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우주 노동자 몬붕과 오토마톤 루미의 모험

글 모음 : https://arca.live/b/monmusu/25564643


이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은 실존하는 것과 일체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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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 찾아왔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회사의 12번 모선에 해가 새로 뜨지는 않겠지만,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종족의 하루 시간에 맞춰 아침을 알려 주는 알람 장치가 작동할 때, 그때를 다음 날이라고 불렀다. 몬붕은 인간이었기에 24시간을 기준으로, 7시마다 알람을 받게 되어 있었다.

 

루미와 만난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방 안의 사람 형상에 놀랐던 그였으나, 한쪽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여인에게 꽤 익숙해져 있었다. 원래는 루미가 몬붕을 깨우는 것이 평범한 메이드와 주인 스타일이겠지만, 몬붕은 기상 시간보다 늦게 일어난 적이 없었고, 평소에 알람을 통해 일어나다가 갑자기 누군가 깨워 준다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반대로 몬붕이 루미의 유휴 상태를 해제하는 것을 하루의 시작으로 삼고 있었다.

 

오늘은 둘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첫날이라 전원을 켤 때와 마찬가지로 악수가 아닌 포옹으로 깨워 볼까 생각한 몬붕은 침대에서 일어나 차렷 자세로 서 있는 루미의 겨드랑이 사이로 자신의 손을 집어넣어 루미를 꽉 껴안아 주었다.

 

‘꽤 따뜻하네. 기계라서 차가울 줄 알았는데. 그리고 이 커다란 가슴이 너무 부드럽다. 실리콘 처리를 한 건가? 아니야, 바깥에만 입히는 걸 텐데 그럼 안쪽은 철골일 거란 말이지. 역시 미지의 기술이라고 할 만하군. 그런데 왜 안 일어나지?’

 

평소에는 손과 손이 닿기만 해도 ‘주인님의 손길을 감지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따위의 말을 하며 몸에서 발광 파츠들에 불이 켜졌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불도 켜지지 않는 것이었다.

 

몬붕은 마치 지금 당장 전송해야 마감 내에 제출 가능한 파일을 제출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컴퓨터에 전원도 연결하고 차단기도 정상인데 아무리 전원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어 당황한 사람보다 더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신형 제품이고, 컴퓨터랑은 다르게 말도 하고 돌아다니기도 했으니 고장이 났다기보다는 사망한 듯한 느낌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라서 손을 떼려고 하자, 갑자기 루미의 팔이 차렷 자세를 풀고 몬붕을 껴안았다.

 

“훌륭한 아침입니다. 주인님께서 저를 처음으로 안아 주신 날이자 주인님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러 가는 날이군요. 감격입니다.”

 

“뭐야! 루미. 진짜 고장이라도 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그리고 일단 이 팔 좀 풀고 이야기하자. 응?”

 

“놀라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주인님. 전원이 켜진 후 주인님의 온기가 평소와 다르게 손이 아닌 가슴과 등에서 느껴졌기에 주인님께서 절 안아주고 계시다는 판단을 했더니, 최대한 오래 안겨 있고 싶어서 깨어나지 않은 척을 해버렸습니다.”

 

“괜찮아, 다음부턴 이렇게 자는 척하지 말아줘. 진짜 고장이라도 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니까. 그리고 그렇게 안아주는 게 좋으면 이야기를 하지 그랬어. 이번 임무 마치고 돌아오면 잘 때가 아니라 깨어 있을 때 찐하게 안아줄 테니까, 씻고, 아침 먹고, 장비 챙기고 가자고.”

 

루미의 눈이 점등하며 몬붕을 꽉 껴안고 있던 팔을 풀어 몬붕을 자유롭게 해 주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루미의 볼이 약간 붉게 물들었다. 사실 갑자기 긴장이 풀린 몬붕 입장에서는 자세히 보려는 시도도 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정말입니까? 기억해 두겠습니다. 새로운 행성에 가 보는 것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그 이후 일어날 일이 더욱 기대되는군요. 오늘 직원 식당의 메뉴는 으깬 감자와 으깬 삶은 달걀, 그리고 채소 샐러드입니다. 1명 분량을 가져오면 되겠습니까?”

