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BVTT
1
00:00:03.644 --> 00:00:06.144
들어오세요, 오빠.
2
00:00:09.725 --> 00:00:16.461
오빠가 저를 찾아 여기까지 와주시다니, 정말 기뻐요~~
3
00:00:18.185 --> 00:00:20.585
이렇게 급하게 오시다니,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4
00:00:22.109 --> 00:00:28.677
"아까 일은 미안해"라니… 전화했을 때 말씀이신가요?
5
00:00:31.051 --> 00:00:37.755
오빠… 사과하실 필요 전혀 없답니다?
6
00:00:39.063 --> 00:00:43.235
리리나는 무척 행복했거든요~~
7
00:00:44.367 --> 00:00:53.399
오빠는 여자친구랑 통화하면서도 마음은 저한테 뺏겨서… 가버리기까지 하셨잖아요~~
8
00:00:57.204 --> 00:01:04.284
그건 그렇고 오빠, 어렵게 발걸음 하셨으니 저랑 대화 좀 나누실래요?
9
00:01:06.328 --> 00:01:12.896
비록 저희 부모님들끼리 아는 사이였다고는 해도…
10
00:01:13.148 --> 00:01:21.132
저희 둘 사이는 그냥 얼굴이나 알고 인사 정도만 하던 사이라, 제대로 교류할 기회가 없었죠.
11
00:01:22.475 --> 00:01:25.521
하지만 그날부터…
12
00:01:27.581 --> 00:01:33.560
오빠, 창밖 좀 보세요… 눈이 펑펑 내려요…
13
00:01:34.727 --> 00:01:41.258
우리가 처음으로 마음이 통했던 날과 똑같네요…
14
00:01:42.911 --> 00:01:50.335
그날 아침, 저는 발레 교습소에 가려고 했어요…
15
00:01:51.121 --> 00:01:54.267
밖엔 눈이 엄청 내리고 있었지만요…
16
00:01:55.853 --> 00:02:05.589
오빠도 아시다시피, 당시 우리 집에는 저를 괴롭히는 걸 즐기던 고용인들이 몇 명 있었잖아요.
17
00:02:06.660 --> 00:02:10.609
그날따라 하필 그 사람들이 다 있었거든요.
18
00:02:11.617 --> 00:02:15.688
"아가씨, 발레 연습하러 가실 시간이에요" 라며…
19
00:02:16.679 --> 00:02:22.423
입으로는 재촉하면서도 데려다줄 준비는커녕 자기들끼리 눈 치우느라 바빴죠.
20
00:02:23.428 --> 00:02:29.668
아버님과 어머님도 그날은 평소처럼 집에 안 계셨고요.
21
00:02:31.054 --> 00:02:38.522
그냥 연습 빼먹고 쉬면 그만이었을 텐데… 저는 지기 싫다는 마음에 교습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어요.
22
00:02:43.231 --> 00:02:49.507
눈은 무릎 높이까지 쌓였고, 꽁꽁 언 발을 내디디며 필사적으로 나아갔죠…
23
00:02:49.507 --> 00:02:58.275
스커트 자락은 다 젖고 발목까지 얼음 같은 추위가 스며들 때… 제 마음도 덩달아 꽉 조여오는 것 같았어요.
24
00:02:59.893 --> 00:03:06.104
뼈저린 이 추위가 마치 제 운명처럼 느껴졌거든요.
25
00:03:07.858 --> 00:03:14.399
그리고… 정원을 지나 집 앞 계단을 내려가려던 찰나에…
26
00:03:15.671 --> 00:03:21.660
얼어붙은 바닥에 발이 미끄러져서… 그대로 넘어져 버렸어요.
27
00:03:23.773 --> 00:03:33.085
온몸이 떨리고 눈과 얼음의 냉기가 살을 찌르는데, 저는 그냥 쓰러진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죠…
28
00:03:34.637 --> 00:03:37.557
제 마음은 마치 어둠 속에 갇힌 것처럼 닫혀 있었고…
29
00:03:38.211 --> 00:03:46.058
제 목소리도 평소처럼… 너무 작아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어요…
30
00:03:47.871 --> 00:03:55.267
그때였어요… 저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다정하게 안아 일으켜주신 분은…
31
00:03:57.772 --> 00:04:05.932
옆집에 살면서 눈을 치우고 있던 오빠가 제가 넘어진 걸 보고 바로 달려와 주셨죠…
32
00:04:07.180 --> 00:04:14.996
오빠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서 제 목에 감싸주시고, 겉옷을 제 어깨에 살며시 걸쳐주셨어요…
33
00:04:16.427 --> 00:04:26.599
몸이 꽁꽁 얼어서 차가웠어야 했는데… 오빠 품에 안기니까 신기하게도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34
00:04:29.071 --> 00:04:33.227
맞아요… 오빠는 들으면 비웃으실지도 모르겠지만…
35
00:04:33.950 --> 00:04:37.263
저는 제가 존재하는 의미조차 모르고 있었거든요—
36
00:04:37.726 --> 00:04:46.200
그런데 오빠가 주신 따스함이 마치 제 생명의 등불처럼… 세상에 살아갈 이유를 가르쳐주셨어요.
