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 : https://arca.live/b/monmusu/25564643

 

이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은 실존하는 것과 일체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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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잡은 테디베어 팀은 테디베어의 의견에 따라 농장주의 남편인 실버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않은 채로 도둑을 데리고 숙소로 이동했다. 손님을 받고 있지 않는 만큼 관리 직원의 수도 적었기에, 팀은 직원들의 눈에 띄지 않고 방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도둑이 소리를 지를까 미리 기절까지 시켜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후 선원들이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 테디베어가 입을 열었다.

 

“나인 씨, 혹시 저 사람이 거짓말하는지 여부도 알아내실 수 있나요?”

 

“네, 충분히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거짓말을 할 때 여러 가지 방면으로 드러나게 되죠. 그런데, 실버 씨에게 이 소식을 먼저 전해야 하지 않나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러면 도둑질의 이유가 뭔지, 다른 도둑들의 흔적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먼저 도둑을 잡았다고 알린 다음, 조사할 게 남았으니 계속 데리고 있겠다고 말해두면 되잖아요.”

 

“하지만 사건이 빨리 끝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실버 씨가 행동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는데다, 범인을 잡자마자 본인이 확인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생각하면서 저희에게 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될 수도 있어요. 또 지하에서 찾은 흔적을 보면 여기 직원이나 농부 분들하고는 종족부터가 다른 자국인데 그렇다는 건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럼 지금 이 사람을 실버 씨 앞에 데려다 놔도 불안 요소만 더 커질 뿐이에요.”

 

“도둑을 바로 혼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 이야기도 맞는 말 같네요.”

 

“여러분 들었죠? 도둑이 깨어나면 저랑 나인 씨가 몇 가지 ‘질문’을 할 거에요. 도둑한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도 별로일 것 같고, 모두 열심히 해 주셨으니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쉬고 계세요.”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모두는 움직이지 않았고, 루미가 대표로 나서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주인님, 도둑이 깨어났을 때 도망치려고 할 수도 있는데, 먼저 묶어놔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랬다. 다들 깨어난 도둑에게 테디베어가 해코지당할까 봐서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흠, 최대한 대답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했었는데, 듣고보니 탈출하기라도 하면 또 다시 여러 사람이 고생하겠네. 그럼 손발을 묶어두긴 해야겠다. 플러피?”

 

“응, 잘 묶어둘게.”

 

플러피가 손발을 묶은 후에야 선원들은 안심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루미는 모두의 의견을 대표했고, 플러피는 매듭을 잘 지었으므로 쓰다듬기를 요구한 다음, 요구가 받아들여진 이후에 방으로 돌아갔다. 테디베어는 나인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묶는 거 말고 또 준비하면 좋을 게 있을까요?”

 

“긴장을 풀어주려면 먹고 마실 거라도 차려 놔야죠. 배가 불러야 말이 잘 나오는 법이니까. 마실 건 제가 준비해두죠.”

 

“그럼 먹을 건 제가 꺼내올게요.”

 

나인은 음료수 병과 잔 3개를 테이블 위에 차려놓았고, 테디베어는 큰 빵이 담긴 접시를 가져왔다. 상대가 협조적으로 나오면 손만 풀어 주는 식으로 준비한 음식을 먹일 작정이었다. 둘은 테이블 앞에서 도둑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는데, 나인은 거리감이 너무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에 의자를 테디베어와 좀 더 떨어진 쪽으로 옮겨 앉았다. 테디베어는 조금 아쉬웠지만, 뭔가 이번 일은 아주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 데다 그 전까지 친해질 기회는 더 있을 거 같아 굳이 나인 쪽으로 옮겨 앉으려 하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둑 -웨어레빗, 토끼 마물- 이 깨어났다.

 

“으, 뭐야? 여긴 어디야?!”

 

“농장 방문객 숙소 방입니다. 농작물 도둑으로 현장에서 붙잡히셨고, 감옥으로 바로 보낼 수도 있지만 저희 질문에 잘 대답하시면 어느정도 봐 드릴 수도 있죠.”

 

“어차피 감옥 가는 건 똑같은거 아냐? 그럼 아무 말도 안 할래.”

 

웨어래빗은 눈도 마주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고, 그 순간 나인의 주먹이 웨어래빗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다가 테디베어에게 붙잡혔다.

 

“야, 이 도둑년아. 자기가 한 짓이 부끄럽지도 않아?!”

 

“나인 씨, 진정하세요. 때린다고 달라질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쟤가! 아. 알겠어요.”

