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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르는, 꿈을 꾸고 있었다.



몽롱하게 부유하는 정신.

난잡하게 변하는 풍경.


시간이 빨리 흐르듯, 흘러가는 풍경 속에, 누군가가 내 눈 앞에 섰을 때.


검은 머리칼의 사내.

■■■가, 나를 보며 말했다.


손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반지 한 쌍.


■■■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반지는 페크다한테 부탁했어.


...미자르.


나랑 결혼해줄래?"


그 말에, 떠오른 감정에, 대답하려는 순간.





정신이 파직거리듯이, 지직거리듯이,


흐르고 부유했다.


풍경은 흐르고 흘러갔다.


흐른 풍경의 끝.



'...레니?'


눈 앞엔, 검은 머리칼의 소년이 등을 돌린 채 걸어가고 있었다.


'레니. 잠깐만. 할 말이 있어.'


목소리가 나오지않아, 마음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레니한테 달려갔다.


달리고, 달려가는데.


거리는 좁혀지지않아서.


온 몸의 힘을 쥐어 짜내, 


물 속에 있는 듯한 몸을, 숨을, 전부 잡아끌어내어..


"...레니!"


이름을, 불렀다.


잠시 걸음은 멈춘 레니가, 뒤돌아봐서,


그 모습에 안심해서

뜀박질을 멈춘 순간.


다시 몸을 돌린 레니가 걸어갔다.


내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머나먼 곳으로.




"흐...아..."


가지마 레니..


제발, 내가 잘못했으니까.


레니,


"...가지마!"


내게, 돌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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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


한바탕 파란이 휩쓸고 간 셉텐트리온 성에, 한줄기 비명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쓰러진 미자르를 돌보던 메그레즈가, 그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정신차리고 미자르에게 달려왔다.


미자르의 손을 잡고, 안도한듯이 숨을 몰아쉬는 메그레즈한테 말해야됐다.


각성과정 도중에 다른 꿈이 섞이는건, '괴리'의 전조증상.

미자르는, 그걸 알고있었다.


본래라면, 괴리의 전조증상이 발생했다고 말하는게 우선이겠지. 하지만..


"...메그레즈."


"그래. 그래. 미자르. 괜찮니? 몸에 이상한 부분은 없고?"


"....레니가, 보고싶어."


하지만, 그딴 것 보다,


"...레니가, 보고싶어....."


꿈 속의 레니가 등을 돌려 떠나간 모습이 잊혀지지않아서.


'내가, 네 앞에서 등 돌렸을때. 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렇다면, 이런 고통이 이해 됐다.

인과응보라 해야될까.

역지사지라 해야될까.


'네 삶의 의미를, 내가 부정했었구나.'


마음 속으로나마, '나는 속았다.' 라고 변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만나러 왔던 너에게 등을 돌렸던 걸, 네가 입을 상처를, '나는 몰랐다.' 라고는 변명하지 못하겠어서.


미자르는 자신의 보호자에게, 약간의 희망이라도 구하듯이 계속 말했다.


"....레니가, 보고싶어..."


"미자르, 너..."


몽롱한 정신. 여러가지 꿈이 뒤섞인 채, 초점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미자르를 보며 메그레즈는 무언가 눈치챈듯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미자르를 꽉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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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오즈의 눈 앞에 놓여있는 두 장의 전표.


집사장이 만든 가짜 전표와, 레니가 가지고있던 진짜 전표.


무엇을 숨길까.


알리오즈는, 후회하고 있었다.


불길했다.


레니라는 소년이 미자르의 곁에 있는게.


화가 났다.

안그래도 불길했던 소년이, 미자르를 속이려 했다는게.


그래서, 형벌부대로 보냈었다.


죽음을 바란건 아니었다.

혹한의 괴물과의 대치는, 알카이드의 인형병사가 하고있으니까.


죽을때까지 나올 수 없는 감옥으로 활용한거지. 죽으라고 보낸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죽었다.


괴물들한테 살해당했다고도 보기 힘들었다.


마리아를 강간하려는 사람들을 막다가, 흠씬 두들겨맞고.

흠씬 두들겨맞은 레니를 아무도 돕지않아서, 그대로 레니를 두고 전선을 뒤로 물렀다고.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사람들이, 셉텐트리온 일족이, 내가 레니를 죽인거야.'


진심으로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런 벌을 받는거겠지.'


이 전표는, 레니 어머니의 유품.

레니의 유품.


그러니...


"미자르에게, 줘야겠지."


안다. 


이 전표를 받으면, 미자르는 더욱 괴로워하고 힘들어 할거란걸.


....그럼에도, 줘야했다.


자신의 죄가, 자신이 딸같이 키운 귀한 아이에게 흘러들어간다.

그것만큼 부모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어디있을까.


언제나, 미자르한테 조심해야된다고 말했음에도,

결국엔, 감정을 참지못하고 문제를 키운건 그녀였다.


그리고 그 대가로, 미자르가 고통스러워 하는걸 봐야겠지.




..알리오즈는, 집무실에 앉아 그저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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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들의 놀이방.


놀다가 잠이들었던 메라크는, 주위를 둘러봤다.


"....두베? 어디갔어?"


...항상 같이 있던 쌍둥이자매가 없다.


누구보다 남의 눈치를 보지않던 어린 아이는,

사실 누구보다 눈치가 빨라서.


이것으로, 무언가 변화가 생길거라는걸.

어쩔수없이 눈치채서.


울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레니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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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놀이방을 떠난 두베는, 그런 일을 겪고도 셉텐트리온 성에 남는다는 마리아를 찾아갔다.


소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마리아."


"....네. 두베님."


"레니가 죽었다는 것. 진짜야?"


"......"


"말해."


"....네."


"...거짓..!"


"레니가, 원했어요."


"...응?"


"레니가, 이 성에 돌아오지 않길 바랬어요."


"......"


그래. 알았어.

...그렇구나.


그리 되뇌이며 돌아간 두베의 뒷모습.


발걸음을 따라 아로새겨진 눈물을 마리아는 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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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혹한의 대지에 도착한 한 마차.


레니와 똑같은 꼴로 만들라는 알리오즈의 명에 따라,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뒤틀려진 채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혹한의 대지에 던져진 집사장.


천천히 방치되어 얼어죽어가던 집사장한테, 무슨 소리가 들렸다.


사박. 사박.


눈을 밟는 소리.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사람에게 구조요청을 청하려던 집사장은,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소리질렀다. 


"너...너...! 으..으아아아...!"


턱뼈조차 조각나, 말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텐데도 누군가를 보며 괴성을 지르던 집사장은, 이내 몸을 뒤로 돌린채 도망치듯이 꿈틀거렸다.


"오랜만이네요. 집사장님."


그리고, 꿈틀거리며 도망치려던 집사장의 손에 검을 내려찍은 검은 머리칼의 소년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정말 궁금한게 많아요. 집사장님.

그러니, 쉽게 죽지않길 바랄게요.









...그리고 며칠 뒤 몸에 수십개의 구멍이 난 채 비명지르는 표정으로 얼어 죽어있던 집사장의 몸을 혹한의 괴물이 아득, 아득 씹어먹고 있었고


소년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