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핀란드는 550만 인구 중 86%가 도시에 거주하는 고도로 도시화된 국가. 2022년 기준 핀란드의 시가지(taajama) 중 우리나라 시 승격 기준인 인구 5만을 넘기는(혹은 넘겼던) 곳은 총 16곳으로, 지도에 보이듯 대부분은 덜 추운 남쪽에 모여 있음. 핀란드에서 가장 큰 도시권은 수도 헬싱키(인구 130만)이고, 그 다음으로는 탐페레와 오울루, 투르쿠가 20~30만 정도의 규모이며 나머지 소도시들의 크기는 고만고만한 편. 핀란드의 경우 이웃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보다 내륙 도시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호수를 통한 수운이 발달한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출처: [1815-1939(교회·시민 등록인구)], [1980-2022년(현재 행정구역 기준)]

핀란드에서 최초로 나타난 도시는 투르쿠와 비보르크, (조금 나중에 세워진) 헬싱키를 비롯한 발트해 무역 도시들이었으며, 19세기에는 임업과 제지업의 발달로 내륙 지역에도 여러 도시들이 발달하기 시작함. 그러나 20세기 초까지 핀란드는 인구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는 농업국이었음. 1939년 시점에서 핀란드의 시민 등록인구 388만 명 중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87만 명(약 23%)이었으며, 헬싱키의 인구가 31만, 비보르크·탐페레·투르쿠의 인구가 7만 명이었다고. 이 중 비보르크의 경우 2차대전 이후 카르얄라 지협을 소련에 할양하면서 현재는 러시아령이 됨.

헬싱키, 피흘라야매키 Pihlajamäki

2차대전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이에 수반한 이촌향도, 그리고 소련에 합병된 카르얄라 실향민 유입으로 핀란드의 도시 인구는 급증하였음. 전간기 87만 명에 불과했던 도시 인구는 1960년 244만, 1990년 395만 명으로 늘어났고, 도시화율 역시 70년대 후반에 70%를 돌파하게 됨.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늦게, 그리고 단기간에 급격히 도시화가 이루어진 연유로 핀란드 도시에선 아파트 위주의 대규모 교외(lähiö) 개발이 많이 이루어졌고, 도시의 밀도가 낮고 차도가 잘 갖춰진 편이라고 카더라.

※ 이하 도시 인구는 시(kunta) 행정구역 기준 인구임.

콧카 Kotka (사진)

1990년 인구 56,634명 → 2022년 인구 50,617명 (연평균 −0.4%)

핀란드 동남쪽 퀴멘락소주의 (법적) 주도이자 항구도시로, 퀴미요키강 하구의 섬들에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음. 강을 따라 내륙 호수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19세기 수운으로 실어온 통나무를 가공하는 제재소들이 들어서면서 도시가 발달했다고. 도시는 현재도 제지·펄프 산업이 발달한 한편 주요 대러시아 무역항인데, 80년대 이래로는 임업과 제지업의 쇠퇴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

로바니에미 Rovaniemi (사진)

1990년 인구 56,634명 → 2022년 인구 64,535명 (연평균 +0.6%)

핀란드 최북단 라플란드주의 주도로 오우나스요키강과 케미요키강의 합류점에 위치함. 19세기 말 수운이 편리한 이곳에 제재소가 들어선 이후 마을은 라플란드의 상업 중심지가 되음. 도시는 2차대전 때 독일군과의 전쟁으로 파괴되었다가 재건되었는데 건축가 알바르 알토가 순록 머리 모양으로 도심을 재건했다고. 관광 면에서는 산타클로스 마케팅으로 유명한데, 도시 바로 북쪽 북극권 경계에 산타마을이 조성되어 있음.

세이내요키 Seinäjoki (사진)

1990년 인구 47,182명 → 2022년 인구 65,323명 (연평균 +1.0%)

서부 남포흐얀마주의 주도. 항구도시 바사에서 약 80km 떨어져 있으며, 도시와 동명의 강이 흐르는 넓은 평야에 위치함. 도시의 시초는 1798년 바사의 상인 아브라함 팔란데르가 세운 제철소로, 이후 1880년대 바사와 탐페레를 잇는 철도가 개통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시로 발전했다고. 세이내요키는 앞의 로바니에미와 시승격 동기이고(1960년) 여기도 알바르 알토가 도심의 여러 공공 건물들을 설계했다고.

바사 Vaasa (사진)

1990년 인구 58,394명 → 2022년 인구 67,988명 (연평균 +0.5%)

서부 포흐얀마주의 주도이자 보트니아만에 면한 항구도시로 스웨덴어 철자는 Vasa. 스웨덴 왕가의 이름을 따 명명된 도시는 1606년 카를 9세에 의해 세워져 동쪽으로 6km 떨어진 코르스홀름(Korsholm) 대신 포흐얀마의 행정 중심지가 되었음. 도시는 스웨덴계 핀란드인의 주요 문화적 중심지로, 20세기 이촌향도로 인구 비율은 역전되었지만 현재도 인구의 4분의 1이 스웨덴어를 사용해 주요 도시들 중 비율이 가장 높음.