‘도둑년’은 주먹을 맞을 뻔 했는데도 입만 꾹 닫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질문하겠습니다. 도둑질을 한 이유가 뭐죠? 농장에서 제공하는 급여가 부실해서였나요?”

 

침묵.

 

“그건 가능성이 낮은 편이죠. 다른 농부분들이나 직원분들한테서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으니까. 그럼 순전히 본인 욕심인가요?”

 

또 침묵.

 

“아니면....... 부양해야 할 들키면 안 될 가족이 생겼다던가?”

 

흠칫. 그리고는 당황하며 자기 입을 틀어막는다.

 

“방금 그 반응은 긍정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저....... 아니야!”

 

“나인 씨? 저건 정말인가요?”

 

그랬다. 거짓말을 판별할 수 있어도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테디베어는 도둑이 허점을 보인 순간을 노렸고, 말을 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나인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웨어레빗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테디베어는 나인이 아까 주먹 한 방을 날려주지 못해서 기분이 아직도 안 좋은가 싶어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한 번 더 이름을 부르려고 했다. 

 

“나-”

 

“거짓말이에요. 방금 그 말 뿐만이 아니라 정체도 숨기고 있었네요.”

 

“뭐라고요?”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아까의 충격으로 변신의 유지가 어려워졌나 봐요. 자 보세요!”

 

나인은 은방울을 꺼내 도둑 방향으로 흔들었다. 이 은방울은 마계은으로 만들어진 빈 구체 안에 여우구슬이 들어간 마법 도구로 여우 학교에서 마법을 배운 여우라면 주문 제작이 가능한 물건이다. 물론 인기있는 디자인들인 부채나 부적, 비녀나 담뱃대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긴 했다. 아무튼, 그러자 묶여 있던 웨어래빗의 꼬리의 털이 없어지고 길어지며 귀는 짧아지더니 쥐의 모습을 한 마물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흠, 농장 직원으로 변신해서 그 신분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서 쉽게 도둑질을 했나 보네요. 대단한데요, 나인 씨? 실버 씨에게 모든 직원들은 변신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바로 알려드려야겠어요.”

 

“자, 잠깐만! 아까 질문에 대답 잘 하면 봐 주겠다는 거 아직 유효해?”

 

“그럼요. 거짓말 없이 대답해주세요. 이제 이건 당연한 거고, 어떤 답이 돌아오느냐에 따라 저희 결정이 달라질겁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도둑질을 한 이유가 뭐죠?”

 

“부양해야 할 식구들이 있어.”

“그렇겠죠. 그런데 여긴 행성 통째로 샤프슈터 가족 소유고, 농부나 직원이 아니시라면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나요?”

 

그 말을 들은 쥐 마물은 주먹도 꽉 쥐고, 이도 악 물고, 몸을 막 흔들며 화를 냈다.

 

“불법으로 쳐들어 온 건 저 녀석들이겠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네요. 목이라도 축이고 계속해주세요.”

 

“독이 든 거 아니야?”

 

나인은 병에 담긴 음료수를 테디베어, 나인 본인, 쥐 마물 앞에 있는 잔에 순서대로 따라주었고,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기 잔에 담긴 음료를 들이마셨다. 힘이 들어간 동작에서 아직 화가 안 풀렸다는 걸 누가 봐도 느낄 수 있었지만, 나름 절제된 동작으로 음료를 쏟거나 테이블에 튀기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아하, 저래서 미리 따라놓지 않았던 거구나. 상대가 독을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테디베어는 자기도 잔을 홀짝이며 질문에 대답했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말할 사람한테 독을 뭐 하러 먹이겠어요.”

 

“그건....... 그러네. 잘 마실게.”

 

“빵도 있으니까 천천히 하세요. 혹시,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으면 다른 사람들도 불러서 같이 들어도 될까요?”

 

“내 얼굴에 주먹을 날리지만 않는다면 괜찮아.”

 

나인은 그 말에 콧방귀를 ‘흥!’ 하고 뀌며 고개를 홱 돌렸다.

 

“제가 선장이고, 다른 사람들은 선원들이니 공격하지 않도록 이야기해 둘게요. 음, 그나저나 제 이름은 테디베어 하트워밍입니다만, 그쪽의 이름은 뭔가요?”

 

“어....... 지상 사람들 말로 하자면 ‘스크레치’ 정도겠네.”