 

“거기에 콩 통조림이랑 옥수수 통조림, 그리고 빵을 곁들이면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겠네. 일하는 도중에도 먹고 싶으니까 2명 분량을 가져와 줘. 그리고 여기 크레딧 칩이야. 오는 길에 식당 옆에 식료품점에서 콩 통조림이랑 옥수수 통조림 하나씩, 그리고 식빵 있으면 식빵, 없으면 설탕 안 들어간 빵 통조림을 한 개 사서 같이 가져와 줘.”

 

안아 준다고 하니 흥분해서 일을 서두르는 루미는 몬붕에게 꽤나 귀여워 보였다. ‘그렇게나 기쁜 건가? 귀엽네. 참 잘 만들었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며 한 손으로는 세면도구를 챙기고 다른 손으로는 크레딧 칩을 건네주었다.

 

우주 시대 이전 인간들이 생활하던 지구라는 소금물이 가득한 행성에서는 달러화라는 화폐가 가장 신용도가 높고 많이 사용되었지만, 다른 행성과 다른 종족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자 전 우주에서 사용 가능한 화폐를 만들기로 합의를 보고 각 종족에게 가장 보편화된 언어로 신용을 뜻하는 단어로 부르기로 했다. 그래서 몬붕처럼 인간 종족은 크레딧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지갑에 신분증과 카드, 지폐와 동전을 넣고 다니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크레딧 칩이 개발되었고, 남은 잔액을 표시하는 기능과 전자 신분증, 그리고 계좌와 연결하여 잔액을 조절하는 기능 등이 포함되어 아무 우주 은행에 방문 시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서 현재는 꽤 많은 사람(지능이 있는 모든 종족을 가리키는 표현이 됨)들이 사용 중이었다.

 

즉, 몬붕은 지금 자신의 지갑을 맡긴 것과 마찬가지이다. 루미의 호감도 센서는 자신에게 주인 되는 존재가 대단한 물건을 믿고 맡겨주었다는 이 상황에 또 한 단계 증가해서 친한 사람 단계에서 사랑하는 사람 단계로 증가했다. 언제라도 몸을 내 줄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루미의 머릿속에서는,

 

‘어떡해 어떡해, 이런 주인님을 만나게 되다니 엄청난 행운이야, 태어나서 다행이야, 저를 생산해줘서 고마워요, 어머니! 그리고 이 몬붕 씨의 직장! 우리 회사와 계약해서 오토마톤 일꾼들을 데려다 쓰지 않았다면, 로봇 부서가 없었다면 몬붕 씨와 내가 만나지 못했겠지? 아아, 빨리 주인님의 정을 받고 싶다. 확 덮쳐 버릴까? 안 되지, 안 돼. 주인님이 인증 단계 때 하신 말씀 잊었어? 예쁜 아가씨는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이번 임무 끝나면 찐하게 안아주신다고 하셨지. 나보고 예쁘대! 만약 진짜 안아주기만 하면 어떡하지? 그 때 키스 정도는 확 해도 문제없지 않을까? 그랬다가 미움받으면 어떡하지? 아아!’

 

같은 생각을 하며 볼이 확실히 붉어졌고, 입꼬리가 올라갔으며 올라가는 몸 온도를 식히기 위해 열 배출이 시작되어 증기를 조금씩 뿜어내고 있었다. 몬붕은 호감도 시스템을 모르기에 그저 ‘깨울 때 안아줬던 게 지금 효과가 나타나는 건가? 심부름 간다고 저렇게 흥분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욕실로 들어갔다.

