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우주 노동자 몬붕과 오토마톤 루미의 모험

글 모음 : https://arca.live/b/monmusu/25564643


이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은 실존하는 것과 일체 관계가 없습니다.

 

///


“목적지인 TP-3 행성의 4번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행성인 만큼, 꼭 지갑을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완전히 정지한 돌하우스에서 방송이 흘러 나왔다. 그리스와 물방울을 제외한 일행은 착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방울이는 뭐 살 거 없어?”

 

“저도 오라버니와 함께 둘러보고는 싶지만, 그리스 씨가 잠깐 남아 달라고 해서요.”

 

물방울은 자신의 불쾌감이 약간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일로 부르는 것인지를 알았다면 이런 태도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 그리스 씨, 방울이랑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보네요? 여기까지 와서 둘러보지도 않고.”

 

“아, 그게요. 장비들을 점검하던 도중에 물방울 씨가 쓸 만한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요. 그런데 슬라임 종족의 특성을 잘 몰라서 혹시 본인이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방울아, 들었지? 그리스 씨가 뭐 나쁜 의도로 그러셨겠어. 아무튼, 두 사람이 남을 거면 필요한 거라도 이야기해 봐. 같이 사 오게.”

 

“그러면 과자랑 사탕이 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스 씨는요?”

 

“저는 딱히 더 필요한 게 없어서요. 그래도 이왕 간식거리를 사는 거면 매운맛이랑 신맛도 부탁해도 될까요?”

 

몬붕은 저번 그리스의 집에서 먹었던 카레와 칠리를 떠올리며, ‘진짜 자극적인걸 좋아하나 보다.’ 하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루미, 우리 구매 목록에 방금 들은 것들을 추가해 줄래?”

 

“알겠어요, 주인님! 더 준비할 게 없다면 출발할까요?”

 

“잠깐만, 경관님이 안 보이는데?”

 

“응? 정말이네요. 여기와 먼저 와 본 적이 있다고 하셨으니 반짝! 하고 먼저 가신 거 아닐까요?”

 

“그럴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 함선 시스템한테 물어볼까?”

 

몬붕의 말이 끝나자마자, 권총집에 탄띠를 매고 경찰 인식표를 가슴에 붙이며 숙소 방향에서 블링키가 걸어 나왔다.

 

“미안하다냥, 불안한 마음에 준비를 좀 많이 했다냥.”

 

“그럴 수도 있겠네요. 혹시 저희도 무장을 챙기는 게 좋을까요?”

 

“챙겨 봐야 안내원들이랑 보안요원이 맡아둔다면서 가져가 버릴 거다냥. 흠,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냥. 내가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주겠다냥. 태워 준 보답이라고 생각해라냥.”

 

“감사합니다, 경관님.” “감사합니다.”

 

루미는 두 사람만의 쇼핑이 방해받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경찰이 저 정도로 불안한 생태라면 분명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만큼 주인을 보호할 인력이 늘어나는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그럼 두고 간 물건이라던가, 뭐를 사야 하는지 확인 끝인가?

 

“그런 것 같네요.” “더 챙길 건 없는 거 같다냥.”

 

“그럼 출발해야지! 돌하우스, 출입문을 열어줘.”

 

“알겠습니다. 선장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이따 봐요!”

 

그리스와 물방울의 인사를 뒤로하고, 블링키가 가장 앞에 서는 형태를 만든 셋은 돌하우스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안 직원이 길을 막아섰다.

 

“어서 오세요, 손님. 잠깐, 그거 총인가요? 아, 경찰이셨군.”

 

“그렇다냥. 난 신경 쓰지 말고 뒤에 오는 사람들 좀 안내해 줘라냥.”

 

“알겠습니다. 크흠, 일단 가장 다양한 물건들을 만나보실 수 있는 저희 행성에 찾아와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모든 손님의 안전을 위해 무기는 저희가 무료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혹시 몸수색해도 괜찮을까요?”

 

“그럴 필요 없다냥. 이미 내가 다 했다냥.”

 

“그러신가요. 그러면 다음으로, 여기서 나가실 때는 영수증과 구매하신 물건을 저나 다른 보안 요원에게 확인시켜 주셔야 합니다. 혹시 영수증에 없는 상품을 가지고 나오시는 경우, 도둑으로 몰리게 될 수 있다는 점 알아두세요.”

 

블링키는 이 말을 몇 번째 들어서 질려 죽겠다는 듯 뚱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몬붕과 루미는 또 다른 규칙이 뭐가 있나 직원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 허가받지 않은 판매는 제한됩니다. 손님의 우주선이 수송선처럼 생겨서 물어보는 거지만, 혹시 뭔가를 팔러 오신 건가요?”

 

“아니요, 그냥 관광객으로 왔습니다.”

“그러면 방금 규칙은 무시하셔도 되겠네요. 어디 보자, 무기 없고 상인 아니고. 맞다, 그리고 구매하신 물건들은 거리에 배치된 운송 드론들이 우주선 앞이나 원하신다면 다른 위치로 배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디에 우주선을 세워 두셨는지 외워 두시는 게 좋겠네요. 운송 드론은 배달시키는 총 무게에 따라 비용이…….”

