.6%)

레바논의 수도.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오랜 역사의 항구도시로, 근대엔 유럽과의 교역으로 근대적 대도시로 성장해 1975년 내전 발발 이전까지 중동의 금융·교육 중심지로 ‘중동의 파리’라고 불렸던 곳. 그러나 기나긴 내전과 이후로도 이어진 정치적 혼란의 결과 도시의 위상은 크게 하락한 편. 도시는 다양한 종파의 무슬림·기독교인이 거주하는데, 전쟁 이후 서부는 무슬림, 동부는 기독교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알레포 حلب (사진)

1981년 인구 985,413명 → 2004년 인구 2,132,100명 (연평균 +3.4%)

시리아 북부의 도시로 행정구역 기준 시리아 제1의 도시. BCE 5000년경부터 도시가 형성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구시가 중앙엔 까마득한 옛날 세워진 거대한 성채가 있음. 유라시아 횡단 무역로의 종점으로서 도시는 오랫동안 레반트 최대의 도시였지만, 근현대 해상 무역의 발달과 시리아의 중앙집권주의로 옛날보다 입지가 다소 약해진 편. 내전 발발 이후 도시는 4년간의 전투로 큰 피해를 입음.

다마스쿠스 دمشق (사진)

1981년 인구 1,329,322명 → 2004년 인구 2,789,054명 (연평균 +3.3%)

안티레바논산맥 동쪽 평원에 위치한 시리아의 수도. 2004년 도시의 인구는 150만으로 시리아 2위였으나 광역권은 꽤 넓게 형성되어 있었음. 알레포처럼 다마스쿠스도 동서 무역로의 종점에 위치해 고대부터 주요 도시였으며, 7세기 우마이야 칼리프조의 첫 수도였음. 시리아 독립 이후론 정치적 수도로 경제 수도 알레포와 라이벌 관계였는데, 이곳도 내전 이후 전투가 벌어졌지만 알레포보단 피해를 덜 입었다는 듯.

텔아비브 תל אביב (사진)

1983년 인구 1,584,701명 → 2021년 인구 3,177,837명 (연평균 +1.8%)

지중해변에 맞닿은 이스라엘의 최대 도시. 일대엔 고대부터 야파(يافا)라고 하는 항구도시가 있었는데, 20세기 초 유대인 이주민들이 야파 북쪽에 유대인 도시 텔아비브를 세우면서 도시가 형성됨. 도시는 이스라엘의 경제적 중심지이자 70년대까지 임시수도로 기능했던 곳으로, 예루살렘의 지위 논란상 대부분 국가들은 아직도 외교공관을 이곳에 두고 있음. 도시 인구는 야파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유대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편.

암만 عمان (사진)

1994년 인구 2,152,990명 → 2015년 인구 5,315,229명 (연평균 +4.4%)

요르단강 동안 고지대에 있는 요르단의 수도이자 레반트 지역 최대의 도시. 이곳 역시 역사가 오래된 도시로 성경에 등장하는 암몬의 수도였는데, 오스만 시절에는 이곳보다 서쪽의 살트(السلط)가 요르단 지역의 중심지였다고. 1903년 헤자즈 철도 개통은 도시를 다시 부활시켰고, 특히 팔레스타인 난민의 유입은 도시 인구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킴. 도시의 지형은 대체로 서고동저인데 서쪽이 좀더 발전된 지역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