 

간단한 세수와 양치를 한 뒤, 몬붕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이 어떻게 이 샌드위치를 만나게 되었는지, 왜 푹 빠지게 되었는지 회상을 잠깐 하고 있었다. 분명 유명 샌드위치 체인이나 편의점의 식품 진열대의 샌드위치와는 다르게 어떤 축제에서 아주머니들이 값싸게 팔고 있던 메뉴였다. 축제에서 다른 곳에 쓸 돈까지 써 가며 그 샌드위치를 사 먹자, 언젠가는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거의 비슷한 맛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혼자 회상을 하고 있으려니 루미가 자그마한 2층 카트에 1층에는 통조림들과 2층에는 식사 접시와 식기를 올려놓고 몬붕의 방으로 돌아왔다.

 

“주인님, 식사가 도착했습니다. 요청하셨듯이 식당에서 가져온 음식은 2명 분량, 콩과 옥수수 통조림 그리고 식빵을 식료품점에서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맡겨주셨던 크레딧 칩입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무미건조했지만, 이제는 밝게 깜빡이는 눈과 약간 상기된 듯한 뺨을 보며, 몬붕은 루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칭찬을 해 주었다.

 

“그래, 틀린 것도 하나도 없고 내 칩도 무사히 가져왔구나, 정말 잘했어. 이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볼까?”

 

“재료들로 분석해본 결과, 주인님께서는 모든 재료를 한 데 섞은 뒤에 식빵 2개 사이에 집어넣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정도쯤이야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들어 드려도 될까요?”

 

“아니야, 이 샌드위치는 콩 통조림과 옥수수 통조림 국물을 얼마나 넣을지, 감자와 달걀의 비율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중간마다 먹으면서 결정해야 하는 거라서 말이야. 어릴 때 한 번 먹어보고 나서 잊을 수가 없는 맛이라 지금도 가끔 만들어 보고 있지. 여기에 내 사물함에 넣어둔 마요네즈랑 후추, 식초도 약간 넣어주면 최고지.”

 

“그렇군요, 주인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라고 하셨으니 제작 과정을 지켜본 뒤 조리법을 메모리에 저장해둬야겠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특하네. 그러고 보니, 메이드로 만들어졌으니 웬만한 요리는 다 할 줄 알겠네?”

 

“그렇습니다. 저희 자동친구의 최신형 모델에는 우주 요리사 1급 시험을 만점으로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의 요리 실력과 조리법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주인님 되실 분이 인간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채로 출고되었기에, 지구의 요리법 또한 전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지, 주인님께서 지금 만들고 계신 샌드위치처럼 정식 요리가 아닌 것들은 조리법을 베끼거나, 지금 제가 하는 것처럼 영상을 녹화해서 분석하는 방식으로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몬붕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진지하게 요리사가 되는 일은 포기하고 회사에서 채집용 장비들을 구매한 뒤 퇴사해서 프리랜서 탐험가가 되는 것을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 루미의 요리 실력과 자신의 요리 실력을 직접 비교해 본 적이 없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남겨두고 있었다. 조리법이 한정적인 양만 등록되어있는 것에 집중한다면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는 요리 연구가가 되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몬붕은 그런 직업의 존재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

 

몬붕이 감자 계란 샐러드 샌드위치를 맛을 여러 번 보고, 식초와 후추, 마요네즈의 양을 조절해서 완성하자, 루미의 눈이 여러 번 깜빡였다. 메모리 어딘가에 지금 투입된 재료의 양과 순서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고된 작업은 아니었지만 몬붕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만들었다는 데서 약간의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감자 계란 샐러드를 빵에 바른 뒤 다른 빵으로 덮고 마구 한 입을 먹으려던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질문이 하나 떠올랐다.

 

“루미,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도 뭐냐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초기 모델부터 착ㅈ...... 이 아니라 각종 DNA 채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기관이었으나 밥을 먹여주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용자 분들이 있었기에 저와 같은 최신형의 모델들은 거의 모든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있다는 것과 아니다의 판단은 아직 불가능해서, 현재는 음식에 대한 선호도를 분석하여 선호도가 높은 음식을 맛있다고 판단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님께서 해 주시는 음식을 먹게 된다면 분명, 행복할 것 같습니다. 

