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기 전:


본 작품은 라스트 오리진의 설정을 베이스로 쓴 팬픽이며, 작가의 재해석 및 묘사로 인해 공식 설정하고 다른 부분이 존재 할수 있으니 읽는데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림출처: AlaskaPhotoGraphic


 그것은 단순한 변덕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미쳐버린 건가 기어코…

나의 팔에 감싸진 체 품 속에 있던 소녀의 떨림은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발밑에는 총을 든 체 쓰러져 있는 나와 비슷한 군복의 남성이 이마와 입에 시뻘건 피를 흐르면서 눈에 무력하게 쌓여져 가고 있었고.


확실히 사망했다는 것은 확인한 뒤 품 속에 있던 작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바다와 같은 진한 푸른색의 머릿결은 눈바람에 계속 흔들리고 있었고, 초록색 눈동자를 비롯해 전신의 떨림은 곧 그녀는 공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초등학교 갓 입학한 애들 같은 키 덕분인지 유괴범에게 납치당한 어린아이가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듯.


내가 무슨 악당도 아니고.. 쯧.. 아니 뭐 얘네들 입장으로는 악당 맞나…


주변에 눈 밟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면서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발밑에 쓰러진 남성의 이마에 시원한 구멍을 내버린 권총을 한 손에 들면서.


하늘 위에는 다수의 샌드 걸 아가씨들이 친히 납시었고, 마치 내 총알을 막으려는 듯 지금 내 품 속에 있던 소녀의 나이 또래로 보이는 애가 자신의 키만 한 거대 방패를 들고 나타나지 않나, 그것도 모자라 님프 대다수들도 나타났고.


자 경배하라. 이들은 그대들의 영혼까지 얼어붙게 만들 극지방의 수호자이자 위대한 전사들이 모인다는 발할라의 용사들이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다. 이들은 오딘이 선택한 위대한 전사들이니 예의 갖추는 것을 잊지 말도록.


마치 내가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아예 벌집으로 만들겠다는 듯 각자의 무기들로 나를 겨냥했다. 정확히는 순수히 항복해라에 가깝겠지만. 진짜로 쐈다가는 내 품 안에 있는 소녀까지 피해를 입게 될 테니 뭐.


그들의 요구대로 천천히 손에 든 권총을 땅에 내려놓으니 님프 한 명이 다가와 총을 겨누길래 그대로 양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푸른 머리카락의 소녀가 내 팔에서 떨어지니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온기 또한 천천히 사라져갔고.



끝내주는구먼. 추워 뒤지겠는데.




 독방에 갇힌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남자는 알 수가 없었다. 일주일? 한 달? 병사는 양손에 여전히 차가운 수갑이 채워진 체 벽에 기대어 또 옥-이슬 한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체 눈을 감았다. 이곳에서의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것은 고작 철창이 달려진 작은 창문뿐. 그래보았자 낮인가 밤인가를 알려줄 뿐이지만. 하늘색이 오렌지 색인 거 보니 서서히 저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끼익...


무거운 쇳소리와 함께 작은 발자국 또한 들려오는 시간 또한 다가왔다는 것을.


"식사 시간이에요."


익숙한 소녀의 목소리로 인해 아까까지만 해도 감고 있던 병사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허리까지 내려온 푸른색의 머리카락이 아래로 향하면서 식사를 놓는 소녀. 병사는 지친 눈에 보인 식사들은 빵 하나에 수프 한 그릇 그리고 사과 한 개 밖에 없었다.


"오늘도 빵 쪼가리에 사과니? 끝내주는 식사 대접일세..."

"포로이시면서 불평불만 많으시네요."


병사의 투정에 소녀는 머리를 뒤로 넘긴 뒤 초록색 눈동자로 병사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가리켰다.


"원래는 포로에게는 이런 대접도 안 해주지만 아저씨에게는 특별히 잘해주는 거라고요. 포로들 중 이렇게 수프까지 받는 사람은 아저씨밖에 없는걸요."

"다른 건 제쳐두더라고 수갑 채운 체 수프 먹는 건 좀 힘들잖아. 수저라도 줘야지 꼬마 아가씨."

"그것도 안돼요. 그걸로 땅굴을 팔지 누가 알아요. 그리고 저는 꼬마가 아니라 안드바리라고 했잖아요."

"그래그래 안드바리 아가씨."


안드바리라고 말하는 소녀는 꼬마라는 단어가 영 마음에 안 들었는지 힐끗 노려보았다. 저 나이 대 소녀들은 자신을 꼬마 취급하는 것을 싫어하긴 하지만... 쟤는 단순한 소녀가 아니긴 했다.

바이오 로이드 안드바리. 상관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에서 군수 지원을 맡는 모델이라 하였다. 비록 무장이라고는 권총 하나라서 전투력은 다른 자매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발견하자마자 즉시 생포 및 사살하라고 하신다.


이런 혹독한 극지방에서 안드바리의 부제는 군수물자 보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요 상대의 부대에 대 혼란을 가져다 오게 하는 거와 같은 것인지라. 다시 말하자면 저 꼬마 아가씨는 작지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셈이지.


