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우주 노동자 몬붕과 오토마톤 루미의 모험

글 모음 : https://arca.live/b/monmusu/25564643


이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은 실존하는 것과 일체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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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선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구매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선원들은 물방울이 차린 음식을 먹고 떠들며 가장 가까운 상업 행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루미와 물방울이 아로마를 대하는 태도는 좀 쌀쌀했지만, 사람으로 치면 둘은 아로마와의 전투에서 피부가 녹아내리고, 큰 동물에게 삼켜졌던 셈이니 아로마를 포함한 아무도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물방울은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것을 통해 먹기 좋은 음식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대형 네펜데스에게 삼켜졌음에도 자신의 능력들이 멀쩡한 것, 그리고 요리를 칭찬하는 선원들의 말에 물방울은 안도했다. 

 

“우와! 이거 진짜 맛있어요! 요리 이름이 뭐에요?”

 

“매운 고기쌈이라고 불러요. 매운 양념과 같이 쪄낸 고기를 채소 잎으로 감싼 거죠. 그런데 알라우네가 채소도 먹나요?”

 

“여러분도 고기 드시잖아요? 아, 지금까지 뿌리로만 영양을 빨아들였었는데 이건 완전 새로운 세계에요!”

 

“사실, 그게 제 첫 요리에요.”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요. 많이 있으니 얼마든지 더 드세요.”

아로마와 물방울이 적대감 없이 대화하는 것을 지켜본 다른 선원들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플러피만 빼고. 제대로 된 요리라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식기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몰랐으므로 보다 못한 루미가 나서서 플러피를 도와주기로 했다.

 

“자, 저를 따라해 보세요. 이렇게요.”

 

“응, 고마워. 그런데 이거 먹어도 괜찮아? 다, 처음 보는 건데.”

 

“물론이죠! 혹시 재료가 뭔지 몰라서 그러시는 거라면 조리 과정을 보여 드릴 걸 그랬네요. 안심하셔도 괜찮아요. 아니면, 재료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나, 들어도 모를 것 같아. 그래도, 루미 말 듣고 안심했어. 고마워.”

 

이후, 플러피는 맛있게 접시를 비우기 시작했다. 물방울은 루미와 플러피의 대화를 듣고 ‘혹시 내가 뭔가 잘못 만들었나?’ 하고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던 불안을 떨쳐내고는, 행복한 노란색으로 변해서는 웃는 얼굴로 식사에 참가했다.

 

모두가 피로에서 회복하고 맛있는 식사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하우스가 식당에 방송을 내보냈다.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연합의 법에 따라 보안관 표식을 보이는 곳에 착용하신 경우, 선장님께서는 무기를 소지한 채로 하선하실 수 있습니다. 외곽에 있는 곳이니만큼 중앙 행성보다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연합의 표준 품질 관리를 적용받는 곳이므로 품질에 대한 문제는 없을 겁니다.”

 

“고마워, 돌하우스. 그런데 저번엔 드론들이 날아와서 착륙 허가를 줬던 것 같은데, 이번엔 그런 절차가 없네?”

 

“보안관이 소유한 함선은 몇몇 절차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선장님께서 보안관에 임명될 때 제 등급을 연합에서 조정해둔 것 같군요.”

 

“아, 그렇구나. 하긴 이 정도 편의는 제공해야 연합을 위해 일할 맛이 나겠지.”

 