씹는 것은 이빨이라고 부르는 기관이 없어 불가능하기에, 소형 분쇄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이렇게 제 내부로 들어간 음식물은 생분해 용광로에서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주인님의 정을 흡수하면 평소의 수십 배의 효율이...... 아닙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혹시 모르니까 도시락통에 샌드위치를 몇 개 더 넣어놔야겠네.”

 

“저를 걱정하시는 것이라면 굳이 주인님의 짐을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대신 들어 드리겠습니다. 저희 모델들은 내부 모듈 미장착 시 최대 600kg, 모듈 최대 장착 시 300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연비가 나빠지긴 하지만요. 그리고 주인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한 짐을 들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간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지. 뭔가 같이 일하게 되었다는 느낌이 진해지는 것 같네. 여기 허리띠랑 클립이야. 클립을 허리띠에 붙여서 여러 가지 주머니를 달 수 있지. 과거 군인들이 사용하던 거랑 비슷하다고 하는데, 회사에서 클립 탈착을 쉽게 개선해서 가져왔다나 봐. 루미가 가져가고 싶은 만큼 샌드위치를 통에 넣은 다음, 허리띠에 붙이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한 루미는 자연스럽게 벨트에 클립을 이용해서 도시락통을 매달았다. 도시락통을 들고 있는 최신형의 메이드 로봇이라니, 몬붕은 그 차림새가 꽤나 위화감이 느껴지면서도 귀여웠다. 마치 무시무시한 북극곰이 콜라를 들고 있으면 귀여워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루미는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도시락통이 자신의 허리에 계속 부딪히며 절그럭거리자, 클립 여러 개를 사용해서 아예 위치를 고정해버렸다. 몬붕에게는 그것마저도 귀여워 보였다. 

어두운 지하로 떠나는 것이다 보니 소리에 이끌리는 괴물들이 꽤 많을 것이므로, 이것은 한 번도 자원 채집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 루미임을 고려하지 않아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비 목록을 검사할 시간이다. 무기를 모선 내에서 들고 돌아다니면 사고가 날 수 있기에, 회사는 임무 투입 직전에 직원이 신청한 장비가 들어있는 무기고를 개방한 뒤 장비를 대여해주고 있다. 그래서 실수로 잘못 신청하거나 지역과 괴물들의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 무기를 신청할 수 있고, 그러면 다시 원하는 장비를 받으려면 다른 직원의 무기고 사용이라거나, 반납 이후 다시 대여하기까지 10분 이상의 대기시간이 생겨버리기에 장비 신청서를 재확인하는 과정은 꼭 필요했다.

 

몬붕은 오늘 사용할 장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도구는 6가지 범주로 나누어져 있고, 각 카테고리에서 무조건 하나씩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범주는 주 무기, 보조 무기, 투척 도구, 이동 도구, 보조 도구, 보호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발열석 주변의 부화장을 한꺼번에 청소하려면 화염 방사기만 한 게 없지. 하지만 크고 튼튼한 놈들은 작은 녀석들과 다르게 불붙이는 걸로 죽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거기애 화염 방사기의 짧은 사거리를 보완하려면 대구경 리볼버가 좋겠어. 98번 행성에서는 불에 약한 놈들이 많이 등장했었으니 소이 수류탄을 챙기고, 나 혼자에 호버링 기능과 제트팩을 장비할 루미가 같이 가는 거니까 빠르게 움직이려면 갈고리 발사기지. 루미가 불을 비춰 줄 순 있지만, 전투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조명 기능이 크게 도움이 안 돼. 조명 총을 챙기자. 그리고 도시락통에 샌드위치도 넣고 물통도 매달아야 하는데다 탄약을 충분히 챙겨가려면 무겁고 느린 중장갑보다는 경장갑이 낫겠어.’

