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사에 있어 20세기는 가장 역동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 중 하나이다. 니콜라 부르바키(Nicolas Bourbaki)라는 수학자 단체를 필두로 수학의 추상화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수많은 결과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이다. 그러나 고도의 추상화는 동시에 수학을 현실과 분리시키기 시작하였다. 개념들의 추상화가 진행될수록, 수학은 점점 현실과 유리되어져 갔다. 

실체를 가지지 않는 다양체와 폐포가 위상공간 전체가 되는 점(point)에 대해서 논의하고,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대상들의 관계에 대해서 연구하며, 집합이 아닌 무언가가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에 대하여 탐구하는 일이 현대 수학계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추세에 불만을 가지는 수학자들 또한 나타났다. 

폰 노이만은 현실과 멀어져 형식적으로만 변해가는 순수수학의 추세에 대하여 비판하였으며, 블라디미르 아르놀드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수학은 공허한 이론일 뿐 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제 한 번 생각해보자.


실체를 가지지 않는 수학은, 아무 의미 없는 형식적인 체계에 불과한가? 


이와 관련하여 이미 수많은 논의가 수학계에서 이루어졌다.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현실로부터 수라는 개념을 직관하는 것에서 시작되었기에, 이러한 논의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수학적 대상은 반드시 그 실체가 존재해야 하며, 실체가 없는 수학은 무의미한 논리체계일 뿐 이라고 누군가는 말 할 것이다. 

수학은 현실에 종속되어서는 안되며, 현실에 묶인 수학은 물리학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다른 누군가는 말 할 것이다.

우리 또한 생각해야 한다. 실체를 가지지 않는 지금의 수학이 올바른 수학의 형태인지. 아니면 그저 무의미하고 공허한 체계일 뿐 인지. 수학이 향해야 하는 곳은 도대체 어디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