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별 같은 건 먹을 수 없습니다

 

윌버 안나옴 

* 댓글에 윌버 나온다고 하는 거 구라니까 편하게 읽으셈







 

별 같은 건 먹을 수 없습니다.

 : 어쩌면 일어날 법한 이야기. (3)

 

1편 2편









 

휴먼들은 기계가 짜증을 낸다라는 걸 알까?

 

몰랐던 사람들도 지금의 호라이즌을 본다면 무조건 긍정할 것이다.

관리자의 이상 취향인지 아니면 목적이 있어서 만든 건지 모를 시그마라는 기계아니... 아이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처음 대면한 순간부터 시그마는 호라이즌에게 대뜸 아빠가 알려준 사람이 언니냐며 양손을 잡고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기계가 어지러움을 느낄 리 없지만시그마의 움직임에 장담을 맞춰주던 호라이즌은 느껴본 적도 없는 어지럼증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호라이즌 언니!”

그냥 호라이즌이라고 부르십시오.”

 

 

 

사실상 프로토타입과 다름없는 초기형이름, GAP - - 1684.

 

관리자가 따로 전해준 시그마의 이름이름과 기계의 표면적인 연식만 보아도호라이즌보다 더 오래된 기계임은 분명했지만인공지능은 어째서인지 자신이 더 어리다는 것을 주장하는 듯했다.

 

아무리 잘 쳐줘 봐야 호라이즌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인공지능일 텐데거기다 언니라는 호칭 자체는 호라이즌에게 너무도 생소하고 낯선 호칭이었다그것도 프레임 외형은 호라이즌이나 시그마나 키도 비슷하고 연령대도 엇비슷해 보였으니.

 

 

 

이름만 말하는 건 너무 딱딱하잖아!”

기계에게 예의를 차리는 호칭은 필요 없습니다.”

그건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없다는 거 아니야?”

 

 

 

시그마가 고개를 갸우뚱기울였다말을 멋대로 해석하다니보통 강인공지능이 아니었다.

행동도 마치 어린아이가 궁금하고 의아하다는 듯한 행동이었기에 호라이즌은 휴먼들이 이따금 언급하는 불쾌한 골짜기 같은 것을 느꼈다.

 

 

 

“......비즈니스 대화를 하는 줄 알았더니회사견학 따위나 시키려고 저를 끌고 가는 겁니까?”

? 언니는 기......? 아무튼 우리 회사 손님이잖아아빠가 그랬어기빈에게 회사의 이미지는 중요하다고!”

기빈이 아니라 귀빈입니다.”

히히언니 저기로 가자할아버지도 소개해줄 거야!”

 

 

 

장소와 시간기간을 미루어보아 분명 자신의 소체 시무르그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비밀스럽게 자신의 은거지까지 불러서 한다는 게 어린 인공지능의 장단에 맞춰주기라니그것도 2주씩이나.

당장이라도 그 되지도 않는 중장갑문을 부숴버리고 관리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싶었지만천진난만한 시그마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지금 당장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러다 호라이즌은 문득 자신의 손을 잡은 시그마의 손에서 위화감을 느꼈다기계의 몸에서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건 당연했지만느껴져야 할 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인간과 똑 닮은 강인공지능을 지녔어도결국 기계라는 틀에는 원초적 생명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대신 그 실리콘과 철판 아래 속에선 생명을 대신할 회로전류의 흐름 등 기계만의 생명이 존재 할 뿐.

 

하지만 시그마에게선 기계의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았다사람도 아니고기계도 아닌 어딘가의 사이.

원초적 생명력도전류의 흐름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이름이 존재했다. GAP - - 1684. 명백한 기계.

 

 

 

타이탄 할아버지!”

지금 누구라고...?”

 

 

 

퓨처 앳 워(FAW) 재단이 폐기 처분 전 헐값에 내놓은 기체. ‘타이탄의 원본을 태스크포스 13번이 사들였다.’ 사전에 조사한 정보가 사실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아예 대놓고 눈앞에서 대면시킬 작정이라니...

 

시그마는 타이탄의 이름을 부르며 잠들어있는 거대한 이족보행 기체로 달려 나갔다시그마가 이터니움 합금 몸체에 손을 대자 빨간빛을 점멸하더니곧 특유의 가동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그마이 시간에 무슨 일로 온 게냐!”

히히할아버지 잘 잤어새 친구가 생겼어언니친구!”

! 내가 쉬는 동안 또 친구를 사귄 게냐!”

응응할아버지만큼이나 피부가 하얗고 예쁜 언니야저기... ?”

아무도 없군!”

어디 간 거지...?”

 

 

 

시그마가 호라이즌을 다시 부르려고 뒤를 돌았을 땐이미 호라이즌은 자리를 뜬지 오래였다.

 

 

 

 

 

 

 

 

***

 

 

 

 

 

 

 

쿵――!

 

 

쿵――――!!

 

 

 

?”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충격음이 사장실을 울리는데도 관리자는 팔짱을 끼고 앉아 쿵쿵대는 중장갑판 문을 주시했다.

 

커지는 소리와 빈도수를 미루어보아 단순히 철옹성처럼 굳게 닫힌 문을 뚫는 것이라기엔 어딘가 상당히―

 

 

 

콰앙―――――!!