무사히 착륙한 일행은 각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러 돌하우스를 잠시 떠났다. 몬붕의 착륙에 대해서는 여전히 루미와 물방울이 걱정을 표했지만(최고의 남편감 순위에 올라갔으니 누군가가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므로), 몬붕이 착륙할 때마다 우주선 내부에만 남아있어야 하는 것은 힘들다고 이야기하자 최대한 얼굴과 몸이 덜 드러나는 복장을 하고 나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물론, 플러피와 아로마를 만난 행성으로 출발하기 전 보급 상황을 확인했었기에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보급품을 추가로 구매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조금 사소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물건들, 이를테면 플러피와 아로마는 루미와 함께 새로 입을 옷을 구매하기로 했다. 뱀과 . 그런데 알라우네가 평범한 옷이 필요했고, 사람을 닮은 기계에게는 정글에서 벌어진 전투 때문에 손상된 옷과 비슷한 옷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몬붕과 물방울은 아까의 식사에서 알아낸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식재료를 함께 사 오기로 했다. 물방울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몬붕은 식물 속에 갇혀 있었던 물방울의 정신적 피로를 덜어주고자 동행을 선택했다. 몬붕의 예상대로, 함께 큰 가게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물방울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중에 손을 잡아주자 손부터 분홍색으로 변해 가는 것이 귀여워 꽉 안아주자 보기 드문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로켓은 생존용 도구를 구매하러 갔다. 플러피가 생존에 대한 여러 가지를 다른 선원들에게 가르쳐주려면 다양한 도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품을 둘러보다가 서로 떨어졌을 때 찾아내느라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며 호루라기와 같이 큰 소리를 내는 작은 장치들도 함께 구매했다. 위치 추적기보다는 성능이 나쁠지 몰라도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자신의 수입의 대부분을 해적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기부하느라 크레딧이 모자라지 않을까 잠시 걱정한 적도 있었지만, 무엇을 사러 나가는지 몬붕에게 이야기하자 몬붕이 충분한 금액을 내주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른 선원들도 같이 사용할 것이니만큼 최대한 튼튼하고 성능이 좋은 것을 우선하기로 했다.

 

사고 없이 돌아온 일행은 서로 구매한 물건을 보여주며 잡담을 나눴다. 예를 들면 플러피와 아로마는 인간의 다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각자 꼬리와 뿌리로 이루어졌기에 치마 계열 옷을 사 왔는데 루미가 어울리도록 잘 골라줬다거나, 아로마는 이렇게 사람들과 물건들이 많은 곳에 꼭 와 보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다거나, 물방울은 오랜만에 오라버니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대화가 잦아들 무렵 몬붕은 손바닥을 마주쳐 소리를 내 주의를 집중시켰다. 

 

“자, 다들 힘들었으니까 이렇게 쉬는 것도 좋지만 말이야. 다음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정해두는 게 좋겠지? 의견 있어?”

 

그러자 6명의 시선이 몬붕에게 집중되었다. 대부분이 딱히 생각해 둔 것이 없거나, 조금 더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머뭇거리는 동안 로켓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루미와 물방울의 고개가 로켓 쪽으로, 전투적으로 돌아갔다.

 

“당분간 목적지 정하는 일은 안 하시는 거 아니었나요?”“맞아요, 분명 그렇게 이야기하셨었는데?”

 

“분명 내가 그랬었긴 한데......”

 

“루미, 방울아? 설마 로켓 씨가 그걸 잊어버리셨겠어. 일단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기로 하자. 알겠지?”

 

“네, 주인님.” “네, 오라버니.”

 

몬붕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요소에는 아주 민감한 두 사람이었지만, 그렇기에 몬붕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순한 양이 되어버리는 그녀들이었다.

 

“고마워, 선장님. 자, 일단 오해부터 풀자. 내가 지금 어디로 모험을 떠나자고 하는 건 아니야. 물론 모험이라는 말이 위험과 보상을 뜻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진짜 위험할 건덕지는 하나도 없으니까.”

 

로켓이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돌하우스는 내부 설비를 통해 로켓 근처로 물이 든 잔을 하나 가져다주었다. 긴장 풀고, 목도 축이고,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나머지 선원들도 ‘그래, 저렇게 위험할 일 없다는데 계속 듣기나 하자.’ 하고 끼어들지 않았으니 물을 마신 로켓은 하던 말을 이어갔다.

