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는 꿈꾼다.

 

 


 

 

나는 만든다.

 

자르고, 붙이고, 부수고, 찌르고, 돌리고, 잇는다.

 

오로지 그것뿐. 나의 인생은 만드는 것으로 시작되면 또한 끝날 것이다.

 

“마선(魔線)은 어떤 재질을 쓸 거냐?”


“어……톱니벌레의 힘줄을 쓰려고 했는데요.”


“어리석긴. 톱니벌레 힘줄은 질기지만 마력 저항이 커서 발열이 심하다. 구동부의

 

마선은 발열을 잡기 어렵고 여차하면 오버히트를 일으킬 수 있다.”

 

이크, 스승님의 말이 옳았다. 나는 얼른 톱니벌레의 힘줄을 내려놓고 구리선을 꺼냈다.

 

“백금을 쓰는 게 나을 텐데?”


“이런 연습용 퍼펫에 그 비싼 백금을 쓸 순 없잖아요.”


“하기야 그렇군.”

 

좋아……나는 마선 연결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퍼펫을 확인했다.

 

이번에 만든 건 청소를 할 수 있는 메이드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다만 얼굴이나 몸은 너무 투박해서 도저히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가동하겠습니다.”


“오냐.”


스승님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퍼펫이 끼기긱, 끼이익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내 명령을 이해할 수 있다면 고개를 끄덕여라.”


퍼펫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아. 청각에는 이상이 없고, 인공지능 이식도 성공한 모양이다.

 

“그럼 지금부터 이 빗자루로 바닥을 청소해라.”


드르륵, 끼이익- 메이드 퍼펫이 빗자루를 잡고 바닥을 쿵쿵 찍어댔다.

 

“요즘엔 청소를 저렇게 하더냐?”


“어라? 이상하네, 분명 명령문은 제대로 입력했을 텐데…….”


“제대로 입력했으면 제대로 했겠지. 하여간.”


스승님이 등을 돌리고 옷걸이에 걸려있던 코트를 입었다.

 

“어디 가세요?”


“잠깐 시장에 간다. 운이 좋으면 희귀한 소재를 찾을 수 있겠지.”


“길 잃어버리지 마세요!”


“그보단 괴물들을 더 조심해야지.”


쿵. 문이 닫혔다. 그리고 바깥에서 리프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정말이지, 어디서부터 다시 만져야 하는 거야.”

 

나는 계단을 올라가 3층까지 갔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바깥을 보았다.

 

“그리고 이 빌어먹을 던전에선 언제 나갈 수 있는 거냐고!”


스승님 밑에서 퍼펫 제작을 배운지 벌써 12년이 지났다.

 

아니, 사실 그건 추측이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스승님의 손에 길러졌다.

 

부모님이 누군지도 모른다. 살아있긴 한 건지, 대체 왜 나를 스승님한테 맡겼는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난 이곳이 싫었다. 내가 사는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던전이다.

 

던전 라브라스. 세계 최대 규모의 9대 던전 중 하나로 위험한 것만으로 따지자면

 

Top 3안에 들 정도다. 스승님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면 여기 들어오는 것조차 힘들다.

 

“오, 데드플라이다. 오늘 공중 결혼식이라도 하는 건가?”


거의 사람 몸통만한 벌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모습이 보였다.

 

일반인이 보면 눈이 뒤집어 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광경이지만- 이런 걸 매번 보는

 

나로선 이젠 별 감흥이 생기지 않는 일상의 풍경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저기 가까이 갔다간 순식간에 뼈만 남을 테니 멀리서 지켜보기만 한다.

 

“잠깐 산책이라도 갔다 올까.”


나는 도로 1층으로 내려와 문을 열고 기지를 나갔다.

 

라브라스 던전의 낮은 짧다. 뻥 뚫린 천장으로 햇볕이 들어오지만 아무래도 던전이라

 

그런지 바깥보다 2시간 가까이 해가 빨리 졌다. 

 

그리고 절대로 해가 졌을 땐 기지 바깥으로 나가면 안 됐다. 

 

“미리 소재라도 모아야겠다. 또 부족하면 혼내실 게 분명해.”


나는 리프트를 타고 기지 밑으로 내려갔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30M나 되는 높이는 도저히 익숙해 질 수 없다. 

 

밑으로 내려가면 사람보다 거대한 버섯들이 있었는데, 이것들은 주기적으로 태양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기지 밑으로

 

모여들어 냄새 나는 포자를 뿜어댔다. 독은 없지만, 냄새는 3년 묵은 방귀만큼 고약했다.