 

블링키는 이게 마지막 설명인 것을 알고 있는 데다 더는 자신의 앞을 귀찮게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는지, 직원의 말을 끊으며 뭔가를 내밀었다.

 

“자, 이것 좀 보고 그만 말하라냥.”

 

“이, 이건! VVIP 카드인데! 평범한 경찰이 아니셨군요. 죄송합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들어가기 전에, 아까 우리를 맞이한 건 드론 몇 대 뿐이었다냥. 경찰은 어딨냥?”

 

“그, 글쎄요. 저도 방금 여기 교대로 들어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 좀 큰 시위가 열린다는 것 말고는 잘 모르겠네요.”

 

“시위. 흠. 시위라. 알겠다냥. 수고해라냥.”

 

“넵, 다녀오십시오. 손님!”

 

“자, 시장까지 보호해 줄 테니 뭘 사야 하는지 알려달라냥.”

몬붕과 루미는 눈이 직원과의 대화를 마친 블링키의 뒷모습을 휘둥그레진 채로 보고만 있었다. 아무런 대답 없이 자신을 따라오는 발소리만 들려오자, 블링키는 뒤를 확 돌아섰다.

 

“뭐냥?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오는 병이라도 걸린 거냥?”

 

“아니, VVIP 카드라고요? 그건 구매 실적이 엄청나게 높아야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제 데이터에는 매 방문 10만 크레딧 이상을 30번 넘게 사용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어요.”

 

‘그 정도면 돌하우스 급 함선을 3번은 사겠군. 설마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거 아닐까? 그래도 괜히 물어봤다가 한 대 맞기는 싫으니까.’

 

둘의 이야기를 들은 블링키는 씩 웃으며 지갑에 번쩍이는 카드를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흐~음. 평범하게 보이고 싶었는데 성질이 급해서 들켜버렸다냥. 사실 내 계급이 아마 둘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높다는 것만 알아두라냥.”

 

“아, 알겠습니다. 그럼 어서 출발하죠, 일단 여기 오면서 가장 먼저 사려고 했던 건 사진 출력용 장치인데요.”

 

“그 정도면 백화점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냥. 거기서도 내 카드만 보여주면 불편한 일은 하나도 없을 거다냥.”

 

“그럼, 거기로 안내해주세요.”

 

“알겠다냐. 오토마톤 씨는 튼튼하니까 별걱정 없지만, 인간은 조심해라냐. 주변에 경찰들이 시위 현장에 가서 위험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냥.”

 

“저도 열심히 주인님을 지켜드릴 거예요! 블링키 씨처럼 총을 든 건 아니지만요.”

 

그렇게 셋은 블링키가 주로 사용하던 백화점을 향해 이동했다. 운이 좋았는지, 블링키가 걱정하던 순찰 중인 경찰이 감소함으로 인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돌하우스에 남은 그리스와 물방울은 그리스의 방에 늘어져 있는 각종 장비를 둘러보고 있었다.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이 쓰던 장비들도 쓰실 수 있으시죠?”

 

“물론이죠. 다른 ‘사람’들 모양으로 변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이라면 납작하게 변한 채로 도망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으~ 그러네요. 어? 그런데 옷은 어떻게 입고 있는 거에요?”

 

“이건 제가 옷을 삼킨 다음에, 저 몸의 일부로 삼아서 원할 때마다 조립하거나 분해하거나 할 수 있게 만든 거랍니다. 단점이라면 제가 삼킨 옷을 다른 사람한테 빌려줄 수 없는 거랑 또 제가 생각했던 대로 조립하는 거라 실제 제품과는 차이가 생긴다는 정도가 있겠네요.”

 

“우와아~ 진짜 신기하네요! 역시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게 없는 종족이라는 느낌이 확 들어요!”

 

“뭐, 저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종족도 자기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히 알아내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답니다?”

 

“하지만 뇌는 안 보이는 영역이고 이건 눈으로 바로 볼 수 있는 거잖아요? 누가 와도 놀랄 거에요! 아,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러면 엄청나게 작은 장치는 어때요? 그런 건 몸을 작게 만들어서 움직일 때도 가지고 다니실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도 있나요?”

 

물방울은 그리스의 방에서 기술자의 실력을 느끼기는 했지만 아무런 보조도 없이 초소형 장치를 만들어 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기에 놀란 목소리로 질문했다.

 

“네, 물론이죠! 이건 제가 라디오 공부할 때 사 둔 건데, 초소형 송수신기에요! 그다음에 이거를……. 잠깐만요.”

 

그리스는 갑자기 엄청나게 작은 장치 두 개를 소형 집게로 집다가 자신의 조수 봇 쪽으로 다가가더니, 엄청나게나게 작은 팔들을 꺼냈다. 기계 쪽에는 전문가가 아닌 물방울이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시신경을 집중해서 그리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꺼낸 카메라랑 같은 원자력 전지랑 연결해 줄래? 그래. 그래. 자, 완성이에요! 이제 이 기계의 이쪽을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하면 그쪽을 촬영할 수 있고, 또 무전기 역할도 할 수 있죠!”

 

“대단하네요. 이 크기면 제가 작은 틈 사이를 지나갈 때도 가져갈 수 있겠어요. 고마워요!”