 

“그래요. 스크레치 씨. 이야기하기 편하게 수갑은 풀어 드릴게요. 다리는 아직 확신이 없어서 못 풀어드리겠고. 루미, 스크레치 씨가 들려줄 이야기가 있대. 왜 도둑질을 했는지와 큰 연관이 있는 거 같아. 다른 사람들도 데리고 이쪽 방으로 와 줘. 아, 그리고 나쁜 사람 대하듯 하지 말고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유지해달라고도 해 줘.”

 

“네? 아, 알겠어요, 주인님. 금방 모셔올게요!”

 

루미는 처음엔 스크레치가 누군가, 왜 갑자기 손님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인가 의문이 생겼지만 주인님, 나인 씨, 도둑 셋이 있던 방에서 스크레치라는 사람이 할 말이 생겼다면 도둑이 이름이 스크레치일 것이고, 분명 무언가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계산을 마치고 돌하우스의 나머지 선원들을 호출했다. 그리고 상황을 간결히 설명한 다음 모두와 함께 취조가 진행중인 방으로 이동했다. 

 

스크레치는 어떤 사람들이, 몇 명 올 것인가 미리 이야기를 들어두었기에 바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버닙, 그러니까 뱀의 하반신을 가진 플러피가 들어오자 문자 그대로 쥐 죽은 듯 얼어붙었다.

 

“어라. 나, 무서워? 방에서 나갈까?”

 

“어떻게 할까요, 스크레치 씨?”

 

“아, 괜찮아. 좀 뭐랄까. 본능 때문에 그랬어. 자, 다 모였으면 전에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줄게.”

 

테디베어가 흘끗 보니, 축 처진 플러피를 아로마가 ‘괜찮아, 너 안 무서워.’ 라고 하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스크레치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 스크레치와 그의 부족은 쥐들로 구성된 200마리가 넘는 대가족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족원들 하나하나씩이 인간형 몸을 갖게 되었다고.

 

처음엔 다들 놀라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지만, 땅을 파는 능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서로 대화 등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데다 덩치도 커져 몇몇 천적들에게 먹잇감으로 인식되지도 않게 되는 등의 분명 좋은 점도 있었지만, 수컷이 사라져 숫자를 늘릴 수 없어졌다. 어쨌든 부족은 당시 상황을 그림으로 기록해두기로 했다. 문자가 없어서였다.

 

천적이 거의 없어져 땅 속이든 땅 위든 누비고 다니던 부족은 두더지 부족을 만나게 되었고, 두더지 부족 또한 갑자기 인간형 몸을 갖게 된 데다가 시력을 얻게 되어 혼란스러워하던 중이라 두 부족은 힘을 합쳤다. 두더지 부족은 땅을 잘 파고 수영 실력이 뛰어나니 지하 탐사와 물 건너 자원 수집을, 쥐 부족은 나머지 지상을 맡기로 했다. 

 

인구수가 늘어나지 않는 만큼 그 정도로도 모두가 만족할만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하늘에서 커다란 돌이 떨어지며 평화의 시기는 끝이 났다. 그 돌은 지상에 부딪히며 크레이터를 남긴 게 아니라, 지하로 파고 들어가더니 아예 거기 자리를 잡았다. 두더지 부족의 정찰대가 확인해 보니, 갈라진 돌 틈에서 기분 나쁜 무언가가 스며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테디베어와 그리스는 흠칫했고, 테디베어는 무의식 중에 자신의 대구경 리볼버에 손을 가져가다가 루미가 조용히 그 손을 붙잡으며 행동을 저지하자 짧은 신음소리를 한 번 내고 다시 이야기에 집중했다. 미지의 지하 탐사와 괴물의 공포를 동시에 겪어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루미는 굉장히 잘 만들어지긴 했으나 소름이 돋는 기능은 없었기에 침착하게 자신의 주인의 이상행동을 막아낸 거였고.

 

보호복도 뭣도 없는 상황에서 정찰대는 그것이 무언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 명이 나서서 손으로 만져보았고, 그것은 손을 타고 기어올라 온몸으로 퍼졌다고. 정찰대는 놀라 모두가 같이 몸에 붙은 것을 같이 뜯어내주었고, 뜯어내는 과정에서 손에 묻은 것은 세차게 손을 털어서 떨어뜨리고 나머지 부족 구성원들에게 돌아와 위험한 물건이니 하늘에서 떨어진 바위가 있는 구역을 봉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부족민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인만큼 위험을 최대한 피해야 했기에 두 부족은 바위와 나무, 흙을 모아다 ‘기분 나쁜 바위’로 통하는 모든 길을 막는 구조물을 세웠고, 전달을 통해 서로에게 왜 길을 막았는지와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를 가르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위를 파괴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였을지도 모르지만, 당시 정찰대의 말에 따르면 온 힘을 다해 내리쳐도 흠집도 안 난다고 했기에 봉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게 ‘기분 나쁜, 하늘에서 온 바위’ 일이 잊혀질 때쯤, 이번엔 하늘에서 번쩍이는 철 덩어리가 내려왔다.

