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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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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적응 -1- 

두번째 인간의 적응 -2- (ㅈ간 주의)

두번째 인간의 적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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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적응 -8-










생존개체.


멸망이후 현재까지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를 뜻한다.


두 번째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 라비아타.


등대지기였던 lrl.


광산에서 발견된 더치걸


앵거 오브 호드의 지휘관인 칸.


그중 lrl은 100년 등대에 혼자 고립되어 있으면서 다른 개체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듯 생존개체 중 일부는 오랜 시간동안 여러 환경을 거치면서 원래의 성격이 마모되거나 눈에 띄게 변화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들이 그런 경우다.

 

새하얀 머리칼에 목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프로스트 레프리콘.

 

얼굴하관을 가리는 소형 방독면을 쓰고 있는 노움

 

침대에 걸터앉아 병째로 술을 들이키는 이프리트.

 

먼저 만났던 경박한 단발 레프리콘과 눈에 흉터가 있는 장발 브라우니도 그렇듯이 모두 원래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듯 보였다.



 

이프리트는 나의 등장에도 아랑곳 않고 술을 마셨고 


남은 두 명 역시 관심조차 없어보였다.


레프리콘은 자기네들을 소개시켜주려고 나를 데리고 왔다고 상황을 설명했고.


문을 닫고 내가 앉을 의자를 가져온 브라우니는 이프리트에게 태클을 걸었다.

 

‘그나저나 상사님 일과시간에 병나발을 불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조까 씹년아 꼬우면 영창 보내던가.’

 

나는 안중에도 없이 매콤하게 응수하는 이프리트

 

‘아니 상사님만 입이고 우리 입은 주둥입니까! 저도 한 모금 주십쇼!’

 

그 와중에 한입만을 시도하는 레프리콘.

 

‘으응 방금 그게 막타였어~ 이제 없어~’

 

술병을 뒤집어 탈탈 털어 보이며 레프리콘을 놀리는 이프리트


그런 그들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책을 읽고 있는 프로스트 레프리콘.


힐끗 쳐다보다가 다시 방독면을 점검하는 노움.



 

나는 이 생활관에 온지 1분 만에 후회했다.


혼란하다 혼란해 아무래도 괜히 온다고 한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제지 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짬도 찰만큼 찬 인원들이라 내가 말해봤자 듣지 않을 거다.


후회하고 있던 찰나 브라우니가 한술 더 떴다.

 

‘거짓말 하지 마십쇼. 저번 탐사 때 한 병 꼬불쳐 두는 거 다 봤슴다.’

 

‘와 그걸 봤네? 영악한 년.’

 

이프리트는 투덜대며 자신의 박격포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어? 저거 설마 그건가?


이프리트가 이게 뭔지 아냐고 물었다.


대충 비싸보여서 가져왔고, 술은 맞는 것 같은 데 뭔지는 자세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저것이 뭔지 안다.


나도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마신 다음날의 숙취가 없다는 전설의 술.


마신 다음날을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의 술.

 

캪틴큐다.




이프리트는 전설의 술이라는 말에 대박을 터뜨렸다며 기뻐했고

 

레프리콘과 브라우니는 당장 한입 내놓으라고 난리를 쳤다.

 

노움은 그들을 병신 보듯 보고 있었고 프로스트 레프리콘은 내심 개대되는 눈빛 이었다.

 

그 기대를 부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정말 전설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전설이라는 거다.


다음날의 숙취가 없다는 것은 그 다다음날에야 겨우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주정에 럼향 합성착향료를 넣어 만든 싸구려 술,


말 그대로 유사 양주이자 럼 조무사이다.


마시고 나면 손가락 개수 먼저 세어 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독한 술이기도 하다.

 

내말에 프로스트 레프리콘과 노움은 흥미가 떨어졌는지 각자 하던 일을 마저 했고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은 그래도 술은 술이니 당장 따자고 했다.


제기랄 정말 괜히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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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씹련들아 그 대신 부사령관도 마셔. 공범 만들어야지 안 그래?


앉어 앉어 어디가지 말고. 


우리소개 해달라며? 그건 듣고 가야지.


술 한잔 마시면 그때 해줄게.


옳지 그래 됐어. 이제 우리 공범인거다?


옆에 두 년은 벌써 안면 텄지? 깔끔하게 생략하고.


저쪽에 새하얀 년은 프로스트 레프리콘, 우리는 그냥 눈레후로 불러. 


저년이 모가지에 구멍 뚫렸던 거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가리를 잘 안 열어.