해멘린나 Hämeenlinna (사진)

1990년 인구 61,222명 → 2022년 인구 68,043명 (연평균 +0.3%)

남서부 칸타해메주의 주도로 스웨덴어 이름은 타바스테후스(Tavastehus). 대략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와 제2의 도시 탐페레의 중간 지점에 위치함.  ‘해메의 성(城)’이란 뜻의 도시는 해메 지방의 역사적 중심지이자 핀란드 최초의 내륙 도시로, 13세기 성이 지어지고 1639년 도시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핀란드 최초의 철도(1862년)도 헬싱키와 이곳 사이에 개통되었다고.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가 이 도시 출신임.

비보르크 Выборг (사진)

1989년 인구 80,924명 → 2022년 인구 72,530명 (연평균 −0.3%)

핀란드만 동쪽 카르얄라 지협에 있는 도시로 핀란드어 이름은 비푸리(Viipuri). 역사가 1293년 비보르크 성으로 소급되는 오래된 도시로, 1856년 사이마 호수와 운하 개통 이후 교통과 산업의 중심지로 급속히 발전해 전간기에는 핀란드 제2의 도시였던 적도 있었다고. 도시는 2차대전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전후 소련령이 되면서 원래 주민이 모두 떠나 현재는 거의 러시아인들만 거주하는 소도시가 되었음.

라펜란타 Lappeenranta (사진)

1990년 인구 68,662명 → 2022년 인구 72,650명 (연평균 +0.2%)

동남부 남카르얄라주의 주도로 스웨덴어 이름은 빌만스트란드(Villmanstrand). 핀란드 최대의 호수인 사이마 호숫가에 있으며 비보르크로 이어지는 운하가 있음. 1649년 세워진 도시는 러시아 국경 지대에 위치해 요새가 세워졌고(1743년부턴 러시아 요새가 됨), 19세기엔 운하와 철도 연결로 산업도시로 발달했다고. 도시는 러시아와 가까워(20km) 러시아 쇼핑객이 자주 찾는 도시였다는데 2022년 이후론 교류가 급감했다고.

요엔수 Joensuu (사진)

1990년 인구 67,363명 → 2022년 인구 77,513명 (연평균 +0.4%)

동부 북카르얄라주의 주도로, 라펜란타와 반대로 사이마 호수 북쪽에 맞닿은 도시. ‘하구’라는 도시명에 알맞게 피엘리스요키강이 여기서 사이마 호수로 흘러듦. 도시는 1848년 니콜라이 1세에 의해 계획도시로 세워졌으며, 편리한 수운으로 제재소들이 들어서 목재 관련 산업이 발달하였음. 현재는 목재 산업은 쇠퇴했지만 1960년대 요엔수 대학(現 동핀란드대 요엔수 캠퍼스)이 들어서면서 연구단지 및 기술기업들이 들어섰다고.

코우볼라 Kouvola (사진)

1990년 인구 94,352명 → 2022년 인구 79,429명 (연평균 −0.5%)

동남부 퀴멘락소주의 주정부 소재지로, 항구도시 콧카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퀴미요키강 상류에 위치함. 원래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으나 19세기 말 동서로 헬싱키와 페테르부르크, 남북으로 콧카와 쿠오피오를 잇는 철도가 개통되면서 빠르게 발전해 1922년 시가 되었음. 편리한 교통 때문에 목재·제지를 중심으로 공업이 발달했으나, 옆동네 콧카처럼 목재 산업의 중요성이 감소하면서 현재는 인구가 감소하는 중.

포리 Pori (사진)

1990년 인구 85,348명 → 2022년 인구 83,205명 (연평균 −0.1%)

남서부 사타쿤타주의 주도로 스웨덴어 이름은 비에르네보리(Björneborg). 도시는 1558년 남쪽으로 9km 떨어진 울빌라(Ulvila)를 대신할 항구도시로 세워졌으며, 중요한 무역항이자 범선 건조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19세기 이후 도시는 목재와 금속, 섬유 등의 산업이 발달한 공업도시가 되었으나 1970년대 이후 기존 산업 쇠퇴로 침체를 겪었다고. 지금은 여름마다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로도 유명하다고 함.

라흐티 Lahti (사진)

1990년 인구 108,272명 → 2022년 인구 120,175명 (연평균 +0.3%)

남부 패이얘트해메주의 주도로 스웨덴어 이름은 라티스(Lahtis). 도시 이름은 만(灣)이라는 뜻으로 이름대로 베시얘르비 호수 남쪽의 만에 맞닿아 있음. 19세기 말 헬싱키와 페테르부르크를 잇는 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로와 수운 교통의 교차점인 라흐티는 신흥 도시로 성장했고, 제재소를 시작으로 가구, 양조, 섬유, 기계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했다고. 도시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비롯한 겨울 스포츠로도 유명하다고 함.

