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소환으로 이세계에 왔다.
마왕이 인간을 정복하는 뻔한 설정에 목표는 마왕 처치.
다양한 스킬도 쓸 수 있고 시원시원하게 적들을 쳐부수면서 모든 인간들이 나를 전력으로 서포트했다.
그냥 흔한 용사물에 온 줄 알았는데...

마왕군은 오크 고블린 트롤 등등 몬스터로 판타지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가는 곳마다 전부 불태우고 약탈하는 전형적인 악당들.
그런데 왜 탈것이 공룡일까.

벨로시랩터를 탄 홉고블린 군단과 싸우기도 했고
프테라노돈를 탄 리치 편대에게 시달리는 것은 일상이었다.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상대로 수성전도 치뤘다.
데몬 프린스는 티라노사우루스를 탔고
마왕 친위대는 레콘.

대체 마왕군이 어떻게 공룡들을 부려먹는지 모르겠지만
용사 파티 멤버들도 만만찮은 괴짜만 모였다.



먼저 성녀.

성녀는 타락하고 알고 보면 姓녀라는 클리셰에 따라서 얘도 이상하다.
니알라토텝의 열렬한 숭배자였던 것.
마왕에게 타락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아우터 갓을 모셨다는데.

평상시에는 온화하고 상냥하며 힐과 서포트를 잘해준다.
대신 스위치가 눌리면 머리 대신 촉수가 생기면서 사방을 미치게 만든다.
용사라서 광란면역인 나도 이 성녀의 마법을 볼 때마다 흠칫 놀란다.
정신착란에 시달리면서 미쳐 죽는 적들을 볼 때마다 정신이 멍해진다.

아무리 봐도 마왕보다 이 성녀가 더 위험한 것 같다.
성녀에게 진의를 물어볼 때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느니, 주인님은 당신에게 흥미가 많다느니 등등의 말만 한다.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다음은 해적.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략선 함대의 소녀 선장이다.

도적 계열 직업답게 다재다능하고 잔머리가 좋다.
근접에선 칼을, 원거리에선 총을 쏴서 적을 처치한다.
다수의 적이나 방어력 높은 적은 폭탄을 던져서 제압한다.
해병을 지상에 상륙시키거나 함포 사격 지원으로 시원하게 적들을 갈아버리기도 한다.

문제는 얘가 해적이라는 것.
민간인을 자진입대(납치)해서 해적/해병으로 만들고
그 해적/해병들이 기행을 저지르니 미쳐버리겠다.
공룡도 참새라고 마왕군을 보자마자 역돌격을 시전하는 것도 문제고.
함포 사격은 위력이 너무 세서 민간인 마을도 부수고 성도 부수고 다 부수지.
던전 공략하는데 함포 사격으로 천장 무너져서 ㅈ된 적도 있고.



마지막은 성기사.
질서 선 성향의 진짜 성기사며 탱딜힐 혼자서 다 할 수 있다.
소심하고 유약한 소녀지만 모두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은 상당히 굳건하고.

다만 얘가 쓰는 무기가 이상하다.
첫 만남 때 미니건을 들고 다니면서 성녀를 토벌하려고 했다.
내가 용사란 걸 알고 내 파티에 들어왔는데 던전 공략하면서 고철 부품을 모으더니 메카 성기사가 되어갔다.
미니건 무겁다고 부품 모아서 강화복 만들고
걸어다니기 귀찮다고 벌처 같은 고속이동장갑차 만들고
해적의 오도기합짜세포격을 더이상 못 믿겠다고 전차로 개조하고
프테라노돈 모두 때려잡겠다고 전투기로 변환하고
이제는 빔샤벨을 휘두르는 건담에 타고 다닌다.



아무래도 마왕보다 이 용사 파티가 훨씬 위험한 것 같은데.
나는 정상인인데 용사 파티 멤버들은 왜 다 이런 거야.
파이어펀치 쓰는 힘법사면 평범한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