37
00:04:48.057 --> 00:04:56.981
그 뒤에 저를 집으로 데려가서 몸을 녹여주시고, 옷도 갈아입혀 주시고, 따뜻한 홍차도 타주셨죠…
38
00:04:58.579 --> 00:05:04.431
그리고 저를 위해서 대신 전화를 걸어 엄청 화까지 내주셨잖아요…
39
00:05:06.879 --> 00:05:11.723
그때 제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오빠는 아시나요?
40
00:05:13.199 --> 00:05:25.121
그때 깨달았어요… 누군가에게 보호받는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뭔지…
41
00:05:27.077 --> 00:05:36.977
항상 아무도 저한테 관심이 없었는데… 오빠의 말과 행동, 표정 하나하나가—
42
00:05:37.397 --> 00:05:46.745
모든 게 제 마음 깊은 곳을 조금씩 녹여주었고… 얼어붙어 있던 제 세계를 녹여주었답니다.
43
00:05:50.265 --> 00:05:58.245
제가 너무 오래 이야기했네요, 죄송해요 오빠… 홍차 한 잔 타드릴게요.
44
00:06:01.385 --> 00:06:12.459
이 홍차의 온도는 그때 오빠가 타주셨던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제 사랑이 듬뿍 담겨있답니다… 오빠, 드셔보세요.
45
00:06:15.796 --> 00:06:22.052
그날 이후로 오빠는 저에게 참 많은 걸 가르쳐주셨어요.
46
00:06:23.979 --> 00:06:30.519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 저를 데리고 처음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주셨죠.
47
00:06:31.446 --> 00:06:35.914
레스토랑 음식들은 전부 다 맛있었고, 처음 보는 것들뿐이었어요.
48
00:06:36.655 --> 00:06:40.818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게 정말 즐겁다는 걸 알았죠.
49
00:06:42.133 --> 00:06:50.141
여름엔 햇살이 너무 뜨겁다며 도서관에 데려가 주셨고, 거기서 처음으로 만화책을 읽었어요.
50
00:05:51.321 --> 00:06:54.713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답니다.
51
00:06:56.487 --> 00:07:03.267
집 근처 가로수길을 나란히 걸었던 건 낙엽이 붉게 물들던 가을날의 일이었죠.
52
00:07:04.335 --> 00:07:11.999
오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순진했던 그때의 저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어요.
53
00:07:14.114 --> 00:07:19.962
그리고 제가 런던으로 떠나던 날, 오빠는 공항까지 배웅을 와주셨죠…
54
00:07:21.534 --> 00:07:25.706
그날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55
00:07:27.654 --> 00:07:33.082
런던에서 돌아오면 오빠의 신부가 되겠다고 말했잖아요…
56
00:07:34.476 --> 00:07:40.566
그때의 저는 오빠와 보낸 시간 덕분에 이미 강해져 있었어요…
57
00:07:40.566 --> 00:07:46.086
외로워도 제가 믿는 미래를 위해서 더 강해질 수 있었죠.
58
00:07:48.740 --> 00:07:55.956
그리고… 제가 런던에서… 돌아왔답니다?
59
00:07:57.548 --> 00:08:05.648
오빠… 오빠에게 있어… 저, 리리나는…
60
00:08:07.446 --> 00:08:11.274
아니… 이런 질문은 오빠가 결정하실 일이겠죠…
61
00:08:14.474 --> 00:08:20.338
그날의 약속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홍차를 올릴게요…
62
00:08:20.371 --> 00:08:27.463
오빠가 저와 당신 사이의 인연을 다시 한번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며…
63
00:08:36.109 --> 00:08:39.453
어라라…
64
00:08:39.759 --> 00:08:49.089
오빠 왜 그러세요? 멍하니 계시네요… 졸리신가요…
65
00:08:49.089 --> 00:08:55.089
푹 쉬세요… 알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