 

“지금 우리 7명이 분명 각자의 특기가 있는 강력한 팀인 건 맞아. 그런데 저번 행성에서 배운 게 있다면 전부 물리적인 힘이라는 거지. 만약 우리 장비가 고장나거나, 통신 방해를 받는다거나, 아니면 마법을 쓸 줄 아는 적이 나타나면 갑자기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

 

몬붕과 물방울은 어린 시절, 보육원의 인질극을 떠올렸다. 특히 몬붕은 인질범 측과 경찰 측의 정신 조작 계열 마법사들끼리의 힘 싸움을 물방울이 제압한 또 다른 범죄자의 총기를 주워 마법사 인질범을 쏴 죽인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분명 보육원의 모두를 구했고, 정당방위까지 인정되었던 일이긴 하다. 그러나 몬무스들과 최근 태어나기 시작한 그들의 아이들은 -여왕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몬무스의 특성을 어느 정도 이어받은 남자아이들 또한 태어나기 시작했다- 상대방, 특히 인간의 악의를 감지할 수 있어 한동안 보육원의 아이들, 심지어는 교사들까지 몬붕을 대하는 태도가 차가워졌었고 더 나중에 연합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일이 살인이며 사형 또한 사라졌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자 몬붕의 머리와 가슴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된다. 갤럭시 드릴에 입사한 이후 회사에서 제공한 무기 중 대구경 권총을 주력 무장으로 사용한 이유도 권총에 익숙해짐으로써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친 친 뒤, 로켓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로켓을 포함해 이후에 승선한 선원들에게도 언젠가 보육원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로마와 플러피는 ‘마법이 뭐야?’ 와 같이 반응했고 루미는 ‘저도 주인님을 지킬 방법이 늘어나는 거라면 동의할게요.’ 하고 의견을 표한 뒤 아로마와 플러피를 데리고 마법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기 위해 식당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스만이 뭔가 애매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가, 조금 전의 로켓처럼 한 손을 들어올렸다.

 

“저, 저기요!”

 

“음, 왜 그래?”

 

“마법을 쓸 정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로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좋은 질문이야. 반박을 하자면 

 

하나, 미지의 세계에는 마법을 쓸 수 있지만, 우리랑 언어가 통하지 않는 녀석이 있을 수 있어. 아로마도 플러피를 통해 연합 공용어를 배웠으니까 우리랑 대화가 된 거지, 아니었으면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웠을걸.

 

둘, 언어가 통한다고 해서 우리 말을 들어줄 거라는 보장이 없지. 나는 그때 현장에 없었긴 했지만 내가 전에 일했던 해적단이랑 싸워본 적 있다며.

 

셋, 언어도, 말도 통했다고 치자. 그런데 상대방이 갑자기 배신하거나 우리의 머릿속을 조종해서 적이 아닌 것처럼 인식하게 한 거라면? 우리가 항상 마법 차단 방어구를 차고 다닐 것도 아니잖아.“

 

“그....... 그렇네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거 같아요.”

 

“아니야, 아까도 말했지만 좋은 질문이었어.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최선일 테니까. 그리고 지금 아로마가 없어서 하는 이야기지만, 거기서 죽을 뻔했던 일 아니었으면 나도 이런 이야기를 안 했을 걸.”

 

“그럼 그렇게 해요. 저랑 방울이도 동의할 거고요. 플러피랑 아로마가 돌아오면 둘의 의견을 들어보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루미와 함께 플러피와 아로마가 식당으로 돌아왔다. 

 

“말하면 온다더니, 우리끼리는 다 정했어. 둘 생각은 어때?”

 

“새로운 친구 생기는 거, 좋아.”

“저도요. 그럼 이제는 막내가 아니게 되는 거죠?”

 

“그렇긴 한데, 괴롭히거나 할 생각은 말고. 아로마도 우리가 친절하게 받아줬는데 너도 다음 사람한테 잘 해줘야지.”

 

몬붕은 그렇게 말하며 아로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랬더니 아로마는 마치 부끄러운 생각을 들킨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 네, 알겠어요오.......” 하고 대답했다.

 

“좋아! 그럼 만장일치네. 그럼 선장님, 내가 모집하고 싶은 후보가 있을만한 곳으로 가도 될까?”

 

“어디로 가시게요?

 

“여우 학당!”

 

“여우 학당이요?”

 

“그래. 헤엄치고 살던 때는 왜 선원들이 미신을 믿는지 몰랐는데, 선장님을 만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 행운이 중요하다는 거 말이야. 그리고 다른 데서도 마법사들은 구할 수 있겠지만, 행운의 축복을 걸어줄 수 있는 건 여우들밖에 없대.”