"... 그때 왜..."


한참 빵을 먹는 모습을 보던 안드바리는 서있는 것이 조금 지쳤는지 쪼그리고 앉은 체 짧은 수염으로 뒤덮여진 병사에게 들릴 듯 말 듯 한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때 왜 저를 구해주셨나요?"


열심히 빵을 뜯어 먹던 도중 안드바리의 질문에 수갑으로 채워진 체 빵이 들어진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피로함으로 가득 찬 눈으로.


"아저씨에게서 한번 직접 듣고 싶었어요. 아저씨 부대의 인간분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총으로 쏴 죽일 거라고 언니들이 신신당부했는데 아저씨는 반대로 저를 구해주었어요. 우리는 원래 적이 아니었나요?"

"알고 싶어 아가씨?"


간단한 예의라도 차리려는 듯 이번에는 꼬마라는 단어 빼고 아가씨라고 말하면서 수갑이 채워진 손으로 빵 조각 하나 뜯어먹는 남자. 안드바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는 입에 서리가 담배 피우듯 나올 정도로 한숨 길게 내뿜었다.


"들으면 좀 후회할 텐데?"

"후회할 거라고요?"

"그래 후회. 단어 그대로 후회."


후회라는 단어는 분명히 잘못을 크게 저질러서 뉘우친다고 사전에서 봤는데? 듣는 것만으로 거대한 잘못이라는 건가? 원래 같으면은 이쯤에서 질문을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안드바리는 반대로 궁금증이 더 커지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후회라는 단어까지 쓰시는 것이지?


"이유를 말하자면 말이지."


남자는 말이 끝나면서 빵을 한입 더 먹으려다가 이내 마음이 바뀌었는지 다시 접시에 놓았다. 그릇에 담긴 수프는 차갑게 식었다는 듯 더 이상 김 또한 올라오지 않았고. 안드바리는 쪼그리면서 남자의 대답이 기다려졌고.


"나도 모르겠어."

"....... 네?"


잠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라고 소녀는 속으로 말했다. 들으면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해서 뭔가 정말 대단하고 거창한 대답을 기다렸는데 모르겠다니?


"나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 단순한 변덕인지 아니면 내가 미친 건지. 그냥 내 몸이 맘대로 움직여서 갇힌 너를 구해주고 그런 거야."

"단순히... 그건가요? 마음대로 움직여서요?"

"그런 거야. 내 몸이 나한테 철창을 부시면서까지 구해주라고 말한 거라고. 그거 외에는 난 몰라."


안드바리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녀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단어들이 씌어 있다는 것을 병사는 알 수 있었다. 그 단어들을 몇 가지를 나열해 보자면...


그게 뭐예요?

아저씨 저랑 장난치시나요?

다 큰 어른이 어린애에게 뭐 하는 것인가요?


"난 분명히 말했어."


소녀의 반응이 은근히 귀여웠다. 표정 하고 반응은 말 그대로 동네에 돌아다니는 평범한 여자아이 그 자체였다. 짓궂은 장난을 치더니 금세 토라 해져버리는 그런?


"들으면은 분명히 후회할 거라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창한 내용이 아니고 말 그대로 나도 이유를 모르는? 그런 거니까."

"그게 들으면은 후회되는 답인가요?"

"아마도?"


대답이 끝난 뒤 손을 꼭 모은 체 마치 맹금이 먹이를 노려보듯 병사를 바라보던 안드바리. 누가 보면은 참 괘씸한 장면이었는데, 포로 주제에 심문하러 온 사람에게 감히 재미없는 농담이나 해대고 있으니 말이다. 자칫했다가는 총살 당해도 할 말이 없긴 했다.


"... 뭐 정확히는."


농담은 이 정도까지 해야겠구만 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천장을 바라보는 남자.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침묵을 지키려는 듯. 생각에 빠진 듯.


"너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됐으니까."

"그게 무슨?"

"너를 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되었으니까. 그대로 뒀다가는 두 번 다시 되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할거 같아서야. 그래서 너를 어떻게든 구하려고 했어."


뜬금없는 대답에 혹시 이번에도 자신을 가지고 논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투를 비롯해 그에게서 나오는 분위기 또한 바뀌면서 곧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랄까... 아까부터 아저씨가 언급한 후회? 그런 분위기?


"아저씨 지금 혹시 후회하시는 건가요?"

"많이. 끝내주도록 매우 많이."


소녀의 질문에 남자는 짧게 대답하면서 수갑이 채워진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니요? 그리고 후회라고요?


안드바리는 속으로 여러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캐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해서 마음속에서 나오려는 말을 그대로 꾹 눌러버렸다. 이 이상 더 물어봤다가는 더 이상 대화가 안될 거 같아서 였고.










그리고 소녀가 남자에게 가지고 있던 의문들은 후에 가서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맨 마지막... 아주 맨 마지막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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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Xatra 입니다. 한번 안드바리를 주역으로 한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서 안쓰다가 최근들어 생각이 나서 후다닥 쓰네요. 공식 카페에 올리다가 여기 아카라이브도 생각나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타 및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