 

“헤헤, 아뇨 별거 아니죠. 아! 옷을 기억해서 다시 만들어내실 수 있다면 아예 온몸을 대포처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직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가능할 것 같네요. 설계도 같은 게 있어야만 하겠지만요.”

 

“그럼 그 설계도를 지금 같이 만들어 봐요!”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아직 제 오라버니께서 급여를 주신 적도 없는 것 같은데도 아주 열심히 시네요.”

 

“일단 제 목숨을 구해 주신 적도 있고, 또 이렇게 일할 곳을 만들어 주신 게 감사드릴 일이죠. 아, 그리고 안아 주셨을 때 부모님 생각이 날 정도로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오라버니의 품이 따뜻하긴 하죠…….”

 

“맞아요. 그럼 설계도 그리는 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어떤 것부터 하면 될까요?”

 

‘아아, 들으니까 또 생각나네. 돌아오시면 한 번 더 안아 달라고 부탁해야겠어.’

 

한편, 블링키와 그녀의 보호에 들어간 둘은 이제 상품을 거의 다 구매한 채로 운송 드론에 배달을 맡기는 중이었다.

 

“위치는 4번 선착장의 7번 자리 맞죠?”

 

“맞아요. 영수증은 여기 있으니 여기 있는 거 전부 그 앞으로 보내 주세요.”

 

위치를 입력받은 드론이 짐을 자신의 로봇 팔로 들어 올리는 그 순간, 또 한 번 블링키가 자신의 카드를 드론에 내보이며 이야기했다.

 

“아니, 전부 안에 넣어 달라냥. 영수증 계산은 따로 했으니 곰돌이 씨 물건은 선장실, 루미 씨 물건은 1번 숙소, 내 물건은 5번 숙소에 넣으면 된다냥. 안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선장이 보낸 물건이 왔다고 말하면 열어 줄거다냥.”

 

“그렇군요. VIP 전용 서비스인 함선 내부 배달을 시작하겠습니다. 배달 비용은 당연히 무료입니다.”

 

“그럼 안전히 배달해달라냥.”

 

몬붕은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백화점에서의 직원들 태도나 서비스도 최상급이었지만, 운송 드론의 목적지 제한이 바뀌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다. 루미는 ‘저 정도 짐이면 나 혼자서도 옮길 수 있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건축 자재 등의 무겁거나 대량이 요구되는 상품은 운송 드론이 우주선 앞에 놓고 가냐, 아니면 안에 넣어 주고 가느냐의 차이가 아주 크기 때문에 이렇게 당당히 VIP 서비스의 일종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자, 이제 내가 가 보자고 했던 무기 상점 쪽으로 갈 건데, 혹시 화장실이나 다른 곳 가고 싶은 사람 있냥?”

 

“없습니다, 가시죠. 경관님.”

 

블링키는 몬붕의 깍듯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VVIP 카드를 보고 나서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바로 태도를 더 정중하게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몬붕은 처음 만난 그때부터 계속 자신을 경관님이라고 부르며 높여 주는 것이었다. 블링키는 경찰에 대한 존경심이 되었든, 자신의 공간 이동 능력에 대한 경외심이 되었든 이렇게 자신을 높여 주는 시민을 만나서 아주 신이 났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 안 띄는 경찰들에 대해 경계심이 높아진 상태였으므로, 웃는 얼굴로 총을 뽑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았다.

 

루미는 다양한 광경, 상점들, 종족들을 만나 정보를 기록하는 중이어서 회로들이 아주 바쁘게 일하는 중이었지만 한 번도 무기를 파는 곳은 본 적이 없어 블링키에게 질문했다.

 

“저, 그런데 이 넓은 곳 중에서 무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 따로 있나요? 거리에서도, 백화점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으~음. 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아주 좋다냥. 왜, 내가 공부한 지구 말 중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문구도 있었다냥.”

 

“그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위험에 처하는 사람은 모험가다냥. 곰돌이 씨도 모험가 아니냥? 그리고 고양이는 목숨이 9개라는 말도 있었다냥. 목숨 하나를 포기하면서까지 궁금한 일이라면 꼭 알아내야 하는 거다냥! 아무튼, 무기를 처음 입장할 때 뺏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냥.”

 

‘아마 블링키 씨도 모험심이 강한 사람일지도 몰라. VVIP 회원인 사람이 택시 부를 돈이나 시간이 없어서 내 우주선에 타겠다고 했겠어? 아니면 루미 말대로 인간 남자는 인기가 많은 종족이라 따라오신 건가?’

 

생각에 잠긴 몬붕을 대신해서 루미가 블링키에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무기를 사자마자 사고를 친 사람이 있었다는 거군요.”

 

척하면 바로 알아듣는 루미를 향해 뒤를 돌아 박수를 짝하고 쳐준 블링키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렇다냐.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지만 그런 사건이 있었다냥. 그래서 무기 구매는 철저히 지정된 구역에서만 해야 하고, 또 뭐냥. 아! 운송 드론에 보관되면 안된다냥. 운송 드론이 무기를 우주선 앞에 내리자마자 그걸 집은 사람들이 강도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냥.”

