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3장(10편~13편{예정})              4장                          5장                  1장(4편~6편)           2장(6편~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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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87502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11385415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13814933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6편  https://arca.live/b/lastorigin/16908026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7편  https://arca.live/b/lastorigin/19013937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8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670962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침묵의 장막이 깔린 상황.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먼저 행동에 나선 이는 총을 든 발키리였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한 사령관이 먼저 선수를 쳤다.



"발키리, 총 내려."


"네? 사령관님 하지만..."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뒤에서 대기해."



반박의 여지는 안 받겠다는 듯 단호한 명령에 발키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면에 있는 발키리를 째려보다가 결국 그의 명령에 따라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피투성이의 발키리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 비웃었다.


동시에 뒤에서 이빨을 가는 소리와 탄환 장전을 알리는 철컥 소리가 났지만,

사령관은 그런 것을 애써 무시하며 눈앞에 있는 발키리에게 한 걸음씩 조심스레 다가갔다.


눈앞의 발키리가 얀데레 쪽 계열임을 확신한 사령관이 모종의 도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이 통한다면 무사히 이 난관을 넘길 것이고 오히려 잠들어 있던 성격을 부추는 독이 되어버리면 결코 곱게 끝나지 않으리라.



'리제같은 케이스이길 바라야지.'



눈앞까지 다가와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령관의 비장해 보이는 기세에 그녀는 순간 움츠렸다.


하지만 이내 자신 앞에 우뚝 선 사령관을 향해 당당하게 말하려 했다.



"무슨 생각, 웁."



사령관이 입으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리기 전까지는.


얀데레 발키리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고 뒤에 대기하던 발키리는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서로의 혀가 얽히는 진한 키스를 하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의 주변을 잠식했던 자신을 향한 광기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두 눈을 게슴츠레 뜬 그녀는 사령관을 살짝 밀어 넘어뜨리고 뭉툭 튀어나온 고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맛을 다셨다.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본 발키리는 이성의 끈이 뚜둑하고 끊어지는 걸 느꼈다.


사령관의 신변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사령관의 위에 올라탄 발키리를 향해 내려놓았던 총구를 다시 들어 올렸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친 채 자신을 넘어뜨린 그녀를 조준하고 있는 발키리를 본 사령관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


자신이 벌집이 될 뻔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얀데레 발키리는 헤헤 웃으며 사령관의 바지에 손댔다.



"사령관님이 먼저 유혹하셨으니 더는 참지 않을 거예요!"


'이런 그쪽이었냐!'



사령관의 바지를 힘차게 내린 발키리를 보며 그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의 발키리를 어떻게 말릴지에 대해 그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사령관의 물건을 본 얀데레 발키리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아무런 미동도 없는 그녀의 몸과는 다르게 그녀의 얼굴은 가을단풍잎처럼 점차 빨갛게 물들었다.


건드리면 터질 듯이 부푼 얼굴을 한 발키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해롱해롱하게 뜬 상태로 기절했다.


그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령관이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일어서자

뒤에서 노심초사하던 발키리가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쓰러진 발키리와 사령관을 쳐다보고 질문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운이 좋았을 뿐이야. 자칫 잘못했다간 상황이 악화 되었겠지."



저 발키리가 최근에 분열된 인격이라서, 리제같이 순진한 상태여서 먹힌 도박이었다.


키스에서 끝나지 않아 섹스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자신의 물건을 본 것만으로 그녀는 뻗고 말았다.


그렇게 행동불능에 빠진 발키리를 보며 사령관은 이 상태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이 그저 기우였는지, 그녀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여기저기 묻혀 있던 피와 피투성이의 얼룩은 온데간데없이 지워졌고 전신이 투명하게 물들었다.


몸 여기저기가 총 맞은 유리창처럼 균열이 일어나 쩍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펑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흩어진 조각들이 무질서하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거리를 두고 마구잡이로 날뛰던 조각들은 이내 무언가에 이끌리듯 발키리를 향해 날아갔다.


발키리 앞에서 멈춰선 조각들은 질서정연하게 그녀의 주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상식을 뛰어넘는 광경에 발키리는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불행히도 조각에 가려져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주위를 돌고 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그녀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기억에 발키리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러나 그녀는 눈에 보이는 이 장면들이 사령관에게 집착했던 피투성이 발키리의 기억임을 깨달았다.


그 상황을 알 수 없던 사령관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발키리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의 느낌상 지금 그녀를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아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마지막 기억의 조각까지 흡수한 발키리는 이제는 주인 없이 홀로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단도 앞에 살짝 앉아 감사를 표했다.



"당신의 마음은 이제 제가 이어나갈게요. 용기를 불어넣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일어나 자신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령관 앞에 섰다.


모든 이를 편견 없이 바라봐주고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사랑을 나눠주고

자신이 사랑하는 그를 향해 평상시에 담아놨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사령관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활짝 웃는 그녀의 표정에서 일이 잘 마무리되었음을 사령관은 느꼈다.


사령관 또한 그녀를 소홀히 대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



"…침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쪽!