 

“톱니벌레들이 남아있으려나…….”


나는 기지 근처에 있는 바위를 뒤집어 밑을 확인했다.

 

“오, 있다! 오늘은 꽤 많은데?”


톱니벌레는 말 그대로 톱니바퀴처럼 생긴 은빛 벌레였다.

 

이것들은 쓸모가 많은데, 먼저 껍질은 충격을 받으면 단단해지는 성질이 있어 외갑의

 

이음새 부위에 쓰기 좋았다. 그러면 움직이기 수월하면서도 충격에 강하다.

 

무엇보다도 이 마선, 그러니까 마력의 통로로 사용되는 힘줄은 구하기 쉬우면서도

 

어느 부위에나 쓸 수 있는 범용성을- 아니, 그만 설명하자. 자꾸 머리로 뭘 설명하려고

 

하는 건 내 나쁜 버릇이다. 나는 톱니벌레들을 있는 대로 잡아들여 주머니에 넣었다.

 

“어라?”


뭐지 저게? 처음 보는 흔적이 있었다. 풀숲이 무언가에 깔린 듯 누워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풀숲을 지나 흔적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 끝에 공터가 나타났다.

 

“여긴 처음 보는데. 별 거 아니었나?”


“끄윽, 끄이이이익……!”


“어!?”


언제부터 내 등 뒤에 있던 거지! 나는 등을 돌려 그것을 마주했다.

 

적갈색의 털, 검은 엄니, 4개의 눈. 스파디호그- 거미와 멧돼지를 섞은 듯한 외형을

 

지닌 괴물이었다. 그리고 이 녀석은 기지 주변에서 나올 괴물이 절대 아니었다.

 

“왜, 왜 기지 주변에 이런 놈이 있는 거야!”


“꾸이이이익!”


놈이 내게 돌진했다. 나는 몸을 날려 피했고- 놈이 저 멀리 달리다 바위에 처박혔다.

 

“퍼펫도 안 가져왔는데……! 어, 어어어어!”


발밑이 무너졌다. 나는 데굴데굴 굴렀고- 

 

마지막으로, 내 코앞까지 다가온 나무뿌리를 보았다.

 

 

 

 

 

 

 

 

*****

 

 

 

 

 

 

 

 

 

“여긴……어디야……?”

 

어두컴컴하다. 그리고 머리가 징징 울렸다. 손으로 만져보니 뒤통수에서 피가 나는 것 같았다.

 

나무뿌리 밑의 빈 공간으로 들어온 건가? 밖이 어두운 걸 보아하니 벌써 밤이 된 모양이다.

 

“큰일 났다, 밤에 기지 바깥에 있는 건 위험한데…….”

 

바깥으로 나가려고 머리를 내밀자, 그것이 괴성을 지르며 나무에 박치기를 날렸다.

 

“꾸익! 끄이이이익!”


“아직도 있어!? 망했다,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


스파디호그는 세상에서 가장 끈질긴 괴물 중 하나다. 먹이를 잡으려고 며칠을

 

숨어 지내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 저항해서 숨통을 끊는 게 힘들었다.

 

어쩌면 저기서 평생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낭패다.

 

“통신기도 없고, 퍼펫도 없고……스승님도 없는데.”


스승님이 언제 돌아오려나? 한 번 나가면 몇 시간 만에 돌아올 때도 있고 드물게

 

몇 달이나 있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큰소리도 못 내잖아. 그랬다간 온 동네 괴물들을 끌어들이고 말 거야…….”


뭔가 좋은 수가……아, 맞다. 나는 주머니에서 톱니벌레를 꺼냈다.

 

“힘줄을 뽑아서, 나뭇가지에 엮는 거야. 그 다음 마력을 흘려보내면 횃불로 쓸 수 있어.”

 

나는 그 자리에서 톱니벌레를 해체했다. 그리고 내 계산대로, 힘줄에 마력을 흘러 넣자

 

열이 나뭇가지를 태워 불꽃을 일으켰다.

 

“저리 가! 쉭! 가까이 오면 구워버린다!?”


“끄익, 꾸이익, 끄윽!”


스파디호그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경계했다. 나는 그 사이에 얼른 왔던 길을 되짚어

 

기지로 향했다. 그러나 놈은 거리를 두면서도 끈질기게 내 뒤를 쫓아왔다.

 

“리프트만 타면 돼. 그럼 저 놈도 어쩔 수 없어……!”


티딕, 푸슈우우우…….