 

“다른 규칙도 있나요?”

 

분명 귀찮은 게 한둘이 아닐 거라고 여긴 몬붕이 질문했다.

 

“무기는 구매한 다음, 장전되지 않은 상태로, 경찰이 동행하는 상태로, 자기 집이나 우주선까지 가져가면 된다냥. 자기 집에서 표적 걸어놓고 쏘는 것까지는 봐 줘야 하지 않겠냐?”

 

“그럼, 저희한테는 블링키 씨가 있으니까 문제없겠네요. 여러 가지로 도움받습니다.”

 

“별거 아니다냥. 나도 재밌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으니까 쌤쌤이다냐. 아,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줄 수 있냥? 곧 도착인데 내가 경찰 암호를 이야기하면 둘도 들여보내 줄 거다냥. 경찰 암호를 알려줄 수 없는 점은 미안하다냐.”

 

“루미랑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무기 상점의 입구로 가며 블링키는 뒤쪽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입구에 도착한 블링키를 먼저 알아본 문지기가 블링키의 경찰 배지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오늘 순찰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하루 내내 안 올 줄 알았는데, 오셨네요. 그것도 VVIP가.”

 

“저번에 본 기억이 난다냥. 저 뒤의 인간이랑 인간 옆의 아가씨도 나랑 같이 들여보내 줄 수 있냥?”

 

“암호는요?”

 

“손톱 발톱 전기톱.”

 

“그럼 뒤의 두 분까지 들여보내겠습니다. 어서 들어오라고 하세요. 오늘 경찰이 한 명도 안 왔다는 건 물건도 하나도 안 팔린 거니까, 다들 잘 맞아 줄 겁니다.”

 

블링키는 뒤를 돌아 둘을 향해 손짓했다.

 

“저건 따라오라는 거겠지? 가자, 루미.”

 

“네, 주인님.”

 

블링키를 포함한 세 명이 모두 모이자, 무기 상점 구역의 문이 열렸다. 모두가 입장한 뒤에는 곧 블링키와 대화를 나눴던 문지기가 다시 문을 걸어 잠갔다.

 

“벌써부터 보안이 튼튼한 느낌인데요, 이 정도면 경관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강력한 무기들도 구매할 수 있겠어요.”

 

“물론이다냥. 음, 손님이 오늘 하루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조용한 느낌이 든다냥.”

 

일행이 주변을 둘러본 결과 몇몇 상점은 아예 불을 끄고 문을 잠근 상황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경찰이 오지 않자 내린 결정 같았다.

 

“이러면 내가 둘을 데려온 의미가 많이 없어질 텐데, 괜찮겠냥?”

 

“그래도 경관님께서 추천하시는 상점은 보고 가야죠. 저번 백화점처럼 이번에도 마음에 둔 상점이 있으셨던 거 아닌가요?”

 

“맞다냥. 저기 보이는 에너지 무기 상점이다냥. 불이 꺼진 것 같은데, 일단 가까이 가 봐야겠다냥.”

 

“저, 블링키 씨. 에너지 무기는 어떤 무기들인가요?”

 

“대충 전기를 사용해서 순수 에너지를 날리거나 가속된 쇳덩어리를 날리는 무기다냥. 열광선을 맞게 되면 그 부분이 강하게 타올라서 재생 능력을 갖춘 종족에게 쥐약이다냥. 또, 총알을 가속하거나 하면 관통력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바위 같은 껍질을 가진 종족에게도 좋다냥.

 

아, 경찰들이 사용하는 것 중에는 실제 피해는 없이 불타는 고통만을 전달하는 희한한 것도 있었다냥. 아마 지금 시위에 사용되고 있을 수도 있다냐.“

 

“그럼, 제가 사용하게 되면 전력 소모는 어떻게 하죠?”

 

처음의 목적지였던 불이 꺼진 상점에 거의 도착한 상황에서 루미가 질문했다, 블링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을 좋아해서 문제가 없었지만, 아마 다른 경찰이었다면 계속 주변을 신경 쓰느라 귀찮아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음, 난 기계공은 아니지만, 따로 배터리를 장착하지 않으면 기동 시간을 써서 무기로 날리는 셈 아니겠냥?”

 

“그렇겠네요. 아, 저기 좀 보세요. 저희가 가려던 곳 옆집에서 어떤 사람이 나왔어요.”

 

그 말을 들은 블링키가 고개를 돌리자, 상점의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천천히 일행의 방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 있냥? 가게 홍보를 하려는 거냐?”

 

“아니요. 경관님. 지금 가시려는 상점이 에너지 무기 전문으로 하는 곳 맞죠? 옆집.”

 

“혹시 저기에 무슨 일이 생긴 거냐?”

 

“문제라고 해야 하나? 다른 집들은 오늘 장사 접고 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옆집은 어제부터 계속 불이 꺼져 있었거든요.”

 

“혹시 쉬는 날이라는 이야기라도 했었냥?”

 

“누구보다 돈 버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 평일에는 절대 문을 닫지는 않죠. 휴가 낸다는 말도 없었고요.”

 

“아픈 걸지도 모른다냥. 혹시 어제 아예 나오질 않은 건지, 아니면 나왔다가 도중에 문을 닫은 건지 알고 있냥?”

