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나랑 사귈래? 다른 여자애들과는 정말 다른 경험을 하게 해줄게."


지옥으로 전학을 온 나에게

바이콘이 말을 걸었다.


"가만 두면 다른 애들이 먼저 채갈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난 다른 애들과는 달리 모두에게 기회를 주거든! 거절할 기회를 안 주는 다른 애들과는 달라."


교실 내의 다른 애들은

모두 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보였다.


데몬은 남녀 할 것 없이 '약속했잖아. 지키셔야지? 이딴 식으로 나오면 나도 지킬 거 안 지킨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미노타우르스는 구석에서 음침하게 있다가, 자기가 챙길 것만 재빠르게 챙기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얌전히 있었다.

헬하운드는 체육시간만 되면 남자애들은 나를 데리고 강제로 축구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여자애들은 술래잡기라는 명목 하에 다시 그들을 쫓아갔다.

임프들은 내게 장난을 치고 곤란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깔깔댔다.


그리고

교실 내 유일한 바이콘인 이 여자애는

교실 내 유일한 인간인 나에게


원하지 않는 상황에 강제로 말려들게 한 적이 없었다.


유니콘이 지옥 마력을 받아들여서 강제로 변이된 이 마물녀는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기까지 했으니까.


"응, 나도 좋아."


그래서 고백을 받았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강제로 말려들게 한 적이 없는 유일한 학우였으니까.


... 아직은.




사귀고 첫 날은 키스를 했다. 달콤한 기억에 나는 행복했다.

삼일 째 되는 날에는 섹스를 했다. 어차피, 학교에서는 남들도 하고 있다고 했고, 나에게도 욕망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그리고 일주일 째 되는 날

바이콘이 물었다.


"있잖아... 나 너한테 해보고 싶은게 있어. 싫으면 안 할게. 근데, 후회 안 할 거야."


"뭔데?"


의문스럽게 묻는 내게

바이콘은 수갑과 안대를 꺼냈다.


"학교에서... 하고 싶어. 방과 후에,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그날 저녁

모두가 하교한 학교에서

나는 안대를 쓰고

수갑을 차고 의자에 묶였다.


"있잖아, 이러니까 흥분되지 않아?"


"응. 그러네. 하하하... 읍..."


웃는 내 입에 혀가 들어온다.


"진짜, 너무 흥분된다. 그렇지?"


"읍... 읍?"


키스의 느낌이 다르다.

나는 분명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는데

바이콘은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


지금 나와 키스하는 이 여자는 누구지?


"읍... 푸핫, 누... 누구야?"


"응? 누구?"


내 자지에 혀가 얽혀 왔다.

곧 이어 따뜻한 입이 내 성기를 감쌌고


바이콘녀는 내 뒤에서 웃고 있었다.


"누구 얘기하는거야? 나는 잘 모르겠는데에?"


"흣, 장난... 치지 말고... 누구.. 누구를 데려온거야...?"


"글쎄?"


그리고 다시 혀가 입 안에 들어온다.

아직 내 자지는 다른 누군가의 입 안에 있는데


내 자지를 빨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왜 여자친구는 내게 아무 말도 안 하는지


그리고

지금 키스하고 있는게 정말 내 여자친구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몸의 애무가 재개된다.


"걱정 마, 걱정 마. 우리 자기가 이성애자인 건 알고 있으니까, 여자애로 데려왔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하아앗...."


자지가 입 안에서 빠져나온 느낌이 들고

서늘한 바람이 잠깐 스친 뒤


여성의 성기 감각이 나를 덮쳤다.


"흐읏...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


"자기야. 내가 분명 말했잖아. 나는 모두에게 기회를 줘. 자기에게도 내 고백을 거절할 기회를 줬구, 인간 남자의 자지가 어떤가 궁금해 하는 여자애한테도 체험의 기회를 주는 거야."


"흐윽, 흐읏, 오늘, 하앗... 오늘 일은 얘기 안 했잔하아악..."


"후회 안 할 경험이라고 했잖아."


"흐윽... 후회 할 거 같... 같은... 데..."


"아니, 안 할 거야. 후회 안 할 때까지 박을 거거든."


여자친구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내 입을 탐했다.


성기는 계속되는 자극에 사정했지만

아직 보지에서 자지를 뽑아내는 감각도 없이

계속 살이 움직이고

애액이 튄다.


그리고, 내 여자친구는 내 유두를 손으로 긁으며


"아아, 이거 끝나면 나도 해야지~"


같은, 태평스런 소리나 하고 있었다.


나는

강한 쾌감에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수갑과 안대는 사라져 있었고

바닥은 치워져 있었다.


교실 안에는 나와

내 자지를 빨고 있는 여자친구만이 있었다.


"...어?"


"아, 일어났네?"


내 물건을 입에서 빼내며

바이콘은 밝게 웃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청소 펠라인데?"


"아니, 오늘 있었던 일 말이야!"


정신을 차리면 차릴수록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연애를 꿈꾸지 않았다.

나는 좀 더 서로를 원하는 그런 관계를 원했다.


"하지만, 널 좋아하는 다른 여자애들도 몇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걔네한테도 기회를 주고 싶더라고."