 

“운만 놓고 보면 좀 애매한 거 같은데.......”

 

“아니야! 다들, 선장님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주인님을 모실 수 있게 된 건 제게 있어서 최고의 행운이죠!”

“음, 오라버니와의 만남은 운명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확실히 운이 많이 따라줬죠.”

“저는 테디베어 씨랑 있으면 운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제 목숨도 여러 번 구해 주셨잖아요?”

“선장님 덕분에, 새 친구, 새 고향 얻었어. 행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선장님 만난 거, 좋아.”

“저도 플러피랑 같은 의견이에요.”

 

“자 봤지 선장님? 운은 애매한 게 아니라니까. 물론....... 모든 이야기를 합치면 여우 마법사보다 선장님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행운이 더 커 보이긴 하네. 아무튼.”

 

몬붕은 이런 선원들의 감사 표시를 몇 번 받아본 적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감동에 눈물이 고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로마에게 악수를 해 주고, 나머지 모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마지막 순서였던 로켓은 눈치가 빨라 자신의 머리에 손이 닿게 하기 위한 방법 두 가지, 하나는 몬붕을 들어 올리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이 자세를 낮추는 것 중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다른 바다 동물 계열 종족이 봤다면 ‘와, 범고래가 자기보다 쪼그만 사람한테 무릎을 꿇는다고? 잘못 봤겠지.’ 했겠지만, 인간을 상대로는, 그것도 호감이 가득한 남자를 상대로 스킨십을 위해 자세를 낮추는 일은 몬무스들에게는 기꺼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고마워요, 모두들. 어....... 그런데 여우 학당이 정확히 어떤 곳이죠?”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오라버니. 아, 아니면 로켓 씨부터 아로마, 플러피는 저희가 어떻게 남매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못 들으셨을 테니 그것부터 이야기 해 볼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과 슬라임 남매라고 하면 남들이 오해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그래. 그럼 그 이야기는 내가 할게. 여우 학당에 대해서는 방울이가 이어서 설명해 줘. 아예 이야기 듣기 좋게 루미가 간식이랑 음료수도 준비해 줄래?”

 

“네, 주인님!”

 

그렇게 식당 테이블의 둘러앉은 선원들은 맛있는 간식과 함께하는 이야기 시간을 가졌다. 물방울과 함께했던 몬붕의 보육원 이야기, 갤럭시 드릴에서 근무하다 루미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임무 중 그리스를 만나는 이야기와 범고래 해적단을 물리치고 오토마톤 제조회사이자 공장 자동친구, 그리고 루미의 설계자이자 제작자인 ‘어머니’를 구조하고 로켓을 선원에 합류시킨 이야기까지. 대신, 이전에 그리스의 부모님의 집에서 했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아직 어린아이같은 아로마와 플러피에게도 실감 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몬붕 혼자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물방울과 . 그런데 이거, 그리스도 그때 당시 자신의 모습을 추임새를 넣어가며 설명해주었다.

 

특히 그중에 압권이었던 것은 물방울의 변신 연기였다. 오빠의 근무지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 배운 지식과 갤럭시 드릴의 광고에서 나왔던 거대 벌레의 모습으로 공포스러웠던 지하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고, 범고래 해적의 모습과 블링키 경관의 모습으로 자동친구 공장 사건에 대해 설명하자 모두가 감탄하고 손뼉을 쳐 주었다. 그것에 대한 물방울의 반응은 ‘이 정도야 가뿐하죠.’ 였다.

 

그리고 여우 학당에 대한 물방울의 설명이 이어졌다. 물방울은 아까 받은 칭찬 때문인지 연구소에서 일했던 경험, 즉 지식이 많다는 것을 오빠와 동료 선원들에게 과시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지팡구의 이나리, 안개의 대륙의 요호, 흰색 섬의 불여우로 변신하며 길게 설명했기에 우리는 요약해서 알아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먼저 이 여우의 특징을 가진 수인형 마물들, 몬무스들은 마력이 쌓일수록 꼬리가 아홉 개까지 늘어난다. 가장 쉽고 편하게, 그리고 빠르게 꼬리를 늘리는 방법이자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은 남편의 정을 계속해서 받는 방법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신앙의 대상으로 신자들의 신앙을 모으거나, 요력을 오랫동안 수행해야 한다.