 

그 말을 들은 무기상은 생각에 잠긴 채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느 방향을 갑자기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 감시카메라를 확인해보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저처럼 옆집 사람보다는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이쪽을 더 자주 보니까 그 사람한테 물어봐도 될 거고요.”

 

“으~ 귀찮은 일의 예감이다냥. 저기, 곰돌이 씨. 진짜 미안하지만, 저쪽 상점에 가서 어제 이 방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지 좀 물어봐 달라냥. 감시카메라는, 에휴. 경찰서까지 가서 봐야겠다냥.”

 

“알겠습니다.”

 

몬붕은 대답과 함께 에너지 무기 상점의 맞은편에 있는 상점으로 뛰어갔다. 루미는 자신의 주인이 경찰 조사에 협조하게 된 이 상황을 되도록 빠르고 안전하게 끝내고 싶었기에, 블링키를 멈춰 세웠다.

 

“잠시만요, 경관님. 영상 자료라면 제가 내려받아서 홀로그램으로 띄워 드릴 수 있어요. 혹시 여기서 바로 저 감시카메라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을까요?”

 

“오, 좋다냥. 내가 경찰 암호로 데이터를 받아서 루미 씨한테 넘겨 주겠다냥.”

 

블링키는 출입구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감시카메라 아래에 있는 전자기판의 뚜껑을 열었다. 곧이어 비밀번호를 입력하더니, 옆으로 물러서서 루미를 불렀다.

 

“이쪽으로 와서 어제의 데이터를 받으면 된다냥.”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루미는 기판의 단자들을 확인하더니, 평소에 쓰던 충전 케이블 대신 자신의 손가락 마디를 하나 열어 모양이 맞는 단자를 끼워 넣었다.

 

한편, 대화를 마친 몬붕 또한 두 명이 모인 감시카메라의 아래로 뛰어오며 그 광경을 보고는 생각했다.

 

‘아직 내가 루미의 기능에 대해 모르는 게 많네.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루미한테 모든 기능을 설명해달라고 해 볼까.’

 

“아, 곰돌이 씨. 뭔 이야기를 들었냥?”

 

“어제 분명 가게 주인이 출근하긴 했는데, 점심시간이라 한가할 때 덩치 큰 손님 몇몇이 경찰 한 명을 데리고 들어가는 걸 본 게 마지막이라고 하더라고요.”

 

“뭐! 어떻게 그런 걸 신고를 안 할 수가 있냥!”

 

“대규모 계약을 할 때는 다른 손님들이 방해될까 봐 닫는 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바로 손님을 받아야 해서 더 신경 쓰지 못했다고도 하고요.”

 

루미는 내려받은 어제의 기록을 빠르게 점심시간으로 넘겼다. 블링키는 화를 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루미가 근처 벽에 비춰 주는 홀로그램에 몬붕과 함께 집중했다.

 

덩치가 큰 사람들과 덩치가 작은 개 수인 경찰이 들어가는 장면 이후로, 상점의 불이 꺼지고는 영업 중 표시가 닫힘 표시로 바뀌었다.

 

“여기서부터 지금까지 빨리 감기로 보여달라냥.”

 

이후로는 쭉 그 상태였다. 루미가 영상 투사를 중단했고, 몬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블링키는 벌써 한 손에는 권총을 쥐고, 다른 손에는 경찰용 통신기를 든 상태였다.

 

“잠시 지원 요청을 해야겠다냥. 시민은 좀 떨어져라냥.”

 

몬붕과 루미가 멀어진 것을 확인한 블링키는, 바로 경찰서에 지원을 요청했다.

 

“무기 상점 구역에 문제가 생겼다냥. 현재 입구에서 두 번째로 멀리 떨어진 에너지 무기 상점에 위치해 있다냥. 강도 사건 관련으로 지원 요청한다냥.”

 

“미안하지만 현재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현장만 보존하고, 서로 복귀하기 바란다. 그리고 통신할 때는 냥냥거리지 말도록.”

 

“하, 어이가 없네. 야, 제일 높은 사람 바꿔봐.”

 

“ㄴ, 네?”

 

갑자기 완전 반대가 된 블링키의 태도에, 상대방은 매우 당황한 듯 대답했다.

 

“아니, 못 들었어? 전화 바로 받는 대원이 최고선임은 아니잖아. 제일 높은 사람 바꿔달라고.”

 

“저, 실례지만 혹시 성함과 계급을 알 수 있을까요?”

 

“그래, 블링키, 2급. 빨리 바꿔. 시간 없다.”

 

“아,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바로 자신의 최고 상사인 행성 내의 최고 계급인 3급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 대장님. 현재 경찰력 배치 상황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빨리 대장님한테 바꿔 달라고 합니다.”

 

“아이, 씨. 뭐야. 또 그 부자들이야? 시위 시끄럽대? 아니 시위에 병력 다 보내 줬는데 또 그래?”

 

“저, 그게. 2급 경찰이신 블링키 씨가 전화 걸었다고 전하랍니다.”

 

“뭐! 빨리 바꿔 봐. 큰일이네, 큰일!”

