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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이리도 불쾌하고 역겨울 수가 ..."


요충지 확보를 위한 부대 편성을 마친 사령관은 할로윈 파크 패닉이라 쓰여진 기록을 열람하며 충격과 불쾌함에 몸을 떨고 있었다 . 정확하겐 그 기록에 있는 멸망 전 테마파크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그것이 멸망 전 인류에겐 흔한 오락거리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다른 기록을 통해 알아내면서 느끼는 감정이었다 .


"아무리 종말의 때라고 한들 ... 이 역겨운 장소가 있는 마을 전체가 카오스에 오염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 어떻게 이런 역겨운 짓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단 말인가 ...!"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차마 눈에 들어오기도 거부하고 싶을 정도의 경악 , 그리고 그 잔혹한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즐긴 인간들을 향한 모멸감과 역겨움에 사령관은 할 수만 있다면 닥터가 만드는 중인 갈 마라즈를 들고 이들의 머리통을 전부 부숴버리고 싶었다 . 이미 그곳의 인간들이 전멸해 그럴 수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 그럼에도 사령관은 자신이 이걸 봐버린 이상 무언가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콘스탄챠 ."


"무슨 일이신가요 주인님 ?"


"이 함내의 승선한 인물들 중 길잡이 역할에 능한 자가 있는가 ?"


"길잡이라면 ... 아 ! 랜서 미나 씨는 어떨까요 ? 원래 정글에서 고립된 인간님들을 구조하기 위한 역할을 맡으셨다가 라비아타 언니 의 도움으로 전투용으로 개조되셨다고 들었거든요 ."


"누구라도 좋네 . 잠깐 다녀와야 할 곳이 있으니 즉시 그녀를 데려오게 . "


사령관의 갑작스러운 외출에 잠시 놀란 콘스탄챠였으나 곧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알겠다는 대답을 끝으로 통신을 끝냈다 . 잠시후 , 탐험가 차림에 창과 방패를 든 갈색 피부의 여성이 들어와 사령관에게 물었다 .


"하늘의 창잡이 , 미나가 왔어요 . 무슨 일이신가요 사령관님 ?"


"호오 ... 랜스와 방패라 ... 그리운 무기로군 . 마치 브레토니아의 명예로운 기사를 보는 거 같구나 ."


"칭찬 감사합니다 . 사령관님 . 그런데 저를 부르신 이유는 ..."


"내가 어떤 기록을 봤는데 그 기록에 내가 이 배의 사람들을 동원해 파괴한 테마파크라는 곳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더군 . 그리고 그곳이 과거 이곳의 인간들이 온갖 추악한 악행을 저지른 곳이라는 것도 . 제국의 황제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기록이기에 내 몸소 그곳을 확인하러 갈 생각이네 ."


사령관의 말을 들은 미나는 할로윈 때 있었던 일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사정을 나중에 키르케와 더치 걸을 통해 들어서 알게 된 그녀는 사령관이 그 끔찍한 장소를 다시 찾아가는 걸 돕는 게 옳은 일인지 고민하다가 곧 사령관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그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께서 가시겠다는데 말릴 분은 없으시겠죠. 지금 당장이라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맙네. 그럼 가도록 하지."


"그런데 사령관님. 아까 말씀하신 그 브레토니아라는 곳은 어디인가요?"


"자넨 브레토니아 출신이 아닌가? 무기만 보면 브레토니아 출신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네만?"


"굳이 태어난 곳을 출신지라 한다면 전 이 오르카 호가 출신지라 할 수 있네요. 유전자 씨앗을 통해 복원되었으니까요."


"흐음...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브레토니아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만 말하자면, 그곳은 명예로운 기사들이 사는 왕국이라네. 자네처럼 랜스와 방패를 들고 훌륭한 말 위에 올라타 호수의 여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약자를 구하고 악을 몰아내는 기사들이 사는 곳이지."


"신기한 곳이네요. 그런 곳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지만..."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미나와 사령관은 오랜만에 올라온 육지의 풍경과 공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미나가 기지개를 피고 장소를 안내하는 동안 사령관은 수풀이 우거지고 폐허가 된 건물들을 보며 자신이 봤던 종말의 때와는 너무 많이 다른 풍경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뭐지? 분명 내가 기억하고 있는 종말의 때의 풍경과는 너무나도 다르군... 설마 내가 오르카 호에 있던 동안 제국이 종말의 때를 이겨낸 것인가? 허나 그렇다기엔 왜 제국의 깃발도, 다른 생존자들도 보이지 않는 것이지?'


"앗, 저기에요 사령관님. 저곳이 그 할로윈 때 사령관님이 키르케 씨의 초대를 받아 도착했던 테마파크에요. 정확히는 테마파크 였던 곳이지만요."