 

장비 신청서를 다시 확인하던 중에 떠오른 루미가 호버링과 제트팩을 장비할 거라는 몬붕의 생각은 회사 기본 장비를 지원해 줄 것이라는 상부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니, 어차피 이제 내 소유라면 루미도 개인으로 취급해서 다른 장비를 장착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몬붕은 루미의 경우 회사에서 개조된 오토마톤과 다른데 장비를 어떻게 장착해야 할지 무기고 관리자와 로봇 부서 총괄에 연락해서 물어보았다. 회사의 무기와 연동되는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기존에 운영하던 모델과 호환성이 매우 높으니 로봇 무기고에서 오토마톤 구역에 가서 직접 확인하고 장착하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때 프로그램은 기본 행동 양식을 고치는 것이 아닌, 무기의 탄속과 낙차 등을 고려하여 무조건 명중시킬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남은 탄약을 자동으로 확인하여 재장전을 정확한 시간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미사일 공장 장착 시 다음 미사일의 제작 완료와 발사 준비까지 걸리는 시간, 현재 남은 미사일의 잔량을 확인해서 오토마톤의 시각 인터페이스에 표시해주는 것이니 안심하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 설명을 들은 몬붕에게는 아마 행동 패턴을 무감정하며 움직이는 모든 것을 사격하도록 조정해버리는 프로그램이 오토마톤들에게 설치되어 전 우주에 퍼지면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도시락통과 허리띠 클립으로 씨름하던 루미의 모습이 생각나서 풋, 하고 웃음과 동시에 걱정은 사라졌다.

 

로봇과 오토마톤 장비가 보관된 무기고에 들린 몬붕은 AI의 정밀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새로 개발된 저격소총과 기존 장비를 로봇의 빈 내부 공간에 집어넣는 방식에서 전원만 내부에 연결하고 밖으로 꺼내다 쓸 수 있도록 조금씩 개조된 장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팔 내부 공간에 무장을 탑재하고, 손에 무기를 직접 들고 미사일 공장을 허리띠나 종아리 부분에 매달면 총 6개의 무기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다는 이야기였지만, 몬붕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기만 잔뜩 매단 오토마톤은 쓸모가 떨어질 것 같아 한쪽 팔에는 신형 저격 소총을, 다른 팔에는 미사일 공장을, 다리에는 호버링 장치를 장착해달라고 주문했고, 손은 자유로울수록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손을 떼어내고 자원 채집 장비를 장착하는 것보다 자신과 똑같이 손에 장비를 들 수 있도록 부탁했다. 다른 손에는 회사의 제식 기관단총을 쥐게 될 것이다. 조명은 헬멧에 장착하고, 탄약 상자와 자원 수납공간, 그리고 제트팩은 배낭을 메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다 마친 채로 몬붕과 루미는 숙소를 떠나 무기고를 향하는 도중에 A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다.

 

“와, 최신형 오토마톤이라더니 자동친구 제품이었구먼. 내가 모은 돈으로는 엄두도 못 내겠군. 한 번 만져봐도 되나?”

 

갑작스럽지만 몬붕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A의 질문에 몬붕은 이렇게 대답했다.

 

“제 소유이긴 하지만, 루미도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거의 사람이랑 비슷하거든요. 루미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아, 그것도 그렇군. 그렇다면 루미 양. 최신형의 피부 기술을 좀 확인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다른 곳은 좀 무리일 것 같고, 팔을 한번 만져봐도 되겠나?”

 

“그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A는 루미의 팔을 한 손으로 쥐었다가 놓아주고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기 피부 같은 색과 부드러움은 물론이고, 이번엔 아예 온기까지 더해졌구먼.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겠어. 기술의 발전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이야. 역시 오토마톤이 직원인 제조사라고 해야 하나?”

 

“저희 회사에 대한 칭찬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와 같은 최신형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가사 처리와 대화 상대로서의 구형들은 가격 할인 행사를 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저의 동료를 구매하실 생각이 있지만, 가격이 발목을 붙잡는 경우 구형을 추천해 드립니다.”

 

“흠.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 고맙네, 루미 양.”