 

철 덩어리에서는 사람들이 튀어나왔는데, 지금의 자신들과 비슷한 다리 둘, 팔 둘, 이족 보행의 인간형 모습을 갖고 있었지만 ‘바위’ 때문에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경계심부터 갖게 된 부족민들은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 사람들은 커다란 장치를 타고 땅을 평평하게 만들거나, 옛날에 부족민들의 천적이었던 사나운 동물들을 쏘고 가두는 등 당시 두 부족에게는 굉장히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과시하다가 또 어느 날 철 덩어리 속으로 들어가더니 떠나버렸다.

 

이렇게 두 번 연속으로 하늘에서 찾아온 것들에 대해서는 무시무시한 것이라는 인상을 갖고 두려움을 품고 있었으니, 다시 또 거대한 쇳덩어리가 찾아왔을 때는 지상에서의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고,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위’ 에서 흘러나온 정체불명의 물질에 감염된 지하 생물들이 난폭한 괴물들로 변해 봉쇄를 뚫고 튀어나오기까지 했다는 것.

 

두 부족은 힘을 합쳐 무기를 만들고 괴물들과 맞서 싸우기로 했으나, 지하 자원만으로는 식량부터 무장까지 모든 자원이 모자란 상황이라 도둑질을 하게 되었다는 것.

 

자신은 가장 먼저 지상에 파견된 쥐였고, 도둑질을 하다 배고파서 뒤진 쓰레기통에서 나온 웨어레빗의 발톱을 먹었더니 그 모습을 가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 때부턴 다른 부족민들하곤 다르게 지상의 언어를 배우는 데 집중했고, 서로 의심하지 않는 농장의 분위기 속에서 새로 나타난 주민에 대해 이상한 느낌을 느끼지 않는 농부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기는 쉬웠으며 그것을 통해 감시망을 피하고 다른 쥐들의 도둑질 경로를 설정해둘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럼 지금도 지하에선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가요?”

 

“맞아. 우리 부족 사람들은 굶주림과 전투 때문에 반 이상이 줄어들었지. 바깥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근데 이렇게 변한 다음에는 시체를 먹는 게 너무 꺼려져서 ‘바위’ 랑 멀리 떨어진 곳에 묻어줬어.”

 

“망할, 이거 도둑 잡기가 아니라 사람 살리기부터 해야 되겠다. 혹시 스크레치 씨 말고도 우리랑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서,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그런 녀석은 없을걸.”

 

“그럼 혹시 부족장같이 높은 사람이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도와주러 갔다가 싸움이 일어나면 안 되잖아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만 설득해도 될 거 같은데.”

 

“지금은 내가 대장이야. 제일 부족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대장이거든.”

 

“그럼 실버 씨랑 회의는 이따가 해야겠다. 어차피 스크레치 씨의 말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려든 쥐와 두더지 부족을 도와주든 스크레치 씨를 데리고 지하로 가야 해.”

 

“오라버니, 서두르고 싶으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전투를 위해서라면 최대한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아요. 물자부터, 인원 배치까지요. 저는 여기를 담당했던 행성 개척 회사에 연락해둘게요. 그 사람들이 지하 조사를 안 해서 이런 비극이 벌어진 거니까요.”

 

“그래 방울아. 나랑 실버 씨랑 그 회사 책임자랑 같이 이야기 좀 해 봐야겠다. 루미?”

 

“네, 주인님!”

 

“방금 스크레치 씨가 한 이야기 녹화된 거 있으면 실버 씨에게 보내줘. 그리고 영상 끝에 지금 이 이야기의 진위여부 확인하러 지하로 스크레치 씨를 데리고 간다고 메시지 남겨주고. 만약 도둑을 왜 바로 안 데려왔냐고 혼내면 대장이 없어서 통제가 풀린 다른 도둑들이 폭주했을 수도 있다고 나도 방어할 수 있을 거 같네. 아로마?”

 

“네!”

 

“어두운 곳에서는 능력을 쓰기 어렵지?”

 

“그것보다는 아래에 자라는 식물들이 별로 없을 거 같아서 걱정이네요.”

 

“그렇겠네. 그렇다면 아로마는 지상에 남아서 농장 통제권을 최대한 확보해 줘. 만약 아래에서 뭐가 기어나오면 도로 돌려보내야 하니까. 음, 그리고 식물들은 눈이 없잖아. 그리스 씨?”