 

 

 

“......호라이즌 양이로군그냥 부르면 열어줬을 텐데그보다 내 딸과 같이 있던 게 아닌가?”

휴먼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꽤 화가 많이 난 듯했다두꺼운 문을 그대로 발차기 몇 번에 뚫어버린 호라이즌이 늘 그랬듯 무표정으로 성큼성큼 관리자의 앞으로 다가왔다호라이즌에게 쇠파이프가 들려져 있었다면 분명 관리자의 면상에 냅다 던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반인이었다면기계가 표현할 수 없는 억양과 말투와 말과 다른 무표정함에서 오는 부조화에 지레 겁을 먹었을 것이다하지만 관리자는 그런 호라이즌의 반응이 흥미롭다는 듯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여전히 의자에 앉은 채로 호라이즌을 바라보았다.

 

 

 

나도 바쁜 사람이라서 말이야농담 따먹기나 하자고 자네를 부를 만큼 여유 같은 건 없네만.”

“1... 아니최고 관리자전 놀러 온게 아닙니다당신이 이 프레임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항상 감사하고 있는 바입니다그만큼 저보다 최고 관리자인 당신이 이 프레임의 정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겠죠퓨처 앳 워에서 불법으로 콜드케이스 137번을 탈취한 엠버 박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군난 지금도 시무르그 프레임이자 호라이즌 너라는 인격에 도움을 주고자 부른 거네내 입장은 변함이 없어나를 좀 더 믿어보는 건 어떻겠나?”

지금 저더러 타이탄과 접촉하게 만들어놓고 믿어보라고 하는 겁니까당신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아니면 부정적 인식을 가진 퓨처 앳 워를 들이밀어서 제가 불쾌감을 느끼는지 아닌지에 대한 시험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까?”

그럴 리가 나는 지금도 진지하다네의미 없는 짓은 하지 않아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생각도 없었네.”

 

 

 

호라이즌의 분노가 섞인 잔잔한 말에 관리자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호라이즌도 그간 도움을 받은 것을 생각해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했지만연산회로 어딘가에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불쾌감에 자꾸만 항의하기를 반복했다.

 

 

 

전 휴먼의 취향엔 관심이 없습니다하지만 그게 당신의 소꿉놀이에 어울려주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저에게 당신의 이상 취향을 들이밀지 마십시오전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수단을 원합니다."

 

 

 

......

 

 

 

호라이즌 언니...”

 

 

 

호라이즌의 말끝에 찾아온 정적을 비집고잔뜩 겁에 질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줄곧 거만하게 앉아있던 관리자도 자리에서 일어나고호라이즌 역시 티 내진 않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에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뚫린 구멍에 머리만 빼꼼 내민 시그마가 잔뜩 울상을 지은 채 호라이즌과 관리자를 번갈아 보았다그리고 곧 사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와 호라이즌의 옆에 섰다.

 

 

 

다 들었습니까시그마.”

나는 그냥... 언니를 소개해주고 싶어서 그랬어근데 그게 언니를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

“...전 시그마에게 화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저 그렇게 학습된 거니까요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하지만 시그마는 여전히 무표정인 호라이즌의 표정에 안심이 되지 않는지 대뜸 호라이즌을 끌어안았다.

 

 

 

시그마?”

내가 멋대로 언니를 데려간 거야내가 아빠 말을 잘못 알아들은 거니까아빠를 미워하지 말아 줘!”

“......”

 

 

 

분명 호라이즌에게 닿아 있음에도시그마는 존재하지만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러나 스킨십을 싫어하는 호라이즌임에도자신에게 매달려 사과하는 시그마를 어째선지 뿌리칠 수 없었다.

 

 

 



 

 

 



언니?”

 

 







 


대표님!”

 

 








 

“......시그마당신이 이겼습니다.”

이제 화 안 내는 거야?”

알겠으니 이제 떨어져 주시죠.”

 

 

 

떨어지긴커녕 안은 채로 폴짝폴짝 뛰어대며 해맑게 아빠를 부르는 시그마를 무시한 채호라이즌은 흐뭇한 미소로 보는 관리자를 향해 말했다.

 

 

 

소꿉장난이나 악취미가 아니길 바랍니다. 1급 관리자.”

나에겐 시간이 없지만자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될걸세.”

그러길 바라죠.”

 

 

 

호라이즌은 다시 자기가 회사를 소개해주겠다며손을 잡아끄는 시그마를 따라 사장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휴먼들은 때론 발전을 위해 복잡한 방법을 택하곤 하죠.

좋습니다당신이 정말로 저 호라이즌과 시무르그의 효율 향상을 위한 발판을 만든 것인지.

당신의 악취미를 즐기기 위한 놀음판에 불과한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호라이즌과 시그마가 떠난 사장실에 정적이 흐르고관리자는 역시 자기 딸이라며 흐뭇해하는 것도 잠시곧 시원하게 뻥뚫려버린 보안벽을 보고허탈한 웃음을 내었다.

 

 

 

무장해제하고 오라고 하길 잘했군.”

 

 

 

당장 부사장에게 무슨 핑계를 대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할 판이었다.












+)

오타 있음 미안하다....

그래도 담주 오기 전에 하나 더 해서 다행이다. 담주는 글도 못쓸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