 

몬붕은 A 아저씨가 가족도 없이 직원으로 혼자 지낸 세월의 길이가 꽤나 긴 것을 알았기에, 가족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오토마톤에 관심이 꽤 많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몬붕, 자네랑 나랑 일을 꽤 오래 같이 했는데, 자네의 임무 목록에는 1인 임무가 있고, 내 목록에는 1인 임무가 없는 때도 있었던가?”

 

“글쎄요. 아마 이번이 처음 아닐까 싶은데요. 회사에서 비싼 오토마톤도 지원해줬겠다, 제 임무를 실시간 촬영해서 교육용 자료로 쓰겠다. 이런 것들이 겹쳐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긴. 투자한 만큼 뭐가 나오나 보고 싶은 걸지도. 하지만 조심하게.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네, 제 옆에 저를 엄청나게 신경 써주는 루미도 있는데, 살아서 돌아와야죠. 나중에 또 봐요, 아저씨.”

 

루미는 A의 이야기를 듣고 근무 기간이 비슷한 두 사람의 임무 목록이 다르다는 점에서 뭔가 정말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어지는 몬붕의 이야기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의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므로, 이번 임무가 끝나면 몬붕과 찐한 포옹을 하고, 이 사건을 조사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A와의 대화를 마치고 둘은 무기고에 입장했다. 몬붕이 자신의 직원 명찰을 무기고 입구에 배치된 인식기 위에 올려놓자, 장비 신청서에 적어뒀던 물건의 목록이 화면에 나타났다. 확인 버튼까지 눌러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장비들이 하나씩 자신 쪽으로 옮겨지는 것을 확인한 몬붕은 다시 한 번 인식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원래는 직원 한 사람당 한 번만 신청한 장비들을 받을 수 있지만, 루미의 장비까지 대여해야 하기에 인식기에 올려 두었던 자신의 명찰을 다시 집어든 뒤에 인식기에 내려놓으니 루미가 장착할 모듈과 장비들이 벨트 위에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흠, 괜히 루미에게 미안해지네.”

“주인님, 무엇이 그렇게 미안하신가요? 주인님께서는 저희가 사용할 장비를 대여하는 것밖에 하지 않으셨는데.”

 

“아니, 뭔가 널 만난 뒤 처음으로 장착시키는 게 무기 모듈이라서 말이야. 메이드까지 싸움에 나서게 한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미안해지네.”

 

“아닙니다, 주인님. 저희는 쓰러질 때까지 주인님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제조되었습니다. 주인님께서 하시는 업무를 돕고, 주인님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뿌듯한 마음으로 무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까 꽤 감동이야. 좋아, 그러면 설명서도 읽었으니 루미를 무장시켜 볼까?”

 

“아닙니다. 이 정도는 저 혼자서 할 수 있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주인님이 사용하실 장비를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여기 주인님 방에서 가져온 소형 산소통입니다. 위에 ‘잊지 말고 가져갈 것’ 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혹시 무슨 용도인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 이거. 이건 저 미지의 행성들 속에서 혹시라도 유독한 가스가 배출되는 곳을 지나가야 할 때를 대비해서 몇 개 사놨지. 아예 유독성 판정이 난 곳으로 떠날 때에는 보호복에 장착된 채로 보급해주지만, 가끔 행성 자체엔 유독가스가 없어도 생물체가 내뱉는 일도 있으니까 말이야.”

 

“준비가 철저하시군요. 아까 A라는 분과의 대화에서 주인님의 현장 근무를 촬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주인님께서 카메라를 준비하셔야만 되나요? 아니면 제가 주인님을 촬영한 메모리를 회사에 전송하면 될까요?”