 

“아, 네!”

 

“혹시 농장 전체적으로 카메라 드론을 띄운 다음 아로마의 화분에 모니터를 띄워서 서로 연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요. 어, 그리고 지하에 방어선을 구축해야 할 거 같은데 돌하우스한테 장비 배달을 주문해야겠네요.”

 

“연락하는 김에 의약품이랑 식량도 주문해주세요. 아래 사람들이 병들고 굶주렸을 수도 있으니.”

 

“네, 여보세요, 돌하우스?”

 

그리스는 이어서 돌하우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물자를 주문했다. 이처럼 테디베어가 선원들에게 지시하던 도중, 그의 눈에 나인이 들어왔다. 나인과 나눴던 대화를 돌이켜보면 감염된 생물들을, 그것도 인간인 자신이 총을 들고 처치하는 것은 나인에게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인에게 지하 임무는 맡기지 말아야겠다는 판단이 선 테디베어는,

 

“나인 씨, 감염된 생물들을 죽여야 할 수도 있는데, 혹시 불편하시다면 지상에서 다른 일들을 맡아주시겠어요?”

 

나인은 그러자 스크레치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테디베어를 향해 시선을 돌린 다음, 아로마가 나간 문, 그리고 다시 작업중인 루미와 그리스를 보다가 테디베어와 눈을 맞추고 대답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방금 그 이야기가 거짓말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려고 해도 내려가야 하고, 만약 싸워야 한다고 해도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되서 변이된 생물들은 보내 주는 게 더 편할 거 같네요. 아, 만약 완벽히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치료라. 방울아, 회사랑 연락은 끝났니?”

 

“네, 오라버니. 과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피해보상도 해 줄 거라고 하네요. 이따가 실버 씨랑 오라버니, 행성 개척 회사 대표 그리고 스크레치 씨 네 분이서 보상안을 정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렇구나. 혹시 이런 외계 바이러스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과학은 언제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만큼 아예 없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런 건 본 적이 없어서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 것 같고, 돌하우스 안에 있는 제 장비를 다 가져와서 제가 직접 작업을 시작한대도 감염으로 인한 변이까지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네요.”

 

“과학자가 더 필요하다라....... 아, 사장님한테도 연락해 봐야겠다. 저렇게 의도된 듯이 지하로 파고드는 바이러스 운석이라면 갤럭시 드릴 과학팀들이 아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어.”

 

“저, 주인님. 두 회사의 대표와 한 농장의 주인까지 참여하는 회의를 하려면 일단 스크레치 씨의 말이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네. 플러피, 스크레치 씨 묶인 다리 좀 풀어 줄래?”

 

“응.”

 

플러피는 줄을 풀고 스크레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럼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내가 안내할게.”

 

“저희가 의심스럽지는 않으세요?”

 

“그렇게 물자들을 준비해서 우리 부족들을 끝장낼 준비를 하는 걸지도 모르지. 그런데 이대로 그냥 죽으나 도와주려는 사람한테 배신당해서 죽으나 큰 차이도 없을 거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실거면 처음부터 잘 말해주시지. 아, 또 한꺼번에 지하에 있는 분들을 옮기려면 버스라도 빌려야겠네. 나머지 이야기는 가는 길에 합시다. 자, 출발!”

 

출발 신호에 맞춰 방에서 사람들이 스크레치를 따라 우르르 몰려 나갔는데, 아무런 역할을 부여받지 못해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플러피와 방을 정리하던 물방울 둘이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래요, 플러피?”

 

“응, 물방울 언니. 난 뭐 하면 돼?”

 

“아마 지상에 남아서 아로마를 돕거나 지상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 직원분들을 대피시키는 일을 하게 될 거 같아요.”

 

“난 내려가면 안 돼?”

 

“플러피가 잘 싸우는 건 알지만, 아까 스크레치 씨처럼 쥐 마물 분들은 뱀 꼬리가 달린 분을 본능적으로 무서워하거든요. 아, 하지만 정말 배고프면 밥을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당연한 반응이죠. 플러피가 무섭게 생겨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래서 지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게 어려워질 수 있어요.