그 점 양해해 주고.

 

저거는 노움. 저년도 독가스에 안 좋은 추억이 좀 있어서 밥 먹을 때 빼고는 방독면을 달고 살아.


잘 때도 끼고 자니까 말 다했지 뭐.


그리고 나는 이프리트. 보시다시피 알콜중독이야.


자 그럼 소개도 대충 끝났으니 한잔씩 하자고.

 

 


크~ 염병! 독하구만~

 

그나저나 술을 마실때에는 그럴듯한 썰이 있어야지

 

부사령관은 멸망전쟁은 잘 모르지?

 

그때 썰을 풀어줄게

 

어디보자~ 그때가 언제였더라? 

 

연도는 모르겠고 내가 상꺽쯤 됐을 때 발할라랑 협동작전을 했는데


산속에 철충무리를 소탕하는 임무였어.


원래 산악지형은 철충놈들 조지기가 힘든데 


셀주크들 포격에 포트리스 끼고 싸우니까 할 만하더라고? 


그렇게 얼추 밀어내고 진지보수중이였는데 그때 일이 터진거야.


발할라 쪽 정찰대가 정찰을 갔다가 왔는데 상황이 심각해. 


철충들이 오질나게 밀려오고 있데.


알고 보니 아까 밀어낸 철충놈 들이 선발대 비스무리한 거였나 봐


조금 보내서 돌아가는 상황 알아보고 본대가 밀고 들어오는 거였지.


대충 아까 밀어낸 놈들보다 5배정도는 많다는데 이거 우리 쪽에서는 감당할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후퇴를 하려고 했는데 이놈들 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빨라서


누군가는 남아서 시간을 벌어야 했지.


발할라랑 우리 쪽에서 부대하나씩 뽑아서 남겼는데 운이 나쁜건지 좋은건지 그중에 나도 있었어


아무튼 본대는 후퇴하고 남은 우리는 필사적으로 시간을 벌었지


브라우니랑 레프리콘들은 포트리스 뒤에서 총을 쏴 갈겼고 샌드걸은 공중에서 엄호사격하고 그렘린들은 포를 쏴대느라 과열된 셀주크에 붙어서 뚝딱뚝딱 거리고 있었지 


한 반쯤 뒤졌나? 본대에서 ok사인 떨어지고 남은 우리한테도 후퇴지시가 내려졌어


근데 그냥 후퇴하기에는 적이 너무 많아서 각자 산개해서 흩어지고 랑데부 포인트에서 모이기로 했지.


당시 우리지휘관이던 마리 7호는 뒤져도 여기서 뒤질거라고 악을 쓰면서 버텼는데 보다 못한 레드후드하나가 자기 기관전차에 억지로 집어넣고 후퇴 시키더라


나는 가지고 다니던 박격포도 집어던지고 뒤로 돌아 냅다 뛰었지


나뭇가지에 몸이 긁혀도 돌부리가 발이 채여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뛰었어


그렇게 정신없이 뛰다보니 주위가 고요하더라.


이젠 살았구나 싶었지


그렇게 혼자 랑데부 포인트로 가는 길에 생존자도 몇 명 만났어


브라우니 셋에 레프리콘이랑 노움 각각 둘씩, 중사계급장 달고 있는 실키 하나랑


발할라에 베라랑 님프 한명씩


그리고 다리 한 짝 병신 된 프로스트 레프리콘 하나랑 배 뚫려서 다 뒤져가는 샌드걸 하나. 


아마 그 때 나포함해서 생존자는 이게 전부였을 거야.


우리 중에 그나마 계급 제일 높은 실키한테 분대장하라고 하고 사주경계하면서 랑데부 포인트로 가는데 가던 길에 철충 잔당을 만나 버린거야.


교전 끝에 님프랑 노움 한 명이 전사했고, 뒤져가던 샌드걸도 과다출혈로 죽었어.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었어. 


본대도 후발대도 없고 있는 거라고는 그 뭐야 그 씹새 이름이 뭐더라? 


그 벌크업한 이족보행 장구벌레 주제에 레이저 쏘는 놈.


그래 스토커! 맞아 맞아 거기에 그놈이 네 마리 있더라. 본대도 후발대도 전부 그 놈들 한테 전멸한 거야


그때 정신 놓을 뻔 했지 다 뒤지고 우리만 남았는데 눈앞에는 규격외의 철충만 있었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는 살아보겠다고 정신줄 부여잡고 은폐 엄폐하가며 거기를 이탈했지


정신없이 뛰고 걷고, 해가 지고 나서야 겨우 안전해 보이는 시가지로 들어섰어.