 

“전에 듣기로는 내가 쓸 헬멧에 카메라를 달아준다고 했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루미.”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은 모든 장비를 갖추고 왕복선에 몸을 실었다. 왕복선 자체에 어디로 갈지, 지하로 간다면 얼마나 파고 내려갈지 설정되어 있기에 탑승자가 딱히 뭔가 조작할 필요는 없고 자리에 앉아 안전띠만 하면 우주 쓰레기와 작은 입자들을 막아주는 보호막을 가동하고 엔진이 점화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몬붕은 다른 직원들과 탑승하는 경험만 있었기에 개인 임무 수행을 위해 출발하며 옆에 오토마톤을 태우는 이번 경험은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루미의 경우 몬붕의 소유였기에 이렇게 같이 갈 수 있는 것이지, 원래의 개인 임무는 왕복선에 오토마톤이 충전, 수리를 할 수 있는 스테이션에, 직원들과는 분리된 공간에 탑승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왕복선에 몸을 실은 몬붕. 출발 안내와 안전띠를 하라는 음성이 흘러나오고, 그 지시에 따라 안전띠를 한 몬붕은 조용한 공간 속, 왕복선의 엔진 소리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A씨한테도 표시되지 않은 임무라. 만약 이게 진짜로 직원들 교육용으로 방송된다면 쉬운 임무일까? 기본기나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울 수 있으니까. 아니면 기피 임무일까? 어려운 상황 속을 해결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나? 루미같은 오토마톤도 안전띠를 해야 할까? 충격 대비 장치가 되어있을 텐데. 아, 루미가 새로 장비한 것들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어봐야겠다. 혼자 조용히 생각만 하고 있으려니까 꽤 어색하네.’

 

그렇게 생각한 몬붕은 루미에게 새로 적용된 무기-손 연계 프로그램과 신규 모듈에 대해 질문하기로 했다.

 

“루미, 혹시 팔이나 다리에 새로 장비된 것들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지는 않아?”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정도 무게는 저의 봉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 무게 한도 내에 들어가니까요.”

 

“그러면 그 프로그램인지 뭔지는 어때? 뭔가 달라진 기분이 들어?”

 

“음, 저희를 설계하고 생산하기 시작하신 어머니쯤 되는 오토마톤께서는 저희의 기본 목적은 ‘생명이 있는 것들이 생명이 없는 우리를 만들어내었으니,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을 보호해야 한다.’ 하고 초기에 이야기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대가 우주로 넓어지면서 주인님이 다른 생명으로부터 공격받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죠. 그 결과, 주인님의 생명을 위해서라면, 주인님과 자신이 공격받는 경우 방어적 목적으로는 다른 생명을 해칠 수도 있도록 조정이 가미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뭔가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군요.

 

현재 제 시야에 대해서 주인님께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혹시 게임을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직원 휴게실에 몇 개 있길래 해 본 적 있지. 갑자기 게임은 왜?”

 

“게임에서는 HP와 MP, 남은 탄약 등이 표시됩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하며, 사용자에게 게임 내의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장치죠. 지금 제 시야에는 저에게 장착된 무기의 잔여 탄약과 거리와 바람, 행성 중력에 따라 얼마만큼 오조준하면 대상에게 명중시킬 수 있을지 표시해주는 정보들이 추가로 나타났습니다. 아마 주인님께서도 사이버 안구 등을 장착하시면 사용하실 수 있는 기능이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근무해 오셨던 주인님이라면 그런 기능은 딱히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인님은 주인님이어야 해. 다른 기계가 주인님의 몸을 대신한다니 있을 수 없지. 그럼 그럼.’

 

“그러니까 스마트 안경을 쓴 것처럼 보인다는 거구나. 멋진데. 그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회사에서 충분히 저격소총을 탑재하고 싶었겠어. 아, 지금 생각난 건데, 저격소총은 강한 놈들한테만 쏴야 해. 탄약이 많은 게 아니니까.”

 

“저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떤 녀석이 강한 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거라면 내가 괴물들을 기록한 노트가 있어. 한 번 읽어볼래?”

 

몬붕은 자신의 노트를 꺼내어 루미에게 건네주었다. 아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사람보다 빠르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으니 도착하기 전까지 두 번은 완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거의 맞았다. 루미와 같은 최신형들은 네 번은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의 흡수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몬붕이 글자를 똑바로 쓴 덕분이기도 했다. 악필은 어떤 글자인지 오토마톤의 분석 회로에서 헷갈리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루미가 노트를 읽는 동안, 몬붕은 루미에게 덧붙였다.