 

또, 아로마의 포자처럼 보이지 않는 나쁘고 작은 것들과 싸워야 하는데, 포자는 플러피의 마스크같은 걸로 막을 수 있었지만 이번 것들, 바이러스는 아예 몸에 안 닿게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플러피의 꼬리에 방호용 비닐을 두르거나 마법약을 뿌려두면 플러피가 움직이기 어려워지잖아요. 미끄러운 바닥에서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렇지만 꼬리를 가진 걸 원망할 필요는 없어요. 그 덕분에 오라버니를 온몸으로 꽉 껴안을 수도 있고, 몸을 말았다가 스프링처럼 튀어나가는 식으로 사냥감을 기습할 수도 있잖아요. 우리 몸이 모두 다르지만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 거죠.”

 

“오오, 그렇구나. 알겠어. 난 위에서 해야 하는 일 할게. 방금 진짜 언니 같았어. 앞으로도 잘 가르쳐 주세요.”

 

“물론이죠.”

 

물방울의 짧은 교육 시간이 끝나고 방 정리를 마친 물방울은 바로 테디베어에게 합류해 플러피를 아로마와 같이 지상에 남겼다고 전했고, 테디베어는 자신이 플러피를 잊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나중에 사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플러피는 아로마에게 연락해 아로마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실버가 스크레치의 말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차량이야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다고 했기에 일행은 돌하우스에서 드론들이 옮겨온 물자를 실을 컨테이너 트럭과 관광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농장과 조금 떨어진 위치의 평지에 놓여 있던 납작한 바위를 들추자 지하로 향하는 길이 열렸고, 스크레치가 먼저 들어가 새로 오는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을 명령하는 동안 루미를 제외한 모두가 방호복을 갖춰 입었다. 두더지 마물들이 떨쳐낼 수 있는 것이라도 해도 다른 마물들이나 인간에게는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하로 들어가자, 상황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굶주리고 다친 사람들과 그들을 보살피는 사람, 전투에서 돌아와 지친 사람과 그들과 교대하는 사람. 또 무기를 손질하는 사람 등....... 그래서 테디베어 일행은 스크레치의 증언과 행성 개척 회사가 다녀간 일을 기록한 벽화, 벽화 근처에 놓인 감염된 벌레의 변이된 시체를 바탕으로 쥐와 두더지 부족이 행성 개척 회사가 오기도 전부터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지하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게 할 말이 생기자마자 테디베어는 갤럭시 드릴의 현재 대표인 켈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아, 우리의 명예 직원이시잖아! 혹시 급한 일인가요?”

 

“네, 사람들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그렇다면 남편과의 데이트는 내일로 미루죠. 정확히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네, 그런데 시간을 아껴야 해서 이 사건에 엮인 사람들인 은빛 쉼터 농장의 실버 씨, 저, 그리고 쥐 마물인 스크레치 씨랑 행성 개척 회사 사람 그리고 사장님까지 다섯 명이 모인 상황에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원격 회의를 할 거라면 초대를 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테디베어는 세우고 실버와 켈프, 행성 개척 회사의 대표를 초대했다. 그러는 동안 스크레치가 부족민들과 선원들의 소통을 도와서 각자의 도움의 손길이 방해받지 않도록 조정해주었다. 

 

그리스가 봉인된 바위 쪽으로 향하는 통로에 포탑을 설치했고, 물방울이 부상자와 환자들에게 약물 처방과 응급 처치를 실시했다. 이때 일손이 모자라 분열로 숫자를 늘렸는데 놀라는 부족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사소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루미는 식품을 나눠주거나 따뜻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했고, 스크레치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인 또한 스크레치에게 짧은 사과를 전한 다음, 그리스의 통로 봉쇄를 도와주고는 루미에게 합류헤 음식 배급에 참여했다.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다음, 스크레치가 테디베어 옆에 서서 회의에 참여해 5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첫 시작은 스크레치의 이야기와 테디베어의 증거를 통해 이 행성의 원주민은 쥐와 두더지 마물 부족이었으며, 살아남기 위해 부족들이 농장을 도둑질했고, 운석에 들어 있던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현지 생물들과 목숨을 건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며 시작되었다. 먼저 행성 개척 회사의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실버 씨의 행성을 담당했던 개척 회사 대표 프론티어입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실수로 생긴 일이니 전부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실버 씨의 농장과 부족 분들의 생존에 필요한 물자, 그리고 연합 시민 등록과 언어 교육비, 또 모자란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스크레치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 뭐. 좋아요. 살아있는 녀석들은 계속 살아야지. 아, 그리고 남자도 좀 만나게 해 주쇼.”

 

“물론이죠. 어, 그런데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비슷한 종족의 남성분들은 아직 숫자가 별로 없어서 인간 남성분들 위주로 소개시켜 드려야 할 거 같은데 괜찮을까요?”