 

전화 회선이 바뀌는 동안, 몬붕과 루미는 블링키가 화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었기에 그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와, 저것 좀 봐 루미. 우리 경관님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셨나 봐. 경찰이 안 보여서 불안하다고 하더니, 그거에 관해 지적하고 있는 걸까?”

 

“네, 주인님. 제가 집중해서 들어본 결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블링키 씨의 경찰 계급이 2급이라고 하네요.”

 

“경찰 계급이 10급부터 시작하는 거였지? 천천히 1급으로 올라가는 구조고.”

 

“네. 짝수 계급은 현장직, 홀수 계급은 사무직의 구조로 되어 있다고 제 교육 자료에 나와 있어요.”

 

몬붕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논리가 맞았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아주 작은 소리로 루미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그 정도 계급이면 아마 블링키 씨는 나보다 10년은 나이가 많을 거야. 냥냥거리는 건 젊어 보이기 위한 위장일 거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고양이 종족들은 귀가 밝으니까요.”

 

“그래. 알겠어. 고마워 루미. 혹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상점 주인이랑 경찰 씨가 위험할지도 모르니 일단 구급차를 불러야겠네.”

 

한편, 전화 받는 대상이 바뀐 것을 확인한 블링키는 한숨을 확 내쉬며 상대를 혼내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 그게 시위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니, 어쩔 수 없는 게 어딨어. 시민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 목표잖아. 시위에 다 갖다 부으면 범죄도시라도 만들겠다는 이야기야 뭐야?”

 

“평소의 시위 대응 인력만큼 데려간 건데, 오늘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는 인원들이 많아서 전부 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원인은 아직 안 밝혀졌고요.”

 

“이건 테러일지도 몰라,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병원에서 치료되는 대로 뭔가 최근에 공통된 음식을 먹었는지 바로 조사해 봐야 해.”

 

“네, 네. 물론입니다. 그, 다른 용건도 있으신가요?”

 

“있지. 지금 무기 구역에 강도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데, 말 다 듣고 나니까 지원병력 같은 거 뺄 여유도 없는 것 같아. 그냥 나 혼자서 조사할 테니, 현장 보존할 사람들만 좀 보내 줘.”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너도 시위 현장에 나가. 그래야 빨리 해결되지 않겠어? 앉아서 전화만 받으면 뭐가 해결되겠느냐고. 만약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무기 구역 강도 사건이 일어나는데 하루 내내 조사 시작도 안 된 걸 알아차렸으면 옷을 벗어도 두 번은 벗어야 했을 거야. 폭력 시위 아니면 얼른 직접 가서 경찰 빼든지 시민들 설득시키고 와라. 안 그럼 내가 직접 옷 벗길 테니까.”

 

“바로 뛰어나가겠습니다. 어이! 아까 전화 바꿔준 대원 어딨어. 걔보고 내 자리에 앉아있으라고 해. 나 나갔다 온다!”

 

거기까지 들은 블링키는 전화를 끊고, 에너지 무기 상점의 앞문을 한쪽 발로 강하게 찼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앞문으로 빠져나간 게 아니거나, 열쇠까지 훔쳐서 잠그고 간 걸지도 모르겠군. 뒷문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어. 혹시 함정을 설치해둔 건 아니겠지.”

 

문을 발로 차는 것을 본 몬붕과 루미가 블링키에게 달려왔다. 루미는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 자신의 주인이 보안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고, 몬붕은 혹시 사건을 해결하면 에너지 무기 할인권이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둘 다 궁극적으로는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

 

“경관님, 혹시 저희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블링키는 그 말을 듣고는 루미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앞문의 손잡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이거, 손잡이를 잠금장치째로 뜯어내 버리거나 해줄 수 있겠냥? 아무래도 경찰용 장비가 오기 전까지 열기가 힘들 것 같다냥.”

 

“알겠습니다. 일단 시도해 볼게요.”

 

루미는 곧장 손잡이로 향하더니 손잡이를 주먹으로 세게 쳐 뒤로 날려버렸다. 그런데도 문이 열리지 않자, 손잡이가 붙어 있던 부분만을 부숴버린 후, 문이 아무런 잠금장치와도 연결되지 않게 만든 다음 앞문을 활짝 열었다.

 

‘와,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루미한테 까불면 안 되겠어. 애정표현만으로도 사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몬붕이 다른 생각을 하며 서 있는 동안, 블링키는 루미를 뒤로 물린 다음 권총을 상점 내부를 향하게 한 뒤로 천천히 걸어갔다. 자신의 경찰용 조끼에 달린 라이트 또한 작동시켰다.

 

“일단 인질이든 피해자든 구해내는 게 우선이다냥. 아, 혹시 구급차는 불렀냥?”

 

“네, 경관님. 루미가 생명 반응을 감지할 수 있는데, 저희가 수색을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

 

“진작 말하지 그랬냐! 알겠다냥. 진짜 진짜 고맙다냥. 그럼 사람 찾는 건 둘한테 맡기고, 나는 혹시 모를 함정을 찾아보겠다냥. 내가 먼저 가서 안전이 확인된 곳만 수색하라냥. 훌륭한 시민들이 함정에 당하게 둘 순 없다냥.”