 

인간들과 마물들이 공존하게 된 이후에는 여우 마물들보다 더 강력한 존재들도 꽤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신기한 힘을 쓰는 존재들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신앙심을 모으는 방법은 사실상 사장되었고, 수행의 길밖에 남지 않은 셈이 된다. 

 

원래 꼬리가 하나만 있어도 남성을 유혹하는 일에는 모자람이 없었으나, 어떤 여우가 

‘이렇게 신부감이 많아졌는데, 최대한 낭군님을 행복하게 해 드리려면 다른 마물들보다 나은 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마력이라도 더 갖춰서 결혼하는 게 맞지 않겠냐.’ 

라는 이야기를 했고, 여우 마물들 모두 봉사 종족 못지않은 헌신에 대한 정신을 가졌으며 교육열이 낮의 사막보다 뜨거운 3개의 나라에 기원을 뒀기에 그 말은 엄청난 동의를 얻게 되며 꼬리가 많은 여우가 꼬리가 적고 경험이 부족한 여우들을 가르치는 학교가 열린 것이다.

 

기본적인 교육은 봉사 종족들처럼 남편에게 내조하는 일이 포함되는데, ‘남편은 집에서 편히 계시면 된다! 바깥일도 내가 하겠다!’ 하는 여우들을 위해 외조하는 일 또한 배운다는 점에서 봉사 종족과의 차이가 있다. 

 

또 마력, 요력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데, 요호들은 마력 제어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존재라 초기에는 반대했으나 이나리와 불여우의 ‘그렇게 흘러나간 마력 때문에 태어나는 여우 혼령들이 남편감을 채가면 어쩌려고요?’ 라는 말에 수긍하게 되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제어하고 쌓아둔 마력을 통해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 내용 덕분에 봉사 종족들의 학교와 마법에 능한 바포메트로 구성된 사바트와도 교류하며 여우 종족이 아니라도 약간의 수업료만 지불하면 다닐 수 있는 학교로 발전했으며, 이후 여왕의 인정을 받는 교육기관이 되어 연합의 지원이 이루어져 남편을 구하고 싶은 아무 마물이나 수업료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다.

 

물론, 남편을 얻는 데 배움씩이나 필요한가? 라고 생각하는 마물들도 있어 학생들 대부분은 아직 여우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여우 마물이 남편 없이 꼬리가 2개 이상이 되었으며 학교에서 제시하는 시험을 통과하면 졸업 준비생이 된다. 이대로 남편을 찾고 학교를 떠나면 졸업생으로 기록되며, 학교에 남아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될 수도 있고, 학교에선 충분히 배웠으니 바깥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오거나 그대로 학교를 떠나는 방식으로도 졸업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로켓이 데려오자는 것은 마지막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구나. 자세한 설명 고마워, 방울아. 돌하우스? 그럼 우리 근처에 찾아가 볼 만한 여우 학당이 있나 찾아봐 줄래?”

 

“알겠습니다. 현재 머물고 계신 행성에도 1개를 찾았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학교 홈페이지에서 졸업 준비생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표시해 드릴까요?”

 

“아니야, 됐어. 지금까지 돌하우스에 태운 모두는 내가 직접 얼굴 보고 확인한 사람들이었는데, 이번에도 만나보고 결정할래.”

 

“알겠습니다. 근처에 착륙할만한 공간이 없고 비행 차량들이 통행하는 곳이므로 택시를 호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선원분들 모두와 함께 가실 건가요?”

 

“다들 직접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혹시 여기 남고 싶은 사람 있어?”

