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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래?”


“당신은 누구죠?”


“방주의 신입 지휘관”


“…순순히 말씀하실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요.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구한 거죠?”






도로시가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방주의 오래된 도서관에서 찾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세요. 방주에 이게 있을 리가 없고 무엇보다 도서관에 있을 이유는 더더욱 없어요”


“음... 안속네”


“설령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아까 저한테 한 말은 절대 우연일 수 없어요”


“양산?”


“예. 그걸 아는 분들은 갓... 예전 동료들밖에 없으니까요”


“입에 올리지 않는 건가? 그 이름을”


“…예 저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요” 


“…….”


“그럼 이제 주제를 바꿔보죠. 왜 저한테 이 사진을 준 거죠?”


“그야 이게 없었으면 도로시가 날 죽였을 테니까”


“……질문을 조금 바꿔보죠 목적이 뭐죠?”


“딱히 없어”


“거짓말은 그만 하세요! 특별한 목적 없이 저에게 이걸 준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흠...”








도로시는 약간 긴장한 채 나를 노려봤다








“그럼 너랑 친해지기 위한 거로 할까?”


“네?”


“목적이 뭔지 물어 봤잖아. 그럼 너랑 친구가 되기 위해 이러는 걸로 하지 뭐”


“당신… 끝까지 이러기예요?”


“다른 뜻은 없어. 너도 이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지 않아?”


“필요 없어요”


“친구가 되면 막 옛날얘기도 하면서 즐겁지 않을까?”


“!!”


“설마 오래된 얘기가 싫다고 하진 않겠지?”


“당신은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죠?”


“말했잖아. 친구가 되고 싶다고”


“아무리 당신이 저에게 호감도를 쌓는다 한들. 방주를 향한 저의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걱정하지마. 방주의 이익이 되려고 이러는 건 절대 아니니까”


“…….”


“그럼. 이 손잡고 악수하면 나랑 친구가 되는 거야?”






나는 도로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






정말 이 손을 잡아도 되는 걸까? 

정말 만약 이 인간과 친구가 돼서 인간에 대한 불신과 혐오, 방주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게 되면 나는? 
생사를 같이한 동료를 버리면서까지 이 길을 걸어온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의 내가 사라지게 되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너무나도 그리운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인간이 그 실마리라면? 적어도 홍련, 라푼젤, 스노우 화이트와 다시 싸울 수 있다면? 과거의 나를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다면?







도로시는 난생처음으로 한눈을 판채 공포와 기대속에 손을 떨었다.







“흐음...”


(삑!)


노래가 재생되며 도로시의 방을 가득 채웠다







“!!!! 이 노래는!”


“어때? 시끄럽고 낡은 음악인데 마음에 들어?”


“아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나 들리던 오래된 노래. 화날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들리던 노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지겨워진 노래지만 지금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따뜻하고 반가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
.
.







도로시는 손을 잡았다







“…… 잘 부탁 드려요”


“잘 부탁 한다는 건 그냥 직장 동료지. 우린 친구라니까?”


“그럼… 만나서 반가워요 ㅁㅁ”


“나도 반가워 도로시”








필그림과 방주의 인간이 친구가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에덴 로비===





“다들 오래 기다렸지?”


“지휘관님! 어떻게 된 거야?”


“지휘관. 몸은 괜찮으십니까? 치료가 필요하시지는 않으십니까?”


“스승님!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에요?”


“이제 괜찮아. 다 해결됐어”


“뭐? 대체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 좀 해 봐”


“도로시랑 친구가 됐어”


“뭐?” “네?” “네에에?” 


“그보다 다들 슬슬 배고프지 않아? 도로시?”


“예”


“미안하지만 먹을 것 좀 준비해 줄 수 있을까?”


“물론이죠. 제가 준비해드릴게요 여기서 쉬고 계세요”


“그리고 나 여기서 며칠 쉬다 가도 돼지? 너랑 마저 이야기도하고 싶은데”


“…예 물론이죠. 환영해요”









도로시는 발걸음을 옮겼다.









“봤지?”


“아…아니 이게 무슨..”


“이봐 이봐 가짜!!! 너 도로시를 어떻게 한 거야? 왜 도로시가 너에게 친절하게 구는 건데?”


“너는 정말 특별한 아이구나… 설마 도로시를 다룰 줄이야...”


“대단해요… 도로시를 친근하게 대하는 건 저의 사랑스러운 분도 미처 못하던 거였는데 말이죠...”








요한과 세실은 멀리서 대화를 나누었다.








“요한”


“뭐지?”


“괜찮으시다면 제가 저분과 대화해 봐도 괜찮을까요?”


“대화?”


“예. 궁금해서요. 겸사겸사 도로시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내면 좋고요”


“그래. 허가하지”


“예”









지휘관과 카운터스 스쿼드는 도로시가 가져다준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와~ 진짜 맛있었어요!”