 

“물론 괴물들이 쉽게 변이하고 내가 아직 기록 못 한 녀석들도 있으니까, 현장에서 사격 우선순위를 정해 줄게.”

 

“네, 하지만 주인님이 지시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생명을 위협받는 경우, 감히 주인님을 공격하려고 한 놈을 최우선으로 제거하겠습니다. 주인님은 저만 만질...... 죄송합니다.”

 

“아...... 하하, 그래. 나도 훌륭한 사람을 모시게 되면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네.”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왕복선 내부의 어색함을 몰아내고 있으려니, 왕복선에서 도착했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몬붕은 항상 이 방송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지금까지 모은 돈보다 소중한 자신의 목숨만은 지켜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이번에는 루미와 자신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루미의 처지에서 보면 강력한 루미가 몬붕을 지켜주는 게 맞겠지만 말이다.

 

왕복선이 자원 수집 탱크와 몬붕, 루미를 내려준 뒤 귀환했다. 금속을 뜯어먹는 괴물도 있고, 다른 곳으로 임무를 떠나야 하는 인원도 있기에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후우, 뭔가 독성 가스가 차 있는 느낌은 안 드는데? 루미, 스캐너로 가스 여부라던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발열석이 있는 지라던가 조사해 줄래?”

 

“네, 주인님. 현재 대기 중에 인간에게 해로운 물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여기서 저희를 기준으로 2시 방향에서 강력한 열과 생명 반응이 감지됩니다. 주인님께서 가르쳐주신 정보대로라면 발열석과 주변 부화장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좋아. 후딱 끝내고 돌아가자고. 탱크, 이쪽으로 따라와.”

 

자원 수집 탱크는 음성 인식 기능만 있고 대답하는 기능은 없었기에 삐빅거리는 소리를 내며 몬붕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저, 주인님. 그리고 아까의 스캔이 완료되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거대한 생명체 반응이 3시 방향에서 감지됩니다. 그리고 이 생명체 반응이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거대한 생명체를 뒤따르는 무리가 있거나, 아니면 큰 녀석이 작은 녀석들을 품고 있다가 내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후자 쪽이라면 이 부화장의 알을 낳는 여왕 개체가 아닐까요?”

 

“뭐라고? 지금까지 그런 녀석은 내 두 눈으로 본 적이 없는데!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큰놈들은 대부분 강력했지. 혹시 어느 정도 크기일지 예상할 수 있어?”

 

“주인님도 느끼셨겠지만, 지금 땅이 울리는 것으로 보아 엄청난 무게와 몸집을 가진 녀석일 것 같습니다. 아마 주인님께서 지금까지 노트에 기록한 녀석 중 가장 큰 녀석과 비슷하거나 더 클 것 같습니다. 대피해야할까요?”

 

“아냐, 회사 방침상 자원을 다 모으기 전까지는 왕복선이 돌아오지 않아. 지금까지 몇 번 죽은 직원들의 장비와 자원 탱크를 회수하는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어. 그걸 생각해보면 구조팀이 온다고 해도 최소 3일 후에나 돌아올 거야.”

 

“그렇다면 전투 준비를 해야겠군요. 왕복선의 착륙 소리에 이끌려서 다가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인님도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래. 루미의 첫 외출인데, 이렇게 망쳐버릴 순 없으니까!”

 

그렇게 전투 준비를 마친 한 명의 인간과 하나의 기계 쪽에 쿵. 쿵. 거리는 땅 울림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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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이 사악한 작전에 휘말리는 것을 암시하는 결말이라면 이번 편은 사악한 작전 속의 위기를 그려야 하는데 루미와 꽁냥대느라 그건 다음 편이 되겠네요. 분량 조절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는 위기가 나오겠지? 하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