 

“지금 애들이 짝짓기를 못 한 날짜가 얼마인데 누구든 상관없어요.”

 

“알겠습니다.”

 

다음은 농작물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으며 스크레치와 가장 가깝고, 보안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실버 차례였다.

 

“그렇게 힘든 상황이셨으면 먹을 것 좀 나눠달라고 하시지. 그래도 무서워서 어쩔 수 없으셨다는 점도 이해는 되네요.”

 

“미안해요. 우리도 살려고 한 짓이긴 하지만 어쨌든 훔친 건 훔친 거니까.”

 

“괜찮아요. 맞다, 아프고 굶주린 사람들이 우리 행성에 있다고요? 일단 그 분들부터 치료해줘야겠는데요! 마침 관광 신청도 안 받는 상황이라 빈 숙소들이 남아있고, 또 병원들도 정상운영 중이니까. 음, 차량은 전에 빌려드린 게 있으니 여기서 운전기사 분들을 그 위치로 보낼게요.”

 

“고마워요. 아, 아까 프론티어인가 회사 대표인가 하는 사람이 다 보상해 주겠다고 했지만, 우리도 죄책감은 느끼고 있는 만큼 가진 건 없고 농사 일이라도 도와드릴까?”

 

“아, 앞으로 편하게 지내시려면 화폐, 크레딧이 필요하실텐데 저희 농장에서 여러분들을 고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원래 살던 게 편하시면 그쪽 방향으로는 농장을 확장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애들하고 이야기를 해 봐야겠지만 이대로 살면 남자도 없겠다 아마 고용되려는 녀석들이 더 많을 거 같네요.”

 

“그럼 스크레치 씨, 운전을 맡으실 분들이 오시면 사람들 잘 챙겨서 같이 가 주세요. 가능하면 언어도 잘 가르쳐 주시고.”

 

“그럼, 당신이랑 당신 팀은 여기 남아서 어쩌려고?”

 

“가서 바이러스가 든 운석을 부숴버려야죠. 그래서 그쪽 전문가인 우리 사장님을 회의에 모신 거고.”

 

“아니, 그건 좋은데. 우리들을 그렇게 괴롭힌 물건을 남의 손으로 끝장내는 건 아쉬워서. 뭐 도와줄 거라도 있을까?”

 

“흠, 그러네요. 혹시 지하 지도같은 게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아니면 감염된 생물들의 특징이라던가.”

 

“지도는 광장 벽에 그려져 있어. 높낮이 구분도 있고. 또 괴물들의 특징이라면 엄청 커다란 고름집인지 물집이 몸 구석구석에 자라나 있어. 그리고 겉을 두른 아주 딱딱한 껍질도. 원래 껍질이 없는 지렁이같은 녀석들한테도 똑같이 생겨나지.”

 

“그 정도면 큰 도움이 될 거 같네요. 그럼, 어서 사람들 데리고 나갈 준비를 해 주세요.”

 

“이렇게 도와주러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애들이랑 같이 평생 기억하게 동상이라도 세울게.”

 

“꼭 그러실 필요는 없고, 앞으로 실버 씨랑 잘 지내면서 모범적인 연합 시민이 되어 주세요.”

 

“응, 그렇게 할게.”

 

마지막은 갤럭시 드릴의 대표 켈프 차례였다.

 

“아까 어떻게 변이되는지를 듣자마자 우리 쪽에 생긴 문제랑 아주 유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장님 쪽에도 바이러스가 든 운석이 떨어졌나요?”

 

“그랬죠. 안타깝게도 치료하는 방법은 우리 쪽 연구팀도 못 찾아냈고, 비활성화하는 방법만 알아냈어요.”

 

“그 방법이 뭐죠?”

 

“운석 주변의 오염된 땅에 연구팀이 새로 만든 약을 뿌려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고 굳힌 다음, 그걸 청소기로 빨아들여서 폐기물 통에 넣고 소각하는 방법이에요. 운석 자체는 강력한 착암기를 투하해서 때려부수고, 내부의 뭐랄까, 운석 심장과 같은 것에도 약 – 청소기 – 소각 과정을 적용하는 거예요.”

 

“없앨 방법은 있군요.”

 

“그래요. 하지만 좌표가 농장 위치와 겹쳐지거나 한다면 착암기나 보급품 투하는 어려울 거 같네요. 그래서 바위 깨는 데 전문가인 골렘을 한 명 섭외해서 보내줄게요. 또, 바이러스에 쓸 약재를 제공하고 그곳 생물들을 조사할 연구팀이랑 연구 설비도요.”