 

그 말에 모두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기에, 다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석한 몬붕은 돌하우스에게 대형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일단 몸길이나 덩치가 길고 큰 플러피와 로켓이 있으니 넓기도 넓어야 했지만 7명 전원이 타야 하니 좌석도 많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이후 모두 나갈 준비를 했는데, 나머지는 옷을 갈아입고 흐트러진 외모를 고치는 정도였지만 아로마는 영양가 높은 화분에 심어진 상태로 그리스가 만든 휠체어에 타는 방식으로 배려를 받았다. 금방 택시가 도착했고 이것도 우주선 택시처럼 인공지능이 운전을 담당하는 기종이었다.

 

“그럼, 이따 보자!”

 

“다녀오세요. 선장님.”

 

돌하우스는 우주선 내부 불빛을 두 번 깜빡이며 인사했다. 택시는 ‘환영합니다, 승객 여러분.’ 이라는 소리를 재생시키며 커다란 문을 위로 열고, 휠체어를 올리기 쉽도록 안에 포함되어 있던 경사로를 밖으로 내보냈다. 돌하우스의 모두들에게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이런 대형 택시를 탈 일이 없어서였다. 특히 오늘 처음 자동차를 본 아로마와 플러피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주인님 옆자리는 제가!”

“오라버니 옆자리는 제가!”

 

물론 신기함은 뒷전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차피 한 줄에 셋은 앉을 수 있어 보이는데 그냥 오른쪽, 왼쪽 자리에 앉아주라. 알겠지?”

 

“네, 주인님!” “알겠어요. 오라버니!”

 

그렇게 로켓이 아로마가 탄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고, 몸이 긴 플러피가 한 줄을 전부 차지하는 식으로 첫째 줄에 아로마 - 로켓 - 그리스가, 둘째 줄에 루미 - 몬붕 - 물방울이, 셋째 줄에 플러피가 탄 채로 택시는 출발했다. 로켓은 창가 자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도시 풍경에서는 별로 느끼는 게 없어 바깥 구경을 좋아하는 아로마와 그리스에게 양보한 것이다.

 

상업 행성의 도시 경관은 굉장히 깔끔한 편이었다. 도시마다, 행성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은 도로 통행 방해를 금지하는 규칙이라도 있었는지 모든 상점이 건물 안쪽에 들어 있는데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도 로봇 청소기들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바닥을 청소해주고 있었으니까. 사람이 몰려있는 곳을 보면 건물 앞의 데이터 기둥을 스캔하는 것으로 안에 어떤 상점과 상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거나, 남자들을 둘러싼 여자들, 단체 관광 상품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잣집 사람처럼 보이는 무리가 보안요원에게 둘러싸인 경매사에게서 뭔가를 사려는 모습도 드물게 보였다. 

 

첫째 줄과 셋째 줄의 승객들이 바깥을 구경하는 동안 몬붕은 옆자리의 여인들에게 최대한 공평한 손길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며 ‘어서 도착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승객분들. 가격은 10 크레딧입니다.”

 

“고마워요. 크기와 비교하면 저렴하네요.” 

 

“이동 비용이 저렴할수록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시장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오실 때 또 이용해주세요.”

 

몬붕은 홀로그램으로 튀어나온 결제 완료 버튼을 누르며 ‘누군지는 몰라도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 시장으로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우 학당 앞에 도착하자, 꼬마 여우 한 명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두리번거리고 있다가 일행이 문 앞에 다가가자 꼬마가 먼저 말을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테디베어 씨와 일행분들이시죠?”

 

“네. 어떻게 아셨죠?”

 

몬붕은 자기 이름을 알려준 적도 없는 상대의 입에서 나오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약간 놀란 듯, 불쾌한 듯한 목소리로,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해버렸다.

 

“그 이름으로 오늘 방문 신청을 해 두셨더라고요! 아,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꼬마는 역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운 학생답게 그런 점도 눈치챈 것 같았다.

 

‘돌하우스가 예약을 잡아뒀나 보네. 미리 이야기 좀 해 주지.’

“아뇨. 불편한 건 아니고요. 그럼 졸업 준비생들을 보러 갈 수 있을까요?”

 

“네! 이쪽입니다!”