“퍼펙트로만 먹던 거 진짜 음식으로 이렇게 배 터지게 먹을 줄이야! 이런 사치는 우리밖에 못 누릴 거야!”


“...이렇게 마음 놓고 음식에 집중한 건 처음이군요”


“도로시 덕분이지. 고마워 도로시”


“...아뇨 천만예요. 즐기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도로시? 이따가 같이 차 한잔 어때?”


“좋죠. 준비해둘게요”


“우와… 진짜 친해졌나보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도로시가 착해서 그렇지 뭐”


“착하다고? 도로시가? 진짜? 리얼 진심?”


“그 둘이 같이 쓰일 수 있는 단어였군요...”


“지휘관. 이런 말씀을 드리긴 뭐 하지만 도로시를 너무 믿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번 니힐리스타와 싸울 때도 그렇고 쉽게 호의를 베푸는 니케가 절대 아닙니다”


“걱정 마. 지금의 도로시는 진짜니까. 에덴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방주로 돌아가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그래~ 지휘관님을 믿어야지. 누가 뭐래도 우리 지휘관님이니까”


“저는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요! 제 스승님이까요!”


“그래 고마워”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ㅁㅁ, 잠깐 저 좀 볼 수 있을까요?”


“세실?”


“예. 저도 당신에 대해 궁금한점이 많아서요. 시간 괜찮을가요?”


“그래”


“감사해요. 그럼 이쪽으로”









===세실의 방===







“지금까지는 예전에 온 방주의 지휘관이 제일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정할게요. 당신이 모든 인류 중에서 제일 특별한 거로 할게요”


“칭찬이야?”


“물론이죠. 그 지휘관도 도로시하고는 끝내 사이가 가까워지지 않았거든요. 설령 도로시가 무슨 목적이 있어 저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친분을 나타내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날 부른 이유는 뭐야?”


“궁금해서요. 어떻게 하면 도로시를 저렇게 다룰 수 있는지”


“난 도로시를 다룰려고 한 게 아니야”


“아니요. 이건 명백히 도로시를 컨트롤 하는 거예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글쎄 그게 아니래도...”


“뭐 그건 당신이 생각하기 나름이고요. 그럼 이제 알려주시겠어요? 도로시를 다루는 방법을”


“특별한 건 없어. 도로시와 옛날얘기를 나눌 뿐이야”


“옛날얘기를요?”


“그래. 도로시가 추억을 회상하며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얘기를”


“흠… 그게 존재하는 거였나요? 애초에 도로시가 추억을 회상할 정도면 어디까지 거슬러가야 하는 건가요?”


“아주아주 오랜 얘기지...”


“혹시… 그 얘기가 방주에 남아 있었나요?”


“아니”


“그런가요… 알겠어요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더 묻지 않는 거야?”


“더 캐묻는다 한들 당신이 대답할 것 같진 않고. 설사 듣는다 해도 제가 이해할 수 있을 지는 모르니까요. 저도 나름 방주 출신이라서요”


“그래. 그럼 이만 나가볼게”


“예. 푹 쉬세요”






ㅡ지이잉, ㅡ쿵







“어떤 거 같나?”


“확실히 평범한 방주의 지휘관은 아닌 거 같아요. 정확히는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해야죠”


“특별한 녀석은 저번에도 있지 않았나?”


“그렇죠. 하지만 그분은 누가 봐도 평범한 방주 출신 인간인건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분은 뭐랄까…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뭔가 이질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이질감이라...”


“짐작 가는 점이 한 가지 있긴 한데 들어 보실래요?


“뭐지?”


“사실 몇 주 전에 방주 쪽에서 이질적인 신호가 방출됐어요. 니케도 랩쳐도 심지어 힐레틱의 신호도 아닌 명백히 다른 신호죠”


“그래서? 방주의 새로운 통신일 수도 있지 않나”


“아니예요. 단순히 전파 같은 게 아니라 뭔가 우주에서 온 신호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 이 행성의 환경에선 절대 날 수 없는 시그널이예요”


“조사는 가능한가?”


“아니요. 단 3초 만에 신호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끊긴 게 아니라 사라졌어요”


“새로운 헬레틱의 가능성은?”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거의 방주와 일치한 지역에서 발생한 만큼 진짜 새 헬레틱이었으면 이렇게 에덴으로 스쿼드를 파견할 순 없었을 거예요”


“존재가 의심받는 지휘관이라… 살다 보니 이런 일도 겪는군”


“그러게요 저도 신기해요”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무슨 일이 터진 것도 아니고 그냥 새로운 방주의 인간이 왔을 뿐이니까요”


“무력하단 말인가”


“하지만 오히려 좋지 않은가요? 그 도로시를 통제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거니까요”


“최대한 이용해 먹을 수 있으면 좋겠군”


“동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