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활짝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볕. 흩날리는 그녀의 수정 원고들. 눈 부시게 흩어지는 활자들. 그 사이에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독자가 서있었다.



"김독자..?"

"미안 한수영..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네"



아무런 말없이 내 품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나는 안아주었다.



"독자씨이이이"

"아저씨!"

"형!"

"아바앗!"



그런 그녀의 등 뒤로 울먹거리며 달려오는 현성 씨, 유승이, 길영이, 비유, ... 가 보였다. 나는 그 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 나쁜 새끼.. 같이 내릴거라면서.. 같이 내린다고 했었잖아..!"

"...."

"....나쁜놈"

"내가 미안해 수영아..."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뒤에 있는 희원 씨 에게 말했다.



"정희원, 얘 가둬버려"

"안그래도 그럴려고 했어"

"이번엔 내가 하지"

"....응?"



한마디 말을 내뱉는 순간, 아찔한 통증이 뒤통수에 느껴졌다.



"유중ㅎ...."

풀썩



......



"중혁 씨! 환자를 그렇게 다루면 어떡해요!"



희미해지는 의식 사이로 그 유중혁이 이설화에게 혼나는 모습이 스치듯 지나갔다.



.....



내가 다시 눈을 뜬 건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후 였다.



"아 독자씨 일어났어요?"

"설화 씨...?"

"다른 사람들은 새벽까지 있다가 각자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갔어요. 수영 씨는 강의, 상아 씨는 방송, 애들은 학교.."

"저도 다른 환자들 돌봐야 해서... 아 그리고 감금은 환자한테 무슨 감금이냐고 제가 반대했답니다."

"감사합니다 설화 씨"



이설화 씨 마저 자신의 일을 하러 간 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흠.. 한수영이 강의라... 한 번 보러 가볼까?"



옆에 걸려있던 흰색 코트를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발로 일어서는 것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잠시 비틀거렸지만 곧 균형을 되찾고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김독자, 길은 아나?"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등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 씨, 깜짝이야!"

"길은 아냐고 물었다."

"왜 너가 데려다 줄려고?"

"....."

"데려다 줄 필요는 없고 길이나 좀 알려줘라. 아 그리고 뒤통수는 왜 때렸냐"

"....복수다"

"뭐가 복수란건ㅈ..."



나는 문득 0회차의 유중혁의 뒤통수를 세게 때려 기절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그게 몇년 전인데 이제와서 그러냐"

"....."

유중혁의 날카로운 눈빛을 본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아무튼 가는 길이나 좀 말해봐"



길 안내를 받은 나는 손등에 꽂혀있던 설화팩을 뽑고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