 

“들었지, 루미? 가게 주인이랑 어제 여기 온 경찰까지 총 2개의 신호를 찾는 거야.”

 

“알겠어요. 주인님. 생명 반응 감지를 시작할게요.”

 

블링키와 루미가 내부를 살피는 동안, 몬붕은 밖에 나가서 구급차를 기다렸다. 곧이어 날아다니는 중형차처럼 생긴 구급선이 도착해서는 구조대원 4명이 몬붕 앞에 차례로 착륙했다.

 

“여기 응급 환자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전화해 주신 분 맞죠?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그게, 경관님 한 분이 강도의 흔적이 있어서 함정이 설치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환자가 있는 위치까지 안전을 확보하시는 중입니다.”

 

“강도요? 큰일이네요. 우리 장비 중에 수색용 장비가 있었나?”

 

“있죠. 급조 폭발물 탐지용이랑 금속 탐지기.”

 

“그럼 보호장비 확인하고, 우리도 환자를 찾으러 간다.”

 

“네, 대장님.”

 

이후 루미가 두 사람이 지하실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구조대원들이 지하실 문 뒤쪽에 장치된 폭발물을 찾아내고 블링키가 문 뒤로 공간 이동해서 함정을 해제한 결과, 기절해 쓰러진 상점 주인과 경찰 대원은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으, 혹시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서 대원의 보디캠을 확인해 봤지만 이미 부숴져있었다냥. 아주 영악한 새끼들이 틀림없다냥.”

 

“저, 그러면 내부 카메라 같은 걸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확인한 결과 파괴된 카메라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루미 씨, 아까 나도 보안실에 가 봤지만, 카메라는 멀쩡한데 보안실이 박살이 나 있었다냥. 이러면 아무 자료도 건질 수 없지 않겠냥?”

 

“그래도 제가 한 번 가 볼게요. 아까 감시카메라 자료를 받아서 보여드린 것처럼, 뭔가 도와드릴 만한 자료가 남아있을지도 몰라요.”

 

“정말이냥? 진짜 고맙다냥. 루미 씨 아니었음 두 사람이 깨어나기를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냥.”

 

“그러면 저는 뭘 하고 있을까요?”

 

몬붕의 말에, 블링키는 잠시 고민하더니 무기 상점 구역의 출입구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건 감으로 판단하는 거라서 틀릴 수도 있지만, 아까 우리가 여기 들어오면서 본 범고래 우주선이 맘에 걸린다냥. 지금 돌하우스에 연락해서 물건 배달이 끝났으면 출발 준비를 해 달라고 요청해줄 수 있겠냥? 경찰이 시민 차를 타고 강도를 추적하는 건 진짜 드문 일이고 부탁하기도 미안한 일이지만, 끝나고 나면 선원 한 명이랑 보안관 칭호를 얻게 최대한 도와주겠다냥.”

 

몬붕과 루미는 블링키의 말에서 2급 경찰이라서 그런지 저번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무게가 실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응응, 자, 루미 씨는 나 따라오라냥. 보안실로 안내해 주겠다냥!”

 

“네!”

 

블링키가 루미를 데려온 곳에는 감시카메라와 연결된 화면들과 여러 장치가 있었지만, 대부분 깨지고 파괴되어 있었다.

 

“보다시피 이런 상황이다냥. 뭔가 건질 수 있을 것 같냥?”

 

“잠시만요. 이 중에 어제의 데이터만 받을 수 있어도 성공이니까요. 일단 모든 단자에 연결해서 어제의 기록이 있나 살펴볼게요.”

 

“알겠다냥. 시간이 걸려도 확실하게 해 주면 좋겠다냥.”

 

이후 보이는 단자에 전부 연결을 시도한 루미는, 블링키의 말대로 시간을 조금 쓰긴 했지만, 어제의 데이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찾았어요, 블링키 씨!”

 

“정말이냥? 가서 곰돌이 씨랑 같이 봐야겠다냥!”

 

“그런데 영상 부분은 심하게 망가져서, 소리만 재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가 되든 도움이 되어줄 거다냥. 곰돌이 씨, 이쪽으로 와 달라냥!”

 

몬붕은 돌하우스에게 전화로 출발 준비 명령을 내렸고,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리스와 물방울에게 이따 설명하겠지만,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는 것을 알리는 중이었다. 두 사람에게 말을 마친 다음 블링키의 말을 듣고는 전화를 끊고 바로 달려온 몬붕이 질문했다.

 

“뭔가 알아내셨나요?”

 

“아니, 이제 알아낼 거다냥. 루미 씨, 재생 부탁한다냥.”

“알겠어요. 제 목소리가 아닌 소리가 나와도 놀라지 마세요. 어제 녹음된 내용이니까요.”

 

‘치이이익-대장? 치이이---’

 

‘대장, 여기 두고 가면 될까?’

 

‘아냐. 아예 폭탄이라도 심어주고 가자고. 누가 구하러 오면 구하러 온 사람까지 땅에 묻히게.’

 

‘좋은 생각이야. 근데, 경찰들한테 약 먹여서 어차피 못 나오지 않아?’