 

“아뿔싸!”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횃불이 꺼졌다. 힘줄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악!”


“꾸이이이익!”


나는 있는 힘껏 달렸다. 스파디호그가 장애물을 모조리 박살내며 돌진했다.

 

“오지 마! 따라오지 마! 으아아악! 스, 스승님!”


“끄이이이익! 꾸이익!”


왜 이리 빠른 거야- 놈이 내 등 뒤까지 바짝 따라왔다. 안 돼, 리프트가 너무 멀어-

 

죽는다.

 

설마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이야,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제발 한 방에 즉사하길 기도했다.

 

“멍청한 녀석. 밤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철컥!

 

퍼펫이 허공을 갈랐다. 그 직후 스파디호그의 뿔을 잡고 놈을 억눌렀다.


“스……스승님!”


괴상망측한 가면에 긴 수염, 대체 어느 나라 양식인지 모를 검은 양복까지.

 

퍼펫과 오토마톤의 대가이자 사람들이 ‘데우스 경’이라고 일컫는 남자!

 

“다친 곳은?”

“없어요!”


“좋아, 넌 뒤에 있어라. 단숨에 정리할 테니.”


스파디호그가 몸을 일으킨 후 스승님의 퍼펫, 익스에게 돌진했다.

 

“마침 잘 됐군. 너도 슬슬 전투에 익숙해져야 할 나이니까.”


끼이익, 촤르륵-

 

스승님이 손가락에 끼운 마선이 보랏빛을 내며 불타올랐다.

 

“스피남 페네스트라!”

 

익스의 다리에서 날카로운 창이 튀어나왔다.

 

스파디호그가 엄니로 익스를 찍었다- 그러나 동시에 창이 놈의 몸을 관통했다.

 

“마무리다.”


뿌드득- 익스가 가시를 더욱 깊숙이 찔러 넣고, 그 다음 놈을 들어올렸다.

 

“내 구역을 침범한 죄, 그 목숨으로 갚아라.”


으직-! 익스가 무릎차기를 날려 마무리를 지었다. 스파디호그가 괴성을 지르다 몸을

 

비틀고 죽었다. 너무 끔찍한 광경이어서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얌전히 집을 지키는 게 그리 어려운 임무였던가?”


“소재를 구하려고 나왔어요.”


“뭐, 아무렴 어때. 다친 곳이 없으니 다행이다.”


어? 스승님의 등 뒤로 누군가가 서 있었다.

 

“깜빡했군. 나와라, 노예.”


“노예요?”


여자애였다. 나이는 나랑 비슷해보였고, 왠지 모르게 주눅 들어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건- 어깨였다. 어깨가 금속이었다. 이건 메탈인가……?

 

“스승님, 이건?”

“바이오 메탈이다. 이 녀석, 클락병 환자다.”


나는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클락병이라니, 그게 실존하는 병이었나?


“환자를 직접 보는 건 나도 처음이다. 희귀한 노예가 있다고 해서 샀지.”

“아니, 이거 혹시 감염되거나 그런 건 아니죠?”


“일반적인 감염 경로로는 전파되지 않아. 신기하지? 몸의 일부가 기계로 대체되다니.”


나는 여자애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어깨를 보았다.

 

피부는 메탈로 변해 은색으로 빛났고, 내부엔 근육과 뼈를 대체하는 톱니바퀴와 와이어가

 

보였다. 어떻게 생물과 기계가 붙어 있는데도 부적합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걸까……?

 

“저기, 너 이름이 뭐야?”


“…….”


말을 못 하는 건가? 여자애가 고개를 휙 돌렸다.

 

“아, 나는 파크레야. 뜻은 만드는 사람이고! 여기 이 분은 데우스 선생님이야.”


“내버려 둬라. 어차피 실험체로 써먹을 건데 정 붙여서 좋을 게 없다.”

 

“……마키.”


“응?”


“내 이름, 마키.”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기계신의 저주를 받았어.”


“……그렇구나. 그럼 내가 도와줄게, 저주를 풀 수 있도록 말이야.”


내 또래를 만난 건 처음이었고, 몸이 기계로 된 여자애는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녀는 잡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는 만났다.

 

꼭두각시를 만드는 나와, 꼭두각시가 되어가는 그녀가.

 

 

 

 

 

 

 

 

 

 

 

 

단편으로 써봤다. 이제 자러 간다. 여우 얀데레 소설 끝내면 완성 못한 오크 소설 끝낸다.

할 거 와 이리 많냐 이거야 으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