그나마 멀쩡한 건물에 들어가서 주저앉으니까 그제야 실감이 나더라.


진짜 ㅈ됬구나, 본대는 전멸했고 타 부대와 연락할 수단도 없고 완전히 고립 되어 버린 거지


현재도 조졌는데 미래까지 없어.


싯팔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하고 불침번 짜고 쉬었지


자고 일어나니까 한명이 없더라? 마지막 불침번이었던 베라가 없어진거야. 


남은 사람들이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구석에서 뒤져있더라.


자살한거야. 


근처에 대충 묻어 주는데 마음이 착잡하더라


나도 따라 죽을까 생각도 했지만 관뒀어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목숨 하나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내손으로 버리려니 아주 ㅈ같기 그지없더라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겠다고 다짐했지.


그 뒤로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거기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여기 다섯이 전부야. 


이런저런 이유로 한명씩 뒤졌지.


실키 그 병신 같은 년... 그때 나 살리겠다고 나대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 자리에 나 대신 그년이 있었을 건데.... 


실키 그년만 생각하면 술을 안 마실 수 가 없어.... 후.....


살아있는 우리들도 그냥 살아남은 건 아니야 


팔다리 하나씩은 기본으로 날려먹고


저 뺀질거리는 브라우니 년은 깝죽대다가 한쪽 눈깔도 날려먹고 몸이 성한 날이 없었지.


뭐? 지금은 멀쩡해 보인다고? 


에라이 싯팔 여기 어깨랑 종아리에 절취선 보여?


이년들 다 한 두개씩은 가지고 있어. 


원래는 외골격 주워다가 대충 땜빵치던거 오르카와서 수복캡슐인가 뭔가 하는 그걸로 재생시킨거야 저년 눈깔도 마찬가지고


아무튼 살아남으려고 악으로 깡으로 버텨서 여기까지 왔어


옛날생각 하면 아찔하지만 지금 살아있다는게 중요하지.




후.... 그나저나 몇 잔 안마셨는데 벌써 취기가 오르는 것 같네


뭐? ㅈ만하니까 그런거라고? 레후 니년은 더 마시지마! 


눈레후 너는 그만 쳐 마셔!! 안 본새에 지 혼자 다 처먹고 있네.


노움이 미친년아 수통에 담지마! 그걸 또 빼돌리려고 하냐?


어이 브! 대충 준비 됐냐? 오케이 확인.



 

자 그럼 부사령관이랑 술 파티는 접어두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응?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부사령관. 있잖아...


우리가 그 멸망 전 생존개체라 오래살기는 했는데


실전경험은 한 번도 없거든?


사령관은 경쟁자가 많아서 좀 힘들고,


욕구는 계속 쌓여가고


무슨 말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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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나는 술기운이 싹 날아갔다.


느낌이 이상하다. 


목 언저리가 싸해지는 것이 예감이 좋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눈빛이 바뀌었다.


술에 취해 흐리멍텅한 눈은 온데간데없고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 같은 눈빛들이 나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제기랄 함정이었나?


언제부터였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일단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제압해야하나?


상대는 다섯. 


수에서부터 밀린다.


내가 강화인간이기는 하지만, 저쪽도 만만치 않다.


싸우면 진다.


도망쳐야한다.



 

판단이 끝나자마자 나는 벌떡 일어나서 문을 향해 뛰었다.


100년 넘게 쌓인 욕망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다섯이나 있다.


나는 감당할 수 없다.


사령관이면 몰라도 나는 불가능하다.


말라 비틀어 질 때까지 쥐어 짜일 것이 분명하다.




나는 재빨리 문으로 달려가 열림 버튼을 연타했다.


제길 잠겼다! 카드키! 부사령관의 권한이 담긴 카드키라면...!!


잠깐! 뭐지? 없어! 왜 없지? 분명히 가지고 있었는데 분명?


뒤를 돌아보자 내 카드키를 흔들고 있는 브라우니가 보였다.


젠장 어느 틈에 빼돌렸지?


ㅈ됬다....



 

나는 반쯤 포기한 채로 문 앞에 주저앉았다.


욕망에 굶주린 다섯 마리의 맹수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어.... 살살 부탁합니다....



 

다음날 탈론허브에 ‘부사령관 전격데뷔!!! - 첫판부터 광란의 6P?' 가 업로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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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황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