쿠오피오 Kuopio (사진)

1990년 인구 104,675명 → 2022년 인구 122,594명 (연평균 +0.5%)

동부 북사보주의 주도. 도시는 칼라베시 호수에 둘러싸여 있는데, 지형 때문에 남북으로 길게 고밀도로 시가지가 개발되었다고. 쿠오피오는 1775년 구스타프 3세가 사보-카르얄라의 주도로 삼으면서 시가 되었고, 19세기 운하와 철도를 통해 핀란드 각 지역으로 연결되면서 임업 및 관련 산업이 발달함. 이곳도 요엔수처럼 60년대 쿠오피오 대학(現 동핀란드대 쿠오피오 캠퍼스)이 설립되면서 연구도시 역할을 하고 있음.

이위배스퀼래 Jyväskylä (사진)

1990년 인구 103,921명 → 2022년 인구 145,887명 (연평균 +1.1%)

중앙핀란드주의 주도로, 이위배스얘르비 호수를 비롯한 수많은 호수에 둘러싸인 도시. 1837년 세워진 도시는 최초의 핀란드어 학교가 들어서 ‘핀란드의 아테네’라는 별명의 작은 교육도시였다고. 핀란드 독립 이후 내륙이면서 교통이 편리한 이곳에 군수 공장이 들어섰고, 대전기 및 전후 급격히 성장해 주요 도시가 되었다고 함. 지금도 성장세가 빠른 도시는 알바르 알토의 건물과 랠리 경주, 예술제 등으로 유명하다고.

투르쿠 Turku (사진)

1990년 인구 159,180명 → 2022년 인구 197,900명 (연평균 +0.7%)

아우라요키강 하구에 있는 남서핀란드주의 주도로 스웨덴어 이름은 오보(Åbo). 시 자체는 19만 명이지만 연담화된 지역을 합치면 인구 28만으로 핀란드 3위임. 투르쿠는 핀란드 최고(最古)의 도시로 역사 기록에서 1229년 처음 언급되며, 1812년 헬싱키 천도 전까지 핀란드의 수도였고 현재도 주요한 항구도시 및 문화 중심지라고. 투르쿠는 공식적으로 이중언어 도시인데 현재는 스웨덴어(5%)보다 기타 외국어 화자(14%)가 많음.

오울루 Oulu (사진)

1990년 인구 136,029명 → 2022년 인구 211,848명 (연평균 +1.4%)

핀란드 북부 북포흐얀마주의 주도로 스웨덴어 이름은 울레오보리(Uleåborg). 도시는 보트니아만으로 흘러드는 오울루요키강 하구에 있으며 북위 65도라는 고위도에 위치함. 1605년 카를 9세가 세운 도시는 목재 타르 수출항으로 발전했으며, 산업혁명기에는 제재소들이 들어섰다고. 80년대 이후 오울루대와 연계된 테크노폴리스의 성공으로 도시는 IT 및 첨단기술 중심지가 되었고 빠른 성장을 경험했음.

탐페레 Tampere (사진)

1990년 인구 172,560명 → 2022년 인구 249,009명 (연평균 +1.2%)

핀란드 남서부 피르칸마주의 주도로 스웨덴어 이름은 탐메르포르스(Tammerfors). 시 인구 24만, 도시지역 35만으로 핀란드 제2의 도시임. 도시는 내시얘르비와 퓌해얘르비 호수로 둘러싸여 있는데, 19세기 두 호수 사이를 흐르는 급류에 수력 발전소가 지어지면서 탐페레는 핀란드의 공업 중심지로 빠르게 발전하게 됨. 이곳도 90년대 제조업 쇠퇴의 영향을 받았고, 현재는 서비스업과 첨단기술 위주로 경제가 전환되었다고.

헬싱키 Helsinki (사진)

1990년 인구 492,400명 → 2022년 인구 664,028명 (연평균 +0.9%)

핀란드의 수도이자 최대도시로, 스웨덴어 이름은 헬싱포르스(Helsingfors). 핀란드 인구의 ⅓이 사는 우시마주의 주도이기도 함. 도시는 핀란드만을 향해 튀어나온 수많은 반도와 섬들에 걸쳐 있음. 도시는 1550년 구스타프 1세가 세웠지만 본격적 발전은 1812년 러시아가 스웨덴의 영향력을 피해 이곳으로 천도한 이후로, 이후 도시는 독립 이후로도 명실상부한 핀란드의 수도이자 수위도시 역할을 하는 중. 헬싱키는 핀란드의 최대 항구이기도 한데 현재 항구 기능은 주로 시내 동쪽 끝의 신항만이 맡고 있음.

사진: 에스포 Espoo

헬싱키 시의 인구는 60만이지만 실질적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세계 최북단의 100만대 도시임. 일반적으로 수도권(Pääkaupunkiseutu)이라 일컬어지는 범위는 헬싱키와 에스포(+카우니아이넨), 반타를 포함하며, 거주인구는 122만 명(이 중 핀란드어 화자가 74%, 스웨덴어 화자가 5%, 외국어 화자가 20%를 차지함). 서쪽의 에스포(Espoo)는 인구 30만으로 핀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시이며, 알토 대학과 연구 시설들, 주요 기업의 본사가 모여있는 기술 중심지임. 한편 북쪽의 반타(Vantaa)는 핀란드의 관문인 반타 국제공항이 위치한 도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