 

씩씩하게 대답한 꼬마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일행을 안내했다. 그러자 몬붕의 머릿속은 아까의 작은 불쾌함 대신 저 꼬리를 쓰다듬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무의식적으로 뻗은 손은 물방울과 루미가 붙잡아 내렸지만 말이다.

 

“어? 아! 미안.”

 

학당 내부는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했다. 수업 시간이라 돌아다니는 학생이나 선생이 없는 것인지, 학교가 쉬는 날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주변의 높은 빌딩들과는 다르게 낮고, 여우 마물들의 근원이 되는 지역의 전통대로 꾸며진 모습은 관광 자원으로 써도 될 만큼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여기에요! 그럼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학교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수행 방법을 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일행은 금방 건물 내부의 ‘졸업실’에 도착했다. 꼬마 여우는 다시 학당 입구로 간 걸 보면 오늘 당번을 맡은 아이인 것 같았다. 문을 열자, 꼬리가 5개에 확실히 아까의 꼬마보다 나이가 들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여우가 일행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보안관분과 일행분들. 저는 이곳의 선생 중 한 명인 밍메이입니다. 모험의 동료를 찾으러 오신 게 맞나요?”

 

“네. 음,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나쁜 소식을 먼저 전해드리자면, 네. 이 행성 기준 어제 거의 모든 졸업 준비생들과 선생님들이 여왕님의 호출을 받고 학당을 떠났어요. 다른 학당도 마찬가지겠네요.”

 

제일 먼저 반응한 건 로켓이었다.

 

“이런! 망.......신이 다 있나! 내가 가자고 하는 곳마다 문제가 생기잖아! 진짜 앞으로 목적지 정하는 일 없이 살아야 하나?!”

 

“진정하세요, 나쁜 소식부터 이야기해주신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다음엔 좋은 소식이 있겠죠?”

 

물방울이 로켓을 진정시키는 동안, 피로에서 회복하고는 

 

‘아니, 없으면 예약이 잡힐 때 미리 알려주면 되잖아. 주인님을 헛걸음하게 한 거야?’ 

 

하고 생각하며 로켓과는 다른 방향으로 감정이 격해지려는 것을 참고 있었다.

 

“네. 좋은 소식은, 졸업 준비생 한 명이 우리 학당에 남아 있다는 거랍니다.”

 

“저....... 기분 나쁘지 않게 들어주셨으면 하는데요, 여, 여왕님께서 안 데려간 학생이라면 좋은 이유가 있어서일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그리스와 오래 함께했던 몬붕과 루미, 물방울은 그리스가 먼저 저런 말을 할 수 있게 성장한 것 그리고 ‘말 한번 잘했다.’ 같은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네. 해당 학생에게 문제가 하나 있긴 하죠. 듣고 놀라실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는 인간을 싫어한답니다.”

 

“뭐라고요?”

“”

“정말요?”

“진짜?”

“뭐야? 무슨 일이야?”

“아이, 깜짝이야!”

 

“제대로 들으신 게 맞아요. 그래도 한 번 만나보시겠어요?”

 

“선장님! 그냥 가자. 다음에 다시 오면 되잖아. 또 나 때문에 시간낭비 한 게 되어버렸네. 미안.”

 

로켓은 몬붕의 손을 붙잡고 졸업실을 떠나려고 했다.

 

“아니에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그 아이를 만나보겠습니다.”

 

“주인님!”

“오라버니!”

“정말요?”

“아니, 진짜?”

“응. 선장님다워.”

“맞아요. 그러네요.”

 

잘 몰랐기에 놀라지 않은 아로마와 피로에서 회복하고 제외하면 모두가 그 결정에 두 번이나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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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흰색 섬의 불여우는 원래 몬스터 걸 백과사전에 등장하지 않는 지역과 마물로, 한국 설화를 기반으로 두고 있는 창작된 지역입니다. 지팡구가 재팬의 어원이 되었듯이 시대와 맞춘 이름이면 고려나 코리아가 되었어야 하겠지만 안개의 대륙과 비슷한 느낌으로 가기 위해 백의 민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물론 후에 다시 등장할 확률이 적은 지역이기에 한국 기반이구나 만 기억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