 

‘무슨 수로 그 경찰들 전부한테 약을 먹이냐? 그냥 순찰 중인 사람한테 고생하신다면서 약 넣은 간식 준 거지 뭐.’

 

‘아아, 그런 거였구나!’

 

‘으, 으으윽.......’

 

‘이거 좀 봐라? 경찰 양반이 일어나려고 하네.’

 

‘누가 기절시켰어? 무식하게. 뭐, 또 기절시키면 되니까.’

 

‘아 왜! 나 안 무식해. 그냥 경찰이라서 튼튼한 거 아닐까?’

 

‘범고래 해적단! 지금 연합 내에서 최고 단계로 지명수배가 걸렸을 텐데, 어떻게 여기 들어왔지?’

 

‘비밀이야, 경찰 씨. 이렇게 몰래몰래 돌아다닐 수 있어야 안 잡히고 일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너희 때문에 멀쩡한 다른 범고래들이 욕먹게 되는 걸 모르냐? 게다가 무기 강도에 경찰 폭행까지! 잡히면 형이 엄청날 거다. 그러니 자수하는 게 어때?’

 

‘자수는 무슨, 안 걸리고 안 잡히면 되는 걸 가지고. 음, 그나저나 범고래 혐오가 온 세상에 퍼지는 건 좀 별로네.’

 

‘맞아, 대장. 저번에는 지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이 막 도망가고 그랬어. 기분 안 좋더라.’

 

‘그리고 이 경찰 양반이 주절대는 것 때문에 내 기분도 안 좋네. 누가 조용하게 좀 해라.’

 

‘알았어!’

 

‘읍, 으븝!’

 

‘이제 조용하네.’

 

‘대장, 우리 여기 턴 다음에는 어디로 갈 거야?’

 

‘아, 그거 말인데. 이제 총알보다 더 잘 먹히는 걸 손에 넣었으니까 자동친구 공장으로 가 보자.’

 

‘헤헤, 대장. 남편이 없어서 외로웠나 보다.’

 

‘음, 그것도 맞지만 그런 이유는 아냐 멍청아. 거기 가서 주인을 협박해서 우리 입맛에 맞는 전투용 오토마톤을 만들라고 해야지. 그러면 아마 군대가 와도 우리는 못 이길걸.’

 

‘오, 그럼 더는 안 숨어다녀도 되겠네. 그런데 자동친구인 이유라도 있어?’

 

‘거긴 반려자인지 뭔지만 만들고 보안용이나 군사용은 만든 적이 없거든. 그러니까 총 쏘는 놈들이 없을 거라 이거야. 반격을 못 할 거라는 거지.’

 

‘오! 그렇네. 그럼 조종사한테 다음 목적지를 알려 줘야겠다.’

 

‘이건 좀 충격적일 수도 있으니까 말하지 말고. 조종사가 혹시라도 우리 위치 신고하면 큰일이잖아.’

 

‘알았어. 그럼 그냥 여기 있는 것들 옮겨야지. 경찰로 위장한 애는 아직이야? 경찰 없이는 이거 갖고 못 나가잖아.’

 

‘좀 있으면 온대. 기다려.’

 

‘치이이이이익-’

 

“멀쩡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몬붕은 사태가 아주 심각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루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루미의 최우선 보호 대상은 몬붕이었지만, 자신의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형제자매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고향이 파괴되면 몬붕을 위한 개조를 더는 못 받게 되는 것도 한몫했을지도 모른다.

 

“곰돌이 씨, 루미 씨? 이건 아무래도 내가 약속한 거에다 크레딧 보수까지 걸어야 할 것 같다냥. 지금 당장 출발해야한다냥. 늦으면 연합 자체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냥!”

 

“네, 얼른 돌아가죠! 루미!”

 

“네, 주인님! 주인님과 블링키 씨를 돌하우스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루미가 비행용 부스터를 켜고 한쪽 팔은 몬붕을, 다른 팔은 블링키를 향해 내밀었다.

 

“난 괜찮다냥. 내 능력 알지 않냥? 먼저 가서 지원 요청이라도 하고 있어야겠다냥. 빨리 오라냥!”

 

“알겠어요! 주인님. 최고 속도로 날아갈 테니까 눈을 보호해 주세요!”

 

“그래! 앞으로 허리에 보안경이라도 차고 다녀야겠다!”

 

그렇게 고양이 경관, 소심한 그렘린과 사회화된 슬라임, 오토마톤과 그 주인 되는 인간의 범고래 해적단 추적이 시작된다.

 

“야, 저기 좀 봐라. 예쁘장하게 생긴 로봇이 인간 남자를 데리고 막 날아간다.”

 

“와, 저 작은 비행체가 그런 거였어? 그게 보이나 봐?”

 

“우리 게이저들은 눈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시력도 좋거든.”

 

“나도 인간 남자 하나 선착장에서 기다리다가 확 데리고 우리 집으로 데려올까?”

 

“그래, 나도 같이 가자.”

 

시장의 사람들이 루미의 모습에 감명을 받고는 인간 남자를 납치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구경하던 사람들 중 경찰이나 군인이 없어서 미확인 비행체라며 요격을 시도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항상 댓글 남기고 추천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다음을 쓸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