 

“그럼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저희 행성 개척 회사에서 대신-”

 

“어, 그럴 필요 없어요. 이건 제가 내죠. 우리 연구팀들의 연구 자료 수집과 저번에 회사에 많이 들어온 마물들과의 합동 작전의 효과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니까. 대신 그쪽 회사에서는 호화 크루즈 우주선이랑 의료선 하나씩 빌려와요.”

 

“네?”

 

“실버 씨는 이제 수많은 쥐와 두더지 마물 분들이랑 다같이 지내야 할 테니까 해충 때문에 농작물이 사라졌다는 건 거짓말이었다고 발표하셔야 하잖아요. 사과도 해야 하고.”

 

“네, 해야죠.”

 

“그럼 사과하시는 김에 직원분들 휴가를 주세요. 정신적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또 실버 씨의 진심이 담긴 사과처럼 느껴질 수 있게 본인 비용으로 불렀다고 하고요. 의료선은 쥐랑 두더지 마물 분들의 빠른 회복을 도와주는 데 필요하죠.”

 

“그런 이유라면 얼마든지 불러야죠. 비용도 전부 우리 회사에서 계산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프론티어 씨.”

 

“네. 말씀하세요. 켈프 씨.”

 

“이번 일은 여왕님께 직접 알려주세요. 다른 개척 회사들의 기본 수칙에 지하 탐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지하에 내려가보지 않아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대지 계열 마물 직원을 둘 수 있도록 말이에요.”

 

“여왕님께서는 저희의 실수를 모르시기를 바랬지만, 듣고 보니 그렇게 하는 게 도리에 맞겠네요.”

 

“아마 여왕님도 그쪽 회사가 먼저 사과도 하고 비용도 치렀으니 질책하는 일은 없을걸요.”

 

“그럼 지금 농장 쪽으로 우주선이 최소 3대는 온다는 말씀이시죠? 저는 발표 때문에 바쁠 테니,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이야기해 두겠습니다.”

 

“좋아요. 다들 더 하실 말씀 없으면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사장님,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직원이 도와달라는데 도와야죠. 음,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으니 저는 남편이랑 데이트하러 가야겠어요.”

 

그렇게 회의가 종료되었고, 그 즉시 갤럭시 드릴 연구팀이 탄 과학선과 호화 크루즈, 의료선이 도착했다. 농장의 사람들은 실버의 고백과 사과를 듣고 ‘다음에 또 힘든 일 있으면 혼자 숨기지 말고 같이 나눠요.’ 라고 답하며 사과를 받아주었고 새로운 가족인 쥐와 두더지 부족을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다친 사람들은 의료선, 그리고 다치지 않은 사람들은 호화 크루즈의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며 스크레치는 열심히 통역과 언어 교육을 진행했다.

 

“그래서, 남은 건 또 지하에서 괴물들이랑 싸우는 거네.”

 

“전에 저랑 주인님처럼 말이죠!”

 

“그리스 씨는 힘드시면 포탑만 남기고 가셔도 괜찮아요.”

 

“아, 아니에요. 사람 숫자가 하나라도 더 있는 편이 좋잖아요?”

 

“방울아, 어째 나랑 다시 만나고 나서 전투의 연속이라 미안하네.”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 근무하던 환경을 한 번쯤은 체험해 보고 싶었으니까요.”

 

“나인 씨, 총을 든 인간이 불편하시면 팀을 나눌까요?”

 

“이렇게 남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인간분이시라면 절대 저한테 총을 쏠 일도 없겠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전혀 불편하거나 두렵지 않아요. 굳이 나눌 필요는 없겠네요.”

 

“그럼, 위험이 도사리는 어둠 속을 밝히러 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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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목을 앞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투표

1. 현행 유지(우주 노동자 몬붕과 오토마톤 루미의 모험)

2. 바뀐 주인공 직책과 이름 사용(우주 보안관 테디베어 오토마톤 루미의 모험)

3. 다른 의견(댓글로 적어주시면 감사하곘습니다)

원래는 계속 몬붕이일 예정이었으나, 다른 곳에서도 쓰게 될지 몰라 주인공이 몬붕이 아닌 다른 이름을 이전 분량에서 부여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름은 바뀌었는데 제목은 계속 몬붕을 쓰자니 아무래도 어색하기도 하고, 또 만화영화 빌리와 맨디의 무시무시한 모험과 같은 어린이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해서 적어봅니다.




그리고 여러 채널에서 다양한 글을 썼는데, 어느 날 보니 조회수 대비 추천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몬무스 채널이었네요. 재밌게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