"오늘 온 애는 누구야?"


"글쎄?"


태평스레 시치미를 떼는 여자친구 앞에서

나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대체 누구냐고! 왜 이러는 거야 대체!"


"걔네들은 자기 정체 너한테 밝히기 싫댔거든."


기본적인 상식이 다르다.

대화가 맞물리지 않는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관념이

인간계와 지옥이 다른 건지


아니면 이 년이 미친 년인지 모르겠다.


"오늘 일은 이것으로 끝이야. 당장 이 일을..."


"말해? 누구에게? 그 누가 널 도와줄까? 남자들은 보나마나 여자 둘 끼고 논 널 부러워만 했을 테지 동정하진 않을 텐데?"


"...."


"그리고 여자한테 말한다? 말 한 친구가 오늘 온 애라면?"


"아니, 그치만..."


"그리고, 오늘 과연 내가 한 명만 불렀을까? 펠라 한 애와 섹스 한 애는 같은 애일까, 다른 애일까? 또 섹스 한 애 말고 관전하는 애들을 불렀을까? 그리고, 정말 학생이긴 한 걸까? 나는 모르겠네~"


능글거리며 웃는 여자친구는

순식간에 내 멱살을 잡고 밀쳐서 바닥으로 눕혔다.


그 와중에 내 등에 다른 쪽 팔을 감싸서 아프지는 않게.


"기억해둬. 난 분명 자기에게도 기회를 줬어. 고백을 거절할 기회를."




다음날부터

주변의 모두가 의식되었다.


내가 여기 온 첫날

필통을 자기 것과 바꿔치고 깔깔 웃던 저 임프녀가 어제 온 애일까?


체육복을 안 가져 왔을 때

땀 흘린 자기꺼라도 빌려줄테니까 입어도 된다고 농담하던 저 헬하운드녀일까?


학교 지리를 친절히 가르쳐주겠다고 하던 저 알라우네였을까

담배 뚫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면서 웃던 저 데몬이었을까


수업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정신은 온통 그 쪽에만 쏠려있었다.


"고민 많은 표정이네?"


바이콘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지금 누구 때문에..."


"에잇."


다시 손이 뒤로 묶인다.

그리고 나를 들쳐멘 바이콘녀는


"오늘은 저기서 해볼까~"


콧노래를 부르며

나를 교무실로 끌고 갔다.



"... 뭐야. 이거... 여기 잠겨 있었..."


"아, '선생님'에게 열쇠를 받아왔거든."


순간

교무실이 온통 어둠 속에 스며들었다.


"암흑 연막을 뿌렸어. 다른 애들이 너 섹스하는거 보고 싶지 않댔지? 이제 걱정 마. 여기 안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바이콘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락사락하는 옷 스치는 소리가 났다.

달콤한 향이 났다.


질척한 혀가 내 몸을 핥았다.

유두에 클리가 스친다.


앞을 밀어내려 하면 뒤에서 혀가 달라붙어오고

손으로 누군가를 밀어내면 다리를 유방으로 감싸온다.


"음, 음. 자 숙녀 여러분. 질서를 지켜주세요~ 오늘 내 남친을 제일 많이 보내버린 분은 다음 VIP 초대권을 드립니다!"


그리고


경쟁하듯 내게 달라붙어 오는

누군지 모를 이들의 손길에, 가슴에, 성기에


정신을 잃었다.




"정신 자주 잃네?"


깨어 보면 또

여기엔 나와 바이콘녀 뿐이다.

또 청소 펠라 중이다.


다른 누군가의 모습은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바닥에 쏟아진 서류 더미나

여자의 애액으로 보이는 웅덩이나

향수 냄새만이


내가 겪은 일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만을 일깨워줬다.


"즐거웠지? 더 즐겁게 해줄게. 다른 여자애들과는 달리, 나는 모두에게 기회를 주거든."




이젠

학교의 여자애들을 볼 때마다


어제 내 유두를 빤 여자애가 저 여자애인지

내 성기를 삽입한 여자애가 저 여자애인지

아니면 저 선생님인지 학생인지


어제 범해진 곳이 저 1층 화장실인지 2층 화장실인지

학교 열쇠는 경비원이 준 건지 선생님이 준 건지


어제 내가 사정한 체육복을 입고 있는 여자애가 저 애인지 이 애인지


학교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성적인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누구도 믿지 못하고


"안색이 안 좋네. 잠깐 보건실에 같이 갈까?"


라는 말도


정말 나를 걱정해서 데려가려는지

아니면 나를 유혹해서 끌고 가려는지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될 때

바이콘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자 여기서 질문. 과연 너는 여자애 몇명이랑 섹스를 해 봤을까요? 나랑 한 횟수보다 많을까요, 적을까요? 캬, 나처럼 헌신적인 여자친구 어디서 따로 못 구하겠네. 그치? 오늘은 어떤 여자애를 불러볼까? 이번엔 자기 취향도 고려해줄까?"




p.s. 바이콘은 이제까지 안 써봤더라고. 그래서 한번 써봄.


과거글 모음 : https://arca.live/b/monmusu/673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