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
[ 청명한 하늘.
아직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유상아 씨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준비할 시간은 지금 뿐이었다.]
- 전지적 독자 시점 277화 , episode 52.
(2) 중 –
유상아를 돌려보내고도, 나는 한참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나갔다. 수정본의 내용과 내가 기억하는 원작의 내용을 비교, 대조해 원래였다면 빠뜨렸을 부분을 메꿨고, 연회에 참석한 성좌들로부터 얻은 정보들도 적절하게 활용 했다. 25번, 30번, 35번…. 그렇게 초중반부 시나리오의 공략법은 어느정도 세워 놨을 때,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모습을 비춘 것은 다름아닌 유상아 였다. 필요한 대화는 아까 충분히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유상아 씨?”
“아, 아까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있는 것 같아서요.”
“일단 뒤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요것만 끝나고 듣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쪽 벽면에 걸린 시계를 힐끗 쳐다 보았다. 새벽 3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라면 내일 해도 늦지 않을 텐데. 그렇다고 이 새벽에 찾아올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면 아까 놓치지 않고 얘기 했을 것 이다. 내가 아는 유상아는 그런 사람이니까. 일단 하던 것부터 마저 끝내고 생각하기로 했다.
딱 44번째 시나리오의 공략법까지 마쳤을 때, 등 뒤에서 포근한 감촉이 느껴졌다. 갑작스런 접촉에 목 뒤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부드러운 손 두개가 시야 밖에서 튀어나와 나를 어루만졌다. 오른손으로는 내 턱을 붙잡고, 왼손으로는 내 가슴팍을 어루만지며, 유상아가 속삭였다.
“미안해요, 더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유상아 씨? 이게 무슨….”
하지만 내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낯선 입술이, 내 입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따뜻한 혀와 차가운 공기가 동시에 내 입 안을 채우며 느껴지는 미묘한 감촉에,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아무런 생각도,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내 몸을 부드럽게 유린하는 혀 하나와 손 한 쌍 뿐이었다. 이윽고 그녀가 내 입에서 뱀 같이 꾸물거리던 혀를 뺐다. 보드라운 숨결과 함께, 촉촉한 무언가가 우리의 입 사이에 이어졌다가 이내 끊겼다.
“하…. 이거야. 입맞춤 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당황스러웠다. 유상아가 나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을 줄은 눈곱 만큼도 몰랐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한때 직장 동료였던 사람이 다짜고짜 입맞춤을 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바로 그때, 예기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독 자는 멍 청이 다.]
[스킬, ‘제 4의 벽’ 이 강하게 활성화 됩니다.]
쿵쿵 뛰던 심장박동이 점차 느려졌다. 머리는 맑아졌고, 가슴은 차분해졌다. 뒤엉키던 생각들이 이윽고 책 속의 활자처럼 정연하게 자리잡았다. 생각해보니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일 이었다. 유상아는 성적 욕구 따위를 통제하지 못해 이런 돌발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지금 그녀는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
“왜 그렇게 얼이 빠져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이번엔 내가 앉아있는 의자를 통째로 돌렸다. 농염한 자태로, 교태로운 웃음을 짓는 유상아가 내 시야를 채웠다. 자줏빛 차이나 드레스에 검은 가터벨트. 그녀의 복장은, 얼마 전 누군가가 내게 선물한 것과 퍽 닮아 있었다.
내가 뭐라 말 할 틈도 없이, 그녀는 내 무릎 위에 올라타더니 다시 한번 내게 입을 맞췄다. 아까 보다도 훨씬 끈적하게, 그녀의 혀가 내 것을 휘감았다. 뿐만 아니라, 어느새 한껏 부풀어오른 내 물건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 몸은 솔직하네.”
입을 살짝 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혹적으로 웃었다. 그녀는 그러고는, 하체를 움직여 자신의 사타구니와 내 물건을 더욱 밀착시켰다. 내 물건이 그녀의 음부에 세게 문질러졌다. 이제 그녀는 더욱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며, 저속한 표현을 쓰자면 음란하게, 그녀의 하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내가, 이윽고 진언을 내뱉었다.
[장난은 이쯤 하시지요,‘명계의 여왕’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