생뚱맞다고 볼 수 있는 그의 대답과 갑작스러운 볼 뽀뽀에 발키리가 항의하듯 뚱한 표정을 짓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으나


그것도 잠시 푸 하고 터진 웃음에 사령관도 참지 않고 웃음소리를 냈다.


서로 마주 보며 하하 호호 웃는 한 쌍의 남녀를 뒤로 꿈의 세계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홀로 남아있던 누군가의 붉은 단도는 세상과 함께 작은 조각으로 깨져 흩어졌다 



-


-



발키리의 꿈을 무사히 끝낸 사령관이 꿈속을 연결하는 통로를 통해 세 번째 꿈에 진입하려고 할 때였다.


현실에서 보내는 연락 신호에 사령관은 행동을 멈추고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목소리가 들려오리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사령관의 앞에 아르망의 형상을 한 홀로그램이 팟 하고 나타났다.


사령관이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려 했으나 아르망이 먼저 선수를 쳤다.


 

"참모진 몰래 하셨던 꿈 여행은 어떠셨습니까? 폐.하."


"저 아르망 혹시 ㅎ…"


"화.난.것.처.럼 보.이.십.니.까?"


"……"



자신이 하려는 말을 끊고 역으로 질문하는 아르망에게서 사령관은 그녀가 지금 단단히 화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분명 실체 없는 홀로그램 임에도 불구하고 아르망의 주변에서 혹한기에나 느낄 법한 매서운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던가.


그 속담을 직접 느낀 사령관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 내렸다.



"사과, 하셔야죠?"


"…정말 미안해."



사령관이 고개 숙여 사과하자 아르망은 이내 기세를 거두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다른 변명은 하지 않으셨으니 나머지 설교는 현실에서 마저 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유독 사과를 많이 하는 사령관이었다.


사소한 소란이 지나간 이후… 사령관은 겪은 일을 토대로, 아르망은 자신의 분석능력을 통해 얻은 정보를 서로 교환했다.


그런데 그녀가 말해주는 믿기 힘든 정보에 사령관이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나이트매어의 에너지 반응이 사라졌다고?"


"다는 아닙니다. 에너지가 감지되지 않는 이는 발할라의 레오나 대장, 발키리 양, 유미 양 이렇게 셋입니다.


티아멧 양 에게선 평상시보다 적은 양이, 리리스 경호대장과 리앤 양 둘에게선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지금 따로 마련한 수면실에서 자고 있는 여섯 명의 공통점 중 하나가

그들에게서 극소량이지만 나이트매어의 에너지가 흘러나온다는 것이었다.


악몽을 꾸는 것이 이 현상과 관련 있다 생각한 사령관이 에너지 분석을 요청했고

그것을 위해 그녀들을 한 방에 따로 모아두고 재우게 한 것이다.


그런데 아르망의 말에 따르면 지금 에너지가 조금씩 흘러나오던 여섯 명 중 세 명은 더이상 에너지를 뿜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녀들을 괴롭게 하는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사령관은 안도했으나,


한편으로는 아직 꿈에 들르지 않은 이들의 꿈에서 무슨 일이 있길래 바뀌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아르망에게 물어보았으나 아르망도 그 부분에 관해선 수집된 정보가 부족해 판단을 내릴 수 없다 하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폐하가 레오나 대장의 꿈에 들어간 직후 발키리 양의 꿈속에 있던 에너지의 반응이 사라졌고,

 제가 폐하에게 무전을 보냈을 때 유미 양의 꿈속에 있던 에너지의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알아낸 정보입니다."


"…티아멧 에게서 나오는 에너지가 적어지고 있다는 건?"


"말 그대로, 티아멧 양이 꿈속의 나이트매어를 상대로 우세를 점하고 있어서 그런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상외의 전개에 사령관의 머리가 지끈해졌다.


하지만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게 분명함에 의의를 둔 사령관은 머릿속에서 날뛰는 잡생각을 정리했다.


이 이상의 정보를 얻기 위해선 다음 꿈속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사령관은 아르망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고마워 아르망. 좀 이따 봐."


"…조심하세요, 폐하."



다음 꿈의 세계로 들어가는 사령관을 지켜본 아르망의 형상이 팟 하고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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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꿈속으로 들어온 사령관에게 펼쳐진 광경은 발키리의 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폐허를 방불케 하는 연구실이었다. 


산산조각이 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인 유리관,

반으로 갈라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강철 문,

무언가의 충격으로 움푹 파인 바닥

그리고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깜빡이는 전등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충분했다.


겉보기에는 망가진 연구실처럼 보였지만 사령관은 낯설지 않은 구조에 지난 일을 떠올렸다.



'요정마을에서 봤던 연구실이랑 구조가 비슷해 보이는데…'



누구의 꿈인지 함부로 판단할 수 없기에, 사령관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종이들을 주워다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암호화가 되어 있었는지  간신히 단어만 식별 할 수 있는 종이만으로 정보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석구석 뒤져 보았음에도 별다른 정보가 없자 사령관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답이 없네…바깥으로 나가야 하나?" 



이 방에서 더는 얻을 정보가 없다고 판단한 사령관은 유일한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방 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환하게 빛나고 있는 복도가 그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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