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뻗은 정오의 태양이 관목만이 듬성듬성한 대지를 비춘다.

인류 멸망후,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흙먼지 쌓인 도로.

사막의 뱀 한마리가 도로 위를 기어가다가 멈춘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진동이 온다. 

뱀은 쉿쉿거리며 진동이 오는 방향을 보았-

터졌다.


"날 기억해에~!"


운전대를 잡은체 폭주하고 있는 긴 장발의 미녀는 정신이 나간듯 소리를 지른다.


"야, 야! 속도좀 줄여 워울프!"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맨체 정신없이 소리지르는 워울프를 보며 후회의 비명을 지르는 한 남자가 탄 차는 시속 200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멸망전에도 사람들이 그리 자주 지나지 않는 길이라 장애물은 없을 것이지만, 이 속도로 달리다가는 엔진이 망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사령관이 잘못한거야! 캐딜락 2060년 타입을 가지고 아메리카 서부로 나랑 드라이브 가자고 한 사령관이 나쁜거야! 나 오늘 발할라로 간다아!"


"넌 발할라 소속 아니잖아!"


"사령관, 영화 못봤어? 발할라는 사막을 열심히 달리다보면 가는 거라고!"


"그건 또 뭔 영화인데에에!"


"있어! 그런거!"


빠른속도로 다가왔다 멀어지는 녹슨 표지판에 적혀있던 'Welcome to West Virgninia'란 글자를 이 두 남녀가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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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내려앉아 오후의 열기를 식힐 무렵, 두 남녀는 작은 무덤 위에 서 있다. 워울프는 모자를 벗었고, 사령관은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렇게 1분. 고개를 다시 든 사령관과 워울프는 하룻밤을 보낼 준비를 한다. 모닥불을 피우고, 잡아온 도마뱀을 굽고, 텐트를 친다. 워울프는 사령관에게 위스키를 권한다. 보통 같으면 사령관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꺼리는 워울프였지만, 오늘은 술의 씁쓸함을 마시는 날. 사령관은 조용히 위스키 병을 받아 한 모금 마신다. 달이 차오르고, 저 멀리서 코요테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고 보니 사령관, 왜 나랑 오자고 한거야?"


"그게, 엘리랑 어울려서?"


"그 꼬맹이가 나랑? 너무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엘리가 불렀던 노래에 어울리는 주인공이 너라 생각해서야."


"엘리가? 난 클래식이랑 거리가 먼 여자인데?"


"아, 엘리 취향이 의외로 클래식은 아니였거든. 약간 서부영화에 어울리는 노래였지."


"오~ 그 꼬맹이 보는 눈이 있었는데?"


"그래, 그랬지. 내가 지금 듣기에도 좋았으니까. 아, 들어볼래?"


"좋아. 어디 한 번 들어볼까?"


경쾌한 기타음과 함깨 시작되는 잔잔한 멜로디.


Almost Heaven~ West Virgnia~♪


"오! 이거 알아! 영화에서 몇 번 들어봤어!"


"그렇지? 엘리도 이 노래를 좋아했었지."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


"가 본적은 없지만....고향을 가고 싶단 소박한 마음이 떠올라서 좋다고 했지."


"음...그래, 바이오로이들에게도 그런게 있긴 하지. 가 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 내 마음의 고향인것 같은 곳. 나 같은 경우에는 그걸 영화에서 찾았지만 말이야."


"바이오로이드라도, 전쟁을 버티긴 힘들었나봐. 그때마다 이 노래를 떠올렸데. 언젠가 다 모든 싸움이 끝나면 나랑 웨스트 버지니아에 가고싶다고."


"사령관....."


"엘리는 마지막에 이 노래를 불렀어. 일부러 과장되게 춤도 췄지. 그 작은 우산 안에서 말이야. 그래도 한 소절은 다 부르더라고. 다행이였어. 그렇게라도 기억할 수 있어서."


워울프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져 사령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언젠가 나랑 함께 차를 타고 웨스트 버지니아를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조금 늦었네."


"한 잔, 더할래?"


"그래. 더 하자."


모닥불은 연기를 뱉었고, 연기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갔다.

천국과도 같다고 노래하던 이 곳은, 작은 소녀에게 천국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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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인게임 모션이나 스킬들 보면 킹스맨 떠오르는데, 킹스맨에 폭탄 해체하면 역시 이 장면이라 생각해서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