"이곳이 그 테마파크의 흔적이란 말이지... 좋다. 수고했네. 이제부턴 내가 혼자 가도록 하지."


"네?! 그건 안돼요! 사령관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기록에 의하면 이 테마파크 인근에 철충의 흔적은 없다고 되어있네만? 그렇다면 내가 혼자 살펴봐도 문제될 건 없을 터. 그대에게 이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진 않네. 콘스탄챠에겐 내가 말해둘테니 안심하게."


"으... 그럼 전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아무리 사령관님이 괜찮다고 했어도 다른 분들이 알았다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니까요."


사령관의 고집에 미나가 이내 포기한듯 말하자 사령관이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테마파크 안으로 들어갔다. 세월의 흐름과 철충과의 전투를 이기지 못해 거의 망가지고 폐허가 되었지만 남아 있는 몇몇 시설들을 본 사령관은 폐허가 되기 전 그곳의 호화로움과 그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인간 군상을 떠올리고 안쪽으로 계속 향했다. 그러다가 얼마나 걸었을까, 완전히 파괴된 구역 입구에 도착한 사령관은 흔히 말하는 '위령탑' 비슷한 무언가의 앞에서 생각에 잠긴 작은 체구의 소녀와 빗자루를 탄 마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네들은... 그래. 분명 키르케라는 마녀와 더치 걸이란 소녀였지."


"어머~ 사령관님? 어쩐 일이세요?"


"사령관...?"


"제국 내에 숨겨진 추악한 카오스 신도들의 소굴을 내 눈으로 보러 왔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군. 철저히 파괴된 걸 보니 만족감과 안도감이 드니까 말이야."


사령관의 소리에 키르케와 더치 걸이 서로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령관이 위령탑에 다가와 손을 대며 물었다.


"이건 위령탑인가?"


"사령관이 떠나기 전에 세우자고 해서 세웠던 거야. 자매들을 위해서..."


"...역시 그랬군."


더치 걸의 말에 씁쓸한 표정으로 위령탑을 보던 사령관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자신이 미처 몰랐던 잔학 행위로 죽어간 이들을 위해, 제국의 황제로서 마땅히 드려야 할 기도를 드리는 동안 놀란 더치 걸이 사령관을 말리려다가 조용히 말리는 키르케의 표정을 보고 멈췄다. 무릎 꿇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 무릎을 꿇어야 할 모두를 대신해 무릎을 꿇고 죽은 넋을 기리는 숭고한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키르케는 사령관이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자 물었다.


"다 되셨나요?"


"마음 같아선 철야 기도를 올리고 싶지만,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종말의 때를 살아가는 한 그럴 수는 없지. 우선은 이정도로 할까하네. 다음에 다시 와서 또 기도를 올리면 되니까."


"음~ 역시 유미 씨가 말한대로에요. 사령관님은 좋은 인간이에요. 그쵸?"


"맞아... 고마워, 사령관..."



사령관이 밖에서 키르케와 더치 걸, 랜서 미나와 함께 돌아오는 동안 모조 갈 마라즈를 완성한 닥터는 콘스탄챠에게 그것을 사령관의 방에 보내달라 부탁하고 마리와 레오나, 칸, 나이트 앤젤을 불렀다. 잠시 후 이들이 모두 도착하고 콘스탄챠까지 도착하자 닥터는 진지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다.


"다들 잘 와줬어! 이번에 내가 언니들을 부른 이유는..."


"각하의 변화에 대한 단서를 찾았기 때문... 이 아닌가?"


"맞아. 지금껏 계속 헛걸음만 했었는데 발상을 바꿔보니 간단하게 해결되더라고."


"간단하게 해결되었다니?"


"오빠가 말한 단어가 힌트가 되었지! 언니들한테도 말했을 거 아냐?"


"기사단이라던가, 선제후라던가... 확실히 멸망 전의 인간들이 썼다고는 할 수 없는 단어들이었지."


"우리 대장한테 드워프냐고 대놓고 놀려먹은 것도 있었죠. 그 단어들이 힌트가 되었다는 건 무슨 의미죠?"


나이트앤젤의 질문에 닥터가 사령관이 말한 단어들을 옛 인간들의 기록에서 검색한 흔적을 보여주며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오빠가 말한 단어가 현실에서 인간들이 썼던 단어라 생각했어. 하지만 아무리 그쪽 위주로 찾아봐도 내가 원하는 답이 안나오길래 발상을 바꿔봤지. 옛날 인간들의 문화와 창작물에서 찾아보는 거였어. 그 방법을 쓰니까 놀라울 정도로 쉽게 찾아지더라? 라이클란트, 카를 프란츠, 갈 마라즈, 마법의 바람, 지그마... 지금까지 오빠가 말했던 단어들이 모두 포함된 작품이 하나 있었어. 그게 바로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